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용서받지 못할’ 12·12 쿠데타 철면피 후손들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2.12 16:56:34
  • 호수 1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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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딸 노소영 봐라 다들 떵떵거리고 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발동한 비상계엄령 사태가 ‘서울의 밤’이라는 수식어로 빗대어졌다. 1979년 12월12일 일어난 군사 반란을 주제로 한 영화 제목인 <서울의 봄>을 인용한 것이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배우 황정민의 대사처럼 쿠데타에 성공한 전두환과 노태우는 후손들과 함께 눈감기 직전까지 호사를 누리다 생을 마감했다.

‘12·12 사태’의 진압군으로 저항한 장태완 소장은 본인뿐 아닌 가족들도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장 소장의 아버지는 아들의 고초를 비관하며 이듬해인 1980년 4월 별세했고, 1982년 서울대학교 자연대학에 입학한 장 소장의 아들은 그해 실종돼 칠곡군 야산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권력의 
잔혹함

장 소장은 생전에 “12·12 군사반란을 막지 못한 국민의 죄인이자 가족 3대를 망친 가문의 죄인”이라고 진상규명을 위해 평생을 싸우다 지난 2011년 숙환으로 사망했다. 장 소장의 부인도 다음 해 자신의 아파트서 투신해 생을 마감했다. 12·12 당시 총격전으로 사망한 김오랑 소령의 부인 백영옥씨는 충격으로 시신경 마비 증세가 심해지면서 결국 앞을 못 보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백씨는 1990년 12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전두환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했으나 이듬해 6월, 자신의 봉사단체 건물서 추락해 세상을 떠났다. 연고자가 없어 지난 2009년에서야 무연고자 묘역터에 유골이 뿌려졌다고 전해진다.

1970년대 중·후반 대한민국 특전사의 대부격 인물이었던 정병주 소장은 반란 당일 총상을 입은 채 연행돼 강제 예편됐다. 이후 1988년 집을 나가 139일이 지난 1989년 3월 경기도 양주 송추유원지 부근 야산서 목을 맨 채로 발견됐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12·12 군사 반란에 그치지 않고, 이듬해 일어난 ‘5·18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광주 학살의 1차 책임은 계엄군이 아닌 최종 결정권자이자 명령권자인 전두환과 신군부에게 있다. 계엄군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시민 학살을 지시한 장본인이다.

당시 지휘계통상 책임자는 이희성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겸직), 진종채 제2군사령관, 전라남북도 계엄분소장, 그리고 예하 부대 지휘관들로 구성됐다. 지난 2018년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미 국무부 비밀 전문에 따르면, 최종 진압 작전을 결심한 책임자는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다.

결정적으로 전두환은 1980년 9월 광주를 방문해 ‘지난번 광주의 시끄러운 일은 역사 흐름의 불가피한 진통이므로 (전남)도민들이 새역사 창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면 나도 용기를 갖고 국민들께 충성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5·18 사태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밖에 1980년 9월17일, 전두환은 미국 언론인 로버트 노바크씨와의 인터뷰서 “만약 지난 5월에 발생한 광주의 폭동 사태가 또 다른 2개 도시로 확산됐다면, 북한의 지배자인 김일성은 10만의 병력을 침투시켰을 것”이라며 “사회적 불안 무질서 폭동 사태가 바로 그런 이유로 용납 안 되는 이유”라고 근거 없는 추측성 망언으로 큰 논란을 빚었다.

거꾸로 돌아간 민주주의···45년 전 재조명
전·노 합작 후 잘 먹고 잘 사는 후손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며 비상계엄령을 선포할 당시와 비슷한 맥락이다.

윤 대통령과 전두환 모두 ‘공포 정치’의 정당성과 원인을 종북 세력에 부여한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 피해 유공자와 유족은 800여명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정부가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 1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족 854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서 국가가 430여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피해자가 연행 또는 구금되거나 수형 생활을 했을 경우 1일당 30만원을, 상해를 입었지만 장해가 남지 않았다면 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상해를 입고 장해까지 남았을 경우 3000만원을 인정하고, 노동능력 상실률이 5% 증가할 때마다 1500만원이 추가된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1년 11월 유공자들과 유족이 ‘정식적 피해를 배상하라’는 취지로 제기했다. 5·18 보상법은 국가로부터 피해 보상을 받은 민주화운동 유공자나 유족은 정신적 피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해놨지만, 2021년 헌법재판소가 해당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수차례 소송이 제기됐다.

정부는 재판서 다른 사례에 비해 위자료가 지나치게 많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2심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정부가 재차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상고 이유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에 관한 사유’ 등이 포함돼있지 않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위자료 지급 기준과 구체적 액수는 1~2심의 판단 영역이기 때문에 다른 소송서 재판부에 따라 배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전두환, 노태우 본인은 물론 후손들은 피해자들과 대비되는 삶을 살았다. 남은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음에도 대규모 사업을 펼치거나 언론을 통해 떳떳하다는 듯 인터뷰하기도 했다.

또 두 사람은 나란히 대통령을 이어가며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고 특권을 누렸다. 이들은 각각 1997년, 1996년 징역형과 추징금 2205억원, 추징금 약 2629억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반성은 부족했다.

왜곡된
민주화

특별사면 이후 전두환은 지난 2003년 인터뷰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 “계엄군이 진압하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라고 발언하는 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씨는 지난 2019년 남편을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씨는 “민주주의의 아버지가 누구예요. 저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민주주의라는 게 뭐예요. 국민들이 원치 않으면 (대통령을)바꿀수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며 “전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단임제를 시행하지 않았나. 이 때문에 지금 대통령은 5년만 되면 더 있으려고 생각을 못한다. 그래서 남편이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의 폭로가 광주 시민의 애환을 일부 달래기도 했다. 전씨는 지난해 3월 광주를 방문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씨는 “‘5·18은 폭동이었고, 우리 가족이 피해자’라고 교육받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러다가 이 비극을 겪으신 분들의 진실된 이야기·증언을 듣고 깨달았다”며 “제 가족의 죄가 너무나 컸고, 가족들이 그 사실을 저에게 숨겼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도 이기적이고 나약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진실을 외면하고 도망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사죄를 하고, 제대로 된 회개를 하고 싶다”고 사죄를 구했다.

그는 앞서 마약 복용 때문에 발언의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는 질문엔 “이해한다.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나는 마약을 하지 않은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을 말했고, 용기가 부족해 마약의 힘을 빌려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씨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를 내사 중인 데 대해 “조사를 받을 것”이라며 “사죄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 혜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귀국하자마자 광주에 가겠다는 자신의 계획이 경찰 조사로 무산될 가능성에 대해선 “정말 광주에 가고 싶지만 못하게 된다면 그것도 제 운명이기 때문에 따르겠다”고 언급했다.

전씨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의 집안에 대한 폭로성 주장을 해왔다. 그는 지난해 3월17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 도중 각종 마약을 언급하며 투약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군사정권이 
민주 투사?

전두환정권의 바통을 이어받은 노태우는 1995년 경북고 동창회서 “(중국)문화혁명 때 수천만명이 희생당하고 엄청난 걸로 말하자면 광주 사태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망언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노태우의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김문수(대구 수성갑) 후보 지지를 호소하며 지원 유세 등을 통해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민주화”라고 발언한 바 있다.

노 관장은 제5공화국 집권세력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불가피하게 발표한 ‘6·29 민주화선언’을 두고 부친의 결단과 시혜의 결과인 것처럼 표현해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노 관장이 깜짝 유세에 나선 때가 하필 남동생 노재헌의 조세 회피 의혹이 제기된 시점이라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노 관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 중이다. 지난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재산분할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항소심서 노 관장은 ‘아버지의 비자금 300억’이 SK의 종잣돈이 됐다고 주장해 판결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판결은 ‘12·12를 성공한 쿠데타’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판결대로라면 사실상 군사반란을 통해 집권한 노태우가 불법으로 취득한 돈을 상속·증여세 한 푼 없이 노 관장에게 46배 증식해 ‘비자금 대물림’한 셈이다.

추징금을 내느라 돈이 없다던 노태우 일가는 노재헌의 재단에 152억원을 기부하거나 210억원에 달하는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탄로나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은닉하고 있었다는 의혹도 받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를 두고 지난 10월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정치인의 불법 자금이 30년 후 1조원으로 불어났다고 해서 그 돈이 국가에 환수되지 않고 후손에 귀속되는 게 정의에 맞는가?”라며 “마치 이완용 후손 재산 환수 소송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무고한 희생으로 세운 ‘아버지의 민주화’
“성공한 쿠데타였나?” 6공 비자금 요구

노 관장은 현재 연간 임대료가 연 8억원에 달하는 초호화 빌라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파주 동화경모공원에 조성된 노태우 묘지는 1810㎡(약 550평)으로, 전직 대통령 5명의 묘역을 다 합친 것보다 크다. 피라미드 형태의 묘역을 조성하기 위해 수십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쿠데타 전범의 왕릉을 지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편, 12·12 당시 전두환의 비서실장이었던 허화평 전 의원은 제5공화국 때부터 이어진 ‘미래한국재단’을 사유화하면서 수천억원의 재산을 은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미래한국재단의 전신인 현대사회연구소는 지난 1981년 국무총리 소속 기관이던 사회정화위원회 산하 정부 출연기관으로 설립됐다.

지난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허화평 이사장을 연구소장에 임명하고, 93억원의 일해재단(전두환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전두환의 호를 따서 만든 조직으로 현 세종연구소) 자금과 3억원의 정부 자금을 연구소에 지원했다. 허 전 의원은 지난 2005년 연구소를 ‘재단법인 미래한국재단’으로 개명하면서 사유화 의혹이 제기됐다.

전두환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호용 전 의원은 12·12 이후 하나회의 입김으로 육군특수전사령관에 임명됐다. 1984년 육군참모총장 시절, 경기도 양주의 30만㎡에 달하는 군사시설 보호구역 땅을 매입했다. 이후 땅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서 해제돼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고 알려진다. 

노태우정부서 정무 장관을 지낸 박철언은 과거 “부인 현경자씨가 660억원대 차명계좌를 소유하고 있다”며 개인비서에게 고발당하기도 했다. 박 전 장관은 1972년 검사로 임관 후 이른바 ‘체육관 대통령선거’로 유명한 5공화국 헌법의 기초 작업에 참여했다.

노태우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 동생(김 여사 고모의 차남)으로 ‘6공 황태자’로 유명하다. 그러다 1993년 홍준표 당시 검사가 주도한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이 터지면서, 도박사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박 전 장관은 이 사건으로 법정 구속되면서 정치권서 물러났다.

박 전 장관의 딸 박지영은 노 관장의 이혼소송 법률대리인인 이상원 변호사의 아내다. 박지영은 노 관장이 1999년 설립한 사단법인 미래회의 현 대표다. 미래회가 사실상 노태우의 하나회처럼 ‘노 관장의 사조직’이란 말이 도는 이유다. 박 대표는 노 관장과 미래회 초기부터 활동해 왔고, 지난해부터 노 관장에 이어 미래회를 이끌고 있다.

재단 사유화
수천억 은닉?

이 변호사는 SK 최 회장의 허위 사실을 퍼뜨린 댓글부대를 조직한 미래회 전 회장 김흥남을 변호하기도 했다. 노 관장과 절친한 관계로 알려진 김 회장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회원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수년간 악의적 여론을 형성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유죄를 확정받아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과 1억원이 넘는 배상금을 선고받았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4·3 사건, 폭동으로 간주한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정황이 나타난 문건서 ‘제주 4·3 사건’을 법적 근거도 없이 ‘폭동’이라고 명시해 제주 지역사회서 반발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국방위원회·하남시갑)에 따르면 12·3 계엄사령부의 ‘계엄사-합수본부 운영 참고 자료’에는 비상계엄 선포 사례로 ‘제주 폭동’과 ‘여수·순천 반란(여수·순천)’, ‘부산 소요 사태’, ‘10·26 사태(전국)’ 등을 들었다.

추 의원은 이 문건이 지난 11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의 지시로 방첩사 비서실서 작성돼 정부와 군이 계엄 선포를 사전에 모의한 정황이라고 폭로했다.

이 문건서 지칭한 제주폭동은 제주 4·3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제주에만 내려졌던 비상계엄은 제주 4·3 사건 당시인 1948년 발효된 국내 최초의 계엄뿐이기 때문이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두환 신군부 시절 작성한 문건인가? 이 문서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군부가 제주 4·3을 비롯해 한국 현대사를 얼마나 왜곡 편향되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제주 4·3 사건 당시 가족을 잃은 한 유족은 “계엄령을 죽음과 체념의 상징처럼 여기고 있는데 이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생존 피해자와 유족들이 당시 상처가 떠올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4·3특별법에는 제주 4·3 사건을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했다.

이 문건의 예시인 1948년 제주 계엄령은 계엄령 자체의 불법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는 1948년 11월7일 당시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제주에 내려진 비상 계엄령은 ‘계엄법 제정 전 이뤄진 계엄령’으로 불법성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더불어 학계와 정치권서도 당시 계엄령이 불법이라는 연구와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법기관 역시 계엄령에 의한 군사재판을 불법으로 보고 당시 수형인들에 대한 재심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또 2001년 대법원은 불법성 논란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불법성을 제기한 언론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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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