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아인 마약’ 조폭 상선 추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9.30 10:59:34
  • 호수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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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판매책, 양은이파 출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과거 전국을 뒤흔든 폭력조직 ‘양은이파’ 관계자가 배우 유아인 등에게 마약을 유통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은이파 간부급인 20대 H씨는 이태원 등지서 동성애자를 상대로 마약을 판매한 악명 높은 인물이다. 최근 경기 북부권서 필로폰 300g을 유통하다가 적발된 폭력조직원의 증언을 토대로 H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아인은 지난달 3일, 프로포폴 등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로 기소돼 1심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본인과 검찰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그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케타민, 대마, 코카인, 졸피뎀 등 다수의 마약을 181회 상습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해 1월 공범인 지인과 함께 미국서 대마를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H씨 누구?

현재까지 유아인 등에게 마약을 유통한 공급책은 드러난 바 없다. 양은이파 출신 H씨를 비롯한 이른바, ‘마약 상선’으로 분류되는 마약 도매업자들의 유통 방식은 경찰의 수사망을 손쉽게 비껴간다. 상선은 보안 유지를 주력으로 삼는 텔레그램에 마약 판매 채널을 개설해 ‘드라퍼’(운반책)를 모집하고, 필로폰 등을 산속에 숨겨두는 치밀함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4월 30대 김모씨, 최모씨, 유모씨, 정모씨 등은 텔레그램 ‘K’ 마약 채널서 H씨의 지시를 받아 필로폰 300g(6000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을 유통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을 수사한 전북경찰청 마약수사대 등에 따르면, 전주 출신 1995년생 김씨는 현재 경기도 구리서 활동하는 ‘구리식구파’ 조직원이다. 김씨는 마약 유통에 가담한 고향 친구 4명을 구리식구파에 가입시켜 함께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구리식구파 간부들은 전북 전주서 활동한 ‘월드컵파’ 출신 40~50대들로 구성됐다. 


구리식구파 부두목 이모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김씨가)전주에 친구 4명을 데리고 올라와 열심히 활동하는 야무진 친구”라며 “요즘 누가 식구 생활(조폭 활동)하려고 뛰어들겠나. 사고는 치고 다녀도 마약 팔았다는 얘긴 처음 듣는다. 조폭이 마약 팔았다고 하면 이 바닥서 끝인데…”라고 잘라 말했다.

구리식구파 부두목의 주장과 달리 김씨의 마약 유통 혐의는 명확하게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에 거주하는 김씨는 지난 4월27일 오후 9시경 H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알려준 충남 천안시 천안대로 부근 산책로 수로를 찾아가 땅속에 묻혀있던 필로폰 300g을 수거해 판매할 목적으로 소지했다. 

이 밖에 김씨는 H씨가 알려주는 장소로 가서 마약을 수거한 뒤 은밀한 장소에 다시 숨기는 역할도 했고, 그 대가로 건당 일정액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지인들로 구성된 판매책과 함께 불특정 다수의 매수자들에게 마약류를 판매하기로 공모했다.

통상 100g당 1000만~2000만원의 수익금을 상선으로부터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파 간부 “마약 손댄 조폭은 끝” 
약 팔다 걸린 구리식구파 조직원 망신

지난 5월 체포영장을 받은 김씨는 앞서 붙잡힌 최모씨, 유모씨, 정모씨 등의 증언을 토대로 덜미가 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300g 중 100g을 빼돌려 판매하지 않고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2019년 2월 의정부지검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 외 범죄경력이 총 14건이 있는 중범죄자에 해당한다.

체포영장 압수 물건 목록에는 김씨가 보관한 것으로 추정된 마약류와 텔레그램 메신저 대화, 동영상 자료, 마약 매매 관련 장부, 범죄수익금 연관 통장, 김씨가 스스로 인정하는 운행 차량(렌트카, 대포 차량, 오토바이)의 내비게이션 메모리카드에 저장된 범죄사실 관련 전자정보 등이다.


압수 품목의 기록만 들여다봐도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경찰이 김씨의 범죄 혐의를 특정한 근거는 ‘K’ 마약 채널 운영자들의 증언도 뒷받침됐다. H씨 등이 운영하는 K 채널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앞서 <일요시사>가 지난달 9일 보도한 ‘<단독>회원 2만명 ‘K’ 마약 채팅방 추적’서 설명한 바 있다.

회원 수 2만여명을 보유한 K 채널은 마약 구매, 운반책 모집 등에 이용된 곳으로 국내 마약 산업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필리핀에 필로폰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한인 범죄자들도 수출 과정서 이를 활용한다.

필리핀 외국인 교도소에 수감됐던 한 제보자는 “필리핀 범죄자들이 한국으로 마약을 수출하는 데 이용하는 곳”이라며 취재진에 K 채널을 처음 소개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K 채널의 운영자는 당초 10여명 정도였으나, 절반 이상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체포된 운영진들은 조사 과정서 형량을 낮추기 위해 김씨를 비롯한 드라퍼들의 신상 정보를 경찰에 넘긴 것이다.

상선 H씨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한 제보자는 “원래 H씨는 조양은의 총애를 받던 양은이파 식구”라며 “마약 밀수 혐의가 있는 조양은과 깊게 연루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H씨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양은이파서 파문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H씨는 이태원에 동성애자 등 연예인들과 어울렸고, 유아인과 만나 함께 마약을 했다고 자랑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동성애자를 상대로 마약을 판매하는 H씨는 영업 능력을 인정받아 마약 유통업자들에게 수많은 제안을 받았지만, 과거 마약 유통 혐의로 실형을 살고 나온 뒤 최근엔 경찰에 적발된 바 없다. 자신은 마약을 투약하지 않을뿐더러 양은이파 출신이라는 이유로 마약 조직이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산에 묻은 필로폰 300g 꿀꺽
경기 북부권 유통 조직원 증언

실제로 경찰 관계자는 취재진과 인터뷰서 “H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태원에 동성애자를 상대로 마약을 팔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혐의를 적용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사는 일반인으로 보인다는 게 가장 위험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H씨와 연인 관계였던 한 여성은 취재진에게 “H씨는 박왕열이 아니라 본인이 진짜 마약왕이라고 주장했다”며 “마약 도매업자들 사이서 H씨와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엔 마약 판매를 수치스럽게 생각한 조폭들이 경제력을 상실하는 과정서 대놓고 팔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아인에게 마약을 팔았다고 광고하는 H씨를 비롯한 상선들이 조폭들의 자금줄로 변모한 셈이다.

과거 한국 사회서 마약은 일부만이 사용하는 마약청정국으로 불렸으나, 갈수록 관련 범죄자들이 범람하는 추세다.


대검찰청 집계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사범은 2022년 1만8395명서 2023년 2만7611명으로 증가해 1년 만에 50% 급증했다. 특히, 전체 마약류 사범 중 청소년을 포함한 30대 이하 젊은 층의 비율은 60%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가 마약에 직접 노출돼있다는 얘기다.

외국인은 3153명으로 전체 마약류 사범 가운데 11%를 차지하는데, 이는 2013년의 393명서 10년 만에 8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한국도 세계 최대 마약 카르텔이 판치는 콜롬비아의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2월 해양경찰청은 주한콜롬비아 대사관 대리대사 프란시스코 알베르토 곤잘레스 일행과 면담하고, 해양경찰청의 해양주권 수호 등 업무 소개와 더불어 해상으로 유통되는 마약 범죄 척결에 관한 업무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당시 프란시스코 알베르토 곤잘레스 대사대리는 해양경찰청을 첫 방문했다. 최근 몇 년간 콜롬비아 코카인 검거 사례를 통해 해상으로 불법 밀반입되는 마약의 심각성을 인식하며 해상 유통경로 차단을 위한 국제공조가 절실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함께했다.

진짜 마약왕?

프란시스코 대사는 “현 콜롬비아 대통령은 마약의 유통경로와 현금 흐름을 차단하는 등 지능적이고 종합적인 대응 방안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한국과 콜롬비아 양국의 해상 마약 유통경로 차단을 위해 우호 관계 유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사당국은 마약 유통 지능화에 악용되는 텔레그램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할 전망이다. 앞서 프랑스 정부도 텔레그램 창업자 겸 CEO인 파벨 두로프를 온라인 성범죄, 마약 유통 등 각종 범죄를 방조 및 공모한 혐의로 예비 기소한 바 있다. 보안성을 앞세워 수사에 비협조적인 텔레그램에 수사기관들도 강력히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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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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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