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사망자 마약 부검 내막

대검도 모르는 황당한 제안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경찰을 향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수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노의 불길은 검찰까지 덮칠 전망이다. 최근 일부 검사가 유가족들에게 희생자들에 대한 ‘마약 부검’을 제안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대검은 관련 지침을 내린 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이하 10·29 참사) 유가족은 200명이 넘는다. 이 중 검찰과 경찰의 ‘마약 부검’ 제안을 받은 유가족 수는 한두명이 아니다. 유가족 대부분이 해당 내용을 직접 듣고 거절했으나 일부는 부검 제안을 수용하거나 직접 의뢰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부검 결과를 한 달이 지났으나 통보받지 못한 유가족도 있다는 것이다.

빈소 찾아
의사 묻다

10·29 참사 다음날 광주지검 소속 한 검사는 지역 장례식장을 찾아 유가족에게 희생자에 대한 부검 의사를 물었다. 이 검사는 부검 의사를 전달하면서 사인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마약 피해’ 관련성도 언급했다. 부검을 통해 흉부 압박 때문인지, 마약 때문인지 명확한 사인을 알 수 있으니 참고하라며 해당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 반대로 부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참사 희생자의 동생은 MBC와의 인터뷰에서 “(검사가)‘마약 관련해서 소문이 있는데, 물증도 없다. 부검을 해보시지 않겠냐’(고 했다). 소문에 의존해서 언니를 마약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식으로 말을 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앞서 참사 당일 경찰이 예년과 달리 이태원에 인파 관리 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것을 두고 ‘마약 단속에 집중하느라 그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참사 당일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 인력은 모두 137명이었다. 이 중 마약 단속 및 범죄예방을 위한 경찰은 79명이었다.


용산경찰서는 참사 발생 9분 전까지 대대적인 마약 단속을 예고하는 문자메시지를 언론에 보내기도 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검사가 마약 때문에 부검을 요청한 사실은 없다”면서도 “당시 마약 관련 피해사례가 많이 보도돼 이런 보도 내용을 언급하면서 유족에게 부검을 결정하는 데 참고하라고 검사가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사가 사인을 명확히 하고자 여러 가능성을 설명하던 상황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개인의 마약 투약과 마약 피해 범죄는 검찰의 수사 대상도 아니다. 검찰 지휘부 차원에서 마약 관련 부검을 하라는 지시를 내릴 근거도, 이유도 없다”며 “당시 대검은 최대한 사체를 유족에게 빠르게 인도하고 최대한 유족의 의사를 존중해 부검 여부를 결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다른 검사들은 마약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검의 해명에는 오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요시사>와 만난 유가족들은 광주지검이 아닌 타 검찰청에서도 마약 관련 검사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의정부지검 소속 검사가 (마약 검사)필요성을 언급했다. 유가족을 두 번 죽이냐며 항의했었다”고 말했다.

광주지검 외 수도권 재경지검도 유족에 마약 언급
예외 아닌 경찰 “남부지검에서 얘기 나올 수 있다”

법조인 출신 유가족 B씨도 “부검의 결정 권한은 검사에게 있다. 서초동에 오래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마약을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마약 투약으로 인한 사망 또는 사망자가 관련 범죄가 있는 경우 필요하다면 마약 부검을 진행한다”고 했다.


이어 “대검에서 지침이 없었다는 건 형식적인 입장에 불과하다. 검사 1명이 아니라 여러명이 ‘마약 피해 가능성’을 조사한다며 언급한 건 내부에 그런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B씨는 “10월30일 재경 지검 검사가 장례식장에 와서 언급했는데 마약 얘기부터 꺼냈다”고 주장했다.

마약을 언급한 건 검찰만이 아니다. 서울지역 한 경찰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유가족에게 “마약 관련 언급을 남부지검에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유가족은 부검 제안을 거부했고, 경찰 관계자는 “부검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서와 검찰청은 “마약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대검은 10·29 참사 직후 검찰청에 검시 업무를 수행하면서 희생자의 시신이 유족에 인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한 뒤 유족이 원하는 경우에만 부검을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또 전국 19개 검찰청에서 희생자 158명에 대해 직접 검시를 진행해 유족 인도를 도왔고 유족의 요청이 있었던 3명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부검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부검감정서는 부검 의뢰기관으로 회보하며 회보 기한은 통상적으로 3주 이내, 정밀감정 및 분석이 필요한 이례적인 경우 5주가 걸리기도 한다. 3주 이내에 유가족이 부검 결과를 통보받지 못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과수가 수년 전부터 인력난을 겪고 있어 부검 회보를 포함해 진행 과정마저 느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부처에 따르면 국과수의 시체부검 건수는 2015년 6172건에서 2016년 7772건, 2017년 1만2897건으로 증가했다.

“지침 없었다”
형식적 입장만

국과수 관계자는 “2016년 5월 충북 증평에서 타살이 자살로 처리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경찰이 ‘변사에 관한 업무지침’을 개정하면서 부검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시체부검을 실시해 그 결과를 문서(감정서)로 작성해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에 통보하는데 부검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체부검을 담당하고 있는 국과수의 법의관 인력은 50명도 되지 않는다. 법의관 1명당 1년에 400건 이상 매달려야 한다는 얘기다.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 정원을 53명으로 늘렸지만 정원 공백만 커졌다. 의과대학에서 법의학 교육 외면, 이에 따른 전공자 부족, 법의관에 대한 처우 부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제대로 된 충원이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국과수가 감정서를 작성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3주였던 통상 기간이 최근엔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밀리기도 한다. “인력 부족으로 부검이 지연되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게 국과수 설명이다.

지난해 국과수가 소화한 감정 전체 65만1066건 중에서 DNA 분석 건수는 23만2833건(35.8%)으로 집계됐다. 국과수가 수행한 감정 3건 중 1건 이상은 DNA 분석이었던 셈이다.


국과수의 전문 감정 인력 부족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난제에 직면해있으나 DNA 감정 분야는 타 분야보다 인력난이 극심하다. 1996년 2639건으로 전체 감정 건수의 3.4%에 불과했던 DNA 감정의 비중이 25년 만에 10배 이상 불어났다. 건수로는 23만여건에 달한다.

최근 살인·강도·성폭력 등 강력사건은 물론 절도사건에서도 범죄현장의 증거물에 대한 DNA 감식이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변사·실종자는 물론 아동과 치매노인, 지적장애인 등의 신원 확인 역시 DNA 감정은 빠질 수 없다. 그만큼 과학수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 원주의 국과수 본원을 비롯해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등 지방연구소 5곳, 제주출장소까지 합쳐도 DNA 분석 역량을 갖춘 전문가는 90명뿐이다. 1인당 연간 약 2600건, 주말·공휴일 등을 제외하면 하루에 전문가 1명이 10건의 DNA를 들여다봐야 하는 셈이다.

늦어지는
진행 결과

부검이 지연될수록 결과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지는 모습이다. 2015년 9월 서울 한 종합병원에서 급성담낭염 진단을 받고 복강경 수술을 받다가 상태가 악화돼 사망한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장녀 고 이나미 여사의 외아들 조경서씨는 “부검을 의뢰한 지 70일이 지나서야 부검 결과를 받았는데 결과를 신뢰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10·29 참사 유가족분은 국정조사뿐만이 아니라 특검을 포함한 모든 수단이 동원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6일 경기도 한 모처에서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이지한의 아버지 이종철씨는 “국정조사가 이제야 시작됐지만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게 유가족에게는 분노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면담을 진행한 의원 중 한 위원은 유가족들의 호소 앞에서 졸기도 했다. 또 휴대폰을 계속 만지는 위원, 이야기를 듣다 말고 나가버린 위원 등도 있었다. 이후에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길에 다녀와서 행안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등을 어루만져주는 거, 특수본(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대한 간접적인 압력 아니냐”며 “이 사람은 내 새끼고 내 사람이니까 잘들 처신해라, (이건)윤 대통령이 말해온 공정과 상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여러 번 언론 인터뷰를 진행한 이후 이 장관이 유가족들을 만나보고 싶어한다는 보도를 봤다. 그런데 다 같이 만나는 것이 아닌 따로따로 개개인을 만나자고 한다.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왜 다 같이 만나자고 하지 않나. 행안부가 참사 진상규명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면 뭐냐“고 반발했다.

과학수사 중요성 커지는데 인력난…부검까지 지연
민주당 “진상규명 모든 수단 동원”…특검은 무리수?

실제 행안부가 기자회견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유족에게는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당시 기자회견에선 “이 참사는 초동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일어난 인재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사건”이라거나 “국가에 묻고 싶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가 어디 있었는지, 국가가 뭘 했는지 답해야 한다”는 발언이 쏟아졌다.

앞서 10·29 참사 유가족 협의회 준비모임은 지난 2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 ▲유가족과 협의해 국회 내 희생자 추모공간 마련 ▲유가족이 국정조사 기관 회의 참관할 수 있는 국회 내 유가족 소통공간 마련 ▲유가족 추천 전문위원 임명 및 예비조사 실시 ▲유가족에 국정조사 진행경과 설명 및 조사 자료 제공 ▲ 국정조사 전 과정에 유가족 참여 보장 ▲추모공간·소통공간 등 준비에 있어 협의 선행 요청 등 6가지 요청 사항을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가족의 얘기를 경청하면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예정대로 처리하기로 했다. 또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발의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지난주 본회의에서 표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이 같은 계획은 무산됐다.

먼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는 ‘2단계 전략’이 차질을 빚으면서 당내에서는 바로 탄핵소추안으로 가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왔다. 그러나 탄핵안의 경우 국회에서 의결돼도 헌법재판소로 공을 넘겨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히려 헌재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를 기각할 경우 정치적 역풍이 일 수도 있다. 특히 유가족이 강조한 ‘10·29 참사 특검’ 플랜은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역풍을 맞은 민주당이 특검법 발의 이후 법안 통과를 단독으로 처리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 안팎에서는 지금 당장 10·29 참사 특검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최근에 특검 도입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으나 특검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하는 게 맞지 않겠냐”며 “우선 해임건의안을 윤대통령이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두고 본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특검 가능성
사실상 제로

민주당 재선 의원도 “모든 일을 한 번에 처리하려고 하면 부담이 크다”며 “유가족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면서 논의를 진행 중이고 참사와 관련된 의혹 해소를 위한 법안 발의 준비도 진행 중”이라며 “이 장관 탄핵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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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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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