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위, 노소영 등 노태우 일가 검찰에 고발

7일 “소송사기 공모 가능성 커”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등 노태우 일가가 7일, 검찰에 고발당했다.

이날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이하 환수위)는 “노소영을 비롯한 노태우 일가가 노소영의 이혼소송을 두고 소송사기를 공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소장에 “뿐만 아니라 특히 노소영은 아트센터 나비 공금과 나비의 국가보조금을 횡령한 정황이 있다”고 적었다.

노 관장은 지난해 이혼소송 2심 재판 당시 이른바 ‘김옥숙 메모’를 증거로 제출해 논란이 일었다. 해당 메모로 소송서 승리했지만 가라앉아 있던 ‘노태우 비자금 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환수위는 ‘김옥숙 메모’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증거에 대한 진위 여부 감정이 없었고 2심 판결을 앞두고 갑자기 등장한 허술한 증거물(김옥숙 메모)과 그동안 노태우 일가는 ‘숨겨둔 비자금은 없다’고 강력히 주장해 왔는데, 이들의 말과 증거 내용은 완전히 배치된다”고 고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환수위에 따르면 노태우 일가는 노태우 비자금 사건이 터진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시종일관 “더 이상 숨겨둔 다른 비자금은 없고 추징금도 완납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서야 메모지 한 장 내밀면서 숨겨둔 노태우 비자금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숨겨둔 비자금은 없다’는 말이 거짓말이거나 ‘김옥숙 메모’에 적힌 내용이 거짓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환수위는 “일반적으로 과거에 대한 증명은 시기의 일치성이 중요하다”며 “비자금이 전달됐다면 당시 작성되거나 녹음된 장부나 녹취 같은 게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지만 ‘김옥숙 메모’는 언제 쓴 것인지 알 수도 없고 내용을 뒷받침하는 장부같은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국회 등에서 노소영 등 노태우 일가의 수상한 자금을 문제삼는 등 노태우 비자금 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노태우 일가는 ‘검찰수사 당시 드러난 것 이외에 다른 숨긴 비자금은 없으며 비자금에 대한 추징금도 완납했다’고 재차 강조했다”며 “이 같은 입장 표명은 2심 재판 이후에도 일관됐다. 그렇다면 2심 재판부에 제출한 ‘김옥숙 메모’가 허위 증거라는 것인데 이는 명백한 소송사기”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 관장을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고발장에 적시했다.

환수위는 “최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노 관장은 아트센터 나비의 공금과 정부보조지원금을 본래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유용한 정황이 있다”며 “환수위가 수집한 자료들을 종합해본 결과 노 관장의 횡령·배임 혐의가 의심돼 이번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나비에 근무했던 직원이 공금을 횡령한 범죄를 저질러 2심 재판서도 무거운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이번 사건서 드러난 내용만 봐도 아트센터 나비의 자금 운영 내용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 관장의 비서가 26억원을 횡령한 사실과 함께 드러난 나비의 운영 실태는 그야말로 의혹 덩어리의 종합판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비서는 문자 한 통으로 거액의 상여금을 입금하는 수법을 돈을 빼돌렸으나 노 관장을 포함한 나비 관계자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특히 나비는 노 관장이 전적으로 모두 총괄운영하는 구조다. 수년 동안 현금이 사라지는 과정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대목 역시 노 관장이 모르면 모든 직원이 모를 수 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공익법인인 아트센터 나비의 부실 운영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노 관장의 비서가 착복한 현금 26억원은 노 관장의 개인 돈 19억7500만원과 나비의 공금 5억원 등이다. 아트센터 나비가 공익법인의 윤리와 절차를 무시하고 상여금(보너스)을 지급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2022년 아트센터 나비는 직원 16명에게 인건비 약 10억원을 지급했는데 관장 1인의 보너스만으로 전체 인건비의 절반을 썼다.

아트센터 나비는 2021~2022년 코로나19로 휴관이 잦았고 2022년에는 24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정 상황과 운영이 여의치 않았다. 노 관장이 5억원을 성과금으로 받기에는 객관적 실적이 부족했으며 상여금 지급을 논하는 이사회가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이날 검찰 고발에 대해 환수위는 “노 관장은 최근 일부 언론 등을 통해 가정을 빼앗긴 피해자임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에 앞서 노 관장은 국민을 기만하고 국민의 공공자산을 빼돌려 개인 재산을 불려온 인물”이라며 “노 관장은 ‘가정’ ‘자녀’ ‘엄마’라는 단어를 사용해 동정론 유발로 노태우 비자금 문제를 덮으려 하고 있다. 그야말로 교묘하게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 관장의 가정사는 개인 문제일 뿐 국민이 동참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노태우 일가의 거짓말을 밝히고 단죄하는 것은 국민적 해결 과제”라며 “노 관장 등 노태우 일가는 노태우 비자금을 발판으로 현재 천문학적인 재산을 굴리며 사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온 가족들이 입을 모아 ‘노태우 비자금은 없다’고 합창해오다가 이제와 숨겨둔 노태우 비자금 1조4000억원을 찾기 위해 ‘김옥숙 메모’를 내민 노 관장을 동정하며 그의 각종 범죄 혐의에 눈감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환수위는 노 관장이 그의 개인사와는 별개로 노태우 비자금을 숨기고 관리해 온 범죄공모자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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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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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