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온 나라가 슬픔과 분노가 들끓었고, 참사의 책임소재를 놓고 들썩인다.
수많은 희생이 있었기에 당연히 그 책임소재를 명확히 따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나기 피하기 식의 분풀이나 화풀이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비슷한 참사가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문제의 근본 원인이 규명돼야 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사람들은 경찰의 안이한 판단과 무책임을 질타한다. 경찰은 주최나 주관이 없어서였다고 주장한다.
가장 근원적인 원인을 찾는다면 경찰은 물론이고, 정부와 국가,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팽배한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안전에 충분히 민감했다면, 일어날 수 없었던 참사였기 때문이다.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이제라도 ‘안전인지 감수성(Safety Awareness/Sensitivity)’에 민감해져야 한다.
그렇다면 글자만큼 그렇게 자기-설명적이지는 않은 안전인지 감수성이란 낯선 용어는 무엇을 뜻할까. 대중은 ‘인지(Awareness)’라고 하면 일시적인 캠페인이나 간헐적인 사회운동이나 활동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안전인지 감수성은 통상적인 인지의 개념과는 전혀 다르다. 안전인지 감수성은 모든 사람, 모든 기관이 언제나 가져야 하는 일관적이고 지속적이고 영속적인 깨달음이어야 한다.
당연히 여기서 안전이란 물리적, 직업적, 자연적 재해와 재난은 물론이고 사회적 위험과 재난, 재해까지 함축한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임무가 시작되기 전에 누군가가 다치거나 재산상의 손상을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하는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저런 매뉴얼이나 규정, 규칙이나 정책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특히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의 최일선에 있는 경찰 조직은 정책, 규정, 규칙 들을 제대로 인지한 상태에서 안전을 우선해 모든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결국 안전인지 감수성이 안전을 최우선하는 사회를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안전인지 감수성이 일상화되면 개인과 기관의 습관이 되고, 습관이 확대되면 하나의 문화가 되는 셈이다. 그것이 바로 ‘안전 문화(Safety Culture)’인 것이다.
안전인지 감수성이 높은 사회일수록 안전에 대한 인식이 곧 안전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안전인지에 민감하지 못한 실정이다. 충분한 안전인지 감수성을 갖췄더라면 주최·주관이 있건 없건 매뉴얼에 있건 없건 안전제일, 최우선의 안전문화와 안전인지 감수성으로 충만한 경찰이 처음부터 질서유지와 안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우선으로 행하지 않았을까.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