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유흥업소 마약 사망 사건 내막

숨진 채 발견된 남성 필로폰 중간 공급책?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코로나19가 가라앉으면서 서울 강남의 마약·성범죄가 다시 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이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이달 초 삼정호텔 부근 유흥업소에서 마약 추정 물질이 섞인 술을 마신 여성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일행이었던 남성은 차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상황 파악에 나선 경찰은 남성의 차량에서 수천명이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을 발견했다.

사망자는 20대 남성과 30대 여성 둘이다. 이들을 포함한 일행 6명은 유흥업소를 가기 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 식당을 다녀왔다. 유흥업소를 찾은 일행은 함께 술을 마시는 게임을 했고 누군가가 여성 A씨의 술잔에 몰래 마약 추정 물질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투약량 넘겼나

경찰은 치사량 이상의 필로폰을 투여한 게 두 사람의 사망 원인이라고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남성 손님 B씨는 필로폰 유통 중간책으로 추정되는데, 그는 당시 술과 필로폰에 취한 상태로 술에 필로폰을 타는 과정에서 적정량을 넘겨 약을 복용하는 바람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전 5시쯤 필로폰 중간 유통책으로 추정되는 20대 B씨는 사망한 종업원 A씨 등 6명과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수개월간 필로폰을 투약해온 것으로 보이는 B씨는 이날 술을 마시기 전에도 필로폰을 한 차례 투여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유통책들은 일반적으로 판매 및 투여를 위해 1회 적정량으로 알려진 0.03g씩 필로폰을 미리 분배해 별도 봉투 등에 넣고 다닌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술과 필로폰에 취한 상태였던 B씨는 필로폰이 가득 든 봉지를 꺼내 그 안에 손가락을 넣어 가루를 집은 뒤 자신의 술잔 등에 섞었다. B씨와 A씨는 그 술을 마셨고 몇 시간 뒤 숨졌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적정량을 맞추지 않고 필로폰을 복용하는 바람에 두 사람이 숨졌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같이 유흥업소를 갔던 일행들을 조사한 끝에 “B씨가 술잔에 흰색 가루를 타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다만 B씨가 여성 A씨 술잔에도 같은 물질을 넣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건 당시 A씨가 술을 마신 뒤 ‘술맛이 이상하고 몸이 좋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A씨 전화를 받은 여동생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A씨는 남성 일행에게 게임에서 졌으니 술을 반드시 마셔야 한다는 강요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청담동 들린 후 삼정호텔 부근 업소 단체 이동
사망 남성 차량서 64g 발견…2133명 투약 가능

A씨는 가족과 주점에서 일하는 다른 동료의 부축을 받아 집으로 갔다. 피해자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동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씨의 호흡과 맥박이 뛰지 않자 동료가 이번엔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의 공동대응 요청을 받은 경찰은 오전 10시34분 다시 출동했다.

A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사건의 열쇠는 술자리에 동석한 손님 3명과 종업원 한 명의 입에서부터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마치고, A·B씨의 부검을 진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집에 가기 전 경찰의 병원 이송 요구를 완강히 거부했다. 또 B씨도 2시간 전인 오전 8시20분께 주점 인근 공원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이에 경찰은 B씨의 차 안을 조사하면서 필로폰 64g을 발견했다. 통상 1회 투약 분량이 0.03g인 점을 감안하면 64g은 무려 2133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상당한 양이다.

경찰은 A씨와 B씨의 약독물 검사 등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B씨가 필로폰을 얻게 된 경로를 조사하는 한편, 같은 술자리에 있었던 나머지 손님 3명과 종업원 1명에 대한 마약 정밀검사를 국과수에 의뢰한 상태다.

이외에도 경찰은 필로폰을 술에 타서 마시는 것만으로는 숨질 확률이 높지 않아 이들이 최근 미국 등지에서 유행하는 강력한 신종 마약을 흡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환각 효과를 높이려고 추가 성분을 넣어 만든 신종 마약은 소량 투약 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일단 A·B씨가 술에 섞인 마약류에 의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추정이 맞다면 상당량의 필로폰을 섭취해야 한다. 보통 필로폰은 주사기를 이용해 핏줄로 직접 투약하는 게 일반적이다. 술이나 물에 타서 마약 효과를 보려면 흡수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려 막대한 양이 필요하다.

<일요시사>는 해당 업소가 사건이 터진 지 불과 사흘 만에 영업을 재개한 사실을 확인했다. 업소 내부에서는 여종업원들이 홀복, 원피스 등을 입은 채 바쁘게 돌아다녔다. 이 업소는 ‘셔츠룸·란제리룸’ 등으로 운영된다.

“남성 술잔에 흰색 가루 탔다” 진술 확보
해당 업소 4일 만에 영업 재개…이유는?

일반적으로 셔츠룸·란제리룸은 여종업원들이 셔츠나 속옷만을 착용한 채 손님을 접대하면서 유사 성행위를 벌이기도 한다. 해당 업소 관계자는 “100만원 안팎이면 반나체 상태의 여성들과 놀 수 있다”고 했다. 경찰 단속이 이뤄지면, 불법 성매매 정황 등이 포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화류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현장에서 잡지 못하면 사실 조사를 받을 일도 없다”며 “성매매는 매일 매주 이뤄지고 누군가가 외부로 말만하지 않으면 걸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마약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자 마약류 범죄 근절을 위해 해외 기반 마약 조직에 대한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리는 등 마약류 사범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형사과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마약사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지난 14일부터 오는 10월31일까지 110일간 마약류 사범 특별단속에 나선다. 마약류 유통 판매 조직에 대해서는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등으로 범죄 수익을 환수해 조직을 와해하는 등 엄정 단속할 방침이다.


또 경찰은 ▲외국인에 의한 조직적인 마약류 유통 및 투약 사범 증가 ▲제주, 강원도 등 외국인 무사증 입국 허용 ▲태국 일반 가정 대마 재배 허용 등에 따라 외국인 마약류 밀수입 관련 범죄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마약범죄 수사대 국제범죄 수사계 등을 통해 외국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인 범죄를 집중단속하고 마약류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집중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최근 마약사범의 초범이 증가하고 연령이 낮아지며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처방받아 오남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 청소년 마약류 범죄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등 각종 범죄예방 활동도 실시할 계획이다.

특별 단속

한편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마약 밀반입과 판매 행위는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마약사범은 1343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1200명보다 11%가량 늘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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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