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조경태 의원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8.11 11:07:38
  • 호수 15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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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나가라는데 뭔 말이 필요한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조경태 의원은 당선 후 진행할 인적 청산에 의원들이 저항할 가능성에 대해 “국민께서 나가라고 하시면 나가야지, 뭔 말이 많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대표에 대해선 “정 대표를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다룰 수 있어 충분히 잘 견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민의힘 6선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은 당 대표 경선 관련 국민 여론조사에선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반대로 당원 여론조사에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밀리고 있다. 당 대표 선거엔 당원 투표가 80% 반영되고, 국민 여론조사는 20% 반영된다. 이에 조 의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당원이 집단 지성에 의해 합리적·전략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은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 혁신이 연이어 좌절됐고, 전한길씨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등 극우화 논란이 발생했다. 부산 시민은 이 흐름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부산 시민은 굉장히 정의롭다. 부산서 당의 이미지가 안 좋아지고 있다. 정의로운 부산 시민은 물론, 많은 국민께서도 당의 현재 모습을 일컬어 “이 당은 못 쓰겠다. 해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지적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이하 12·3 사태)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는 사과·반성하면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가까운 분 중 책임지는 사람은 단 1명도 없었다.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이런 당은 처음 봤다. 국민께서도 실망하셨을 텐데, 특히 부산 시민께서 굉장히 화가 많이 나셨다.

-그런데 전씨는 당 대표 후보자 면접을 공언했고, 김 전 장관과 장동혁 의원은 전씨 등 강경 보수 유튜브들의 방송에 출연했다.


▲출연한 사람들이 더 문제다. 국민의힘은 극우 세력과 완전히 절연해야 한다. 극우 세력과 손잡는 정치인은 국민의힘서 퇴출당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정통 보수 정당이다. 헌법·법치주의를 준수하고, 경제 성장·사회 안정을 이뤄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12·3 사태를 위헌·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윤 어게인’을 이야기하면서 위헌·위법을 옹호하는 사람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한 의원이 있다면, 퇴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당원 중에도 ‘윤 어게인’에 동조하는 세력이 있다. 그분들은 당원 자격이 없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분들도 자유통일당으로 가시든지, 극우 정당을 새로 창당하시면 된다. 더는 정통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을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각에선 “쌍권(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을 쌍전(전씨·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으로 대체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그런 얘기도 들린다. 부정 선거론자·윤 어게인 주창자·전 목사 추종자 등은 국민의힘을 나가주시길 바란다. 나가지 않으면, 제가 당 대표로 당선된 후 이들을 솎아낼 것이다. 그래야 온건 보수·중도층이 국민의힘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인적 청산 대상 현직 의원들
안 나가면 더 큰 창피당할 것”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기까지, 조경태 의원과 한 전 대표의 관계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다.

▲저와 한 전 대표는 정치적 지향점이 상당히 일치하고, 국가·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같은 정치적 동지라고 본다. 한 전 대표는 12·3 사태 당시 누구보다 빨리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노력했다. 만약 그분이 안 계셨다면, 국민의힘은 내란 당이 될 수 있었다. 그 상황을 막은 분이다. 우리 당의 아주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한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 전까지, 안철수 의원과 한 전 대표에게 혁신 후보 단일화를 제의했다. 왜 단일화가 필요한가?

▲혁신 후보 중 당 대표가 나오지 않으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정당 해산 협박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누가 됐든, 혁신 후보 중 1명으로 단일화해서 당 대표가 나와야 당이 정상적으로 갈 수 있다.

-단일화가 성사돼 단일 후보가 당 대표로 당선되면, 국민의힘 운영과 관련해 함께 머리를 맞댈 가능성이 있는지?

▲그렇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고,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당으로 바뀔 것이다. 공당은 국가·민족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사조직은 사사로운 정의·이익을 위해 존재한다. 국민의힘은 공당이다. 사조직이 돼선 안 된다. 그런 취지서 넓게 봐주시면 좋겠다.

-국민 대상 여론조사서 당 대표 적합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선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 당 대표 경선은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가 8:2 비율로 안배된다. 당원의 표심을 얻을 방법은?

▲민심과 당심은 같이 가야 한다. 그런데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크단 것이 확인된다. 결국 국민의힘이 비정상이란 것이다. 하지만 제가 전국 당원들을 만나보니, 당원들도 민심을 좇아 국민 여론의 높은 지지를 얻는 사람에게 시선을 둬야 당의 미래가 있다고 판단하시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원들이 집단 지성에 의해 합리적·전략적인 선택을 할 것이다.

-공조수사본부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당시 이를 저지하려던 국민의힘 의원 45명을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어 “특검 수사 종료 전까지 이들을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청산 방법은?

▲당 대표가 되면, 100% 일반 국민을 모셔서 인적 쇄신 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다. 공모를 통해 모신 분들께서 제명·출당 대상자들을 선정할 것이다. 국민께서 “45명 중 특히 주동한 사람이라서 국민의힘을 나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시는 사람 중 위원회가 토론을 거쳐 명단을 만들 것이다. 45명 전원이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저는 거기까진 안 간다고 본다. 그 외엔 징계·사과 등 조치가 이어질 것이다.

이를 통해 명쾌한 인적 쇄신이 이뤄져야 혁신이 시작될 수 있다. 반대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면 10%대의 낮은 당 지지율을 극복할 수 없다. 의원 107명을 모두 안고 10%대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머물지, 의원이 90명대로 줄어들더라도 45% 이상 지지를 얻을지, 선택지가 부여된다면, 후자를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전자엔 미래가 없고, 후자엔 미래가 있다.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면 안 된다. 국민의힘은 공당으로서 국가·국민·민족을 생각해야 한다. 개인에게 사사로운 이익을 챙겨주는 정당은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인적 청산을 하려다가 분당 사태·개헌 저지선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건 아주 어리석은 생각이다. 예를 들어,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17명을 선정해 내보내면 90명이 남는다. 이 17명이 이재명 대통령의 개헌에 찬성하겠는가? 남은 90명보다 더 강성이라서 이 대통령과 상극이다. 90명과 17명은 이 대통령의 개헌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일차원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의원 107명이 있는 거대 정당의 지지율이 왜 10%대에 머무르겠는가? 국민 대다수가 우리 당을 외면하고 있단 의미다. 이런 정당에 무슨 희망이 있나? 조경태는 그들보다 훨씬 더 정치력이 뛰어나다. 저는 강력한 인적 쇄신을 통해 이 당을 좀 더 깨끗한 정통 보수 정당으로 만들 것이다.


-그들이 인적 청산을 수긍하거나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를 위해서라도 저항할 것 같은데….

▲제가 나가라고 하는 게 아니라, 국민께서 나가라고 하시는 거다. 국민께서 나가라고 하시면 나가야지, 뭔 말이 많겠는가? 국민께서 그들의 명단을 박제하면, 더 큰 창피를 당할 것이다. 아마도 그전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거라고 본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부터 총선서 3연속 패배했다. 이로 인해 수도권 의석을 많이 잃었다. 수도권서 국민의힘이 다시 관심·지지를 얻을 방법이 있다면?

▲제가 당 대표로 당선되면 된다. 제가 당선되면, 중도층으로 외연이 확대된다. 수도권엔 합리적 중도층이 많다. 그분들에겐 조경태 같은 당 대표가 필요하다.

“12·3, 누군가는 사과·반성·책임져야”
“국힘 해산? 정청래, 민주당이나 신경 써”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선언했다. 최근 진보 진영에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극우로 규정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하려는가?


▲그런 프레임을 확실히 깰 수 있는 사람도 조경태밖에 없다. 극우 세력과 손잡은 후보가 당 대표로 당선되면, 그 당은 극우 정당이 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주장이 현실이 되지 않으려면, 이번 전당대회가 대단히 중요하다.

-미래통합당 시절부터 있었던 일부 의원들의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하 5·18) 폄훼 발언도 국민의힘 극우화 논란에 영향을 준 것 같은데…

▲민주주의 DNA가 부족해서 그렇다. 5·18 관련 망언을 하는 의원들은 우리 당에 남을 자격이 없다.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당원 교육을 통해 민주주의의 고유함을 다시 알려드리려고 한다. 5·18은 12·3 사태와 맥락이 거의 일치하는 사건이었다. 우리 당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내란 잔당들을 누구보다 먼저 잘라내야 한다.

-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국민의힘·신천지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통일교와의 유착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

▲홍 전 시장이 그 문제를 왜 하필 지금 제기하는지 모르겠다. 대선 경선 후보였을 때 제기했으면 더 나았을 거다. 어느 정도로 심각한진 모르겠지만, 종교적인 부분은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으면 좋겠다. 실질적으로 개입했는지는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국민의힘이 상식적인 국민을 상대로 올바른 정치를 하려면, 특정 종교·종파에 얽매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제가 좀 더 살펴보겠다.

-특히 “권 전 원내대표가 통일교와의 유착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특정 종교·종파의 정치 개입은 국민께 좋은 신호를 드리는 건 아니다. 국민의힘이 이에 취약하다면, 제가 당 대표가 된 후 혁신해서 상식적인 생각을 하는 온건 보수·중도 유권자가 국민의힘에 들어오실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홍 전 시장의 신당 창당 가능성도 언급된 지 오래인데…

▲쇄신에 실패하면, 신당 창당이 현실화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좀 더 위기감을 가지고, 극우 세력과 절연해야 한다.

-지금 수사가 진행 중인 특검 3개(내란·채 상병·김건희 여사) 모두 찬성한 이유는?

▲모두 국민적 의혹이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과거에 “특검에 반대하는 사람이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

우리가 자꾸 기득권을 지키려고 해선 안 된다. 국민적 의혹을 받는 사람들은 꼭 수사를 받아야 한다. 물론 억울한 사람에 대한 수사·처벌은 제가 막겠다. 하지만 증거가 명백한 사람들에 대한 수사·처벌은 막을 방법이 없다. 그들은 국민의힘에도 해당 행위를 한 거다. 그래서 그들을 국민의힘과 단절시켜야 한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일부 의원들에 대한 특검의 압수수색을 막기 위해 의원들을 비상 소집했다.

▲그런 행위는 국민께 오히려 반감만 불러일으킨다. 그분들은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여야의 뻔한 레퍼토리에 불과하다. 국민 정서에 전혀 맞지 않는다. 수사받을 게 있다면, 당당히 받아야 한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취임 일성은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겠다”는 것이었다. 일각에선 “진짜 청구하기보다 국민의힘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보는데…

▲정 대표는 국민의힘에 자꾸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신경 쓰지 말고, 민주당이나 신경 쓰시길 바란다. 민주당을 개혁하고, 국민께서 좀 더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좋은 정책을 만드는 데만 신경 써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조경태가 잘 알아서 개혁하고, 민주당보다 더 많은 혁신을 할 것이다. 그러니 국민의힘에 신경 쓰지 마시고, 민주당에 신경을 많이 쓰시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은 “조경태 의원이 민주당에 있었을 당시 정 대표와 사이가 안 좋았다”고 알고 있다. 당 대표로 당선되면, 정 대표는 어떻게 상대하려는가?

▲저는 정 대표를 가장 잘 알고 있고, 가장 잘 다룰 수 있다. 충분히 잘 견제할 수 있으니,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제가 당 대표로 당선되면, 정 대표와 협치를 할 수 있는 맞상대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여당과 제대로 된 정치를 복원해서 충분히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다. 이것도 조경태가 당선돼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국민·당원·<일요시사> 독자들에게 당 대표 후보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국민의힘은 현재 상당히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다. 12·3 사태를 일으킨 윤 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 지도부도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조경태가 당 대표가 되면, 과감한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여당과의 관계를 복원하겠다. 이어 제대로 된 협력과 강력한 견제를 통해 야당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하겠다.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내년 지방선거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 이기는 정당을 만들 유일한 대안은 조경태밖에 없다.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하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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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