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사실 유포 의혹’ 노소영 변호사 미래회 연루설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1.18 09:38:21
  • 호수 15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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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악플 부대’도 변호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법률대리인인 이상원 변호사가 ‘최태원 SK회장 동거인 1000억 증여 발언’과 관련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노 관장의 친인척인 이 변호사는 과거 댓글 부대를 조직해 허위 사실을 퍼뜨린 미래회 전 회장 김흥남을 변호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김태헌)는 이달 초 서초경찰서로부터 해당 사건을 송치받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이상원 변호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서초경찰서는 이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허위 사실 공표를 통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노 관장과 관련된 모든 소송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이 변호사를 검찰이 기소해 법정에 세울 것인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직간접 연결

이 변호사는 최태원 회장-노소영 관장 이혼소송 외에도 노 관장 비서의 횡령 사건, 아트센터 나비의 명도소송 등 노 관장과 관련된 각종 소송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다. 소송 초기부터 이례적으로 민사소송에 대한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내고 최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유포하는 등 여론전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10월 이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최 회장이 김희영 이사에게 쓴 돈이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상파 뉴스에 출연해 진위를 알 수 없는 문서를 공개하며, “1000억원은 최 회장이 30년간 노 관장과 세 자녀를 위해 쓴 생활비 300억의 세 배가 넘는 금액”이란 발언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논란을 키웠다.

이에 최 회장 측 변호사는 가사소송법,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현행법 위반 혐의로 이 변호사를 고소했다. 김 이사에게 1000억원이라는 돈이 명확히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했고, 이는 증거를 통해 확인된 것처럼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는 것이 골자다. 법조계에서는 이 변호사의 주장이 객관적인 사실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기소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지원금액을 219억 원으로 판단했는데, 이를 면밀히 들여다봐도 최 회장 개인의 임직원 포상 및 경조사비 등 경영활동에 들어간 개인 지출, 공익재단 출연금, 생활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김 이사장에게 건너갔다고 볼 수 있는 돈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노 관장과 이 변호사가 ‘같은 집안’ 사람이다 보니 변호사로서는 이례적으로 무리하게 일을 펼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3기로 서울남부지법,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재직하다 2008년 변호사 개업을 했다. 

불법 정치자금의 일면이 드러났던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김기춘 전 박근혜 대통령비서실장,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로 재판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단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고발 사주 논란의 손준성 검사, 대장동 재판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을 변호하는 등 과거 수임 사건서도 형사소송법 등을 활용해 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쓴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변호사가 과거 ‘최 회장을 저격한 악플 부대’를 변호한 이력도 재조명되고 있다.

‘6공 황태자’ 박철언 전 장관 사위의 무리수
최 회장 비난하다 송치···자격 박탈 가능성도

이 변호사는 최 회장과 김 이사장에 관한 허위 사실을 퍼뜨린 댓글부대를 조직한 미래회 전 회장 김흥남을 변호하기도 했다.

노 관장과 절친한 관계로 알려진 김 회장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회원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수년간 악의적 여론을 형성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유죄를 확정받아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과 1억원이 넘는 배상금을 선고받았다.


김 전 회장이 이끌었던 재벌가 사교 모임인 미래회는 노 관장이 1999년 결성해 이전부터 친분 있던 또래 여성들과 함께 교류를 이어오는 사교모임이다. 공익법인으로 등록된 사단법인으로, 노 관장 또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십시일반으로 시작한 자선활동”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조용한 실천’을 모토로 재력가 집안 여성들이 주축이 된 모임으로, 세간에는 미래회가 사실상 노태우의 하나회처럼 ‘노 관장의 사조직’이란 말이 돌고 있다.

지난 5월 이혼소송 항소심서 “최 회장의 재산 1조3808억원을 분할하라”는 판결을 이끈 이 변호사가 미래회 현 대표 박지영의 남편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웠다. 박 대표는 노 관장과 미래회 초기부터 활동해 왔고, 지난해부터 노 관장에 이어 미래회를 이끌고 있다.

박 대표는 노태우정부서 정무장관을 지낸 박철언의 딸이다. 박 전 장관은 1972년 검사로 임관 후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법사위원으로 활동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 동생(김 여사 고모의 차남)으로, 노 전 대통령 일가 일원으로 유명하다.

노 전 대통령의 고종사촌 처남인 박 전 장관은 이른바 ‘체육관 대통령선거’로 유명한 5공화국 헌법의 기초 작업에 참여했다. 노 전 대통령 집권기에는 정무장관과 청소년체육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6공화국 시기에는 ‘6공의 황태자’로 불릴 만큼 권세를 누렸다.

1993년 홍준표 당시 검사가 주도한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이 터지면서, 도박사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박 전 장관은 이 사건으로 법정 구속되면서 정치권서 물러났다.

젊은 법조인들 사이에선 이 변호사의 검찰 송치를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과도한 여론 형성으로 법의 논리가 아닌 법정 밖으로 사건을 끌고 나간다’는 악평과 함께 여론 재판에 최적화된 ‘선동형 변호사’ 등으로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재벌가 사모님 카르텔 모임
이병철 손녀 조옥형도 회원

이 변호사는 이번 검찰 송치 결정만으로도 법조 경력에 오점을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검찰이 이 변호사를 기소해 금고형 이상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다면,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변호사가 노 관장의 송사는 물론 전략, 여론전의 핵심을 담당했다고 알려진 만큼 노 관장으로서는 이 변호사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이라며 “여론전에 제약이 생긴 만큼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전관 변호사가 언론에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가 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기에 법조계 전반이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수년간 일해온 법무법인 평안을 떠나, 개인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 관장이 최 회장과 진행 중인 이혼소송서 과거 노태우정부 시절 친분을 맺은 인사들과의 관계가 이목을 끈다. ‘6공화국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이번 소송을 뒷받침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밖에 미래회 인사들의 노 관장 지원 흔적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래회는 지난 4월29일자로 공시한 공익법인 결산서류에 소재지로 ‘서울 종로구 종로 26 SK빌딩 4층’을 기재했다. 이곳은 노 관장의 아트센터 나비 소재지로, 올해 7월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나비의 무단 점유가 인정돼 퇴거 판결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미래회 관련 인물들은 과거 언론 인터뷰서 “미래회는 사무실이 따로 없다. 각자의 집이나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큰 행사를 앞두고 있을 때만 모임을 가진다. 주로 노소영 관장의 집에서 모인다”고 밝힌 바 있었다.

노 관장이 미래회 창설을 이끌고, 회장을 장기간 지냈더라도 법적 소재지 또한 자신의 소유가 아닌 SK빌딩으로 두고 있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미래회가 ‘아트센터 나비’와 함께 ‘노 관장의 외곽 지원조직’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노 관장은 명목상으로 미래회 대표를 내려놨지만, 자신의 SNS서 미래회의 미래 구상을 밝히는 등 앞으로도 미래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어나갈 의지도 밝혔다. 향후 아트센터 나비, 미래회에서의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이어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6공과 미래회

또 미래회 이사인 안영주는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부인이며, 함께 이름을 올린 조옥형은 조 회장의 여동생이자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 회장의 손녀다. 안씨는 한솔문화재단의 미술관 ‘뮤지엄산’ 관장을 맡고 있어 노 관장과 예술, 미래회로 연결돼있다. 재계에서는 이 밖에 대기업 및 중견기업 일가의 여성들 상당수가 미래회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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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산불 주원인 ‘실화·쓰레기 소각’ 예방법 없나?

10년간 산불 주원인 ‘실화·쓰레기 소각’ 예방법 없나?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난 22일 경북 의성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 청송 등 인접 지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가히 ‘재난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산불이 성묘객의 실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관련자 처벌 수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7일 산림청 산불 원인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입산자에 의한 실화가 171건(31%)으로 가장 많았고, 쓰레기 소각이 68건(13%), 논·밭두렁 소각이 60건(11%)이었다. 대형 산불은 특히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봄철에 주로 발생한다. 계절별 산불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2015~2024년 연평균 산불 546건 중 봄철에 발생하는 산불은 303건(56%)에 달했다. 실제 지난 2022년 3월4~13일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강릉, 동해서 발생한 일명 ‘동해안 산불’은 산림 2만523㏊를 태웠다. 2020년 4월 경북 안동서 발생한 산불은 1944ha의 면적을 태웠으며, 2019년 4월 강원 고성·강릉·인제서 난 산불은 3일간 2872ha를 휩쓸었다. 이처럼 산불이 주로 봄에 발생하는 이유는 건조한 날씨와 더불어 야외활동이 잦아지는 시기인 점도 한 몫한다. 이번 의성 산불 역시 묘지를 정리하던 50대 성묘객이 라이터로 불을 피운 게 화근이 됐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성묘객은 산에서 쓰레기를 태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울산 울주군 온양읍 야산서 발생한 산불도 농막서 나온 용접 불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보다 앞선 21일 경남 산청서 발생한 산불 역시 풀베기 작업 중 예초기서 튄 불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산불 관련 처벌이 약해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국회전자청원 시스템에는 실화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현행 산림보호법 53조는 과실로 산불을 냈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고의로 방화를 한 경우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산불의 특성상 발화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기 어렵고, 실화자를 특정하거나 과실 입증 과정이 쉽지 않은 만큼,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최근 5년간 산불 유발자 검거율도 46.1%에 불과하다. 처벌 수위도 낮다. 최근 4년간 산불 발생 건수는 2108건이었으나, 집행유예를 포함한 실형을 받은 건수는 43건(2.03%)에 그친다. 지난해에는 279건의 산불 중 110명이 범인으로 붙잡혔지만,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벌금형도 8명에 그쳐 처벌 비율이 7.2%밖에 되지 않았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형 산불 재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불법 소각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의 한 밭두렁에서는 산불이 계속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도 한 주민이 불에 탄 신발, 가재도구와 폐기물 등을 태우는 모습이 목격됐다. 같은 날 안동 하회마을 인근서도 쓰레기를 소각하던 한 70대 노인이 관계기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하회마을 인근에선 의성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산림 당국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대규모 재난 대응이 이뤄지는 와중에도 또 다른 대형 화재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불법 소각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은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행 경북도 화재예방조례에 따르면 산림 인접지나 논·밭 주변서 사전 신고 없이 불을 피워 소방 인력이 출동할 경우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이 같은 수준의 처벌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농촌 지역의 불법 소각 관행을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단속에 투입되는 인원에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농촌 지역에 거주 중인 주민들의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과태료도 인상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과태료 인상 등 처벌 강화와 더불어 폐기물 수거 시스템 확충, 주민 참여형 안전 교육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영농 폐기물 및 생활 쓰레기 처리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소각 행위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처리법의 보급 등 반복되는 산불 재난을 막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경북 22명, 경남 4명 등 2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산림 피해 면적은 3만5810㏊로, 역대 최대 피해를 냈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 면적(2만3794㏊)을 넘어섰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