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회’ 사모님 뒷담화 사건 전말

하란 봉사는 안 하시고…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악성댓글에 관대했던 법원이 이례적으로 반사회적 ‘악플러’에게 철퇴를 가했다. 봉사활동을 앞세운 악플러의 외견상 따뜻한 이미지는 그야말로 허울에 불과했다. 재계 여성봉사 단체인 ‘미래회’ 회장 출신이라는 악플러의 이력 너머에는 사이버 폭력배의 모습이 숨어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김지철 부장판사)은 지난달 15일 ‘외신기자인 조모씨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내연녀를 소개해줬다’는 등의 허위 내용을 퍼뜨린 60대 김모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실 확인 없이 댓글을 게재해 선동했으며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한다는 점을 고려해 양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24일 열린 결심 공판서 김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악의적 댓글

명예훼손 혐의의 경우 초범일 때에는 보통 기소유예나 벌금형 등으로 선처한다는 점에서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극히 이례적이다. 김씨는 첫 공판서 악플을 단 행위는 시인했으나 허위사실인지 몰랐고, 명예훼손이 되는지 몰랐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피고인이 카페를 개설해 악플을 사주한 점에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다.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처벌을 희망한 피해자의 의견도 반영됐다. 지난해 11월10일 열린 공판에는 악플의 피해자인 조씨는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악플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당시 조씨는 “악플 때문에 자살한 연예인 뉴스를 접했을 때만 해도 악플은 안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당하니까 그 정신적 손상과 압박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라며 “칼만 안 들었지 사람을 죽지 않게 찌르는 것과 같다”고 언급했다.

흥미로운 점은 김씨가 재벌가 사모님 모임인 ‘미래회’서 회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미래회는 기업인의 부인이나 딸, 며느리 등 ‘재계 여성’들의 봉사활동 모임이다. 성경 공부를 하던 10여명이 주축이 돼 1999년 조직된 미래회는 현재 20여명이 활동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연령대는 30대서 50대까지 다양하다.

재벌 회장 관련 악성루머 유포
인터넷 카페서 ‘이러쿵저러쿵’

미래회는 사회적 신분이 높은 층에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말없이 실천한다는 모토를 갖고 있다. 미래회서 매년 1∼2회에 걸쳐 개최하는 자선바자회의 경우 유명인사들의 참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각종 자선행사의 후원도 맡고 있으며 해마다 북한 어린이들에게 의료품을 전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이버상에서 김씨의 행동은 봉사활동이라는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한 인터넷 카페의 실질적인 운영자이기도 한 김씨는 이 카페의 회원들을 댓글부대로 활용하기도 했다. 기소된 이후에는 자신의 공판 일정과 법정 호수까지 알리면서 지인들에게 동조해 줄 것을 선동했을 정도다.

자신의 행동을 범법행위가 아니라 불의와의 싸움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검찰이 김씨에게 실형을 구형한 이유도 김씨가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지도 않고,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가 조씨, 최 회장과 관련한 악플을 달게 된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일각에선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돈독했던 김씨가 의도적으로 최 회장에 대한 악플을 달았다고 추측하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자 최 회장의 부인으로 잘 알려진 노 관장은 최 회장과 함께 2015년 연말을 뜨겁게 달군 인물이다. 이 무렵 최 회장은 혼외자의 존재를 직접 밝혀 구설에 올랐고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이혼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노 관장은 “이혼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사태가 이혼 소송 쪽으로 흘러갈 기미를 보이자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공교롭게도 노 관장은 김씨와 마찬가지로 미래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인물이다. 17년째 중심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으며 해마다 열리는 자선 바자회에 꼬박꼬박 모습을 비추고 있다. 미래회를 통해 김씨와 노 관장이 친분을 맺어왔다고 추측 가능한 대목이다.

악플러 엄벌

실제로 김씨는 최 회장과 SK그룹과 관련한 허위 루머와 유언비어도 퍼뜨리는 동시에 노 관장을 호평하는 댓글을 달았던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는 노 관장과는 친한 사이일 뿐 인터넷 카페 활동과 노 관장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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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