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이혼에 꺼낸 노태우 비자금 민낯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7.15 13:42:23
  • 호수 14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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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도 넘어간 수상한 검은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재판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거론됐다. 최 회장의 재산 중 상당 부분이 ‘노태우 비자금’이었다는 노 관장 측의 주장이 나오면서다.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제목을 연상케 하는 시점이다. ‘노태우 비자금’이 SK로 흘러갔다는 의혹을 노 관장이 스스로 들춰낸 의도는 다분해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이 SK 측으로 흘러갔다”는 그의 주장은 최 회장 일가서 줄곧 부정해 왔던 사안이다. 노태우 비자금 논란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논리다.

치명적 오류
잘못된 재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재판 2심 결과가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결과와 관련해 법원과 SK그룹 사이의 논쟁이 벌어지면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소송전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가 남은 관전 포인트다. 

소송의 결과는 두 사람의 개인적인 차원뿐 아니라 SK그룹 임직원이나 상장 계열사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지난 5월30일,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원고(최태원)는 피고(노소영)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한민국 가사소송 역사상 최고액의 재산분할이었다. 법조계 어느 누구도 이 정도의 재산분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판결 이후 최 회장 측은 판결문에 나온 SK 주식 가치 산정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했다. 같은 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판결을 경정했지만 주문 결과는 수정하지 않았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착오가 있는 계산을 바탕으로 과실상계했다면 대법원 파기 사유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인정했다. 노 관장 측이 제출한 300억원어치 ‘약속 어음’도 SK의 신사업 진출 자금에 활용됐다고 봤다. 최 회장 측의 “계열사 자금을 활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대비 재산분할액과 위자료가 모두 20배나 오르면서 반발로 이어졌다.

최 회장은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3층 수펙스홀 기자회견장에 직접 나타났다. 그는 “개인적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사과드린다”면서도 “‘SK 성장이 불법적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6공화국의 후광으로 사업을 키워왔다’는 판결 내용으로 저뿐만 아니라 SK그룹 구성원 모두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로잡고자 상고를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2심 판결 두고 “이상하다” 목소리
300억 줬다는데 SK에 진짜 쓰였나

최 회장 변호인 측은 이날 판결문이 잘못됐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항소심 판결서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산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한텔레콤 주당 가격을 최 회장 취득 당시인 1994년에는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에는 100원, 2009년엔 3만5000원 정도로 계산했다. 기업 성장에 대한 기여 부분을 회장으로 취임했던 1998년 직전과 직후로 나눠 선대회장 기여가 12.5배, 최 회장이 355배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최 회장 변호인 측은 1998년 당시 주식 가치는 주당 1000원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새로 계산하면 선대회장 기여분은 125배로 늘고, 최 회장 기여분은 35배로 줄어든다. 잘못된 계산으로 사실상 100배 왜곡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을 수정하는 ‘경정’ 결정을 했다. 최 회장 측의 주장대로 수치를 수정한 것이다. 판결 경정은 판결에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 등을 법원의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정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그러나 “재산분할 비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커진다 하더라도, 최 선대회장에게 노 전 대통령이 자금을 지원한 만큼 피고의 기여분은 인정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최 회장 측은 지난달 20일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냈다. 나흘 뒤에는 ‘경정 결정’에 대한 재항고장도 제출했다. 재산분할 대상과 비율을 재상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혼 소송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여기서 법조계 의견이 갈렸다. 대법원이 가사소송 사건 대부분을 ‘심리불속행 기각’한다는 점을 들어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한 축을 이룬다. 또 다른 인사들은 1심과 항소심 판결이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대법원이 일단 심리는 해볼 것으로도 관측한다.

과거사
재조명

재판부가 이례적 경정을 했다는 점 역시 대법원이 다시 들여다볼 이유로 꼽힌다.

일각에선 1조3800억원대의 재산분할을 명한 법원의 과도한 잣대가 노 전 대통령의 과오를 미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알다시피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과 주축을 이뤄 신군부인 하나회를 결성했다. 이어 1979년 12월12일부터 13일까지 신군부 세력은 최규하 대통령의 승인 없이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대한민국 육군 참모총장, 정병주 특수전사령부 사령관, 장태완 수도경비사령부 사령관, 김진기 육군 헌병감 등을 체포했다. 

이후 1980년 5월 전두환을 중심으로 하는 신군부는 5·17 쿠데타를 일으켰다. 5·17 쿠데타에 반항한 광주 시민들을 무참히 짓밟은 사건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다. 전두환은 그해 8월22일에 육군 대장으로 예편했고 1980년 9월1일 대한민국 제11대 대통령이 됐다.

사실상 전두환의 ‘폭군 정치’를 묵인하고, 오히려 두 손 잡고 도모한 인물이 노 관장의 아버지 노 전 대통령이었던 셈이다. 12·12 군사 쿠데타 심판 과정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논리가 민심에 불을 지폈다.

이는 1995년 문민정부 시기 검찰에 고발된 신군부 관련 내란죄 등 기소건에 대해 당시 서울지검 공안1부장 장윤석 검사가 이를 불기소처분하며 밝혔다고 알려진 발언이다. 이 발언은 대중적 공분이 불타오르는 계기가 됐고, 여론에 힘입어 신군부 처벌은 역설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12·12 군사 쿠데타 심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으로부터 비롯됐다. 1993년 8월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되면서 증권가를 중심으로 퇴임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보유설이 나돌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기막힌
노림수

1994년 당시 무소속 서석재 의원에 의해 4000억 비자금 설이 제기되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반박했다. 1995년 서 의원 등에 의해 그의 비자금 조성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같은 해 민주당 박계동 의원에 의해 전직 대통령 비자금 수수설이 제기돼 수사에 들어가면서 비자금 수수가 사실로 드러났다.

1995년 10월19일 박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서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주)우일양행 명의로 예치된 110억원의 예금계좌 조회표 사본을 제시하며 “노태우 비자금 4000억원”이라는 발언을 강조했다. 노태우의 비자금 4000억원이 시중은행에 흩어진 여러 차명계좌로 분산 예치돼있다는 의혹이었다. 

1995년 10월20일부터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계좌를 수사, 추적한 끝에 그의 경호실장 이현우가 검찰에 자진 출두해 “우일양행 명의 차명계좌에 입금된 돈은 노태우가 재임 중 조성해 사용하다가 남은 돈이며, 전 청와대 경호실 경리과장 이태진이 관리해 왔다”고 진술해 정치 비자금이 사실로 확인됐다.

검찰의 수사 결과 비자금 수수가 드러나자 노 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 사실임을 인정하고 자신의 “재임 중 기업체로부터 5000억원가량을 받아 사용하고 1700억원가량이 남았다”고 밝혔다.

그는 1995년, 포괄적 의미의 뇌물죄가 적용되어 이전에 대통령 재직 시 조성한 비자금 수수와 뇌물 조성 혐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 등의 죄목으로 전격 구속됐다. 그해, 법원 재판에 회부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같은 해 11월16일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이후 옥중서 항소했고, 항소심서 징역 15년에 2628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이를 계기로 12·12와 5·18에 대한 재수사 여론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민정부를 표방했던 김영삼은 취임 직후부터 5·18 정신을 계승한 정부임을 천명하고 12·12와 5·18에 대한 재수사를 지시했다. 1995년 10월, 노 전 대통령은 “문화대혁명 때 수천만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보면 광주사태 저것은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발언으로 국민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논리?
회고록에도 특혜·지원 전혀 없어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서 재판부가 6공 특혜를 판결의 주요 근거로 삼으면서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주목받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옥중서 육필로 작성했던 대학 노트 30여권의 메모를 바탕으로 2011년 1112쪽에 이르는 회고록을 출간한 바 있다.

회고록서 그는 “분명히 말하지만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청와대나 내가 개입한 일은 절대 없었다”고 주장했다.

2심은 SK(당시 선경)가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서 노 전 대통령의 무형적 기여가 작용했다고 결론내렸다. 노 관장 측은 소송서 SK가 청와대 후광을 이용해 경쟁사를 배제시켰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도 “최태원 회장의 무선통신 청와대 시연으로 이동통신사업 논의가 촉발됐고, 이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4대 그룹의 통신사업 수허가권을 제한한 결과 SK그룹이 이동통신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는 SK에 대한 특혜나 지원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되레 노 전 대통령은 “나와 선경(SK)의 관계 때문에 정치 문제로 비화해 결국 선경이 사업권을 반납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다음 정권에 가서 결국 선경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그 당시 정치 논리 때문에 선경이 피해를 봤고, 자신이 아닌 김영삼정부 때 한국이동통신이 인수된 사실을 밝힌 셈이다. 노 관장의 주장과 반대되는 지점이다.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두 사람의 이혼소송서 앞으로 나올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노 관장 몫의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원으로 판단한 핵심 논지 중 하나는 노 전 대통령이 SK그룹에 시집간 딸을 통해 건넸다는 비자금 300억원이다.

비자금이 실제 건네졌는지에 대한 주장은 여전히 엇갈리지만 항소심 판단대로 비자금의 실체를 인정하더라도 부친이 불법적으로 조성한 ‘검은돈’을 딸의 결혼생활 기여로 인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일각에선 “SK그룹에 노태우 비자금이 흘러 들어갔으니 노 관장에게 재산을 나눠줘야 하는 게 아닌, 불법자금이기 때문에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고 지적도 나온다. 불륜에 대한 공공의 분노, 여성의 결혼생활 기여에 대한 온전한 평가는 물론 중요한 가치다. 그렇다고 해서 ‘성공한 비자금은 처벌할 수 없다’는 선례를 남기는 것 역시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
바뀔까

한편, 노 관장은 이혼소송 항소 결과에 대해 상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리인은 지난달 21일 입장문을 내고 “아쉬운 부분은 없지는 않지만 충실한 사실심리를 바탕으로 법리에 따라 내려진 2심 판단에 대해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대법원 상고심은 1·2심 판단에 헌법·법률 위반 등과 관련된 법리적인 문제가 있는지 살피는 ‘법률심’이다.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보다 법리해석이 제대로 됐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최 회장 측은 추후 상고이유서를 제출해 상세한 이유를 대법원에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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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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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이 출범했다. 개문발차 상태다. 수장 공백과 법령 미비, 수사 인프라 모두 정리되지 않았다. 중수청의 경우 본청 사무실 공사 마무리까지 두 달여가 소요될 전망이다. 검사·수사관 대부분은 출근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담당했던 사건이 처리되는 데 수개월이 밀리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 기능을 담당할 공소청 모두 수장과 인력, 하위 법령, 사무 공간 등 총체적 부실 상태로 개청했다. 채용이 확정된 이들은 어디로 출근해야 하는지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완성도 안 됐다 중수청은 지난달 7일 김지용 후보자가 초대 청장으로 제청됐으나 여권 내 반발로 인해 추가 검증을 거치느라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 중수청법상 중수청 간부급인 1∼5급 수사관은 청장의 추천을 거치게끔 돼있지만, 청장 없이 문을 여는 바람에 첫 인사부터 원칙이 깨졌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정원은 수사관 2567명과 일반직 307명 등 총 2874명인데, 1·2차 특례 임용에 지원한 이들이 총 1962명에 그쳤고 5급 이상은 정원 629명에 지원자 212명으로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청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전까지도 인사가 발표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어느 지역의 중수청에 출근해야 할지 통보받지 못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였다. 중수청은 청사를 임대했으나 수사 인프라와 사무 공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본청과 서울청이 쓰게 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은 2∼17층을 임대했으나 당장 사용할 준비가 된 것은 여섯층뿐이다. 수사기관의 필수 시설인 조사실과 피의자 신병을 확보할 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해 당분간 타 기관의 공간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됐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서울 3곳, 나머지 5개 지역 1곳 등 총 8곳의 경찰서 유치장을 사용하기로 경찰청과 협의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도 6개 지방중수청 인근 교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도 아직 마련되지 않아 완성 전까진 경찰과 논의하며 사용하기로 했는데, 개청 직후에도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청의 청사와 시스템을 활용하고, 인력도 상당 부분 이어받아 중수청보다 준비가 순조로웠다. 지난달 22일에 직제안을 확정한 데 이어 29일에는 공소청 개청 날짜에 맞춰 검사 192명의 인사를 단행하는 등 진용을 갖추고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중이다. 다만 공소청 수장인 검찰총장은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법무부 장관마저 공석이어서 후보자가 있는 중수청장보다도 임명에 먹구름이 꼈다. 중수청, 수사관 충원 부족한데 5급 이상 간부 1/3 수준 사무실 공사 마무리 최소 두달 “어디로 출근할지도 몰라” 우선 법무부는 공소청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자로 이정현 신임 대검 차장검사를 임명해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도록 했다. 공소청은 개정된 형사소송법 취지에 맞게 하위·관계 법령을 정비하는 작업도 끝마치지 못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에 맞게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하는 법령이 100여개에 달해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최근 법무부령 24건을 공포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검찰청 관련 명칭들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오는 2일 개청에 맞춰 법령 개정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후속 법안 논의에서 일부 기관이 배제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중수·공소청·경찰 3개 기관의 사건 이첩 관련 규정을 담은 중수청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공소청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록에 따르면 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공소청 관계자는 나와 있느냐”고 묻자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없다”고 답했다. 의사결정권자 공백으로 기관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사안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 중수청법에 따르면 중수청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도 중수청 수사와 겹치거나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관장의 결단이 필수적인데 직무대행 간 협의만으로는 이견을 좁혀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기관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합동수사기구도 문을 닫게 됐다. 서울서부지검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수사팀은 1년2개월의 수사 끝에 지난달 30일 활동을 중단했다.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부와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도 운영을 멈췄다. ‘검 목소리’ 완전 배제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중수청에서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합동수사기구가 하던 업무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중수청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적어도 두세달 뒤에야 다시 업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대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견제하기 위한 장치였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폐지됐다. 구자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7월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현재 경찰의 역량과 인력을 감안했을 때 실무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강경파의 입김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라졌다.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공소청법에 따라 공소청은 출범 시작부터 리더십 부재라는 혼란 속에서 출발하게 됐다.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만 개정됐을 뿐 그에 따른 하위 법령과 규칙 등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공소청 직제안마저 출범 열흘 전 가까스로 완성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과 연동해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할 하위 법령은 137개에 달한다. 형법과 민사소송법은 물론 성폭력·스토킹 처벌법 등 개별 특별법과 법무부 소관 관계 법률만 61개에 달한다. ‘검찰’이라는 명칭 자체가 없어지는 탓에 50개의 대통령령을 정비해야 하고 검사의 수사권이 명시된 각종 수사준칙도 수정해야 한다. 검찰사건 사무규칙은 조문만 300개가 넘는다. 그만큼 법제처의 심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논란만 검사의 역할 역시 수사 담당과 기소 담당으로 이원화한 데 포함되지 않는 검사는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다. 수사 역량이 뛰어난 다수의 검사를 중수청으로 보내 국가 수사 역량을 보존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당초 정부안은 검찰청 검사가 중수청으로 이직할 경우 ‘수사사법관’으로 임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이를 “이름만 중수청으로 바뀐 도로 검찰청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반대했다. 두 기관 출범 직전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었다. 중수·공소청 출범 직전인 지난 1일에서야 옹호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해 “이런 사람을 ‘친윤(친 윤석열) 검사’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허위임을 알면서도 흠집을 내고 공격하기 위해 하는 억지 주장이라면 비판이 아닌 비방이고 국정 조언이 아닌 국정 방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강도 높게 공개 비판해 온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겨냥해 “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으로 발탁 승진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유튜브에서 “심지어는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 ‘친한(친 한동훈)’ 검사라고 일부가 지적한다”며 “여러 가지 추가 검증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 그것과는 굉장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도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여권 일각의 비판을 이 대통령이 직접 반박한 것에 대해 “전혀 아닌 것을 계속하거나, 아니라고 설명했는데도 계속 프레이밍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옹호했다. 공소청 수장 임명 법무부 장관 있어야 추천 거쳐 가능 대통령령 포함 하위 법령 100여건 깡그리 수정 필요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친명(친 이재명)계 핵심인 김영진 행안위원장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평가가 좀 과하지 않나”라며 “행안위에 중수청장 후보자를 보내서 (인사청문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수청이 개문발차하는 만큼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될 경우 수장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정감사 기간 중이라도 인사청문회를 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김 후보자를 향한 자진 사퇴 압박이 이날도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철학도 없고, 친 윤석열 검사가 아니었다고 얘기하지만 그 당시 항명 사건에서도 동참했다”며 “여러 가지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수사 지휘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새 체계가 현장에 뿌리내릴 때까지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경찰 역량이 충분한지, 권한을 공정하고 절제하며 행사하는지 국민께서 엄중한 눈으로 지켜보신다”며 “관서·수사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상 대응의 일환으로 경찰서장이 앞으로 중요 사건과 검사 요구 사건 등의 처리 현황을 매일 확인하고 시도청과 국가수사본부까지 교차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전 수사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 권리 보호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사건 진행에 대한 통지를 내실화하는 등 수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비상 체제 돌입한 경찰 사건 조작과 은폐, 뇌물수수 등 중대 비위가 확인되면 엄정 수사하고, 비위 당사자에 대해서는 파면·해임과 같은 중징계를 원칙으로 삼는 등 내·외부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 대행은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 권리 구제가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부실·불공정 수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