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 난리인데···노소영 모신 광양시,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8.29 14:00:04
  • 호수 15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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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전라남도 광양시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지역 축제 심사위원으로 위촉한 것을 두고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주범인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노 관장이 은닉했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2025 광양국제미디어아트 페스티벌(GIMAF)’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와 공동 주관한 ‘그랜트 수여 작가 선정 프로젝트’의 심사에 한국 측에서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경호 전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 센터장 ▲방우송 GIMAF 총감독이, 오스트리아 측에서는 ▲크리스탈 바우어(AE 페스티벌 총괄) ▲로라 웰젠바흐(AE 글로벌 수출 담당) ▲다니엘러 두카 드 테이(AE 큐레이터 겸 전시 프로듀서)가 참여해 심사를 진행했다.

도민 피로 군림

노 관장 등의 심사로 한국의 이진 작가와 오스트리아의 틸 쇤베터(Till Schonwetter) 작가가 최종 수상했다. ‘광양-린츠 익스체인지 그랜트’는 대한민국과 오스트리아 양국의 유망 미디어아트 작가를 발굴·지원하기 위해 추진된 프로그램이다.

GIMAF(총감독 방우송)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측은 각국에서 8개 작품씩, 총 16개 작품을 엄선한 후 공동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한국과 오스트리아 각 1인의 수상 작가를 최종 선정했다.

선정된 두 작품은 오는 9월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리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본 전시에 공식 초청돼 전시되며, 10월 전남 광양에서 개최되는 2025 광양국제미디어아트페스티벌에서도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정인화 광양시장은 “이번 그랜트 프로그램을 통해 양국 간 미디어아트 인재 발굴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기반이 마련됐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바탕으로 광양을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허브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군사정권 비자금 환수 문제가 2년째 해소되지 않는 와중에 광양시가 스스로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은닉 당사자라고 밝힌 노 관장에게 면죄부성 역할을 맡긴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80년 5월18일 광주민주화운동을 사실상 기획해 일으켰고, 총칼로 제압하면서 수많은 광주시민의 목숨을 앗아간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그가 재임 시절 기업들을 압박해 빼앗아 간 비자금을 관리해온 당사자인 노 관장에게 전남 광양시가 이번 프로젝트에 심사위원을 맡겼다는 점에서 비판 세례가 쏟아졌다.

해소되지 않은 노태우 300억 의혹
스스로 은닉했다고 자처한 노 관장

1980년 5월18일부터 5월27일까지 광주 및 전남도에서 시민들이 신군부에 맞서 싸운 대중 봉기 형태의 항쟁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고 부른다. 운동 참여자들은 계엄령 철폐, 전두환 퇴진, 김대중 석방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공수여단의 강경 진압으로 희생자가 발생하자 5월21일 시민군을 조직해 계엄군을 광주 외곽으로 몰아냈다.

하지만 결국 5월27일 새벽 공수부대의 진압 작전으로 항쟁은 종결됐다. 희생자는 사망자 165명, 행방불명자 65명, 상이 후 사망자 376명 등 총 606명으로 집계됐으나 암매장자 및 미신고 인원을 고려했을 때에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광양시민은 “전남도민의 피로 정권을 잡은 노태우 군사정권의 피해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어떻게 광양시에서 그의 딸인 노소영에게 역할을 수여할 수가 있느냐”며 “정인화 광양시장은 공식 사과하고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에는 비자금의 또 다른 은닉 상속 당사자이자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재단 이사장이 ‘거동도 못하는 김옥숙 여사’를 앞세워 광주에 사과 쇼를 하러 왔다가 전남 광주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했다.

당시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비자금에 대해 묻자 “군사정권의 비자금에 대해서는 시효를 없애서라도 끝까지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상속된 재산에 대해서는 다 환수해야 한다”며 강하게 발언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경기대학교가 노 관장을 특강에 초청하겠다고 하자, ‘군사정권 비자금의 주역인 노소영의 학교 출입 반대한다’라는 플래카드가 설치되는 등 학생들의 비난으로 강의가 취소되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 노씨 일가를 비난하는 상황 속에서 광양시는 노 관장에게 시 주관 행사의 심사위원을 맡긴 것이다. 사실상 비자금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심사위원이 공개된 적은 없으나, 이번에 수상작 결과 발표에서 심사위원 이름이 드러나면서 알려졌다. 시민들은 광양시가 노 관장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 와중에 축제 심사위원으로
“하필 전남 행사에···왜 불렀냐?”

한 지역 관계자는 “노소영 관장은 군사정권의 원흉인 노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만으로도 배제해야 할 이유가 충분한데, 비자금의 실질적인 은닉 당사자로 광주와 전남을 다시 충격에 빠트린 사람을 전남 광양시 행사의 심사위원을 맡기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이는 정인화 시장이 공식 사과하고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군사정권 전범들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정 어린 사과도 없는 상태에서 5·18의 핵심 원흉인 비자금 문제로 전남, 광주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시끄러운데, 비자금 은닉 당사자인 노소영이 관여한 광양시 축제에 누가 오겠느냐”고 깊은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화살은 광양시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과 같은 당 소속의 최대원 광양시의회 의장에게로 향했다. 광양시를 감시하고, 광양시민을 위해 일해야 할 국회의원과 시의회의장이 일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한 광주시민은 “같은 전남에서 한쪽은 군사정권의 총칼에 스러져 간 원혼들을 위해 매일 피눈물흘리고 있는데, 다른 한쪽은 광주를 총칼로 짓밟은 노태우 군사정권의 비자금을 불법 은닉한 사람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광양시 문화예술과 측은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정치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섭외할 수 있는 심사위원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노소영 관장님은 미디어 아트계 권위자이기도 하시고, 운영위원회가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것이며, 심사위원으로 모셔오는 데도 굉장히 어려웠다”고 답했다.

지난 2023년 세계 최대 미디어아트 시상식인 오스트리아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Prix Ars Electronica)’에서 대상인 ‘골든 니카’를 수상한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 작가는 심사위원에 없었다. 1987년 이 시상식이 시작된 후 한국인이 최고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뿔난 시민들

한편, 민주당 박균태 의원(광주 광산갑)은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의 환수를 위해 독립몰수제를 추진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같은 당 소속이지만, 광양시 지역구의 권향엽 의원과 최대원 광양시의회의장의 이 같은 행보는 민주당의 당론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중국 특사단에 노태우 장남, 왜?

이재명 대통령이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사단을 지난 25일(현지시각)을 전후해 중국에 파견했다.

지난 18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파견하는 중국 특사단장은 <중앙일보> 홍콩 특파원 출신인 박 전 의장이 맡는다.

특사단에는 더불어민주당 내 중국통으로 불리는 김태년 의원과 박정 의원이 포함됐다.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도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노 이사장은 외교부 한·중관계미래발전위원회 사회문화분과 위원장을 지낸 중국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 중국은 노 전 대통령 재임 중인 1992년 8월24일 공식 외교 관계를 맺었다.

이번 대통령 특사 방문은 한·중 수교 33주년에 대한 축하 사절의 의미도 있다.

특사단은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등 고위급 인사와의 면담을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전하는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친서에는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을 공식 초청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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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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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