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태원 대참사 ‘열었더라면…’ 해밀톤 지하통로의 비밀

사상자 줄일 대피로 있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일어나지 말아야 할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이태원에서 핼러윈 데이를 즐기기 위해 나온 청년 156명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수많은 인파가 몰린 이태원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밤 10시가 지나면서 웃음소리는 비명으로 변했고 상황은 아비규환이 됐다. 대다수의 사망 원인은 압사였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골목길. 근처에 있던 이들이 대피를 도왔다면 사상자가 줄지 않았을까? <일요시사>는 해당 골목길 근처에 대피로로 쓰일 수 있던 해밀톤 호텔의 통로에 대해 알아봤다.

이태원 유명 술집인 ‘프로스트’는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골목길 대각선에 위치한다. 프로스트 맨 오른쪽에는 한 문이 있다. 이 문과 골목길 사이의 거리는 멀지 않다. 해당 문은 해밀톤 호텔 1층인 로비와 연결된다. 그러나 이 통로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존자들은 이 통로를 알았다면 다치지 않고 살아남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웃음이
비명으로

지난달 29일은 토요일이었다. 핼러윈 데이를 미리 즐기기 위해 나온 인파는 10만명이 넘었다. 사고는 프로스트와 또 다른 술집인 ‘와이키키 비치펍’ 사이 골목길에서 발생했다. 수십명이 원활하게 다니기도 힘든 비좁고 경사진 골목길이었다. 희생자 상당수가 20대였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목격자 진술 및 소방당국과 경찰 발표를 종합하면 압사사고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15분쯤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건물 옆 너비 3.2m, 길이 40m 경사진 골목에서 발생했다. 해밀톤 호텔 뒤편 클럽 골목에서 내려오는 인파와 호텔 앞쪽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쪽 도로변에서 올라오는 인파가 좁은 골목에서 마주치며 물러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진행한 한 생존자는 “100명이 왔다 갔다 하기도 힘든 좁은 골목이다. 한두 사람씩 넘어지자 위험을 직감한 사람들이 ‘뒤로! 뒤로!’ 소리를 질렀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숨도 쉬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프로스트와 와이키키 외에도 유명 라운지 바와 술집이 모여있어 해당 골목길 위는 이른바 ‘이태원 핫플레이스’라고 불린다. 이곳으로 진입할 수 있는 골목은 세 군데가 더 있다. 이들 골목은 모두 내리막길이고, 한 골목은 사고가 난 골목만큼 좁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 바로 옆에는 와이키키 비치펍이 있다. 와이키키 비치펍은 1층 (124.36㎡)과 2층(129.94㎡)을 합쳐 총 254.3㎡다. 몇 발자국 옆에는 해밀톤 호텔 별관으로 알려진 이태원 최대 규모 라운지클럽 프로스트와 ‘글램 라운지’가 있다.

별관 1층은 프로스트가 사용하고 2층은 글램 라운지가 사용한다. 둘을 합쳐 825.6㎡로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가장 큰 라운지클럽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 골목이 끝나는 정면에는 ‘아틀리에(220.88㎡)’가, 좌측에는 ‘파운틴(257.91㎡)’이 위치한다.

유명 술집이 사실상 한곳에 모여있다고 할 수 있다. 멀지 않은 거리에 있기에 한 곳에만 머물러 술을 마시는 사람도 거의 없다. 대부분의 청년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놀기 좋은 곳과 분위기가 괜찮은 술집을 찾는다.

이태원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한 인사는 “핼러윈 데이가 아닌 불금·불토인 날에도 세계음식거리에는 항상 사람이 많다. 라운지 바와 클럽 가드들이 줄 서는 사람이 많을 때면 강하게 통제하진 않지만 ‘가드라인’을 칠 정도”라고 말했다.

와이키키·프로스트·파운틴 등 라운지 바 밀집 지역
통행하는 사람에 줄서기 수백명 정체로 급포화상태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라운지 바와 술집은 불금과 불토보다 사람이 많은 핼러윈 데이임에도 불구하고 ‘가드라인’을 치지 않았다. 제대로 된 통제를 하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 곳에 몰려있는 술집과 라운지 바에 사람들이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는 줄이 길어진 것도 문제라고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소방방재학과 A 교수는 “한 곳에 몰려있는 술집과 라운지 바에 대기하는 사람이 수백명이었고 대기 줄이 길어지면서 인구가 이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정체현상을 불러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른 교수도 “시간이 지날수록 이동하기도 어려운데 더 많은 사람이 한 곳으로 집중돼서 터진 사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참사 당일 이태원에 있던 사람들은 세계음식거리가 사실상 포화상태가 된 것이 밤 9시부터라고 입을 모은다. 9시30분이 넘어가자 부상자가 나오기 시작했고 거리에서 119에 신고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사상자가 속출한 골목길 외에도 세계음식거리에서부터 숨이 막혀 의식을 잃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특정 인물들 5~6명이 “밀어!”라고 언급한 것 외에 또 다른 참사의 원인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A 교수는 “여러 사람이 거리에서부터 숨이 막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면 경사진 골목길에 있던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깔리는 원인이 됐다고 할 수 있다”며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다. 의식을 잃은 사람 수십명과 제대로 걷지 못하는 부상자들끼리 엉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참사 생존자와 목격자들은 부상자들이 와이키키와 프로스트 등에 들어갈 수 없었고 라운지 바와 술집 직원으로 추정되는 가드들이 오히려 밀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이들은 손님을 받았고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이들을 외면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사진을 보면 와이키키 내부에는 부상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한 생존자는 “11시쯤이었다. 다들 패닉 상태였고 살려고 하는 사람이 많았다. 와이키키뿐만 아니라 여러 술집과 식당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일부 술집은 가드가 밀쳤고 사람들이 들어올 수 없도록 막았다. 하지만 사람들을 구출하려 애쓰는 가드나 직원도 계셨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밤 9시부터
지옥의 시간

라운지 바와 술집 직원 및 가드들이 부상자와 사람들에게 포화상태 지역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피로를 안내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그러나 그들은 사람들에게 대피로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프로스트 맨 오른쪽 끝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해밀톤 호텔 1층 로비로 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그러나 이 통로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취재 결과 사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한 밤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해당 문 안에는 사람이 많았으나 해밀톤 호텔 로비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프로스트 직원들이 해당 통로로 대피하라는 안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해밀톤 호텔 관계자도 “언제나 열려있는 문이고 핼러윈 데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는 사람만 다니는 통로다. 참사 당시에 그 통로로 대피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B씨도 “직원들이 경찰이나 소방당국 관계자들에게 길만 비켜줬지, 어디로 가면 더 빨리 나갈 수 있다고 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프로스트 직원들과 가드들이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을 도우면서 심폐소생술(CPR)에 나섰다는 주장도 많았으나 이들은 대형참사를 피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큰 음악 소리로 인해 사상자가 속출하는 상황을 몰랐거나 비명을 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

또 패닉 상태였다고 가정하면 상황 판단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렇다 해도 이들이 내부에 있는 사람들을 해당 통로를 통해 대피시킨 이후 부상자들을 적극적으로 안으로 들였다면 많은 사상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해밀톤 호텔 관계자들도 해당 통로를 사람들에게 안내하지 않았다. 물론 이들을 안내해야 하는 법과 규정은 없다. 하지만 경찰과 소방당국의 조치 이전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은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해밀톤 호텔 관계자는 “현재 경찰 수사에 협조하는 단계는 아니다. 자체 조사가 진행 중이고 조사가 끝나면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며 “지금은 공식적으로 어떤 걸 언급하거나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참사와의
인과관계

‘늑장 대응’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경찰은 사고의 법적 책임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사상자가 속출한 골목길 위에 있던 일부 시민이나 와이키키 일부 직원이 참사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형사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 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는 사고 당시 일부 시민이 앞 사람을 고의로 밀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SNS에서는 사고가 난 골목길에서 오르막 쪽에 있던 일부 시민이 ‘밀어 밀어’라고 외치며 앞 사람을 고의로 밀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경찰은 현재까지 감식한 것과 인근 CCTV, 사고 기록 영상 등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이다.

앞 사람을 밀어 대열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뒤엉키는 연쇄작용이 일어났다면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사람들이 뒤엉켜 인명피해까지 나는 상황을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사고가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사람을 미는 행위 자체가 법적으로 폭행으로 볼 수 있기에 폭행치사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민 사람과 ‘밀어’라고 외친 사람을 특정하기 어렵고 참사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피 안내를 하지 않거나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막은 술집 직원과 가드들, 이른바 ‘방관자’에 대한 처벌도 어려울 전망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남을 구조하지 않았을 때 처벌하는 ‘착한 사마리아인법’은 국회에서 몇 차례 도입이 논의됐지만 모두 무산됐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담는다. 하나는 ‘응급상황에서 사람을 구조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것’과 나머지 하나는 ‘응급처치를 했는데 처치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처벌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프랑스나 폴란드 독일 스위스 등에서는 이 법을 시행 중이다.

호텔 술집, 안내 안 하고 방관했나
손님 받기에 몰두? 부상자 안 들여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가드들이 잘못했다고 볼 수 있지만 법적으로 잘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들어오는 사람들이 영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막았다면 처벌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부작위에 의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보증인 지위라는 것이 필요하다. 호텔과 술집 직원들이 압사사고 발생을 예견하고 대피시켜야 할만한 보증인 지위에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현직 판사도 “과실치사·폭행치사상 등의 혐의를 적용한다 해도 참사와 피의자 행위의 인과관계가 얼마나 논리적이고 명확한지가 중요하다”며 “수사기관이 수집한 증거와 법리적 검토를 종합한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지만 이번 사건 같은 경우 무혐의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참사 당시 용산소방서 구조대는 오후 10시17분에 출발했으나 수만명의 인파를 뚫고 들어가기 버거워 현장에 접근하기도 힘들었다. 어렵게 접근한 이후 구조대와 시민들이 깔린 사람들을 빼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수십명이 엉켜있어 구조가 어려웠다.

한 생존자는 “사람들이 넘어지고 층을 이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상황이 12시(자정) 전까지 지속됐다. 10시 반이 넘어가면서 사람들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해 의식을 잃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사고 현장에서 곧바로 사망 판정을 받은 이들만 45명이었다.

이번 참사를 두고 기본적 안전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던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당국은 안전 인력 증원 등 추가 조처를 하지 않았다. 특히 경찰은 마약사건·성범죄 대비 명목으로 137명을 배치했고, 용산구청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거나 도로 통제 등을 요청하지 않았다.

안전담당 인력 배치와 교통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기도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사고 현장에 투입된 구급 차량은 143대다. 서울에서 지원된 54대를 제외하고도 경기남부 24대, 경기북부 25대, 인천 10대, 강원 10대, 충북 10대, 충남 10대가 지원됐다.

소방당국은 최초 신고를 받은 후 3분 만에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지만 경찰이 교통통제 등을 위한 대규모 인력 투입을 서두르지 않았다. 구급차들이 1시간가량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하자 소방당국은 경찰청에 교통통제를 참사 당일 밤 11시에 요청했다. 관할서인 용산경찰서가 아닌 서울청 차원의 기동대 일부가 투입돼 현장을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자정이 가까워서다.

방관자 처벌
사실상 불가

경찰이 상황을 안일하게 봤다는 정황은 이날 공개된 112 신고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사고 당일 오후 6시30분께부터 119에 사고 발생 신고가 접수되기 직전인 10시11분까지 경찰은 “압사할 것 같아 통제가 필요하다”는 신고를 11차례 받고도 4차례만 현장 출동했다. 특히 사고 한 시간 전인 9시부터 접수된 신고에는 대응조차 하지 않았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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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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