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범죄자 놔두는 한국 법무부 필리핀 전 법무수석의 일침

“마약왕? 보내달라고 해야 보내주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국내 마약은 대부분 동남아로부터 유통된다. 중국과 한국 범죄자들이 감옥서 마약을 유통하고 있을 정도로 관리·감독이 허술하다. 법무부는 필리핀 감옥에 있는 1급 범죄자 송환과 관련해 원론적인 입장만 밝혀왔다. 사실상 그들의 범죄 행위를 방치해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정부(법무부)의 대처가 미온적이었습니다. 한국 범죄자와 관련해 적극적인 송환 요청은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살바도르 파넬로 전 필리핀 대통령실 법무수석 겸 대변인이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한 말이다. 그는 한국 법무부가 마약 범죄를 해결할 의지가 있냐고 되묻기도 했다. 법무부의 소극 행정이 마약 범죄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 넘어선
강경 집행

파넬로 전 수석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오른팔’로 알려져 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마약 범죄 소탕 작전의 판을 함께 계획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필리핀 마닐라 모처서 <일요시사>와 만난 파넬로 전 수석은 “각 정부 기관서 비리 의심 대상자 리스트를 만들었었다. 명단에는 일반 공무원을 포함해 시장, 읍장, 법원 직원, 검사까지 포함됐다. 마약 연루 공무원만 1만명에 달해 국가 위기 문제였다. 가만히 놔두면 사회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고 판단됐다”고 말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필리핀 정부는 같은 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집권 초부터 걸었던 강력한 드라이브는 역풍을 맞았다. 민간인을 포함한 필리핀 인구 수천명이 사망했다. ‘인권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했고 국제형사재판소(ICC) 판사들은 성명을 통해 “필리핀 정부의 행동이 합법적 법 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 국가 정책에 따라 민간인을 향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공격이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필리핀 공식 자료에는 2016년 7월 이후 20만건 이상 마약 단속 작전서 최소 6200여명이 사망했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ICC는 사망자 수를 1만2000~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파넬로 전 수석은 “ICC 수사관들의 정보와 증거 수집을 거부했고 입국까지 금지하며 갈등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6년간 이어진 마약과의 전쟁은 국제사회의 지탄으로 이어졌다. 법 절차를 무시한 강경 진압, 체포보다 사살에 방점이 찍힌 검거 작전, 아동 등의 애꿎은 희생과 평생 완치되기 어려운 후유증 등은 인권단체의 표적이 됐다.

수백명의 무고한 죽음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은 여전히 마약 범죄가 판을 치고 있다. 필리핀 인권단체 관계자는 “두테르테 정권이 실질적이고 영향력 있는 마약 조직을 상대로 법을 집행하지 않은 까닭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마약 범죄와 필리핀 정치권은 끊을 수 없는 돈과 인맥으로 이어져왔다”고 말했다.

파넬로 전 수석은 이에 관해 “무고한 죽음이 있었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마약 범죄를 청산하고 싶었고 성과가 없었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서 마약을 소지한 사람과 불법총기를 소지한 사람 중에 누가 더 위험하냐고 물었을 때 필리핀 사람 대부분은 마약이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필리핀에서는 마약 5g 이상 소지한 경우 20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살인죄와 형량이 같은 수준이다.

‘두테르테 오른팔’ 마약과의 전쟁 기획
한국 상황 심각···강도 높은 대처 필요”


마약 5g 소지인 경우 12년~20년의 징역형과 30만~40만페소의 벌금이 부과된다. 마약 5g 이상 10g 미만 소지인 경우 20년~무기징역과 40만~50만페소의 벌금이 부과되며 보석도 금지된다. 마약 10g 이상 소지하다 적발되면 무기징역 처벌을 받게 된다.

처벌 수위가 세지만 마약과 정치권의 연결고리가 끊기지 않는 이유는 뒷돈과 비자금에 있다. 인권단체 관계자는 “필리핀서 굉장히 쉽게 돈을 버는 방법으로 마약 유통과 묵인을 위한 뇌물공여가 손꼽힌다. 실제 법무부 장관이 마약 사건에도 연루됐을 만큼 흔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정부가 지난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당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심심찮게 언급되곤 했다. 마약청정국 지위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서울중앙지검은 특별수사팀까지 꾸렸다. 검찰 안팎에서는 마약 범죄를 청산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도 좋지만 법무부가 유관기관과 협조해 피해자를 위한 정책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수사기관에 근무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국에 마약이 일상화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마약 수요는 폭증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마약 밀수 적발량은 신기록이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325건, 329㎏ 상당의 마약류가 국경 반입 단계서 걸렸다. 적발 건수는 하루 평균 2건에 가깝다. 특히 마약 밀수 적발량은 1년 전보다 39% 늘어났다.

골든타임
놓치면 끝

이는 상반기 기준 최대치로 505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건수는 줄고, 중량은 늘어나면서 건당 적발량(1015g)은 1㎏을 넘어섰다. 한국이 ‘유통 경유지’가 아닌 고수익 판매처로 전락했다는 게 사정기관의 판단이다. 해외보다 훨씬 높은 마약 가격, 지속해서 증가하는 마약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필로폰 1g당 거래가격(지난해 기준)은 한국이 450달러로 미국(44달러), 태국(13달러)보다 훨씬 비쌌다.

적발된 마약의 산지는 미국·태국이 24%(중량 기준), 라오스가 12%, 베트남이 10%를 차지했다. 특히 동남아 국가(아세안 10개국)서의 밀수 적발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78㎏서 올해 상반기 169㎏으로 115% 급증했다. 전체 적발량 대비 비중도 51%로 절반을 넘겼다.

이는 태국과의 합동 단속 작전이 이뤄진 데다 동남아서의 필로폰(야바)·케타민·합성대마 등 마약 공급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파넬로 전 수석은 “통계와 언론 보도를 통해서 한국의 상황을 접했지만 위험하다”며 “골든타임을 놓치면 걷잡을 수 없이 마약이 판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한국인 범죄자들은 감옥서 자유롭게 핸드폰을 쓰고 있다. 필리핀 문틴루파에 위치한 뉴빌리비드(NBP) 교도소가 대표적이다. 뒷돈과 뇌물이 판치는 구조상 옥중 마약 유통은 일상이 됐다.


파넬로 전 수석은 감옥서 마약을 유통할 수 있는 곳이 NBP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쿠탄과 마닐라시티 감옥뿐 아니라 필리핀의 어느 감옥도 옥중 마약 유통서 자유롭지 않다”며 “마피아와 중국 흑사회의 마약 범죄 행위는 필리핀의 오랜 고질적 문제”라고 말했다.

파넬로 전 수석은 “옥중서 마약을 유통하는 이들을 한국으로 송환해야 제2의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필리핀은 형사사법공조조약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했다. 필리핀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는 한국인을 한국으로 이송하면 좋으나 현재 수용자 이송조약은 체결돼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송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에 한해 이송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며 “필리핀 이민국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2년 전과 같다. 시간이 가는 동안 이송조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점은 한국 정부의 소극 행정 탓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법무부는 일부 한국인 범죄자들에 관해 송환신청서도 보내지 않은 바 있다.

여전히 감옥서 국내 들어오는 마약 컨트롤?
송환 안 하나 못 하나 “한국 정부 소극적”


파넬로 전 수석은 “한국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진즉에 송환됐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는 것과는 대조된다. 해결 의지가 있는 게 맞나. 소극적인 대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범죄인 인도는 국제형사사법 공조 활동 가운데 가장 고전적 수단이다. 이는 관할권으로부터 도주한 범죄인은 범죄인 소재지국보다는 범죄 행위지국서 유효·적절하게 재판 또는 처벌할 수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다만 범죄인 인도는 국제법상 확립된 제도가 아니다.

국제법상 의무가 아니므로 조약상 의무가 없는 한 타국의 인도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도 국제법 위반은 아니기에 각국은 인도 여부를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한국 범죄인 인도법은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와도 상호주의를 적용해 인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도 대상이 되는 범죄는 원칙적으로 청구국 영역서 발생한 범죄다. 영해나 영공서 저지른 범죄는 물론 공해상 청구국의 선박이나 항공기서 벌인 범죄도 포함한다.

범죄인은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거나 유죄 판결을 받고 피청구국으로 도주한 자를 말한다. 인도 대상 범죄인은 주로 청구국 국민과 제3국인이다. 인도가 허용되는 범죄는 청구국과 피청구국의 법률로 모두 처벌 가능한 범죄여야 한다.

인도 요청을 거절하는 사유는 의무적 거절 사유와 재량적 거절 사유로 나눌 수 있다. 피청구국서 청구 범죄에 대해 이미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도 의무적 거절 사유다.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은 이미 확정 판결을 받았기에 의무적 거절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살인이 아닌 마약 유통 혐의로 송환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필리핀 정부가 ‘재량’을 근거로 거절할 가능성도 있으나 법무부는 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국제형사과서 몸담았던 한 변호사는 “이민법 위반(체류기한 위반, 밀입국 등)을 적용해 강제 추방시키는 방안이 있지만 위반 사항이 없다면, 국내서 범죄 혐의가 있다는 것만으로 추방 결정은 어렵다. 통상 경찰이 요청하면 강제 추방을 해주는데, 결정은 필리핀 이민국 재량에 달려 있다”며 “박왕열 케이스 같은 경우 경찰이 요청한 이후 수년간 변한 게 없으면 방법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범죄인 인도를 담당했던 한 검사도 “100% 상대국의 판단에 따르기에 한국 정부가 설득을 해야 한다. 고소와 고발 사건 등 자잘한 내용이 아니면 공조 요청을 해서 데려오는 경우도 많다”며 “상대국서 범죄인에게 뒷돈을 받고 풀어준다 해도 강제하거나, 이의제기할 수는 없기에 외교적으로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말로만 송환
립서비스

이어 “범죄인 인도조약은 10년이 걸려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결국 한국 법무부와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압박을 넣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예시로 A씨가 너희 나라에도 피해를 주고 있는 거 아니냐는 식의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넬로 전 수석은 “재량이라고 하지만 한국인 범죄자들이 필리핀에 피해를 주고 있는 정도가 심각하다면 안 보낼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마닐라 = 오혁진 기자 <hounder@ilyosisa.co.kr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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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