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막장 드라마로 치닫는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여론전·불법·탈법에 자녀 활용 논란까지
법조계 “양쪽 모두 깊은 상처 남길 것”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심서 이혼판결을 받았음에도 항소심 재판 단계서 점점 막장 드라마로 가고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오래 감춰왔던 별거와 이혼 문제가 대중들 앞에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지난 2012년 6월18일자 <한겨레신문>을 통해서였다. 그 후로 11년이 더 지나는 동안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남남보다 못한 사이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면서도 여전히 법적으로는 부부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1심 재판이 이어지던 지난 5년여 동안은 비교적 조용히 법정 내 공방으로 진행돼왔다. 그러나 1심 판결에 노 관장이 불복하면서 양측이 변칙과 반칙을 주고받는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노 관장은 1심 판결 직후 <법률신문>과 만나 법원의 판결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언론 인터뷰를 갖는가 하면 배정된 항소심 재판부가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판사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특정 변호사까지 선임해 재판부 쇼핑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최 회장의 동거인을 상대로 30억 손해배상소송을 내면서 같은 날 소장과 보도자료를 언론에 돌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보도자료에는 최 회장의 동거인이 심리 상담가로 위장해 먼저 적극적으로 접근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이 담겼다. 이에 최 회장 측도 노 관장에게 도 넘은 허위 사실 유포와 여론전을 자중하라며 기자간담회까지 갖는 등 장외전으로 맞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사 재판의 1심 판결이 항소심서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조급해진 노 관장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다.

법리공방 보다는 여론전으로 판세를 뒤집어야 이긴다?

노 관장은 1심서 4차례나 변호인단을 교체하고 마지막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의 한승 변호사를 선임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상속받은 특유재산은 이혼 시 분할 대상이 안된다는 법리에 가로막혀 최 회장의 개인 자산 중 40%인 900억원에 가까운 재산분할 결정을 받았다.

특유재산을 제외하고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공동재산이 20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노 관장의 기여도를 40%로 본 것이다. 다만 노 관장이 이미 개인 명의로 돌려 소유하고 있는 자산이 200억원대에 달하기 때문에 법원은 이를 제외한 666억원을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이 때부터 노 관장의 항소심 전략이 180도로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관장은 1심 선고 직후 가진 <법률신문>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장외전에 나섰다. 언론을 통해 1심 판결이 위법하다면서 판결문의 일부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가사 재판은 반드시 비공개 원칙을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여론전으로 항소심 재판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 관장이 판결문의 일부 내용까지 공개한 언론 인터뷰는 매우 부적절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해당 인터뷰서 노 관장은 최 회장의 재산은 5조원인데 자신은 666억 밖에 못 받았으므로 34년 간의 내조 댓가로 1% 밖에 받지 못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참담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의 변호인은 “근거도 없고 터무니없는 계산 방식”이라고 반박하며 1심 판결은 60:40 재산 분할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재판서도 이부진 사장의 재산 절반을 분할 요구했지만 법원은 특유재산은 분할 대상서 제외하고 141억원만 인정했다.

문제는 최 회장 측도 일부 언론 간담회를 통해 여론 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 법률대리인은 지난 3월28일 오후 서울 모처서 1시간여 동안 기자들과 만나 노 관장 측이 여론전을 위해 시효도 지난 손해배상소송을 내거나 동거인에 대한 허위 사실을 퍼뜨림으로써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장외전을 그만두고 법적 공방에 충실하자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양측 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며 재벌가의 이혼을 이토록 오랫동안 관전해야 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을 나타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면 불법·탈법도 상관없다?

노 관장은 또 당초 배당된 항소심 재판부를 다른 재판부로 변경하기 위해 고의로 특정 변호사를 선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당초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사건은 지난 1월 초 서울고법 가사3-1부(재판장 조영철 부장판사)에 배당됐었다. 그러나 노 관장은 여론보다 법리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한 조영철 부장판사를 부담스러워하며 지난 2월15일 조 부장판사의 매제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소속의 김모 변호사를 선임했다.

재판장의 친인척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이 노 관장 사건을 대리할 경우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기 때문에 재판부는 기피신청을 하게 된다. 즉, 노 관장 입장에서는 좀 더 본인의 입맛에 맞는 재판부로 배당받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다.

결국 서울고법 가사3-1부에서는 지난 2월17일, 해당 재판의 기피 신청을 냈고,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로 재배당했다. 재판부 고의 변경 의혹이 사실이라면 노 관장 측은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나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 법관윤리강령’ 등을 악용한 셈이다.

재판부 쇼핑은 법조계서 매우 괘씸하게 보는 행위인 만큼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라면 불법이든 탈법이든 상관없다는 노 관장의 대범함에 대해 일각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재판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자녀도 활용할 수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항소심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자녀들마저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의 비난을 위해 아들 인근씨의 병력(病歷)을 구체적으로 언론에 여러 차례 공개한 바 있다. 노 관장은 이혼 과정서 다수의 매체를 통해 불치병을 앓고 있는 인근씨를 본인 혼자서 간병해왔으며 최 회장이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노 관장의 소송대리인은 지난 3월 말 같은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그러나 인근씨는 최 회장과 주말마다 몇 시간씩 테니스를 즐기고 수영을 할 만큼 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건강에 문제가 있더라도 미래의 후계자이자 경영인이 될 아들의 지병을 수차례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다른 재벌가와 사뭇 다른 태도임은 분명하다.

노 관장은 이혼소송을 위해 동정 여론을 조성하는 데 유리하다면 아들의 병력까지도 과장하고 언론에 공개해도 상관없다는 태도다.

최근에는 노 관장의 세 자녀들이 탄원서를 제출했는데, 법원에 따르면 차녀인 민정씨가 지난 15일, 장남 인근씨는 16일, 장녀인 윤정씨는 17일로, 3남매의 탄원서가 같은 날이 아닌 하루 시차를 두고 사흘 내내 제출됐다. 

최근 모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자녀들의 탄원서가 피고 측 대리인을 통해 제출됐다고 하는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자녀들의 탄원서 제출에 대한 언론 조명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 관장 측의 전략일 수도 있으며, 탄원서 내용이 아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노 관장 측이 언론을 활용하는 방식을 감안했을 때 어떤 형태로든 조만간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 관장 입장서 자녀들의 탄원서가 동정 여론을 만든다면 항소심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결국 최 회장이 지난 2015년 12월 혼외자 사실을 공개하고, 2017년 이혼 조정신청을 제기하면서 진흙탕 싸움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경영 관련 기사에서도 노골적으로 따라다니며 악플을 다는 댓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노 관장은 대체로 50~60대 여성 누리꾼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 1988년 청와대서 결혼식을 올린 최 회장과 노 관장은 2005년경부터 본격적으로 파경을 맞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중혼이 허락되지 않는 국내서 결혼 생활을 법적으로 원만히 정리하기 전에 새로운 사람과 동거하며 혼외자를 기르는 것에 대해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가사소송법을 위반할 경우 형사책임을 질 수도 있음에도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여론전을 펴는 노 관장 측이나 이를 비난하는 내용의 기자간담회로 맞서는 최 회장 측이나 오십보백보”라며 “자녀까지 소송전에 끌어들이는 진흙탕 싸움은 결국 양쪽 모두 깊은 상처만 남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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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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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