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왕’ 박왕열 수감 필리핀 교도소 가보니…

“데려가라, 한국서 처벌받고 싶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한민국의 마약청정국 지위를 되찾겠다.” 마약범죄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밝힌 대검찰청의 입장이다. 검찰이 칼을 빼들었으나 마약사범은 오히려 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마약사범들은 대마초, LSD, 코카인, 필로폰 등을 투약하거나 유통한다. 특히 매년 동남아시아로부터 수십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이 들어오고 있다.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린 텔레그램 닉네임 ‘전세계’ 박왕열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는 수년간 수십억 상당의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해왔다.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범인인 박왕열은 필리핀에서 거물로 알려져 있다. 본래 참치 유통 등의 사업을 하던 인물로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박왕열의 마약 조직인 ‘전세계 그룹’이 약 50억 상당의 마약을 팔아왔다고 결론냈다. 최근 <일요시사>는 필리핀 현지 취재를 통해 박왕열이 메트로 마닐라 문틴루파에 있는 뉴빌리비드 교도소(NBP)에 수감된 사실을 확인했다.

상당한
영향력

NBP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 외곽에 위치한다. 수감자의 43%가 살인 및 신체적 상해 관련 범죄로 수감돼있다. 특히 연쇄살인범과 마약계 거물 등도 포함돼있다. 이들 대부분이 20년형 이상을 선고받은 재범 범죄자들이다. 이외에도 20년 미만의 복역자를 수용하는 중간 보안시설, 형기를 마치기 직전이나 70세 이상 고령자 및 아보 교도소를 수용하는 최소 보안시설 등 3개 구역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11월 기준 수용된 인원은 29000여명이다. 이상적 수용인원이 65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인구 과밀화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0명도 되지 않는 필리핀 법무부 산하 수정국 간수들이 낮 동안 출입문을 통제하는 것 외에 별다른 조처에 나서지 않는다.

NBP는 일반적인 감옥과는 다르게 재소자들이 교도소 내에서 물건을 사고팔거나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고립된 범죄자 마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현지 교민들은 NBP 재소자가 돈만 있으면 내부에서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2014년 NBP를 급습한 필리핀 수사기관은 마약은 물론 140만 페소(3354만4000원) 상당의 현금과 스트립바, 최고급 욕조, 에어컨 시설 등을 발견했다.

마약·납치조직 등 강력 범죄조직 두목들이 사용하는 ‘교도소 단지 빌라’에는 몰래 들어오는 스트립 댄서를 위해 전용 무대와 드럼, 기타 등을 갖춘 소형 콘서트 무대도 발견됐다. 고급 주류 등이 가득 들어찬 방에서는 로렉스, 파텍필립 시계와 루이뷔통 지갑 등 고가 명품과 달러화 뭉치까지 들어 있었다. 욕실 바닥과 벽은 대리석으로 치장됐고 고급 욕조에는 평면 TV까지 설치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NBP는 마약 밀매 교도소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9년 당국 묵인하에 지어졌던 가건물에서 마약과 흉기는 물론 TV, 전기 프라이팬, 아이스크림 제조기 등 가전제품과 현금 뭉치, 자위 도구, 건설장비 등이 트럭 짐칸을 가득 채울 만큼 발견됐다.

재소자들은 밀반입한 물품 사용을 숨기려 불법 구조물들을 지었고 영향력 있는 재소자들이 교도소 직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무려 NBP 직원 353명이 직위해제됐다.

마닐라 외곽 악명 높은 ‘NBP’ 투옥 확인
징역 60년 선고 후 불법무기 소지 재판 중

2016년 10월에는 NBP에서 북한산(産) 마약이 거래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마약 유통을 담당한 장기수 제이비 서배스천은 필리핀 하원이 개최한 청문회에서 NBP에 들어오던 마약의 60~70%가 북한에서 온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교도소 내에 있는 중국인 범죄조직이 외부 중국 조직과 연계해 마약을 교도소 안에 들여와 판다고도 언급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 내 마약 사용이 확산하면서 이외에도 북한산 마약이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로 밀수출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2015년에도 한 영국인이 북한산 히로뽕을 태국과 필리핀을 거쳐 미국으로 반입하려다 적발된 바 있다. 미 국무부가 2016년 발표한 ‘2016 국제 마약통제전략보고서’에도 지난 1970년대부터 2004년까지 북한 관리들이 마약 밀매에 관여한 사건들이 있었다.

박왕열은 2016년 필리핀에서 3명의 한국인을 살해한 후 필리핀 현지 경찰에 체포됐지만 두 번이나 탈옥에 성공했고, 2019년 말 자취를 감췄었다. 전세계 그룹이라는 마약 조직은 국내에도 수십명의 총책과 판매책이 활동했다. 경찰에 이미 붙잡힌 전세계 그룹 관련자만 20명이 넘는다.

경남지방경찰청 수사로 전세계 그룹이 유통한 마약의 규모는 확인된 것만 50억원 정도다. 하지만 적발되지 않은 것이 훨씬 많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법무부는 뒤늦게 검거된 박왕열의 국내 송환을 추진했으나, 그가 필리핀 대법원에서 살인 혐의로 최근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NBP 내부에서 박왕열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NBP 직원 대부분이 그를 알았고 마약·살인 전과가 있는 거물급 재소자들과 인맥을 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소자 43%
살인·마약범

마닐라의 한 모처에서 만난 NBP 관계자는 “NBP는 악명 높은 교도소다. 내부에서 칼에 찔리거나 총에 맞아 죽는 사람보다 병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아 얼른 치우지 않으면 시신이 부패하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필리핀에서도 유명한 마약 거물급 인사들이 박왕열을 알고 있다. 그가 탈옥에 두 번 성공했어도 여기서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세 번째 탈옥을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 걱정되는 게 있다면 돈의 유혹에 넘어가는 직원들”이라고 말했다.

재소자들이 NBP 직원들에게 로비와 스폰 등을 통해 탈옥을 시도하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필리핀은 사법 관리와 체계가 선진국에 비해 허술한 편에 속한다. NBP와 같은 교도소에 근무하는 교정당국 관계자들은 한 달에 20000~30000페소(한국 돈으로 50~60만원) 밖에 벌지 못한다.

그러나 징역 20년 이상을 선고받은 재소자 중 마약 조직 보스급에 해당하는 인물들은 NBP 직원들이 버는 돈의 10배가 넘는 금액으로 로비를 일삼는다. 이 같은 로비 행위가 수년간 이뤄지다 보니 매년 NBP에서 비위행위로 직위가 해제되는 직원들도 있다.

경찰이 파악한 박왕열의 마약 유통 규모가 50억원인 만큼 NBP에서 로비 행위를 일삼는 데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불법무기 소지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박왕열이 사선 변호사를 선임한 사실도 확인했다.

필리핀의 한 현지 교민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붙잡힌 이후로 돈이 없을 줄 알았는데 사선 변호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필리핀에서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상당히 많은 돈이 든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현지 교민들은 유통과 카지노 사업에 실패했던 박왕열이 상당한 돈을 모을 수 있었던 건 마약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죽지 않은 존재감 과시
거물급 재소자들과 친분


박왕열이 지난 2020년 초까지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 전국으로 유통하며 매달 최대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동남아에서 보낸 마약은 국제택배, 인편 등을 통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다. 특히 퀵서비스나 고속버스 수화물 등을 이용, 서울과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지역에 있는 중간판매책들에게 전달됐다. 이후 중간판매책들은 서울과 대구, 울산, 포항, 김해, 양산, 부산, 대전, 논산, 수원, 의정부 등 여러 곳에 마약이 뿌려졌다.

<뉴스타파>는 한 마약범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왕열이 한 달에 유통하는 필로폰이 약 60kg이라는 증언을 확보하기도 했다. 과거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다른 마약범도 박왕열이 한 달에 30kg이 넘는 마약을 유통한다고 주장했다.

필로폰은 나라마다 도매가가 다르다. 한국은 타국보다 도매가가 수십배 높은 편이라 마약 유통 경유지로 악용된다. 앞서 국정원과 경찰은 끈질긴 추적 끝에 2018년 8월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던 마약사범을 체포했고, A씨가 거주하던 서울 소재 임대주택에서 필로폰 90kg(시가 3000억원 상당, 300만명 동시 투약분)을 압수했다.

조사 결과 A씨가 국내에 밀반입한 필로폰은 총 112kg이었고, 이 중 22kg은 일본 야쿠자 조직을 통해 국내 마약 조직에 판매됐다. 국정원과 경찰은 판매된 필로폰의 유통경로를 추적해, 국내 마약 조직인 대구 거점 ‘성일파’ 총책 등 9명을 추가 검거했다.

감방 내부
VIP 대접?


국정원은 일본 야쿠자·대만 삼합회 등 국제 범죄조직들이 한국 마약 시장을 고수익 사업으로 인식하고, 국내 마약 밀반입·유통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한 마약류는 1295kg으로, 2020년 321kg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154kg의 마약을 적발했던 2017년과 비교하면 8배 이상 폭증했다. 통상 필로폰의 1회 투약량은 0.03g이다. 쉽게 말해 430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뜻이다.

박왕열이 판매했던 필로폰은 당시 시가로 1g에 60만원 가까이 됐다. 한 달에 유통한 마약이 최소 30kg이라고 가정한다면 약 200억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이다. 수수료를 뗀 마약 판매 수익률이 절반이라고 해도 박왕열의 손에 들어가는 자금은 한 달에 최소 50억원이 넘는다.

<일요시사>는 박왕열과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 NBP를 찾아 접견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NBP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박왕열은 교도소에서 거물급으로 분류된다. 지금도 여전히 로비하고 마약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접견 요청은 본인이 거부하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왕열은)차라리 한국에 가고 싶어 한다. (박왕열에게 직접)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데려가라, 한국에서 처벌을 받고 싶다고 전해 들었다”고 알렸다.

경찰은 마약범죄 수사에 위장 수사기법 도입을 검토 중이다. 경찰청은 최근 도박과 함께 마약범죄 위장 수사 법제화를 위한 판례와 해외 사례, 부작용, 법령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9월24일 개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 가능한 위장 수사의 범위를 넓히는 조치다.

마약 유통 수익 수백억대…사선 변호인 선임
마피아 인맥 통해 여전히 판매망 관리 의혹도

윤희근 경찰청장은 취임 후 일선에 배포한 ‘23대 경찰청장 전략과제 및 주요 정책과제’ 문건에서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한 위장 수사를 마약류 및 불법 도박 수사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지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위장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한 적은 없고, 성범죄 때문에 도입됐는데 마약도 한 번 해보면 어떠냐는 의견 제시로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라며 “실무에서는 오히려 수사를 어렵게 한다는 우려도 있어 말 그대로 검토단계”라고 한발 물러섰다.

경찰청은 영화 <신세계>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마이 네임>처럼 마약 조직에 일원으로 잠입해 수사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본다. 우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부 위장 수사를 법제화하는 정도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도 경찰은 일반인인 척 마약상에 접근해 범행 현장을 잡는 기회 제공형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현재 진행 중인 위장 수사 법제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청장이 취임 이후 언급한 마약범죄 위장 수사 필요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언급돼왔다. 유통 과정이 지능·고도화돼 검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유통경로 인터넷·SNS와 다크 웹·가상자산을 이용한 사례는 각각 2544명과 832명이다.

다만 단순히 검거 건수 증감 통계만으로 범죄가 팽배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마약범죄 수사 경험이 있는 한 경찰 간부는 “수사팀이 열심히 하면 건수가 많아지는 것일 뿐 만연하다고 볼 수 없고, 줄어든다고 일을 안 한다고 비판받을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언더커버 수사
검토 나선 경찰

그러나 판매책 검거는 두드러지게 감소해 지능·고도·익명화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실이 경찰청 등에서 받은 서울지역 마약사범 검거 인원에 따르면 2019년 951명으로, 2020년에는 668명이 검거됐다. 지난해 420명으로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는 164명이다.


필리핀 마닐라 = 오혁진 기자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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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