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편지 보낸 노소영 노림수 추적

겉으론 쿨한 척…남편의 사면 반대한 속내는?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4년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형이 확정되자 그의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눈물을 흘렸다. 언론은 그 모습을 ‘희생과 기다림’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뒤로는 노 관장이 최 회장의 사면 반대 편지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은 차갑게 식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노 관장의 ‘언론플레이’가 지나치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3년 9월 형이 확정돼 지난해 광복절특사로 나왔다. 그 사이 여론은 그의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비련의 주인공으로 묘사했다.

한 방송사 쇼프로그램서 공개된 노 관장의 문자메시지는 이 같은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 회장의 개인사 논란이 있었을 당시 공개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노 관장은 “언론플레이하는 것처럼 비치고 싶진 않다”면서도 “어거스틴이나 성 프란시스코나 다 회심하기 전엔 엉망이었거든요. 누군가가 그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사람이 있었던 건데 그 한 사람이 저인걸요”라고 말했다.

완강히 부인
그러나 확인

그러나 노 관장의 반전 뒷얘기에 그에게 향했던 동정 여론이 싸늘하게 식고 있는 상황이다. 노 관장이 최 회장의 사면에 반대하는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이 최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서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노 관장의 최 회장 사면 반대 편지는 지난달 22일, 최순실 국정 농단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22차 공판서 그 존재가 드러났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최 회장은 지난해 2월16일 박 전 대통령과 면담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서 노 관장이 보낸 사면 반대 편지를 인정했다. 

당시 검찰은 “노 관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최 회장과 관련, 부정적 내용이 담긴 서신을 보낸 걸 알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최 회장은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 12월말 사생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가정사로 인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는 게 중요한 문제이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여기서 ‘사생활 문제’란 최 회장이 한 일간지를 통해 “동거인과의 사이에 딸을 두고 있고 부인인 노 관장과는 이혼을 원한다”고 밝힌 내용이다.

“가정은 지키겠다”던 노 관장
사면 반대 사실 법정서 드러나

최 회장 사면 반대 편지의 파장은 컸다. 특히 노 관장은 최 회장 사면 반대 편지에 대해 즉각 부인했으나 한 방송사가 노 관장 편지 존재를 밀착취재한 끝에 사실로 확인하면서 그의 이중성 논란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노 관장이 쓴 편지의 내용이 사실과 다른 억측을 담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도덕성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대중들은 2015년 말 최 회장 개인사 고백 이후 의연했던 노 관장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놀라는 모습이다.

2015년 말 최 회장의 개인사 고백에 대해 노 관장은 “제가 상대방(최 회장)의 감정을 읽지 못했고 상처를 입혔다”며 “가정을 지키겠다”고 하는 등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 많은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조강지처’ 또는 ‘비련의 여인’으로 비쳐졌다.

그는 지난 2013년 9월 항소심서 최 회장이 법정구속됐을 때 그 법정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최 회장 구속을 안타까워했다고 알려졌다.

최 회장 구속 이후 이루어진 여러 차례의 언론 인터뷰서도 “최 회장 구속은 안타깝고 참담한 일이다” “면회를 자주는 못 가고 2주에 한 번 정도 간다” “최 회장이 수감된 이후에 두 사람의 관계가 오히려 더 애틋해졌다”는 등 두 사람의 관계가 매우 좋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사면 반대 편지로 노 관장의 이중성이 확인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속으론…
이중성 도마

현재 노 관장은 도덕성을 의심받고 있다. 노 관장은 지난달 22일 박 전 대통령 공판서 사면 반대 편지가 처음 공개된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전혀 그런 적 없다. 제가 그랬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해라”고 반박하면서 “(부정적인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는 이야기는) 대체 누가 지어낸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등 사면 반대 편지의 존재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종합편성채널인 <MBN> 보도에 따르면 노 관장은 지난 2015년 8월 최 회장이 광복절특사로 풀려나기 전 최 회장을 사면해줘서는 안 되는 이유 9가지를 7장 분량으로 직접 적어 당시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노 관장의 사면 반대 편지에 대해 일단 최 회장 측에서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 회장 지인들 사이에서는 노 관장의 이중적 행동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반응도 적지 않게 나온다.
 

특히 노 관장이 편지서 언급한 내용이 허위사실이거나 억측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뒷말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석방된다고 해서 우리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대표적인 사면 반대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거둔 경영성과에 대해서는 재계에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SK그룹 주력 계열사를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으로 끌어올린 것은 물론 도시바 인수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말과 행동 
다른 모습

노 관장은 편지를 통해 최 회장과 친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사이가 좋지 않아 형제간 다툼이 치열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 독대 때 “저는 사면 받았지만 동생(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아직 수감돼있어 제수씨와 조카들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을 만큼 둘 사이의 이상징후를 발견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노 관장 편지 내용에 있는 최 회장 동거인의 측근이 SK그룹 경영에 관여한다는 내용도 허위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최근 노 관장의 사면 반대 편지와 노 관장 주변 인사들의 댓글 명예훼손 행위 논란 등이 한꺼번에 도마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중들이야 놀랐겠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으며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그 동안 노 관장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 때문에 가려졌던 뒷얘기들이 이번 사면 반대 편지를 계기로 수면위로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최 회장이 지난 2011년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일까. 한 언론은 노 관장의 경솔한 행동으로 최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았고 결국 최 회장은 물론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도 구속되는 위기를 겪었다고 보도했다. 

노 관장이 최 회장의 개인적 선물투자를 사법당국에 알렸고 이것이 단초가 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이 보도가 사실이면 법정서 흘린 노 관장의 눈물과 잦은 면회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 생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른 여자에게 보낼 바엔 
감옥에 있는 게 더 낫다?

지금까지 나온 정황을 살펴보면 최 회장 입장에선 검찰 수사로 인해 구속 수감되는 단초를 제공한 노 관장이 자신의 사면까지 반대했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배신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흐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을 잘 아는 인사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미 구속 수감될 당시 노 관장에 대한 인간적인 배신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었고 이로 인해 노 관장이 면회를 오는 것도 거절했다. 노 관장이 2주에 한 번씩 최 회장 면회를 했다고 밝힌 대목도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구나 최근에는 노 관장의 측근인 미래회 전 회장이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조직적으로 악플을 달아 징역형을 선고받기까지 하는 등 최 회장과 노 관장 양쪽의 균열은 상당히 심해진 상태로 보인다.

노 관장은 왜 이런 편지를 썼을까. 재작년 말 최 회장의 편지 고백으로부터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사면돼 나오더라도 ‘동거인’에게 돌아갈 것이 확실한 상황이라면 최 회장이 나오는 것과 노 관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오히려 안 나오는 것이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노 관장이 말했던 가정을 지킨다는 것은 어쩌면 최 회장 개인보다는 본인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가정을 지키겠다고 한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 관장이 최 회장이 출소하면 곧 이혼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비해 유리한 고지를 다져놓고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양측 지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법적 관계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추정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노 관장이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사면 반대 편지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재계 3위의 SK그룹 회장과의 사이에 이런 막장드라마 같은 일이 벌여졌다는 것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그 실망감을 감출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옥바라지?
씁쓸한 뒷맛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 관장이 언론에 비쳐지는 모습이 좋아 최 회장 사면 반대 편지에 대한 충격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노 관장의 속마음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이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태원 회장의 광폭행보

최태원 SK회장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방미 기간 중에 미국의 에너지기업과 새로운 차원의 글로벌 파트너링을 성사시키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SK그룹은 이를 계기로 향후 5년 동안 1조8000억원을 미국에 투자하는 한편 추가적으로 약 3조∼5조원 규모의 추가투자도 모색한다. SK그룹은 지난달 29일 문 대통령의 경제인단으로 방미중인 최태원 회장이 28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유정준 SK글로벌성장위원장(SK E&S 사장 겸임) 등과 함께 대표적인 미 에너지 기업인 GE, 콘티넨탈리소스(이하 콘티넨탈) 등과 미국 셰일가스를 중심으로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지속가능한 사업협력을 위해서는 양쪽 사업 당사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한국기업 SK와 미국기업 GE·콘티넨탈이 맺은 이번 MOU는 미국발 제2차 셰일혁명을 활용, 양국 기업은 물론 양국 정부까지도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차원 높은 글로벌 파트너링 모델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제휴로 향후 SK그룹은 미 본토의 풍부한 자원을 확보, ‘무자원 산유국’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제3국에 수출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반면 미국 에너지기업은 SK그룹과의 파트너십으로 글로벌 수출을 확대하고 미국 내 투자 확대로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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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이 출범했다. 개문발차 상태다. 수장 공백과 법령 미비, 수사 인프라 모두 정리되지 않았다. 중수청의 경우 본청 사무실 공사 마무리까지 두 달여가 소요될 전망이다. 검사·수사관 대부분은 출근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담당했던 사건이 처리되는 데 수개월이 밀리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 기능을 담당할 공소청 모두 수장과 인력, 하위 법령, 사무 공간 등 총체적 부실 상태로 개청했다. 채용이 확정된 이들은 어디로 출근해야 하는지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완성도 안 됐다 중수청은 지난달 7일 김지용 후보자가 초대 청장으로 제청됐으나 여권 내 반발로 인해 추가 검증을 거치느라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 중수청법상 중수청 간부급인 1∼5급 수사관은 청장의 추천을 거치게끔 돼있지만, 청장 없이 문을 여는 바람에 첫 인사부터 원칙이 깨졌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정원은 수사관 2567명과 일반직 307명 등 총 2874명인데, 1·2차 특례 임용에 지원한 이들이 총 1962명에 그쳤고 5급 이상은 정원 629명에 지원자 212명으로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청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전까지도 인사가 발표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어느 지역의 중수청에 출근해야 할지 통보받지 못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였다. 중수청은 청사를 임대했으나 수사 인프라와 사무 공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본청과 서울청이 쓰게 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은 2∼17층을 임대했으나 당장 사용할 준비가 된 것은 여섯층뿐이다. 수사기관의 필수 시설인 조사실과 피의자 신병을 확보할 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해 당분간 타 기관의 공간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됐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서울 3곳, 나머지 5개 지역 1곳 등 총 8곳의 경찰서 유치장을 사용하기로 경찰청과 협의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도 6개 지방중수청 인근 교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도 아직 마련되지 않아 완성 전까진 경찰과 논의하며 사용하기로 했는데, 개청 직후에도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청의 청사와 시스템을 활용하고, 인력도 상당 부분 이어받아 중수청보다 준비가 순조로웠다. 지난달 22일에 직제안을 확정한 데 이어 29일에는 공소청 개청 날짜에 맞춰 검사 192명의 인사를 단행하는 등 진용을 갖추고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중이다. 다만 공소청 수장인 검찰총장은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법무부 장관마저 공석이어서 후보자가 있는 중수청장보다도 임명에 먹구름이 꼈다. 중수청, 수사관 충원 부족한데 5급 이상 간부 1/3 수준 사무실 공사 마무리 최소 두달 “어디로 출근할지도 몰라” 우선 법무부는 공소청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자로 이정현 신임 대검 차장검사를 임명해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도록 했다. 공소청은 개정된 형사소송법 취지에 맞게 하위·관계 법령을 정비하는 작업도 끝마치지 못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에 맞게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하는 법령이 100여개에 달해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최근 법무부령 24건을 공포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검찰청 관련 명칭들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오는 2일 개청에 맞춰 법령 개정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후속 법안 논의에서 일부 기관이 배제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중수·공소청·경찰 3개 기관의 사건 이첩 관련 규정을 담은 중수청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공소청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록에 따르면 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공소청 관계자는 나와 있느냐”고 묻자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없다”고 답했다. 의사결정권자 공백으로 기관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사안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 중수청법에 따르면 중수청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도 중수청 수사와 겹치거나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관장의 결단이 필수적인데 직무대행 간 협의만으로는 이견을 좁혀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기관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합동수사기구도 문을 닫게 됐다. 서울서부지검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수사팀은 1년2개월의 수사 끝에 지난달 30일 활동을 중단했다.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부와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도 운영을 멈췄다. ‘검 목소리’ 완전 배제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중수청에서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합동수사기구가 하던 업무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중수청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적어도 두세달 뒤에야 다시 업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대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견제하기 위한 장치였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폐지됐다. 구자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7월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현재 경찰의 역량과 인력을 감안했을 때 실무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강경파의 입김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라졌다.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공소청법에 따라 공소청은 출범 시작부터 리더십 부재라는 혼란 속에서 출발하게 됐다.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만 개정됐을 뿐 그에 따른 하위 법령과 규칙 등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공소청 직제안마저 출범 열흘 전 가까스로 완성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과 연동해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할 하위 법령은 137개에 달한다. 형법과 민사소송법은 물론 성폭력·스토킹 처벌법 등 개별 특별법과 법무부 소관 관계 법률만 61개에 달한다. ‘검찰’이라는 명칭 자체가 없어지는 탓에 50개의 대통령령을 정비해야 하고 검사의 수사권이 명시된 각종 수사준칙도 수정해야 한다. 검찰사건 사무규칙은 조문만 300개가 넘는다. 그만큼 법제처의 심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논란만 검사의 역할 역시 수사 담당과 기소 담당으로 이원화한 데 포함되지 않는 검사는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다. 수사 역량이 뛰어난 다수의 검사를 중수청으로 보내 국가 수사 역량을 보존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당초 정부안은 검찰청 검사가 중수청으로 이직할 경우 ‘수사사법관’으로 임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이를 “이름만 중수청으로 바뀐 도로 검찰청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반대했다. 두 기관 출범 직전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었다. 중수·공소청 출범 직전인 지난 1일에서야 옹호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해 “이런 사람을 ‘친윤(친 윤석열) 검사’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허위임을 알면서도 흠집을 내고 공격하기 위해 하는 억지 주장이라면 비판이 아닌 비방이고 국정 조언이 아닌 국정 방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강도 높게 공개 비판해 온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겨냥해 “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으로 발탁 승진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유튜브에서 “심지어는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 ‘친한(친 한동훈)’ 검사라고 일부가 지적한다”며 “여러 가지 추가 검증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 그것과는 굉장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도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여권 일각의 비판을 이 대통령이 직접 반박한 것에 대해 “전혀 아닌 것을 계속하거나, 아니라고 설명했는데도 계속 프레이밍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옹호했다. 공소청 수장 임명 법무부 장관 있어야 추천 거쳐 가능 대통령령 포함 하위 법령 100여건 깡그리 수정 필요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친명(친 이재명)계 핵심인 김영진 행안위원장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평가가 좀 과하지 않나”라며 “행안위에 중수청장 후보자를 보내서 (인사청문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수청이 개문발차하는 만큼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될 경우 수장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정감사 기간 중이라도 인사청문회를 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김 후보자를 향한 자진 사퇴 압박이 이날도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철학도 없고, 친 윤석열 검사가 아니었다고 얘기하지만 그 당시 항명 사건에서도 동참했다”며 “여러 가지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수사 지휘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새 체계가 현장에 뿌리내릴 때까지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경찰 역량이 충분한지, 권한을 공정하고 절제하며 행사하는지 국민께서 엄중한 눈으로 지켜보신다”며 “관서·수사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상 대응의 일환으로 경찰서장이 앞으로 중요 사건과 검사 요구 사건 등의 처리 현황을 매일 확인하고 시도청과 국가수사본부까지 교차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전 수사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 권리 보호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사건 진행에 대한 통지를 내실화하는 등 수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비상 체제 돌입한 경찰 사건 조작과 은폐, 뇌물수수 등 중대 비위가 확인되면 엄정 수사하고, 비위 당사자에 대해서는 파면·해임과 같은 중징계를 원칙으로 삼는 등 내·외부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 대행은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 권리 구제가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부실·불공정 수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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