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쿠탄 마약왕’ 관리하는 국정원, 왜?

“범죄자는 범죄자가 잘 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가 국가정보원의 관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송씨가 마약 정보원인 이른바 ‘야당’이었다는 게 골자다. 국정원이 해외 첩보망을 구성하려 정보원과 미팅을 잡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많은 양의 마약을 유통하는 만큼 정보가 많을 수밖에 없다. 마약 정보원들은 이들을 방치하고 있는 게 외교·법무부와 경찰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직원들은 지난해 필리핀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사유는 마약 관련 해외 첩보망 구성. 이들은 현지에 있는 휴민트(인적 정보)와 마약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대부분 교도소 내부에 있는 범죄자다. 이 중에는 ‘비쿠탄 마약왕’ 송모씨와 보이스피싱 1세대이자 경찰 출신 ‘김미영 팀장’ 박모씨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미영 팀장’
직접 면담 진행

국정원 해외 파트 직원들은 간첩·마약 조사 관련 해외 첩보망 구성을 위해 자주 동남아를 방문한다. 대사관 소속 겸 외교관 신분인 국정원 직원이 조사하는 경우가 있으나 법률적 한계로 인해 국내 직원들이 파견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 마약 조사관들은 지난해 네 번 이상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해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송씨, 박씨의 마약 유통 관련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송씨와 박씨와는 직접 면담을 진행했다.

필리핀 이민국 수용소 비쿠탄을 찾은 마약 조사관은 총 3명이다. 이들은 송씨와 박씨에게 “마약 유통 좀 그만해라. 다른 애들과 루트는 어디냐? 누가 제일 많이 관리하느냐”고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쿠탄에 있는 한 재소자는 “지난해 4월과 5월에 왔었고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고 갔다”며 “이미 비쿠탄 수용소 내부에 있는 한국인들은 다 아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마약 조사관과 동석했던 한 재소자도 “수사기관 관계자가 항상 동석하지는 않는다. 필리핀 대부분의 감옥이 그런 곳이다. 박씨와 송씨가 해당 조사관들과 지속적으로 감옥 내에서 통화하고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주장했다.

마약 조사관들은 송씨와 박씨 조직이 이감된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과 비콜 교도소까지 찾아갔다. 지난해 말까지 접촉을 이어간 것이다.

이감된 인물은 박씨와 송씨를 포함해 이들이 관리하던 보이스피싱 관리책 2명으로 총 4명이다. 이들은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보이스피싱 및 마약 공급·유통책을 모집했다. 이 조직은 송씨 주도하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박씨를 영입한 이유로는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 마약범죄 조직의 고질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마약 조사관들이 이들을 찾아간 이유는 필리핀 민다나오 지방이 ‘제2의 골든트라이앵글’이라고 불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1의 골든트라이앵글은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의 접경지역을 말한다. 특히 미얀마 동부 살윈강 동안의 산주 일대서 연간 약 100만t의 아편이 채취되고 아편서 생산된 헤로인이 한때 미국에 유통되는 헤로인의 60%에 달했을 정도다.

마약 조사관 수차례 필리핀 방문 접촉 확인
불법 아닌데…마약범 활용 정보 수집 적절?


아시아 지역에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생산의 40%를 유통하고 있다. 메스암페타민 계열의 야바나 MDMA 같은 합성마약도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은 인근 접경지대인 태국을 통해 탈북하려는 탈북민들의 탈북 경로로도 종종 이용되기도 한다.

이 가운데 일부 탈북민이 마약 노동자로 활동하면서 ‘북한산 마약’을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필리핀 남동부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접경지역인 민다나오가 뜨기 시작했다. 이곳은 각각 흑색·적색경보 지역으로 나뉜다. 흑색·적색경보 지역은 여행금지와 출국 권고 대상 구역으로 흑색경보 지역을 정부의 허가 없이 방문한다면 국내 여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국정원 마약 조사관들은 마닐라를 포함해 민다나오 지역 휴민트와 마약 정보원인 이른바 ‘야당’과 여러 차례 접촉한다. 송씨와 박씨도 정보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야당 출신 인사들의 설명이다.

한 마약 정보원은 “동남아서 한국 유통·공급책은 타국보다 귀하다. 한국 마약값이 동남아보다 10배 이상 비싼 만큼 한국 유통책을 활용하면 더 큰 돈을 만질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당국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만큼 우리도 용돈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료’를 받는다. 많은 양의 마약을 유통하고 있는 한국인이 정보기관과 여러 차례 접촉했다면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유통책과 조직은 돈을 벌고 국정원은 첩보 보고서를 작성하는 형식이다. 그 조직을 잡아내는 건 수사기관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복수의 마약 정보원들은 국정원과 야당 간 공조가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시절부터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원조 야당은 소매치기 조직의 구역관리와 라이벌 소매치기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지하철 수비대에게 수사 정보를 제공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불법과 합법
애매한 선상

한 마약 조사관 출신 관계자는 “드라마처럼 직접 개입하는 일은 거의 없다. 불법과 합법의 애매한 선에 있고, 총을 들고 다니다가 발각되는 순간 외교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정원은 수사 권한이 없기에 예전부터 개입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마약 조사관들이 송씨와 박씨를 활용하는 이유에 관해 ‘큰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다나오 지역의 한 인사는 “필리핀산 마약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 지역은 마닐라 지역과는 다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슬람 과격단체가 테러 자금을 만들기 위해 필로폰 제조 판매까지 했는데 그들의 교관이 북한군이었고, 제조 기술자까지 지원해서 상당 부분의 마약이 퀄리티가 좋았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사실관계 확인 자체를 거부했다.


일각에서는 마약 정보원의 허위 정보에 따른 검찰과 경찰 수사의 문제가 마약사범 봐주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경기도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50대 A씨는 검찰에 의해 억울하게 구속된 바 있다. 지난해 5월, A씨는 자신의 커피숍서 한 택배 상자를 받았다. 발신한 곳은 처음 보는 필리핀 주소지. 택배를 받은 지 30분 뒤, 사복 경찰이 들이닥쳤다.

택배 상자 안에는 필로폰 약 90g이 들어있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지검은 A씨를 필로폰 밀매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필리핀서 보낸 “부탁하신 것 보낸다”는 문자메시지가 정황 증거로 인정된 것이다.

“국익 위한
통상 활동”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 직원 B씨는 친분이 깊던 손모씨에게 실적을 요청했다. 손씨는 국정원서 활동비를 받고 정보원으로 일해온 마약 전과자다. 손씨는 B씨의 요청에 ‘마약사범 근황 파일’을 입수한 후, 여기에서 A씨의 개인 정보를 얻었다.

검찰에 따르면 손씨는 필리핀 마약상에게 A씨의 커피숍 주소지로 필로폰을 보내달라고 연락했다. 필리핀 마약상은 피규어 2개에 필로폰을 나눠 담아 국제우편으로 보낸 뒤, 손씨에게 송장번호를 보냈다. 손씨는 필리핀 마약상이 찍어 보낸 송장 사진을 국정원에 전달했다.


국정원은 해당 첩보를 인천세관에 넘겼고 손씨는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대비해 A씨 앞으로 “부탁하신 것 잘 처리했다”는 문자까지 보내두게 했다.

사건을 들여다본 용산경찰서가 서부지검에 사건을 송치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서부지검은 마약 배달 전, 피해자 주소를 제3자와 주고받은 거짓 제보 증거를 찾아내 손씨를 무고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세 달 뒤 인천지검은 A씨를 석방했다. 허위 제보자이자 국정원 마약 정보원이던 손씨가 서울서부지검의 수사 과정서 체포된 것이다. 마약 정보원들은 정보료와 ‘공적’이라는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위 피고인의 협조가 다른 마약 수사에 도움이 됐다’는 내용의 수사 공적서를 쌓으면 재판서 감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손씨의 2014년 10월 광주고등법원 2심 판결문에는 “피고인이 국가정보원의 정보원으로서 활동한 전력이 있고 중대한 마약 수사에 협조한 공적이 있는 점(중략) 등의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들에 더 한다”고 판시돼있다.

국정원이 마약 정보원들에게 ‘실적’을 요구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 특히 허위 사실이 포함된 정보일 경우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긴다. 범죄자를 활용한 정보 수집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야당’ 공조 체계 40년 “더 큰 범죄 소탕 목적”
마약 피해 지속 불구 법무부 여전한 소극 행정

송씨와 박씨에 관한 국내 송환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한국과 필리핀은 형사사법공조조약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했다. 필리핀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는 한국인을 한국으로 이송하면 좋으나, 현재 수용자 이송 조약은 체결돼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송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에 한해 이송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며 “필리핀 이민국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2년 전과 다르지 않다. 시간이 가는 동안 이송 조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점은 한국 정부의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일부 한국인 범죄자들에 관해 송환신청서를 보내지 않기도 했다.

범죄인 인도는 국제형사사법 공조 활동 가운데 가장 고전적 수단이다. 이는 관할권으로부터 도주한 범죄인은 범죄인 소재지국보다는 범죄 행위지국서 유효·적절하게 재판 또는 처벌할 수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다만 범죄인 인도는 국제법상 확립된 제도가 아니다.

국제법상 의무가 아니므로 조약상 의무가 없는 한 타국의 인도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도 국제법 위반은 아니기에 각국은 인도 여부를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한국 범죄인 인도법은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와도 상호주의를 적용해 인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도 대상이 되는 범죄는 원칙적으로 청구국 영역서 발생한 범죄다. 영해나 영공서 저지른 범죄는 물론, 공해상 청구국의 선박이나 항공기서 벌인 범죄도 포함한다.

범죄인은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거나 유죄판결을 받고 피청구국으로 도주한 자를 말한다. 인도 대상 범죄인은 주로 청구국 국민과 제3국인이다. 인도가 허용되는 범죄는 청구국과 피청구국의 법률로 모두 처벌 가능한 범죄여야 한다.

“경찰이
못하니…”

인도 요청을 거절하는 사유는 의무적 거절 사유와 재량적 거절 사유로 나눌 수 있다. 피청구국서 청구 범죄에 대해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도 의무적 거절 사유다. 박씨와 송씨의 경우 현지서 재판을 받고 있어 의무적 거절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보이스피싱 혐의가 아닌 마약 유통 혐의로 송환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필리핀 정부가 ‘재량’을 근거로 거절할 가능성도 있으나 법무부는 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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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사건 이첩을 막을 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면 자칫 수사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불법 수사로 규정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검찰로 이첩되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쇼핑’ 논란을 자처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정을 믿겠다는 무리수로 해석된다. 수사는 끝났는데…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은 이날까지 총 세 차례나 불발됐다. 앞서 공수처는 구인 시도 첫날인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치만 하다가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전날에는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진료를 받고 오후 9시가 넘어 복귀하면서 무산됐다. 인권 보호 규정상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지난달 15일 첫 대면조사 때부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7차례에 걸친 출석 및 조사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오후 3시쯤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쯤 집행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했던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찰도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비화폰을 통해 군·경찰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기소) 요구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 불법 수사 규정 강제구인도 실패 어쩔 수 없이 이첩…구속 제외 성과 ‘0’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 왔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분위기를 봐가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을 이용해 일부분 협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 단계에선 구치소 방문 조사 등 최소 범위로 응하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공수처와 검찰 모두 법적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으며,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윤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온 것과 대응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협조도 안 했는데 검찰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초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수사해 왔고 그런 검찰에 윤 대통령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일에 출석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해 연장을 신청했다. 판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5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전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18일부터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명을 군검찰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밖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군·경찰 간부들도 조사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후배들이 나설 차례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캐물을 계획이다.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곽·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과 마주 앉아 조사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은 29기, 김종우 차장은 33기다. 수사팀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국정 농단 수사팀서 당시 팀장이던 윤 대통령 지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요인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계와 법조계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조 운영 정황을 포착해 최근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체포조 운영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 여 전 사령관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 선포됐으니까 너희 수사관 100명 우리한테 보내줘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요인 체포조를 위해 조사본부 차원서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에는 방첩사 수사관 50명과 경찰 수사관 100명도 동원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헌재 여론전 윤 믿을 건 친정뿐? 검 “대면조사 필요…봐주기 없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쪽지도 핵심 물적 증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부인했다.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이날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서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한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가도 반납 혐의 다지기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 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중 한 총리를 포함해 최 대행 등 7명을 조사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