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결국 만세 부른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무조건 항복…도망치듯 가업 놨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남양유업 오너 경영이 ‘불가리스’ 역풍으로 57년 만에 막을 내렸다. 새 주인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은 지난 4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했다.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 직원들을 믿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소비자 신뢰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홍원식 전 회장(51.68%) 부인인 이운경씨, 손자 홍승의씨 등 오너 일가 지분 53.08%를 한앤코에 양도했다고 지난달 27일 공시했다. 이들 3명이 보유한 보통주 총 37만8938주를 매각했다. 매각가는 3107억2916만원이다. 홍 전 회장 동생인 홍명식씨 지분 3208주(0.45%)만 남게 됐다. 

3100억에…
헐값 매각

남양유업은 “대금 지급 시점에 최대주주가 변경될 예정”이라며 “변경 후 최대주주는 한앤코 19호 유한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 전 남양유업 회장은 지난달 28일 한앤코에 지분 매각을 발표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홍 전 회장은 이날 오후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오늘부터 남양유업 경영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남양유업 가족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며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남양유업 가족분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고 운을 뗐다.  


홍 전 회장은 “사태 해결을 위한 책임감으로 회장직에서 내려왔으며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했다. 비상대책위원회의 지배구조 개선 요청에 대해 이사회 구성을 투명하게 교체하겠다는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안팎의 따가운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고 그동안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기업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남양유업 직원이라고 당당히 밝힐 수 업는 현실이 최대주주로서의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안타까웠다”며 “한편으로는 제 노력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오로지 내부 임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회사의 가치를 올려 예전처럼 사랑받는 국민기업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며 “이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는 고심끝에 저의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불가리스 역풍’ 57년 만에 막 내린 오너 경영 
“경영정상화 한계” 일가 지분 사모펀드 매각

그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남양유업 가족분들과 함께한 지난 45년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눈물이 앞을 가로막는다. 언젠가는 남양유업 가족분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며 “앞으로 남양유업과 가족분들의 건강과 건승을 위해 조용히 응원하고 기원하도록 하겠다. 감사하다. 그리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1964년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이 세운 남양유업은 1967년 국내 처음으로 조제분유인 ‘남양분유’ 출시를 계기로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우량아 선발대회’ 등 마케팅에 힘입어 ‘국민 분유’란 타이틀까지 달 정도였다.

이후 1991년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 출시에 이어 맛있는우유GT, 이오, 임페리얼, 아인슈타인, 드빈치 치즈 등 매년 스테디셀러 제품을 내놓으며 한때 국내 식품업체들이 꿈꿨던 매출 1조원 시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홍 전 회장은 1974년 기획실 부장으로 입사, 1977년 남양유업 이사에 오르며 경영에 참여했으며 1988년부터 1990년까지 부사장을 지냈다. 1990년부터 2003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으며 2003년 회장에 올라 최근까지 남양유업을 이끌었다.

남양유업과 홍 전 회장은 악화된 여론을 되돌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매각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양유업은 2013년 본사 직원이 대리점 직원에게 폭언하며 물량 밀어내기를 했다가 적발돼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당시 영업사원 욕설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연이은 구설수
경영포기 선언

이후 남양유업은 국내 유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불매운동 직전인 2012년 매출은 1조3650억원이었지만, 8년 만인 지난해 9489억원으로 30.5% 감소했다.

특히 2019년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돼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황씨는 2019년 7월 마약 투약 혐의로 수원지법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기간 또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지난 1월 구속됐다.

지난해엔 홍보대행사까지 써서 경쟁사 매일유업 등을 향해 ‘우유에서 쇠맛이 난다’ ‘우유 생산 목장 반경 4㎞에 원전(원자력발전소)이 있다’는 등 비방 댓글을 달아 문제가 됐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사태로 1964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13일 발효유 ‘불가리스’ 코로나19 예방 효과 연구결과를 발표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세종공장은 운영 정지 위기에 처했다. 

홍 전 회장은 지난달 4일 불가리스 파문으로 회장직에서 자진해서 내려왔다. 당시 그는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최근 사태 수습을 하느라 (사퇴)결심을 하는데 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나날을 만들어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 번 믿어주고 성원해주길 바란다”고 눈물의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과에도 돌아선 소비자 마음을 되찾지 못했다. 남양유업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구축해 지배구조 개선에 노력했다. 홍 전 회장 어머니인 지송죽 여사와 첫째 아들인 홍진석 전 이사는 등기이사에서 사임했지만 ‘오너 리스크’ 여파는 계속됐다.

파킹딜 가능성?
사실상 희박


이번 지분 매각으로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 일가는 지난 1964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남양유업 경영에서 사실상 물러나게 됐다.

다만 홍 전 회장의 동생 홍명식씨가 보유한 0.45%의 지분은 양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관심을 끈다. 

홍명식씨가 보유한 지분이 많지 않지만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주주로서 권리를 유지했다. 이 같은 구조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홍 전 회장은 이사회 구성원으로, 동생 명식씨는 주주 자격으로 남양유업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

업계는 홍 전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지 얼마 되지 않아 속전속결로 매각이 추진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동안의 잇단 악재와 논란 속에 굳건히 지켰던 지배력을 일순간 포기하는 데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거래를 두고 ‘파킹딜’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 전 회장으로는 불가피하게 지분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지만 향후 재인수를 염두해뒀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거래 구조에 비춰봤을 때 이 같은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번 매각과 관련해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홍원식 전 회장 일가가 지분을 매각한 이후 되사거나 할 수 있는 조건이 전혀 담기지 않은 클린세일(Clean-sale) 거래로 알고 있다”며 “만약 우선매수권 등의 조건이 담겨 있다면 주주 간 계약 공시에 관련 내용이 일부 언급됐어야 했지만 이 부분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갑질, 황하나…잇단 악재로 추락
구조조정 움직임에 직원들 불안

실제 한앤코가 한국타이어와 함께 2014년 미국 비스테온그룹으로부터 인수한 한온시스템 인수·합병(M&A)은 ‘한국타이어 측이 한온시스템의 매각을 추진할 경우 한앤코 측의 보유 지분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이 공시 내용에 언급돼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온시스템 매각이 결정됐지만 한국타이어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도 “남양유업 딜은 여론 악화와 불매운동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기업 펀더멘털이 극도로 훼손된 상황에서 벌어진 오너의 경영 포기와 구주 캐시아웃(Cash-Out)으로 보는 것이 맞는다”고 설명했다.

홍 전 회장의 남양유업 이사회 존속 여부는 이 같은 논란을 불식할 수 있는 재료로 여겨진다. 홍 전 회장이 지분 매각 이후에도 이사회에 남을 경우 한앤코 측과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릴 수 있다.

한편 경영권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남양유업 직원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매각으로 오너 중심의 제왕적 지배구조에서 벗어나게 된 점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사모펀드 특성상 고강도 경영 쇄신에 대한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직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이날 남양유업은 기획마케팅·영업본부, 전산보안팀을 총괄하는 수석본부장 직제를 신설했다. 미래전략·경영지원본부는 대표이사 직속 체제로 유지했다.

신임 수석본부장은 김승언 전 기획마케팅본부장이 맡는다. 김 수석본부장은 생산전략본부장 겸 건강한사람들 대표를 역임했으며 기획본부장, 기획마케팅본부장을 거쳤다. 조직개편과 함께 상무보로 승진했다.

이는 지난 2월 정기인사 이후 3개월 만의 조직개편으로, 기존 대표이사가 관리하던 주력 부서를 분리해 독립성을 보장하고, 조직 문화를 쇄신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김 수석본부장이 남양에서 오래 근무한 ‘남양맨’인 만큼 한앤코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직원들 긴장
한앤코 견제?

조직개편까지 이뤄진 현재, 남양유업 사내에서는 조만간 구조조정이 실시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또 매각 주체인 한앤코와 남양유업 오너 일가 모두 고용 승계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불안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배너

관련기사

2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