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사망자 마약 부검 내막

대검도 모르는 황당한 제안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경찰을 향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수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노의 불길은 검찰까지 덮칠 전망이다. 최근 일부 검사가 유가족들에게 희생자들에 대한 ‘마약 부검’을 제안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대검은 관련 지침을 내린 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이하 10·29 참사) 유가족은 200명이 넘는다. 이 중 검찰과 경찰의 ‘마약 부검’ 제안을 받은 유가족 수는 한두명이 아니다. 유가족 대부분이 해당 내용을 직접 듣고 거절했으나 일부는 부검 제안을 수용하거나 직접 의뢰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부검 결과를 한 달이 지났으나 통보받지 못한 유가족도 있다는 것이다.

빈소 찾아
의사 묻다

10·29 참사 다음날 광주지검 소속 한 검사는 지역 장례식장을 찾아 유가족에게 희생자에 대한 부검 의사를 물었다. 이 검사는 부검 의사를 전달하면서 사인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마약 피해’ 관련성도 언급했다. 부검을 통해 흉부 압박 때문인지, 마약 때문인지 명확한 사인을 알 수 있으니 참고하라며 해당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 반대로 부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참사 희생자의 동생은 MBC와의 인터뷰에서 “(검사가)‘마약 관련해서 소문이 있는데, 물증도 없다. 부검을 해보시지 않겠냐’(고 했다). 소문에 의존해서 언니를 마약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식으로 말을 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앞서 참사 당일 경찰이 예년과 달리 이태원에 인파 관리 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것을 두고 ‘마약 단속에 집중하느라 그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참사 당일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 인력은 모두 137명이었다. 이 중 마약 단속 및 범죄예방을 위한 경찰은 79명이었다.


용산경찰서는 참사 발생 9분 전까지 대대적인 마약 단속을 예고하는 문자메시지를 언론에 보내기도 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검사가 마약 때문에 부검을 요청한 사실은 없다”면서도 “당시 마약 관련 피해사례가 많이 보도돼 이런 보도 내용을 언급하면서 유족에게 부검을 결정하는 데 참고하라고 검사가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사가 사인을 명확히 하고자 여러 가능성을 설명하던 상황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개인의 마약 투약과 마약 피해 범죄는 검찰의 수사 대상도 아니다. 검찰 지휘부 차원에서 마약 관련 부검을 하라는 지시를 내릴 근거도, 이유도 없다”며 “당시 대검은 최대한 사체를 유족에게 빠르게 인도하고 최대한 유족의 의사를 존중해 부검 여부를 결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다른 검사들은 마약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검의 해명에는 오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요시사>와 만난 유가족들은 광주지검이 아닌 타 검찰청에서도 마약 관련 검사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의정부지검 소속 검사가 (마약 검사)필요성을 언급했다. 유가족을 두 번 죽이냐며 항의했었다”고 말했다.

광주지검 외 수도권 재경지검도 유족에 마약 언급
예외 아닌 경찰 “남부지검에서 얘기 나올 수 있다”

법조인 출신 유가족 B씨도 “부검의 결정 권한은 검사에게 있다. 서초동에 오래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마약을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마약 투약으로 인한 사망 또는 사망자가 관련 범죄가 있는 경우 필요하다면 마약 부검을 진행한다”고 했다.


이어 “대검에서 지침이 없었다는 건 형식적인 입장에 불과하다. 검사 1명이 아니라 여러명이 ‘마약 피해 가능성’을 조사한다며 언급한 건 내부에 그런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B씨는 “10월30일 재경 지검 검사가 장례식장에 와서 언급했는데 마약 얘기부터 꺼냈다”고 주장했다.

마약을 언급한 건 검찰만이 아니다. 서울지역 한 경찰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유가족에게 “마약 관련 언급을 남부지검에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유가족은 부검 제안을 거부했고, 경찰 관계자는 “부검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서와 검찰청은 “마약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대검은 10·29 참사 직후 검찰청에 검시 업무를 수행하면서 희생자의 시신이 유족에 인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한 뒤 유족이 원하는 경우에만 부검을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또 전국 19개 검찰청에서 희생자 158명에 대해 직접 검시를 진행해 유족 인도를 도왔고 유족의 요청이 있었던 3명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부검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부검감정서는 부검 의뢰기관으로 회보하며 회보 기한은 통상적으로 3주 이내, 정밀감정 및 분석이 필요한 이례적인 경우 5주가 걸리기도 한다. 3주 이내에 유가족이 부검 결과를 통보받지 못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과수가 수년 전부터 인력난을 겪고 있어 부검 회보를 포함해 진행 과정마저 느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부처에 따르면 국과수의 시체부검 건수는 2015년 6172건에서 2016년 7772건, 2017년 1만2897건으로 증가했다.

“지침 없었다”
형식적 입장만

국과수 관계자는 “2016년 5월 충북 증평에서 타살이 자살로 처리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경찰이 ‘변사에 관한 업무지침’을 개정하면서 부검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시체부검을 실시해 그 결과를 문서(감정서)로 작성해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에 통보하는데 부검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체부검을 담당하고 있는 국과수의 법의관 인력은 50명도 되지 않는다. 법의관 1명당 1년에 400건 이상 매달려야 한다는 얘기다.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 정원을 53명으로 늘렸지만 정원 공백만 커졌다. 의과대학에서 법의학 교육 외면, 이에 따른 전공자 부족, 법의관에 대한 처우 부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제대로 된 충원이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국과수가 감정서를 작성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3주였던 통상 기간이 최근엔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밀리기도 한다. “인력 부족으로 부검이 지연되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게 국과수 설명이다.

지난해 국과수가 소화한 감정 전체 65만1066건 중에서 DNA 분석 건수는 23만2833건(35.8%)으로 집계됐다. 국과수가 수행한 감정 3건 중 1건 이상은 DNA 분석이었던 셈이다.


국과수의 전문 감정 인력 부족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난제에 직면해있으나 DNA 감정 분야는 타 분야보다 인력난이 극심하다. 1996년 2639건으로 전체 감정 건수의 3.4%에 불과했던 DNA 감정의 비중이 25년 만에 10배 이상 불어났다. 건수로는 23만여건에 달한다.

최근 살인·강도·성폭력 등 강력사건은 물론 절도사건에서도 범죄현장의 증거물에 대한 DNA 감식이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변사·실종자는 물론 아동과 치매노인, 지적장애인 등의 신원 확인 역시 DNA 감정은 빠질 수 없다. 그만큼 과학수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 원주의 국과수 본원을 비롯해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등 지방연구소 5곳, 제주출장소까지 합쳐도 DNA 분석 역량을 갖춘 전문가는 90명뿐이다. 1인당 연간 약 2600건, 주말·공휴일 등을 제외하면 하루에 전문가 1명이 10건의 DNA를 들여다봐야 하는 셈이다.

늦어지는
진행 결과

부검이 지연될수록 결과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지는 모습이다. 2015년 9월 서울 한 종합병원에서 급성담낭염 진단을 받고 복강경 수술을 받다가 상태가 악화돼 사망한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장녀 고 이나미 여사의 외아들 조경서씨는 “부검을 의뢰한 지 70일이 지나서야 부검 결과를 받았는데 결과를 신뢰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10·29 참사 유가족분은 국정조사뿐만이 아니라 특검을 포함한 모든 수단이 동원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6일 경기도 한 모처에서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이지한의 아버지 이종철씨는 “국정조사가 이제야 시작됐지만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게 유가족에게는 분노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면담을 진행한 의원 중 한 위원은 유가족들의 호소 앞에서 졸기도 했다. 또 휴대폰을 계속 만지는 위원, 이야기를 듣다 말고 나가버린 위원 등도 있었다. 이후에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길에 다녀와서 행안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등을 어루만져주는 거, 특수본(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대한 간접적인 압력 아니냐”며 “이 사람은 내 새끼고 내 사람이니까 잘들 처신해라, (이건)윤 대통령이 말해온 공정과 상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여러 번 언론 인터뷰를 진행한 이후 이 장관이 유가족들을 만나보고 싶어한다는 보도를 봤다. 그런데 다 같이 만나는 것이 아닌 따로따로 개개인을 만나자고 한다.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왜 다 같이 만나자고 하지 않나. 행안부가 참사 진상규명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면 뭐냐“고 반발했다.

과학수사 중요성 커지는데 인력난…부검까지 지연
민주당 “진상규명 모든 수단 동원”…특검은 무리수?

실제 행안부가 기자회견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유족에게는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당시 기자회견에선 “이 참사는 초동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일어난 인재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사건”이라거나 “국가에 묻고 싶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가 어디 있었는지, 국가가 뭘 했는지 답해야 한다”는 발언이 쏟아졌다.

앞서 10·29 참사 유가족 협의회 준비모임은 지난 2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 ▲유가족과 협의해 국회 내 희생자 추모공간 마련 ▲유가족이 국정조사 기관 회의 참관할 수 있는 국회 내 유가족 소통공간 마련 ▲유가족 추천 전문위원 임명 및 예비조사 실시 ▲유가족에 국정조사 진행경과 설명 및 조사 자료 제공 ▲ 국정조사 전 과정에 유가족 참여 보장 ▲추모공간·소통공간 등 준비에 있어 협의 선행 요청 등 6가지 요청 사항을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가족의 얘기를 경청하면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예정대로 처리하기로 했다. 또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발의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지난주 본회의에서 표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이 같은 계획은 무산됐다.

먼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는 ‘2단계 전략’이 차질을 빚으면서 당내에서는 바로 탄핵소추안으로 가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왔다. 그러나 탄핵안의 경우 국회에서 의결돼도 헌법재판소로 공을 넘겨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히려 헌재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를 기각할 경우 정치적 역풍이 일 수도 있다. 특히 유가족이 강조한 ‘10·29 참사 특검’ 플랜은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역풍을 맞은 민주당이 특검법 발의 이후 법안 통과를 단독으로 처리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 안팎에서는 지금 당장 10·29 참사 특검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최근에 특검 도입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으나 특검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하는 게 맞지 않겠냐”며 “우선 해임건의안을 윤대통령이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두고 본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특검 가능성
사실상 제로

민주당 재선 의원도 “모든 일을 한 번에 처리하려고 하면 부담이 크다”며 “유가족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면서 논의를 진행 중이고 참사와 관련된 의혹 해소를 위한 법안 발의 준비도 진행 중”이라며 “이 장관 탄핵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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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