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벽 장사하는 피부과의 비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2.26 11:39:25
  • 호수 15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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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 막 주는 수상한 병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강남구 소재 피부과에서 수상한 진료가 이어지고 있다. 새벽 2시까지 운영하면서 호텔형 1인 병실로 이뤄진 이곳은 프로포폴 중독자들의 단골 의원으로 지목됐다. M 피부과 의원은 1회 약 44만원에 달하는 ‘수면 피부 시술’에 프로포폴이나 에토미데이트 처방을 포함한다. 사용량을 무려 최대 8시간까지 처방하고 있어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수출용으로 위장해 국내에 불법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M 의원의 실체가 드러났다. 일당은 M 의원 등 강남 일대에 버젓이 시술 장소를 마련하고 상습적으로 투약 영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려 19시간 동안 투약했던 이도 확인됐다.

대놓고
불법 투약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와 조직폭력배, 불법 시술소 운영자 등 17명을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이 중 죄질이 무거운 10명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범행은 ▲의약품 도매법인 ▲중간 유통책 ▲불법 시술소 운영자 등으로 역할을 나누는 수업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검찰에 송치된 17명 가운데 의약품 도매법인 측은 A씨 등 2명으로,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약 9개월간 에토미데이트 3만1600앰플(시가 약 4억원 상당)을 무자격자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선봉 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2계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열린 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 적발 브리핑에서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가 정상 유통을 가장해 에토미데이트를 대량으로 빼돌리고, 중간 유통 과정에 조직폭력배까지 개입한 조직적인 범행”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제약사에서 조달한 에토미데이트를 베트남 등지로 수출한 것처럼 허위 신고하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법인 간 거래로 위장한 뒤 실제 물량은 현금을 받고 중간 유통책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앰플과 박스에 부착된 바코드 등 고유 식별 정보를 일일이 제거하는 등 치밀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간 유통 단계에는 이들로부터 물량을 넘겨받은 관리 대상 조직폭력배와 마약사범 출신 인물 등 3명이 개입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필로폰 수수·투약 혐의로도 함께 적발됐다.

최종 판매 단계에는 불법 시술소 운영자 등 12명이 가담했다. 이들은 강남 청담동과 삼성동 일대에 M 피부과 의원과 유사한 외관을 갖춘 이른바 ‘피부클리닉’을 차리거나, 아파트와 빌라를 단기 임대한 비밀 투약소에서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피부클리닉은 의료기관으로 정식 신고·허가된 곳이 아니며 화장품 도·소매업으로만 사업자 신고가 된 장소를 의원처럼 꾸며 불법 투약 영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44만원 받고 최대 8시간 처방
수면 시술에 에토미데이트 포함

투약자 모집은 온라인 광고가 아닌 지인 소개와 입소문 방식으로 이뤄졌다. 운영자들은 과거 해당 장소를 찾았던 손님이나 유흥업소, 불법 유상 운송 영업 종사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알리며 투약자를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 불법 시술소에서 중독자 44명이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사실을 확인했다. 남성 14명은 모두 40대였고, 여성 30명은 20~40대에 분포됐으며 30대 비중이 가장 많았다. 삼성동의 한 빌라에서는 중독자가 19시간 동안 머물며 연속 투약을 받은 사례도 적발됐다. 경찰은 해당 중독자가 10㎖ 기준 앰플 약 50여개를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에토미데이트는 초단시간 정맥 투여 방식의 전신마취 유도제로, 주로 심장 기능이 약하거나 혈압이 불안정한 고위험군 환자의 마취에 사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그러나 반복 투약 시 근육경련이나 떨림, 구토와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수면 상태에서 깨어난 뒤 다시 투약을 요구하는 등 심리적 의존성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도 투약자가 의식을 회복한 직후 “한번만 더 놔달라”며 반복 투약을 요구하거나 장시간 머물며 연속 투약을 받는 사례가 확인됐다. 경찰은 에토미데이트가 수면·환각 효과를 노린 오남용으로 이어지며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릴 정도로 중독 위험성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사건 당시 에토미데이트는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투약자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이 없었다. 경찰은 투약자 44명에 대해 약사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처분을 통보할 예정이다.

경찰은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현금 4900만원을 압수하고, 자동차와 예금 등 합계 4억2300만원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의 허위 수출 신고 및 탈세 혐의는 관세청과 관할 세무서에 통보됐다.

아파트서
불법 시술

에토미데이트는 의료진만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임에도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아 유통·관리와 처벌 체계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업해 제도 개선을 추진했고 에토미데이트는 개정 법령 시행에 따라 이달 13일부터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지정된다.

이에 따라 일반인의 매수·투약·소지 행위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강 계장은 “이번 사건은 마약류 지정 이전의 관리 사각지대를 악용한 대표적 사례”라며 “앞으로도 의료용 마약류와 그 대용 약물에 대한 불법 유통·투약 범죄를 강도 높게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마약을 유통한 의사가 실제 처벌된 사례도 있다. 배우 고 이선균씨를 공갈한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와 함께 마약을 유통한 의사 윤모씨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25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승한 박정운 유제민)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등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실장 김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남의 병원 의사 윤모씨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1심 형량 징역 2년보다 다소 감형됐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두 사람에게 각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또 윤씨는 약 255만원의 추징금을 내야 한다. 이 가운데 150만원은 김씨와 공동으로 추징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윤씨의 공소 사실 중 일부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윤씨 측의 항소 이유를 일부 받아들였다. 그 밖의 공소 사실에 관해선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양형에 관해 “김씨가 교부받거나 투약·흡연한 마약류 종류·횟수가 적지 않은 점 등에 비춰 김씨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 동종 처벌 전력도 있다”면서도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반성하고 있으며 마약류 범행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고 설명했다.

약 몰리는
강남 3구

윤씨에 관해선 “업무 외 목적을 위해 취급한 마약류 종류, 범행 횟수 등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더욱이 의사인 윤씨는 마약류관리법이 의사를 마약류 취급업자로 정한 목적과 취지를 저버리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 또한 크다”고 질타했다.

다만 “윤씨는 자기 범행을 일부 인정·반성하고 있고 이 사건 범행 시점 이전까지는 형사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마약 등 전과 6범인 김씨는 지난 2022년 12월부터 2023년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케타민과 필로폰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2023년 9월 이선균씨를 협박해 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도 별도 기소돼 지난 7월 2심에서 징역 5년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윤씨는 같은 기간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시 강남구 병원 등지에서 김씨에게 필로폰과 케타민을 3차례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윤씨는 지난 2021년 1월 서울시 성동구 아파트에서 지인과 함께 대마초를 번갈아 피우고, 같은 해 6월엔 병원 인근에서 지인을 통해 액상 대마 100만원어치를 산 혐의도 받고 있다.

윤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김씨는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프로포폴 오남용으로 경찰 수사 의뢰를 받은 의료기관의 84%는 일명 ‘강남 3구’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 유아인의 사례를 통해 피부과나 성형외과 시술을 핑계로 프로포폴 오남용 사례가 다수 발생함이 드러난 상황에서 실제로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밀집한 서울 강남구, 서울 서초구, 서울 송파구에서 프로포폴 오남용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흰 가운 입은 마약상
유흥업소에 뿌린 의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현장 점검을 통해 프로포폴 의료 목적 외 사용을 의심, 식약처가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사례는 총 25개의 의료기관이다. 이 중 21곳이 ‘강남 3구’에 위치해 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의료기관이 15곳, 서울 서초구는 5곳, 서울 송파구가 1곳이었다. 그외 적발 의료기관 소재지로는 서울 중구, 부산 해운대구, 경기 성남시와 안양시 등이 있었다.

프로포폴 오남용은 특정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을 보였다. 서울 서초구 소재 A 의료기관에선 프로포폴 오남용 의심 환자 9명과 의사 2명이 적발됐고, B 의료기관에선 프로포폴 오남용 의심 의사만 5명이 적발됐다.

또 수사 의뢰 대상자는 총 51명(환자 19명, 의사 32명)이었는데, 의사 5명은 자신이 직접 프로포폴을 처방, 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 32명 중 22명은 프로포폴 오남용 의심으로 이미 ‘사전알리미’를 통해 경고를 받은 이들이었다.

식약처 측은 “의료용 마약류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가 환자 질병 치료 또는 처치를 위해 다양한 형태로 사용하기에 오남용 여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식약처는 마약류통합정부시스템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오남용 의심 의료기관에 대한 점검 이후 처방의 타당성을 검토해 환자·의사를 수사 의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3년간 서울시 마약류 112 신고 건수의 약 27%가 강남구에서 발생했다. 이에 앞서, 강남구는 자치구 최초로 16개 기관이 참여하는 민관 협력 ‘마약류 및 약물 오남용 예방 공동대책 협의회’를 2024년 5월 출범시켜, 마약류 오남용 예방 교육과 홍보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마약 노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강남구보건소 2층 검사실에서 서울 시민 누구에게나 마약류 검사 키트를 통한 무료 익명 검사를 제공 중이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마약 관련 피해자를 신속하게 발견하고, 나아가 마약중독과 범죄로 확산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흥업과
의료계

강남구 관계자는 “마약과 중독 문제로부터 안전한 강남구가 될 수 있도록 안전망을 구축하고, 공공이 책임지는 대응 체계를 마련해 누구나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구민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본 프로야구선수 에토미데이트 투약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현역 선수가 에토미데이트 투약 혐의로 체포돼 일본 현지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히로시마현 경찰 당국(현경)은 마약류인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혐의로 체포된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내야수 하츠키 류타로를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

하츠키는 지난해 12월16일 에토미데이트를 소량 사용한 혐의로 지난달 27일 경찰에 체포됐다.

하츠키의 주거지에서는 에토미데이트로 추정되는 약물이 담긴 카트리지가 여러 개 발견됐다. 경찰은 현재 해당 약물의 입수 경로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하츠키는 “에토미데이트를 사용한 기억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다만 경찰이 지난달 16일 임의로 소변을 채취해 감정한 결과, 에토미데이트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신인 드래프트 7순위로 히로시마에 입단한 하츠키는 프로로서는 작은 체구를 가졌다. 프로필상 신장이 168㎝다. 그는 1~2군을 오가다가 지난해 74경기 타율 0.295, 17도루를 기록하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히로시마 구단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구단 소속 선수가 이러한 사건을 일으켜 팬 여러분께 큰 심려와 폐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이번 사안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며, 향후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철저히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히로시마 구단은 하츠키의 약물 투약 혐의를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단 측은 하츠키로부터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으며, 그가 체포되기 하루 전날에야 관련 사안을 파악했다고 한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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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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