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편지 보낸 노소영 노림수 추적

겉으론 쿨한 척…남편의 사면 반대한 속내는?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4년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형이 확정되자 그의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눈물을 흘렸다. 언론은 그 모습을 ‘희생과 기다림’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뒤로는 노 관장이 최 회장의 사면 반대 편지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은 차갑게 식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노 관장의 ‘언론플레이’가 지나치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3년 9월 형이 확정돼 지난해 광복절특사로 나왔다. 그 사이 여론은 그의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비련의 주인공으로 묘사했다.

한 방송사 쇼프로그램서 공개된 노 관장의 문자메시지는 이 같은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 회장의 개인사 논란이 있었을 당시 공개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노 관장은 “언론플레이하는 것처럼 비치고 싶진 않다”면서도 “어거스틴이나 성 프란시스코나 다 회심하기 전엔 엉망이었거든요. 누군가가 그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사람이 있었던 건데 그 한 사람이 저인걸요”라고 말했다.

완강히 부인
그러나 확인

그러나 노 관장의 반전 뒷얘기에 그에게 향했던 동정 여론이 싸늘하게 식고 있는 상황이다. 노 관장이 최 회장의 사면에 반대하는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이 최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서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노 관장의 최 회장 사면 반대 편지는 지난달 22일, 최순실 국정 농단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22차 공판서 그 존재가 드러났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최 회장은 지난해 2월16일 박 전 대통령과 면담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서 노 관장이 보낸 사면 반대 편지를 인정했다. 

당시 검찰은 “노 관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최 회장과 관련, 부정적 내용이 담긴 서신을 보낸 걸 알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최 회장은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 12월말 사생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가정사로 인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는 게 중요한 문제이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여기서 ‘사생활 문제’란 최 회장이 한 일간지를 통해 “동거인과의 사이에 딸을 두고 있고 부인인 노 관장과는 이혼을 원한다”고 밝힌 내용이다.

“가정은 지키겠다”던 노 관장
사면 반대 사실 법정서 드러나

최 회장 사면 반대 편지의 파장은 컸다. 특히 노 관장은 최 회장 사면 반대 편지에 대해 즉각 부인했으나 한 방송사가 노 관장 편지 존재를 밀착취재한 끝에 사실로 확인하면서 그의 이중성 논란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노 관장이 쓴 편지의 내용이 사실과 다른 억측을 담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도덕성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대중들은 2015년 말 최 회장 개인사 고백 이후 의연했던 노 관장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놀라는 모습이다.

2015년 말 최 회장의 개인사 고백에 대해 노 관장은 “제가 상대방(최 회장)의 감정을 읽지 못했고 상처를 입혔다”며 “가정을 지키겠다”고 하는 등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 많은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조강지처’ 또는 ‘비련의 여인’으로 비쳐졌다.

그는 지난 2013년 9월 항소심서 최 회장이 법정구속됐을 때 그 법정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최 회장 구속을 안타까워했다고 알려졌다.

최 회장 구속 이후 이루어진 여러 차례의 언론 인터뷰서도 “최 회장 구속은 안타깝고 참담한 일이다” “면회를 자주는 못 가고 2주에 한 번 정도 간다” “최 회장이 수감된 이후에 두 사람의 관계가 오히려 더 애틋해졌다”는 등 두 사람의 관계가 매우 좋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사면 반대 편지로 노 관장의 이중성이 확인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속으론…
이중성 도마

현재 노 관장은 도덕성을 의심받고 있다. 노 관장은 지난달 22일 박 전 대통령 공판서 사면 반대 편지가 처음 공개된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전혀 그런 적 없다. 제가 그랬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해라”고 반박하면서 “(부정적인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는 이야기는) 대체 누가 지어낸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등 사면 반대 편지의 존재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종합편성채널인 <MBN> 보도에 따르면 노 관장은 지난 2015년 8월 최 회장이 광복절특사로 풀려나기 전 최 회장을 사면해줘서는 안 되는 이유 9가지를 7장 분량으로 직접 적어 당시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노 관장의 사면 반대 편지에 대해 일단 최 회장 측에서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 회장 지인들 사이에서는 노 관장의 이중적 행동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반응도 적지 않게 나온다.
 

특히 노 관장이 편지서 언급한 내용이 허위사실이거나 억측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뒷말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석방된다고 해서 우리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대표적인 사면 반대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거둔 경영성과에 대해서는 재계에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SK그룹 주력 계열사를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으로 끌어올린 것은 물론 도시바 인수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말과 행동 
다른 모습

노 관장은 편지를 통해 최 회장과 친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사이가 좋지 않아 형제간 다툼이 치열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 독대 때 “저는 사면 받았지만 동생(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아직 수감돼있어 제수씨와 조카들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을 만큼 둘 사이의 이상징후를 발견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노 관장 편지 내용에 있는 최 회장 동거인의 측근이 SK그룹 경영에 관여한다는 내용도 허위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최근 노 관장의 사면 반대 편지와 노 관장 주변 인사들의 댓글 명예훼손 행위 논란 등이 한꺼번에 도마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중들이야 놀랐겠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으며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그 동안 노 관장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 때문에 가려졌던 뒷얘기들이 이번 사면 반대 편지를 계기로 수면위로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최 회장이 지난 2011년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일까. 한 언론은 노 관장의 경솔한 행동으로 최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았고 결국 최 회장은 물론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도 구속되는 위기를 겪었다고 보도했다. 

노 관장이 최 회장의 개인적 선물투자를 사법당국에 알렸고 이것이 단초가 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이 보도가 사실이면 법정서 흘린 노 관장의 눈물과 잦은 면회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 생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른 여자에게 보낼 바엔 
감옥에 있는 게 더 낫다?

지금까지 나온 정황을 살펴보면 최 회장 입장에선 검찰 수사로 인해 구속 수감되는 단초를 제공한 노 관장이 자신의 사면까지 반대했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배신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흐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을 잘 아는 인사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미 구속 수감될 당시 노 관장에 대한 인간적인 배신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었고 이로 인해 노 관장이 면회를 오는 것도 거절했다. 노 관장이 2주에 한 번씩 최 회장 면회를 했다고 밝힌 대목도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구나 최근에는 노 관장의 측근인 미래회 전 회장이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조직적으로 악플을 달아 징역형을 선고받기까지 하는 등 최 회장과 노 관장 양쪽의 균열은 상당히 심해진 상태로 보인다.

노 관장은 왜 이런 편지를 썼을까. 재작년 말 최 회장의 편지 고백으로부터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사면돼 나오더라도 ‘동거인’에게 돌아갈 것이 확실한 상황이라면 최 회장이 나오는 것과 노 관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오히려 안 나오는 것이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노 관장이 말했던 가정을 지킨다는 것은 어쩌면 최 회장 개인보다는 본인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가정을 지키겠다고 한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 관장이 최 회장이 출소하면 곧 이혼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비해 유리한 고지를 다져놓고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양측 지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법적 관계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추정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노 관장이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사면 반대 편지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재계 3위의 SK그룹 회장과의 사이에 이런 막장드라마 같은 일이 벌여졌다는 것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그 실망감을 감출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옥바라지?
씁쓸한 뒷맛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 관장이 언론에 비쳐지는 모습이 좋아 최 회장 사면 반대 편지에 대한 충격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노 관장의 속마음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이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태원 회장의 광폭행보

최태원 SK회장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방미 기간 중에 미국의 에너지기업과 새로운 차원의 글로벌 파트너링을 성사시키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SK그룹은 이를 계기로 향후 5년 동안 1조8000억원을 미국에 투자하는 한편 추가적으로 약 3조∼5조원 규모의 추가투자도 모색한다. SK그룹은 지난달 29일 문 대통령의 경제인단으로 방미중인 최태원 회장이 28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유정준 SK글로벌성장위원장(SK E&S 사장 겸임) 등과 함께 대표적인 미 에너지 기업인 GE, 콘티넨탈리소스(이하 콘티넨탈) 등과 미국 셰일가스를 중심으로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지속가능한 사업협력을 위해서는 양쪽 사업 당사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한국기업 SK와 미국기업 GE·콘티넨탈이 맺은 이번 MOU는 미국발 제2차 셰일혁명을 활용, 양국 기업은 물론 양국 정부까지도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차원 높은 글로벌 파트너링 모델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제휴로 향후 SK그룹은 미 본토의 풍부한 자원을 확보, ‘무자원 산유국’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제3국에 수출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반면 미국 에너지기업은 SK그룹과의 파트너십으로 글로벌 수출을 확대하고 미국 내 투자 확대로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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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