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상식 넘어선 박유천

은퇴 번복 후…돈독 올랐나?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어느 하나 진정성 있는 행동이 없다. 끊임없이 거짓말을 이어가고 있다. 대중의 비판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동방신기와 JYJ를 거친 박유천은 ‘거짓말 행보’만 답습하고 있다. 일말의 반성도 없이, 상식을 넘어선 거짓말을 일삼는 박유천의 행동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 박유천 ⓒSBS

“저는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가서 조사를 받더라도 직접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4월10일, 가수 겸 연기자 박유천은 전 여자 친구이자 미스코리아 출신인 황하나를 통해 마약 의혹이 불거지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팬사이트 개설
활동에 시동

자신은 마약한 적이 절대 없고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진해서 대대적인 기자회견까지 할 정도라면 정말 억울한 일일 것’이라는 동정 여론도 형성됐었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열어놓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지 않았던 점은 석연치 않았다. 떳떳했다면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게 관례인데, 박유천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박유천의 어딘가 떳떳하지 못한 행보에, 언론과 여론은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박유천은 경찰 출석 전 겨드랑이 등 일부 부위의 털을 모두 제모했다. 제모하면 마약 검사에서 드러나지 않는다는 설이 있었는데, 이를 굳게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유천은 변호인을 통해 “과거 왕성한 활동을 할 당시부터 주기적으로 신체 일부에 대해 제모를 했다”고 밝혔는데 역시 설득력이 부족한 해명이었다. 

결국 진실이 드러났다. 미처 제모하지 못했던 다리털로부터 필로폰 성분이 검출된 것. 

마약 양성 반응이 나오자 박유천은 “어떻게 체내에 필로폰이 들어갔는지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어느 누구도 속지 않을 황당한 설명을 한 것. 이 발언은 신정환의 ‘뎅기열 사기극’과 클릭비 출신 김상혁이 음주운전 후 언급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와 비견될 정도로 세간의 비웃음을 샀다. 

이 같은 황당한 연극은 그가 구속된 이후에야 끝났다. 박유천은 “나 자신을 내려놓기 두려웠다”며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입만 열면 거짓말, 반성 없는 태도
필요할 때마다 보이는 악어의 눈물

당시 한 연예 관계자는 “박유천은 마약을 투약한 후 걸리지 않게 조치하는 방법을 알았던 듯하고, 실제 그것이 먹힐 것이라는 생각이 짙었다고 본다. 어차피 걸리면 연예계 생명은 끝이고 운 좋게 걸리지 않을 수도 있으니, 여론을 잡기 위해 강력하게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결백하다면서 맹세하는 기자회견을 할 정도면 ‘정말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대중의 심리와 극성 팬덤의 결집으로 인해 경찰이 여론 압박을 받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혹여나 피해갈 수 있을까’라는 심정으로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던 셈이다. 양성 반응이 검출되자 소속사였던 씨제스엔터테인먼트도 즉시 계약을 해지했고, 박유천은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박유천이 멤버로 있었던 JYJ로 출발해 국내 배우들과 대거 계약하며, 연예계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씨제스엔터테인먼트로서는 큰 결단이었다. 거짓말이 모두 드러난 박유천은 강제 은퇴, 곧 연예계 퇴출 상태가 됐다. 

업계에선 박유천이 소속사마저 속이고 기자회견을 열었기 때문에, 계약 해지를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박유천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한 연예계 관계자는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박유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끝까지 책임져 줄 것으로 제안한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박유천이 소속사마저 속이며 기자회견을 감행한 것이다. 스스로 불신을 자초한 것인데,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라고 일갈했다. 

모든 거짓말이 들통난 것은 물론, 소속사와도 연이 끊긴 산 박유천은 지난해 4월 말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지난 7월 열린 1심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서 거짓말 논란으로 인해 애초 밝힌 대로 은퇴했다.

그는 전 국민을 기만한 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사과 발언도 없었다. 심지어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 3일 만인 지난해 7월3일, 동생인 박유환의 SNS를 통해 얼굴을 공개했다. 

박유환은 ‘오늘 방송하지 않고 형과 시간을 보내겠다. 미안하다’며 팬들로부터 받은 편지와 선물에 둘러싸인 박유천의 모습을 공개했다. 대중의 심리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처사였다. 

연예계 퇴출
불성실 태도

그를 향한 비난은 꾸준히 지속됐으나, 이후에는 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 듯 보였으며, 은퇴를 통해 대중에게서도 멀어지는 듯했다. 

데뷔 당시에만 해도 박유천의 이미지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2003년 그룹 동방신기의 믹키유천으로 데뷔한 뒤 그룹 JYJ로 활약할 때까지만 해도 박유천은 순수하면서도 소탈한 이미지였다. 특히 동방신기 탈퇴 후 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대립할 땐 비교적 약자의 위치를 점하며 전투사의 얼굴을 갖기도 했다. 

이후 KBS2 <성균관 스캔들>, MBC <보고싶다>, SBS <옥탑방 왕세자> <쓰리 데이즈> 등으로 꾸준히 성공작을 만들어내면서 스타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옥탑방 왕세자>의 이각 역으로 귀엽고 재기발랄한 매력이 돋보이면서 팬층이 크게 확장되기도 했다.

2014년에는 봉준호 감독이 제작하고 심성보 감독이 연출한 영화 <해무>서 ‘주동식’ 역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당시 봉 감독은 “뛰어난 영화배우를 우리 영화계가 얻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쁘다”며 짤막하지만 굵은 메시지로 박유천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박유천은 <해무>를 통해 2014년 청룡영화상·대종상·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부산영평상 및 2015년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상 등을 비롯, 10개의 영화제서 모두 신인상을 수상하는 대기록을 남겼다.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국내 팬들은 물론 아시아를 아우르는 인기,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인해 그의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하지만 그의 밑천이 드러난 것은 2016년 성폭행 논란에 휘말리면서부터다. 한 유흥업소 종사자가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것이다. 연이어 이와 유사한 혐의로 총 4명의 여성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비록 무혐의로 종결되긴 했지만, 문란한 사생활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무혐의로 종결됐다고 해서 죄가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당시 피해자 중 한 명은 2018년 12월 박유천에게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박유천은 관련 재판과 조정에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고, 서울법원조정센터는 박유천에게 5000만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라는 강제 조정 결정을 내렸다. 박유천은 별도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아 지난해 9월 조정안이 최종 확정됐다.

‘돈에 미친’
갈지자 행보

그러나 박유천은 피해자 측에 배상하지 않았고, 피해자는 결국 지난해 12월 그에 대해 재산 명시 신청을 제기했다. 박유천은 이마저도 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22일에 감치 재판이 열렸다. 감치 재판이란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재산 명시 기일에 불출석하거나 재산목록 제출을 거부한 경우에 이뤄지는 재판이다. 법원의 판단으로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다. 

대중에게 막대하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연예인의 신분임에도, 법 앞에서조차 불성실했다. 당일 취재진이 현장을 찾아 각종 질문을 던졌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정에 들어섰다. 

문란한 사생활을 비롯해 마약 혐의 등 숱한 논란 앞에서 박유천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 적이 없다. 올바르지 못한 행동으로 이미지는 끝없이 하락 중이다. 온갖 비난을 받는 박유천의 귀는 여전히 막혀 있는 듯하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면서 은퇴를 밝혔지만, 그의 진심은 불과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일언반구 없이 은퇴를 번복하더니, 2020년 들어서 ‘돈에 미친 행보’가 시작됐다. 박유천은 올해 1월 태국서 팬 미팅을 개최한 것에 이어 화보집을 발간했다. 화보집은 약 9만원 상당에 달한다. 

아이돌 화보집의 평균 가격은 5만원대이며, 앨범이나 DVD가 포함될 경우 9만∼10만원에 책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박유천의 화보집에는 앨범이 포함돼 있지 않다. A급 아이돌의 화보집에 비해서도 두 배 가까이 비싼 금액이다.

그는 최근 팬사이트를 개설하며,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20일 박유천의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팬 여러분들의 많은 기대와 사랑으로 박유천의 공식 팬사이트가 오픈했습니다. 앞으로 공식 팬사이트를 통해 박유천씨의 좋은 소식과 다양한 활동을 만나보세요’라는 글이 게재됐다. 

박유천은 영상을 통해 “드디어 공식 팬카페를 오픈하게 됐다. 여러분들께서 그동안 많이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모습을 보실 수 있으니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저도 여러분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자주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대중을 기만” 법 앞에서도 불성실한 태도 
여전히 옹호하는 팬들 신중한 판단 필요

이와 함께 유료 팬클럽 모집도 시작됐다. 공식 팬카페 이름은 ‘블루 시엘로’이며, 팬클럽 연회비는 6만6000원이다. 팬사이트 내 연간 회원 콘텐츠 열람, 이벤트 개최 시 팬클럽 선행 판매, 독점 콘텐츠 제공, 팬클럽 회원 대상 한정 이벤트, 공식 가입 MD 등이 연회비를 낸 팬클럽에 주어지는 혜택이다.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팬덤을 갖춘 BTS가 약 2만5000원 상당의 팬클럽 가입비를 받고 있는데 박유천이 제시한 금액이 얼마나 높은 비용인지 확연히 드러난다. 

그뿐만 아니라 팬클럽 가입비는 계좌 이체로만 가능하다. 신용카드 결제로는 팬클럽에 가입할 수 없다. 일각에선 계좌 이체만을 허락한 이유로 현금영수증 발급이나 세금계산서 증빙 등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세금마저 팬들에게 미루겠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팬들의 사랑을 볼모로 값비싼 비용을 요구하는 박유천의 행보에 일각에선 ‘장사치’라는 등의 비아냥도 이어지고 있다.

박유천은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의 상황서 눈물을 흘렸다. 필로폰 투약 의혹과 관련된 기자회견장서 결백을 강조하며 울었고, 지난해 7월 법원서도 선처를 부탁드린다며 울었다. 당시 법원 방청석을 메운 국내외 팬들도 하염없이 울며 선처를 바랐다. 

그러던 그가 언제 그랬냐는 듯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 그의 발언은 이제 허언으로만 들린다. ‘악어의 눈물’ 그 자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동생 박유환 역시 형의 잘못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자신의 트위치 방송에 형을 등장시키는가 하면, 팬 사이트 개설 때에도 ‘축하합니다. 응원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대중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끈끈한 형제애가 오히려 대중의 불쾌감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 같은 행동의 배경에는 해외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에선 워낙 이미지가 추락한 탓에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외국 팬들의 경우 한국서 벌어진 일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박유천이 한국이 아닌 태국서 팬미팅을 개최한 것도 그 근거로 나온다. 국내 팬 중 어차피 자신들을 비난할 사람들은 비난할 것이니, 나를 기다리는 팬들만 보고 가겠다는 심산으로 해석된다. 

진정성 있는 
행동이 없다

박유천을 향한 여론은 냉담하다. 지속적으로 언행불일치를 보이고 있으며,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의 태도도 비치지 않는다. 싸늘한 여론 속에서 복귀가 어려워진 것을 알고 마지막으로 팬들의 돈을 쓸어 모은 뒤 은퇴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가 역대 최악의 연예인 중 하나로 꼽힘에도, 일부 팬들은 그를 옹호하고 있다. 대중을 기만하는 것은 물론 소위 ‘호구’로 보고 막무가내로 돈만 밝히는 박유천에게 응원을 지속하는 것이 양심적으로 부끄럽지는 않은지, 팬들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배너

관련기사

21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