비만치료제 ‘묻지 마’ 처방 실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OK?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비만치료제 열풍이 불고 있다. 살이 찌면 운동부터 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운동 대신 약으로 살을 빼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여기에 기존 치료제보다 체중 감소 효과를 더 높인 신제품들이 출시를 앞두면서, 비만치료제 인기는 앞으로도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처음부터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약은 아니다. 이 계열 약물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식사를 하면 우리 몸에서는 혈당을 조절하는 여러 호르몬이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GLP-1이다.

고공 행진
비만 시장

이 호르몬은 인슐린 분비를 돕고, 위에서 음식이 내려가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오래 느끼게 한다. 제약사들은 이 작용에 주목해 GLP-1의 기능을 흉내 낸 약물을 만들었고, 이것이 GLP-1 계열 치료제의 시작이었다. 이 계열 약물이 처음 시장에 나온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당시에는 비만과는 관련이 없었고, 혈당 조절이 목적이었다. 주사로 맞는 당뇨병 치료제였고, 하루에 한번 또는 그 이상 투여해야 했다.

그런데 치료를 받던 환자들 사이에서 공통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혈당이 조절되는 것과 함께 체중도 함께 줄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이 점이 의료진과 제약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GLP-1 계열 약물은 점차 발전했다. 주사를 맞는 횟수를 줄이기 위한 연구가 이어졌고, 약효가 오래 지속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하루 한번이던 주사 투약이 주 1회로 줄어들면서 사용 편의성도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체중 감소 효과는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체중이 줄어드는 결과가 확인되면서, GLP-1 계열 약물을 비만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후 GLP-1 계열 약물은 처음으로 ‘비만 치료’를 목적으로 허가를 받게 된다. 기존 당뇨병 치료 성분을 바탕으로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진행됐고, 일정 기간 약을 사용했을 때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체중 감소 폭이 수치로 확인되자, GLP-1 계열 약물은 기존 비만치료제와는 다른 약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체중 감소 효과였다. 이전에도 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은 있었지만, 체중이 크게 줄어드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반면 GLP-1 계열 주사형 치료제는 일정 기간 사용했을 때 평균 체중이 두 자릿수 비율로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수치가 의료계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알려지면서 기대가 커졌다.

이 계열 비만치료제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제품이 위고비다. 위고비를 처음 내놓은 곳은 덴마크의 다국적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다. 노보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를 만들던 기술을 바탕으로 위고비를 개발해 비만 치료용으로 허가를 받았다.

BMI 지수 확인도 안 하고…
5분 이내 짧은 진료 후 처방


위고비는 GLP-1 계열 성분을 기반으로 한 주사형 비만치료제로, 당뇨병 치료에 쓰이던 성분을 비만 치료에 맞게 조정했다. 주 1회 주사 방식으로 맞는 것이 특징이다.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 음식 섭취량을 자연스럽게 줄이도록 돕는다.

위고비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받은 뒤 비만 치료제로 허가됐다.

위고비는 해외에서 먼저 출시됐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비만 치료제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체중 감소 효과가 알려지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비만 인구가 많은 국가를 중심으로 처방이 늘었고, 위고비는 자연스럽게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대표하는 이름이 됐다.

일부 국가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위고비가 비교적 늦게 출시 됐지만, 인기는 뜨거웠다. 해외 사용 사례와 체중 감소 효과가 이미 알려진 상태였기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출시 전부터 관심이 빗발쳤다. 위고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에는 주사형 비만치료제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바뀌었다.

기존의 비만 치료 방식과 달리, 주 1회 주사로 체중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물론 위고비 이전에도 GLP-1 계열 치료제는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삭센다가 있었다. 삭센다는 위고비보다 훨씬 앞서 세계적으로 출시된 주사형 비만치료제다. 처음에는 비만 치료 목적으로 허가됐고, 일주일이 아니라 매일 주사하는 방식으로 사용됐다.

삭센다는 상대적으로 체중 감소 폭이 적은 편이었지만,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로는 최초로 널리 쓰인 약이었다. 이 약을 개발한 회사 역시 노보노디스크로, 위고비의 등장 이전까지는 국내·외에서 인지도 있는 비만치료제였다.

하지만 위고비가 출시된 이후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커졌다. 위고비와 같은 방식의 약물뿐 아니라, 다른 호르몬 작용을 함께 결합한 새로운 주사형 치료제도 등장했다. 이들 약물은 기존 GLP-1 단독 약물보다 체중 감소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내세웠다.

체중 감소 폭이 크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으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은 한층 더 확대됐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최근에는 기존 GLP-1 약물의 효과를 한 단계 끌어올린 제품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게 ‘마운자로(Mounjaro)’다. 마운자로는 미국의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주사형 치료제로, GLP-1뿐 아니라 또 다른 호르몬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체중 감소 효과를 보다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로, 국내에서도 지난 8월부터 처방이 가능해지면서 위고비와 경쟁하게 됐다.

문제는 이 같은 비만치료제의 인기로 인해 무분별한 처방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만치료제는 전문의약품으로, 누구에게나 처방될 수 있는 약은 아니다. 위고비를 비롯한 GLP-1 계열 주사형 비만치료제는 일정한 처방 기준을 전제로 허가된다.

체중과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용 여부를 판단하도록 돼있다. 비만치료제의 기본적인 처방 기준은 체질량지수(BMI)를 중심으로 설정돼있다. 일반적으로 BMI가 30 이상인 경우, 즉 고도비만에 해당하는 환자가 주요 처방 대상이다.

BMI가 27 이상이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비만과 관련된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처방 대상에 포함된다. 단순히 체중을 줄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방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비만치료제는 체중 감소 자체보다는, 비만으로 인한 건강 위험을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또 비만치료제는 단기간 체중 감량을 위한 약물이 아니라, 장기적인 체중 관리와 건강 개선을 염두에 두고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치료 과정에서는 환자의 체중 변화뿐 아니라 기존 질환 여부, 복용 중인 약물, 부작용 가능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주사형 비만치료제는 식욕을 강하게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사용 중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이상 반응에 대한 설명과 관리가 필요하다.


이 같은 이유로 비만치료제 처방은 원칙적으로 충분한 문진과 진료를 거쳐 이뤄지도록 돼있다. 환자의 키와 몸무게를 정확히 확인하고, 체질량지수를 계산한 뒤 비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주사 찾아
병원 전전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동반 질환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며, 과거 병력이나 현재 복용 중인 약물도 함께 살펴야 한다. 임신 가능성이 있거나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처방이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병원 현장에서는 무분별한 처방이 이뤄지고 있었다.

<일요시사>가 직접 방문한 일부 병원에서는 별다른 조건 없이 환자의 요청만으로 약물 처방이 이뤄졌다. 서울 강남구와 도봉구에 위치한 A 병원과 B 병원에서는 진료 과정에서 체중과 키를 확인한 뒤 체질량지수를 계산했지만, C 병원과 D 병원에서는 이 같은 절차 없이 의사와의 짧은 대면 이후 곧바로 처방전이 발행됐다.

진료실에 들어가자 의사는 체중을 물었고, 대략적인 수치를 말하자 곧바로 처방 이야기로 넘어갔다. 체중계에 올라 실제 몸무게를 재거나 키를 재는 과정은 없었다. 의사는 “예전에 맞아본 적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 뒤, 문제없으면 다시 맞아도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 다른 병원에서는 진료가 1~2분 안에 끝났다. 진료실에서는 체중 감량 목적에 대한 질문만 오갔을 뿐, 처방 기준에 대한 설명이나 비만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과정은 없었다.

병원별로 처방 과정에 차이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진료는 5분 이내로 짧게 이뤄졌다. 일부 병원에서는 “다이어트 주사를 맞고 싶다”고 말하자 의사가 별다른 추가 질문 없이 약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체중 감량 목표를 확인한 뒤 처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체질량지수 기준이나 동반 질환 여부에 대한 설명은 생략되는 경우도 있었다. 체중이나 키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보다는 “몇 킬로그램 정도 감량을 원하느냐”는 질문이 먼저 나왔다.

이후 의료진은 주 1회 주사 방식의 비만치료제를 설명했고, 사용 기간과 횟수를 간단히 안내한 뒤 처방전을 발행했다. 역시나 체질량지수가 처방 기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대상자 외 안정성 확보 안 돼”
무분별한 처방에 오남용 우려

대기실에서도 비만치료제 처방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각 병원에서 약 1시간가량 대기하는 동안,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3명까지 다이어트 약 처방을 문의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이들은 진료과와 무관하게 “마운자로 있나요”라며 먼저 물었고, 접수 과정에서도 별다른 제약은 없어 보였다.

병원을 찾은 이들의 체형 역시 눈에 띄었다. 얼핏 보기에도 마른 체형의 여성들이 대다수였다. 이 같은 모습은 비만치료제가 특정 환자군에 제한적으로 처방되기보다는, 비교적 쉽게 접근 가능한 다이어트 수단처럼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일부 병원에서는 비만 여부보다는 환자의 요청에 따라 처방 여부를 결정지었고, 의료진이 체질량지수를 확인한 경우에도 그 수치가 처방 기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따로 이뤄지지 않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병원 관계자들은 “요즘 비만치료제를 문의하는 환자가 정말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처방 문턱이 낮아지면서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문제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주사형 비만치료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부 환자들은 비만치료제를 단기간 체중 감량 수단으로 인식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정한 목표 체중에 도달하면 곧바로 투약을 중단하거나, 의료진과 상의 없이 사용 간격을 조절하는 경우도 있다. 주 1회 투여하도록 돼있는 약물을 임의로 더 자주 맞거나, 반대로 용량을 조절해 사용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약물의 정상적인 사용 범위를 벗어난다.

처방 이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오남용으로 이어지는 요인이다. 비만치료제는 사용 중 체중 변화와 부작용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일부 환자들은 처방 이후 병원을 다시 찾지 않은 채 투약을 이어간다. 이상 반응이 나타나도 참고 넘기거나, 온라인 정보를 통해 스스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심각한
오남용

실제 한 내과 전문의는 “현재 BMI 기준의 대상자 외에는 약제에 대한 안정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질환 여부에 대한 확인도 없이 처방을 하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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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