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단독보도> 이후…‘황하나-남양유업 수사’ 비스토리

직접 경찰 찾아간 회장님, 먼지 한 톨 나오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황하나 사건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남양유업이다. 기업 이미지는 실추됐고 관계 종사자들은 울상이다. 남양유업 회장은 ‘황하나 꼬리표 떼기’에 적극적이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고개를 숙이고, 경찰에 휴대전화를 제출하기도 했다.

▲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

지난 4월1일 <일요시사>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과 ‘봐주기 수사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일요시사> 1213호 재벌가라 덮었나?…남양유업 외손녀 황하나 마약 의혹 참조). 황씨는 2015년 대학생 조씨에게 필로폰을 건네고 함께 투약했다. 조씨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황씨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황씨는 대마초 흡연에 따른 기소유예 전력이 있었다. 봐주기 수사 의혹에 힘이 실렸다.

마약 투약
봐주기 수사

<일요시사>는 지난 4월2일 황씨의 ‘경찰 고위인사 인맥 과시’ 정황을 단독 보도했다(본지 1213호 ‘마약 의혹’ 황하나 “엄마가 뒤처리…아빠는 경찰청장 베프”). 수사기관의 비호 의혹이 골자였다.

황씨의 지인은 “황씨가 ‘우리 삼촌이랑 아빠는 경찰청장이랑 베프(베스트 프랜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씨의 외삼촌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다. 황씨를 향한 비판은 곧 남양유업으로 옮겨 붙었다.

남양유업은 곧바로 공식입장을 냈다. 남양유업은 이날 “황씨는 회사 경영과 무관하며, 황씨 일가족 누구도 회사와 관련된 일을 하거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너 일가의 봐주기식 수사 의혹과 관련해 회사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남양유업은 “일부 언론에서 황씨를 고인이 되신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이유로 남양유업과 연관 지어 보도해 회사의 임직원, 대리점주, 낙농가 및 그 가족들까지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씨 개인과 관련한 내용을 남양유업과 결부해 보도하는 것을 자제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지난 4월4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으며 법원은 같은 달 6일 황씨를 구속했다. 황씨는 영장실질검사서 마약 투약 경위에 대해 ‘연예인 지인의 권유’라고 진술했다.

황 마약 사건…불똥 맞은 남양
봐주기 수사? 회사 거론돼 피해

남양유업은 지난 4월8일 두 번째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남양유업은 “최근 그릇된 행동으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황씨가 돌아가신 홍두영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양유업 이름까지 연관돼 소비자 여러분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저희 역시 황씨가 엄정한 수사를 통해 공정하고 강력하게 처벌되기를 바란다”며 “황씨는 물론 그 일가족 중 누구도 남양유업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경영활동과도 무관하므로 남양유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일등 품질의 제품을 위해 노력하는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다시 한 번 소비자 여러분께 황씨 개인의 일탈은 남양유업과는 전혀 무관함을 밝히며 안심하기를 당부한다”며 “남양유업은 지금까지처럼 오직 일등 품질로 보답할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한편 황씨의 연예인 지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가수 겸 배우이자 전 연인이었던 박유천씨였다. 박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마약 투약을 부인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반응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고 결국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같은 달 15일 황씨가 홍 회장을 언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MBC는 황씨의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녹취 내용에 따르면 황씨는 2015년 “누구한테까지 지금 전달됐는지 알아? 남양유업 회장님”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지인에게 “이미 일은 커졌다” “회사와 부모님까지 들쑤셔놨는데 우리 쪽에서 어떻게 나갈 것 같냐”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공식입장 2번
“관련 없다”

경찰은 지난 4월18일 황씨의 마약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 2명을 직무유기로 입건했다. 이들은 당시 서울 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수사관으로 근무했다. 수사관들은 황씨를 단 한 차례도 부르지 않았다. 특히 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대학생 조씨로부터 “황씨가 남양유업 회장의 손녀”라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은 가시화됐다. 황씨가 언급한 ‘회장님’과 재벌 3세라는 배경은 봐주기 수사 의혹에 불을 지폈다. 동시에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거론되기도 했다.

홍 회장은 같은 달 20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자진 출두,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를 받았다. 황씨의 봐주기 수사 의혹과 관련해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의중이었다.

조사 결과 홍 회장의 휴대전화에는 경찰 고위직과의 통화 내역이나 문자메시지가 오간 정황은 없었다. 황씨 가족들의 휴대전화서도 관련 증거는 없었다. 황씨가 언급했던 ‘경찰청장 베프’ ‘남양유업 회장님’은 과시용이었다는 것이다.

황씨는 지난 4월2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황씨는 2015년 5월부터 9월까지 필로폰을 3차례 투약하고, 1차례 매수해 지인에게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또 지난해 4월 의사 처방전 없이 클로나제팜(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약품을 처방한 혐의도 받았다.

지난 6월5일 황씨의 1차 공판이 열렸다. 황씨는 이날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황씨의 변호사 측은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으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같은 날 사과문을 발표했다.

홍 회장은 “최근 제 외조카 황하나가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홍 회장은 “친척이라 해도 친부모를 두고 직접 나서는 데는 한계가 있어, 외조카의 일탈을 바로잡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기만 하다”며 “결국 집안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 제 탓”이라고 자책했다.

홍 회장은 “황하나는 제 친인척일 뿐 남양유업 경영이나 그 어떤 일에도 전혀 관계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일하는 남양유업 임직원과 대리점 및 남양유업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께도 누를 끼치게 돼 참담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간곡히 국민 여러분과 남양유업에 깊은 사죄의 말씀과 용서를 구한다”며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겸손하게 사회적 책임과 도리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나는 아니다”
자진 출두

지난달 17일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기자단에 호소문 메일을 발송했다. 황씨로 인해 종사자 모두가 큰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메일을 통해 “앞서 남양유업 회장이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 바와 같이 황씨는 홍 회장 개인의 친인척일 뿐 남양유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수식어로 관련 없는 회사와 임직원들까지 소비자들로부터 비난받고 있으며 회사의 이미지 실추가 매출 감소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임직원들은 “회사의 위기는 임직원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며, 전국의 남양유업 납품 농가들과 대리점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평생의 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를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정직하게 일하는 남양유업 임직원과 수많은 원유납품농가, 대리점주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황씨는 지난달 19일 2차 공판서도 대부분의 혐의를 시인하면서도 옛 연인이었던 박씨의 일부 진술의 사실관계 재검토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홍 회장 자진 출두, 휴대전화 포렌식까지 자청
수사 결과 ‘관련 없다’…회사도 ‘연관 없다’

황씨의 변호인 측은 “지난 3월 박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던 부분과 관련,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박씨 단독으로 투약했다”며 “지난 4월 수사기관서 제출된 증거자료를 다시 살펴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지난 10일 결심공판서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이날 결심공판서 검찰은 “수차례 필로폰을 매수하고 투약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황씨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황씨는 이날 최후진술에 “잘못된 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과거 잘못을 생각하면 수치스럽지만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눈물을 보였다. 황씨에 대한 결심공판은 오는 1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한편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입건됐던 경찰관 2명은 지난 11일 각각 기소,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박 경위는 직무유기·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2015년 황씨 관련 마약 사건에 연루된 인물 가운데 2명만 소환조사했다. 박 경위는 용역업체 공동 운영자인 A, B씨와 잘 아는 사이였다. 박 경위는 같은 해 9월 B씨로부터 마약 혐의 제보를 받았다. B씨는 자신의 애인 C씨에게서 ‘조씨에게 마약을 건네받아 투약했다’는 말을 들었다. B씨는 해당 내용을 박 경위에게 제보하면서 ‘조씨를 처벌하되 C씨는 선처를 받게 해달라’며 500만원과 함께 청탁했다.

의혹 경찰
검찰 송치

박 경위는 해당 사건을 맡아 조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사건에 연루된 황씨와 C씨 등은 사건을 불기소로 종결했다. 박 경위는 황씨가 남양유업 외손녀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따로 황씨 측과 연락하거나 특혜를 준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하나에 발목 잡힌 남양유업 대리점주

남양유업은 지난달 27일 양재동 대회의장서 대리점 상생회의를 개최했다. 상생회의는 동반성장 실현을 위해 현장의 애로 사항을 공유하고, 분기별 논의 안건을 개선해 영업정책에 반영하는 상생의결 기구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유업계 최초로 대리점 상생회의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6년간 총 21번의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와 임직원, 전국 대리점주 대표, 집행부 등 총 40여명이 모였다. 대리점 복지정책, 영업지원 개선사항 등 대리점 권익 개선안 32건 이행률 성과 발표 이후 황하나 이슈와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한자리에 모인 전국 대리점주들은 “상생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 품질 좋은 제품들이 악성 루머 때문에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남양유업 대리점으로서 당당하게 현장 영업을 하고 싶다” “최근 황씨의 일탈에 마치 회사가 관여된 것처럼 소비자들이 오해해 영업하기 너무 힘들다” 등의 고충을 토로했다.

남양유업 관계자에 따르면 한 경쟁업체 사장은 대리점주에게 비꼬는 말투로 “황하나 때문에 매출 떨어지지 않아요?”라고 묻거나 판촉사원들은 고객들로부터 “마약우유 판다”는 말을 듣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리점주들은 회사가 적극적으로 황씨와의 무관성을 알려줄 것과 회사가 유업계 최초 대리점 자녀 장학금제도나 출산장려금제도 등을 홍보해 이미지 쇄신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남양유업 전국대리점협의회 집행부는 “회사가 안팎으로 힘든 상황서 우리 대리점들도 서로가 믿고 다같이 하나로 나가자”고 강조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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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도 못 뚫은 선관위 방패

감사원도 못 뚫은 선관위 방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지방선거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에 쏟아지던 폭발적인 관심이 사그라들고 있다. 그로 인한 나비효과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정작 핵심은 비껴가는 모양새다. 지난 6월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대형 정치 이벤트였던 만큼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 이미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은 압승으로 국정 운영에 동력을 더하고자 했고,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궤멸 직전에 몰려 있던 보수 진영은 ‘샤이 보수’를 기대하며 유권자에게 읍소했다. 사상 초유 참정권 침해 결과는 절묘했다.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때 판단하는 광역단체장 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16개 시도 중 12곳을 석권했다. 하지만 서울을 내줬고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도 빼앗지 못했다. 선거 운동 초반 16개 시도를 전부 싹쓸이할 것으로 예상했던 상황이라 민주당의 실망은 더욱 컸다. 특히 서울에서의 패배는 뼈아팠다. 이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울시장을 내주면서 중간 평가를 받았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방선거 이후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먹히지 않았고, 지방선거 직전 상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여파가 지지율을 흔들었다. 여기까지는 지방선거 이후 늘 나타났던 여파였다. 문제는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실한 관리로 선거의 근간 자체가 흔들렸다는 점이다.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던 시각,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지가 부족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선거를 총체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사태 이후 선관위의 대응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선관위는 투표지가 부족한 투표소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선관위는 6월5일 투표지를 추가로 송부한 투표소는 67개, 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곳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사흘 뒤인 6월8일 140개 투표소에 추가 투표용지가 송부됐고, 이중 91곳에서 투표지가 부족했다는 발표로 바뀌었다. 3일 만에 각각 거의 두 배씩 늘어난 것이다. 결국 조현욱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졌다. 진상규명위원회는 10일(6월10일~19일)간의 조사 끝에 “선거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 관한 책임 소재에 따라 수사 의뢰를 권고한다”며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수뇌부 등 12명을 지목했다. 채용 비리 의혹·소쿠리 투표 투표지 부족 사태로 민심 폭발 진상규명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당시의 상황을 보면 상급위원회에 대한 신속한 보고 체계가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며 “상급위원회의 지휘권도 전혀 발동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선관위가 투표 시간 연장을 중앙선관위 보고나 논의 없이 결정했으며 송파구선관위가 투표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표를 개시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해체에 가까운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의 과거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휴직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10년여 동안 이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선관위의 존재 의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선거 기간 휴직자의 증가로 인력 공백이 생기면서 ‘소쿠리 투표’ 사건 등 부실 관리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이번 선거에서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차례의 선거 중 휴직자 통계’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당일 선관위 직원 179명이 휴직 상태였다. 휴직자의 71%는 육아휴직(127명), 일반 질병(30명), 가족 돌봄 및 해외 동반 휴직(8명), 유학·병역 및 노동조합 전임자(1명) 등의 사유였다. 특히 최근 4년 새 진행된 다섯번의 선거에서 두 차례 이상 휴직한 직원이 97명으로 집계됐다. 2회 휴직자는 77명, 3회 휴직자는 19명이다. 다섯번의 선거 중 4번이나 휴직한 직원도 있었다. 선관위는 휴직자의 대다수가 육아 휴직자인 만큼 법적 권리를 보장했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공무원법 제71조에 따르면 자녀 양육 및 임신·출산을 사유로 공무원이 휴직을 신청하면 임용권자는 휴직을 명해야 한다. 선관위 직원들의 휴직을 강제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쌓이고 쌓인 국민 분노 하지만 선관위의 항변은 국민의 분노를 꺼뜨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선관위 자체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점을 방패 삼아 각종 문제를 피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관위는 독립성이 생명인 기관이기에 감찰을 받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해도 자체적으로 덮고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던 것이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계기는 선관위의 채용 비리 의혹이었다. 2023년 선관위 전·현직 사무총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의 자녀가 ‘아빠 찬스’를 통해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혜 채용 의혹이 전방위로 번지자 외부 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선관위는 독립성을 근거로 자체 조사를 고집했다.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자 선관위는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조사를 받아들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당시 권익위가 2023년 이전 7년여 동안 선관위의 경력 채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58명의 부정 합격 의혹 등 총 353건의 채용 비리가 적발됐다. 권익위는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적으로 부실채용을 진행한 28명을 고발하고 가족 특혜나 부정 청탁 여부 등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한 312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일각에서는 권익위와 국회 국정조사만으로는 선관위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선관위의 조사 수용 방침 자체가 자신들이 그 범위를 정하는 방향으로 잡힌 점도 논란 거리였다. 결국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 전반을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선관위와 감사원 사이의 충돌이 시작된 지점이다. 독립성만 앞세웠다 실제 감사원의 감사가 이뤄지기까지 선관위의 저항은 상당했다.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자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를 일단 수용하면서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감사원에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를 감사할 권한이 있는지를 다퉈보겠다는 취지였다. 그사이 감사원은 2024년 4월 선관위 내부에 부정 채용이 만연한 사실을 확인하고 비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선관위는 조직 전반에 걸쳐 채용, 인사, 복무 등 관계 법규를 무시하거나 이를 용인하는 행태가 관행화된 상태였다.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자녀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고, 채용 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해 선거철 경력 경쟁 채용을 직원 자녀들이 손쉽게 국가 공무원으로 입직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들여다본 2013년 이후 시행된 경력 경쟁 채용 167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확인된 위반 건수만 800여건에 달했다. 당시 감사원은 “채용 비리와 관련한 사안은 신속한 수사 착수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감사원이 내놓은 결과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판단으로 무위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헌재는 지난해 2월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권한이 없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권한은 행정부 내부의 통제 장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바, 정부와 독립된 헌법 기관인 국회·선관위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감사원이 실시한 직무감찰은 헌법 및 선거관리위원회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헌법상 독립기관’ 내세워 헌재 판단까지 ‘난공불락’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는데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수 있게 되면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본 것이다. 헌재의 판단은 법원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선관위 직원 A씨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견책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감사원은 감사에서 A씨에게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요구했고, 선관위는 징계를 의결, 견책 처분을 내렸다. A씨는 2021년 10월에 발생한 사안에 대해 징계시효 3년이 지난 2025년 3월 징계를 의결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징계시효는 성폭력 범죄 등이 아닌 기타 징계 사유의 경우 3년이다. 다만 감사원이 조사 개시를 통보하면 시효가 정지된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감사 자체가 위법이기에 조사 개시 통보를 시효 중단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인용한 점을 들어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면서 이를 토대로 A씨에 대한 징계시효 3년이 이미 지났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판단은 당시에도 선관위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든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투표지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선관위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특히 투표지 부족 사태는 부정선거 논란으로 이어져 ‘올림픽 공원’ 시위 사태 발생 등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결국 지난달 7일 출범한 선관위 특검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선관위 특검팀(특별검사 이태한)은 지난 7일 출범 한 달째를 맞아 강제수사, 포렌식 검증, 관련자 소환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지 부족 사태를 비롯해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의 해외 출장 유용 의혹, 투표함 입찰 담합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회에 끼친 악영향도 커 특검의 본 수사 기간은 90일이며 필요한 경우 30일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최장 150일 간 수사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일단 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청장 인선 절차가 늦어지면서 선거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은 선관위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특검은 어떨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