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 우회전?’ 국힘 앞 두 갈래 길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8.04 12:05:12
  • 호수 15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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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양다리 이중 행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당 대표 경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의힘 경선은 5자 대결 구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서 발표된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위의 중징계 결정은 후보들의 주장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는 22일 진행될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은, 유력 후보였던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달 24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5자 구도로 정리되고 있다.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진영에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동혁 의원이 출마했고, 찬탄(탄핵 찬성) 진영에선 조경태·안철수 의원이, 중립지대에선 주진우 의원이 출마했다. 이 외에도 장성민 안산시 갑 당협위원장과 양향자 전 반도체특위 위원장도 출마를 선언했다.

김문수
선두권

<뉴시스>는 여론조사 업체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조 의원이 23.5%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김 전 장관(16.8%) ▲안 의원(10.7%) ▲장 의원(9.1%) ▲주 의원(4.2%) ▲장 위원장(2.0%) ▲양 전 위원장(1.6%) 순으로 확인됐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선 김 전 장관이 34.9%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장 의원(19.8%) ▲조 의원(11.0%) ▲주 의원(8.8%) ▲안 의원(8.0%) ▲양 전 위원장(2.8%) ▲장 위원장(1.7%) 순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엔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각각 80%와 20% 비중으로 합산 반영될 예정이다. 한 전 대표의 불출마 이후 조 의원의 지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김 전 장관이 선두를 달리고, 조 의원·안 의원·장 의원·주 의원 순으로 추격하는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 5월 발생한 대선후보 교체 사태를 주도했던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양수 전 사무총장에 대한 당원권 정지 3년 징계를 지난달 25일 결정했다. 당무감사위가 밝힌 징계 이유는 “경선으로 선출된 대선후보를 절차 없이 강제로 교체하려고 한 것은 명백한 당헌·당규 위반”이란 것이었다.

이 징계는 윤리위서 다시 심의한다. 윤리위가 징계를 유지하더라도, 재심을 거쳐 취소할 수 있고, 최종 결정은 최고위원회가 맡는다. 만약 중징계가 확정되면, 두 사람은 차기 총선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도 행사할 수 없다.

밀어닥친 광풍에 어떤 맞바람 선택?
후보 교체 시도 중징계…인적 청산?

당무감사위는 권성동 전 원내대표 징계는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일준 당무감사위원장은 “다른 비대위원과 달리 특별히 책임질 만한 행위를 한 일은 없다고 논의됐다”고 밝혔다. 반면 권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의적이고 편향된 결정”이라며, “나도 함께 징계에 회부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 위원장의 ‘내가 봐준다’ 식 자의적 면죄부 뒤에 숨지 않겠다”며 “표적 징계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권 전 비대위원장도 “반드시 바로잡힐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런 파당적인 결정을 주도한 사람들이야말로 반드시 합당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반발은 유 위원장이 친한계 인사로 분류되고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명 중 2명만 징계하려는 당무감사위의 의도를 놓고, 일각에선 “지역구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권 전 비대위원장과 무게감이 미약한 이 전 사무총장을 정리하는 선에서 조용히 마무리하려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권 전 비대위원장은 5선 의원이지만, 지역구 서울 용산서 총선을 2회 치렀고, 각각 890표와 6110표 차이로 어렵게 승리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지역구(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 기반이 탄탄한 3선 의원이지만, 지명도가 낮다. 따라서 권 전 원내대표에 대해선 “징계 대상에선 제외하되, 조용히 고사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다만 윤리위가 징계를 확정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여상원 중앙윤리위원장은 권 전 위원장이 재임 중 임명했고, 두 사람은 서울대 법대 동기다.

이들에 대한 징계는 다시 친윤(친 윤석열)계와 친한(친 한동훈)계의 갈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다만 당 대표 경선을 앞둔 현 상황에선 당권 주자들이 각자 지지층 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갈등 암시

당무감사위는 김 전 장관에 대해선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 경선 당시엔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처럼 약속해놓고, 대선후보 확정 후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들었다. 이에 대해 유 위원장은 “태도를 바꿔서 다수가 배신감을 느낀 건 사실이고, 비난받을 여지도 다분하다”면서도 “단일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당헌·당규상 처벌 규정이 없어서 넘어가기로 했다”는 결정 이유를 밝혔다.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당원 투표서 부결돼 성립되지 않았다. 두 사람에 대한 징계가 확정되면, 김 전 장관은 공식적으로 피해자 입지를 굳힌다. 한 전 대표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난 대선후보 경선 당시 가장 어려웠던 상대를 피할 수 있게 돼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졌다.

그렇다고 김 전 장관이 두 사람에 대한 징계 여파를 확대하려고 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김 전 장관이 대선후보 지위를 지키는 과정엔 친한계 의원·당원들이 결집해 당원 투표에 참여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고, 한 전 대표의 불출마로 부담을 던 김 전 장관으로선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

아울러 김 전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 독재 저지’를 당 대표 출마 명분으로 삼고 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반대 세력을 모두 아우르는 빅텐트를 구성해 대정부투쟁을 한다”는 비전을 제시한 입장에서 굳이 양 계파가 소모적으로 갈등하는 상황을 추가할 필요는 없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서 “일당 독재를 막고, 당이 어려울 때 하나로 단합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지금은 이재명 정부의 ‘총통 독재’를 저지하는 게 제1의 혁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무감사위의 징계 결정에 대해서도 “따지고 보면 나는 승자였고, 사건 당사자들도 자기반성을 하면서 개선 방안을 생각했을 것”이라며 “꼭 칼질할 필요도 없고, 당원의 민주적 역량을 통해 이미 해결된 일”이란 의견을 밝혔다.

또한 전한길씨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선 “전씨가 나름대로 역할을 잘 해준다면 당에도 좋은 일”이라면서, 자신에게 득이 되면 됐지, 해가 되진 않는 일이란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국민의힘 밖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광복절 1천만 집회’를 목표로 ‘자유마을 대회’ 전국 집회에 나서고 있다.

전씨와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도 전 목사와 따로 광복절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 전 장관으로선 경쟁 관계인 두 세력을 양손에 쥐고, ‘보수 빅텐트’의 수장으로 등극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얽히고설킨
5자 구도

다만 김 전 장관은 당내 혁신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단 맹점이 있다. 김 전 장관은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했던 5대 개혁안에 대해서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적이 있다. 김 전 장관의 구상은 국민의힘 내 강경보수 성향 당원들에겐 환영받을지 몰라도, 지방선거 등 선거서 국민의힘의 혁신 여부를 지켜보는 중도층 유권자를 설득하기엔 역부족으로 느껴질 위험이 있다.


반대로 조경태 의원은 현재 당 대표 후보 중 인적 청산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1월 공조수사본부의 윤석열 당시 대통령 체포 시도 때 서울 한남동 관저 근처에 모여 체포 저지를 시도한 국민의힘 의원 45명에 대한 인적 청산도 공공연하게 주장한다.

조 의원은 지난달 22일 당 대표 출마 선언 이후 대구를 방문해 강력한 혁신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자 ▲전 목사 추종 세력 ▲윤 어게인 추진 세력 등과의 절연을 주장했다. 아울러 “의원 45명도 청산의 기본”이라며, “우리 당서 먼저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만약 조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돼 실제로 인적 청산을 시도하면, 분당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차기 총선은 오는 2028년 진행된다. 국민의힘 대표 임기는 2년이어서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 차기 대표가 인적 청산을 시도할 경우, 그 도구는 제명·출당이다. 조 의원도 “체포 저지를 시도한 의원 45명은 제명하거나 나가주셔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45명을 제명·출당시키면, 이들은 제명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있다. 소송을 제기했다고 해서 제명 효력이 바로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45명 중 15명은 대구·경북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고, 11명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이들 중엔 지역구 기반이 매우 탄탄해서 일명 ‘언더 찐윤’으로 분류될 만한 의원들도 많다. 이들을 제명·출당하면, 국민의힘의 지역 기반 자체가 흔들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전신 한나라당 시절 공천권을 매개로 한 인적 청산을 시도했으나, 공천 탈락자들이 탈당해 창당한 민주국민당·친박연대 등과 경쟁하는 홍역을 치렀다.

또한 조 의원은 현재 진행되는 3대 특검(내란·채 상병·김건희)에 대해서도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필요한 특검은 진행해야 국민적 의혹이 해소된다”라며 “내란에 동조했거나 관여했던 세력이 있다면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당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인적 청산 시도의 명분을 다지고 있다.


빅텐트냐 인적 청산이냐
두 가지 선택지⋯어디로?

조 의원은 지난달 27일엔 안철수 의원을 상대로 “당의 혁신에 뜻을 같이하는 혁신 후보끼리 손을 맞잡아야 한다”면서 혁신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이는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김 전 장관에 대한 견제구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안 의원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안 의원도 조 의원과 비슷하게 인적 청산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안 의원의 인적 청산은 조 의원의 주장보다 폭이 좁다. 일단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직 사퇴 당시부터 인적 청산 범위를 ‘쌍권(권영세·권성동)’으로 좁혔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서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후보 바꿔치기 미수에 대한 조치는 쇄신의 시작이자 최소한”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의 관심은 당 대표 당선 이후 진행할 혁신 작업과 지방선거 승리에 집중돼 있다. 안 의원은 지난달 21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서 “내 얼굴로 지방선거를 치르면,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다”며 “내가 가진 중도 확장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서, 우리가 총선서 이길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고위원 명칭을 부대표로 바꾸고, 최고위원회의를 대표단 회의로 바꾸는 등 당 대표가 되면 추진할 혁신안을 구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윤희숙 혁신위원장의 주장과 겹치는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동혁 의원은 김 전 장관보다 더 강경한 보수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장 의원은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서 당 차원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이유로 ‘선거 패배’를 잡았다. 장 의원은 “선거 패배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한번 한 후, 하나로 뭉쳐서 제대로 대여 투쟁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당으로 거듭나는 게 진정한 쇄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씨에 대해서도 “탄핵 국면 당시 열심히 싸웠던 사람들의 발언 중 당의 입장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고 해서 극우 몰이를 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의 당 대표 출마 이유는 김 전 장관과 비슷하게 ‘빅 텐트 구성’으로 요약된다.

지난달 21일엔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과 특검법에 찬성한 조 의원과 안 의원을 겨냥해 “내부 총질자들에 의해 당이 온통 극우 프레임에 빠지고 있다”며 “반드시 당 대표가 돼 당과 당원을 모독한 자들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진우 의원의 당 대표 출마에 대해선 “갑작스럽다”는 평이 돌아다닌다. 주 의원은 김민석 총리가 후보자였을 당시 김 총리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등 국민의힘서 홀로 검증 공세를 주도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선 강득구 의원을 필두로 주 의원의 병역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등 주 의원을 집중 공격했다.

일각에선 주 의원의 당 대표 출마에 대해 의구심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달 23일 “주 의원이 특검 수사를 피해 도피성 출마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재직 당시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채 상병 순직 사건 경찰 이첩은 보류됐다. 이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알려진 사실이다.

최고위원?
부대표?

한 전 대표 불출마 이후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구도는 갑자기 재편됐다. 후보 5명 모두 각자의 의견에 따라 정국 구상을 밝히고 있지만, 불어닥칠 수많은 바람을 모두 잠재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서도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정리를 시작했다. 이들이 일으킬 맞바람의 방향은 정해진 것 같다. 대여 투쟁을 위한 빅텐트와 과감한 인적 청산, 국민의힘은 무엇을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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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