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편지 보낸 노소영 노림수 추적

겉으론 쿨한 척…남편의 사면 반대한 속내는?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4년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형이 확정되자 그의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눈물을 흘렸다. 언론은 그 모습을 ‘희생과 기다림’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뒤로는 노 관장이 최 회장의 사면 반대 편지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은 차갑게 식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노 관장의 ‘언론플레이’가 지나치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3년 9월 형이 확정돼 지난해 광복절특사로 나왔다. 그 사이 여론은 그의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비련의 주인공으로 묘사했다.

한 방송사 쇼프로그램서 공개된 노 관장의 문자메시지는 이 같은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 회장의 개인사 논란이 있었을 당시 공개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노 관장은 “언론플레이하는 것처럼 비치고 싶진 않다”면서도 “어거스틴이나 성 프란시스코나 다 회심하기 전엔 엉망이었거든요. 누군가가 그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사람이 있었던 건데 그 한 사람이 저인걸요”라고 말했다.

완강히 부인
그러나 확인

그러나 노 관장의 반전 뒷얘기에 그에게 향했던 동정 여론이 싸늘하게 식고 있는 상황이다. 노 관장이 최 회장의 사면에 반대하는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이 최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서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노 관장의 최 회장 사면 반대 편지는 지난달 22일, 최순실 국정 농단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22차 공판서 그 존재가 드러났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최 회장은 지난해 2월16일 박 전 대통령과 면담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서 노 관장이 보낸 사면 반대 편지를 인정했다. 

당시 검찰은 “노 관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최 회장과 관련, 부정적 내용이 담긴 서신을 보낸 걸 알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최 회장은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 12월말 사생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가정사로 인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는 게 중요한 문제이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여기서 ‘사생활 문제’란 최 회장이 한 일간지를 통해 “동거인과의 사이에 딸을 두고 있고 부인인 노 관장과는 이혼을 원한다”고 밝힌 내용이다.

“가정은 지키겠다”던 노 관장
사면 반대 사실 법정서 드러나

최 회장 사면 반대 편지의 파장은 컸다. 특히 노 관장은 최 회장 사면 반대 편지에 대해 즉각 부인했으나 한 방송사가 노 관장 편지 존재를 밀착취재한 끝에 사실로 확인하면서 그의 이중성 논란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노 관장이 쓴 편지의 내용이 사실과 다른 억측을 담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도덕성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대중들은 2015년 말 최 회장 개인사 고백 이후 의연했던 노 관장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놀라는 모습이다.

2015년 말 최 회장의 개인사 고백에 대해 노 관장은 “제가 상대방(최 회장)의 감정을 읽지 못했고 상처를 입혔다”며 “가정을 지키겠다”고 하는 등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 많은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조강지처’ 또는 ‘비련의 여인’으로 비쳐졌다.


그는 지난 2013년 9월 항소심서 최 회장이 법정구속됐을 때 그 법정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최 회장 구속을 안타까워했다고 알려졌다.

최 회장 구속 이후 이루어진 여러 차례의 언론 인터뷰서도 “최 회장 구속은 안타깝고 참담한 일이다” “면회를 자주는 못 가고 2주에 한 번 정도 간다” “최 회장이 수감된 이후에 두 사람의 관계가 오히려 더 애틋해졌다”는 등 두 사람의 관계가 매우 좋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사면 반대 편지로 노 관장의 이중성이 확인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속으론…
이중성 도마

현재 노 관장은 도덕성을 의심받고 있다. 노 관장은 지난달 22일 박 전 대통령 공판서 사면 반대 편지가 처음 공개된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전혀 그런 적 없다. 제가 그랬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해라”고 반박하면서 “(부정적인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는 이야기는) 대체 누가 지어낸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등 사면 반대 편지의 존재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종합편성채널인 <MBN> 보도에 따르면 노 관장은 지난 2015년 8월 최 회장이 광복절특사로 풀려나기 전 최 회장을 사면해줘서는 안 되는 이유 9가지를 7장 분량으로 직접 적어 당시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노 관장의 사면 반대 편지에 대해 일단 최 회장 측에서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 회장 지인들 사이에서는 노 관장의 이중적 행동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반응도 적지 않게 나온다.
 

특히 노 관장이 편지서 언급한 내용이 허위사실이거나 억측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뒷말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석방된다고 해서 우리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대표적인 사면 반대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거둔 경영성과에 대해서는 재계에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SK그룹 주력 계열사를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으로 끌어올린 것은 물론 도시바 인수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말과 행동 
다른 모습

노 관장은 편지를 통해 최 회장과 친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사이가 좋지 않아 형제간 다툼이 치열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 독대 때 “저는 사면 받았지만 동생(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아직 수감돼있어 제수씨와 조카들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을 만큼 둘 사이의 이상징후를 발견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노 관장 편지 내용에 있는 최 회장 동거인의 측근이 SK그룹 경영에 관여한다는 내용도 허위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최근 노 관장의 사면 반대 편지와 노 관장 주변 인사들의 댓글 명예훼손 행위 논란 등이 한꺼번에 도마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중들이야 놀랐겠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으며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그 동안 노 관장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 때문에 가려졌던 뒷얘기들이 이번 사면 반대 편지를 계기로 수면위로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최 회장이 지난 2011년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일까. 한 언론은 노 관장의 경솔한 행동으로 최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았고 결국 최 회장은 물론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도 구속되는 위기를 겪었다고 보도했다. 

노 관장이 최 회장의 개인적 선물투자를 사법당국에 알렸고 이것이 단초가 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이 보도가 사실이면 법정서 흘린 노 관장의 눈물과 잦은 면회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 생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른 여자에게 보낼 바엔 
감옥에 있는 게 더 낫다?


지금까지 나온 정황을 살펴보면 최 회장 입장에선 검찰 수사로 인해 구속 수감되는 단초를 제공한 노 관장이 자신의 사면까지 반대했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배신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흐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을 잘 아는 인사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미 구속 수감될 당시 노 관장에 대한 인간적인 배신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었고 이로 인해 노 관장이 면회를 오는 것도 거절했다. 노 관장이 2주에 한 번씩 최 회장 면회를 했다고 밝힌 대목도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구나 최근에는 노 관장의 측근인 미래회 전 회장이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조직적으로 악플을 달아 징역형을 선고받기까지 하는 등 최 회장과 노 관장 양쪽의 균열은 상당히 심해진 상태로 보인다.

노 관장은 왜 이런 편지를 썼을까. 재작년 말 최 회장의 편지 고백으로부터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사면돼 나오더라도 ‘동거인’에게 돌아갈 것이 확실한 상황이라면 최 회장이 나오는 것과 노 관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오히려 안 나오는 것이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노 관장이 말했던 가정을 지킨다는 것은 어쩌면 최 회장 개인보다는 본인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가정을 지키겠다고 한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 관장이 최 회장이 출소하면 곧 이혼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비해 유리한 고지를 다져놓고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양측 지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법적 관계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추정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노 관장이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사면 반대 편지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재계 3위의 SK그룹 회장과의 사이에 이런 막장드라마 같은 일이 벌여졌다는 것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그 실망감을 감출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옥바라지?
씁쓸한 뒷맛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 관장이 언론에 비쳐지는 모습이 좋아 최 회장 사면 반대 편지에 대한 충격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노 관장의 속마음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이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태원 회장의 광폭행보

최태원 SK회장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방미 기간 중에 미국의 에너지기업과 새로운 차원의 글로벌 파트너링을 성사시키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SK그룹은 이를 계기로 향후 5년 동안 1조8000억원을 미국에 투자하는 한편 추가적으로 약 3조∼5조원 규모의 추가투자도 모색한다. SK그룹은 지난달 29일 문 대통령의 경제인단으로 방미중인 최태원 회장이 28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유정준 SK글로벌성장위원장(SK E&S 사장 겸임) 등과 함께 대표적인 미 에너지 기업인 GE, 콘티넨탈리소스(이하 콘티넨탈) 등과 미국 셰일가스를 중심으로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지속가능한 사업협력을 위해서는 양쪽 사업 당사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한국기업 SK와 미국기업 GE·콘티넨탈이 맺은 이번 MOU는 미국발 제2차 셰일혁명을 활용, 양국 기업은 물론 양국 정부까지도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차원 높은 글로벌 파트너링 모델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제휴로 향후 SK그룹은 미 본토의 풍부한 자원을 확보, ‘무자원 산유국’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제3국에 수출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반면 미국 에너지기업은 SK그룹과의 파트너십으로 글로벌 수출을 확대하고 미국 내 투자 확대로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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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권행 급행열차 티켓을 거머쥔 채 돌아왔다. 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야말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 대표가 반격의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에 얽매인 지 3년 만이다. 웃음을 띤 채 법원서 나온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는 국력을 낭비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살아서 돌아왔다 지난 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서 무죄를 선고했다.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모두 뒤엎은 것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이던 2021년 TV 프로그램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이다. 재판부는 두 가지 모두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이 교유관계를 부인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주관적 인식에 대해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교유행위를 부인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서 유죄가 인정됐던 ‘골프 발언’에 대해서도 TV 프로그램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일부며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고 무죄로 봤다. 특히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사진으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원본 일부를 떼어냈기 때문에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용도변경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가 협박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핵심은 국토부가 법률에 의거해 변경 요청을 했고 성남시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것”이라며 “(발언의)일부가 독자성을 가지고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발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선거권 박탈형 1심 몽땅 뒤집혀 무죄 선고에 한시름 놓은 민주당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검찰은 “항소심 법원 판단은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도 괴리된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으로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곧바로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해당 사건의 최종 판결은 대법원서 가려지게 됐다. 이 대표의 선고가 예정된 26일 이전부터 민주당은 초긴장 상태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의 운명이 걸려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향후 모든 방향이 결정되는 하루일 것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60일 이내 선거를 치를 경우 하나의 작은 변수도 나비효과처럼 커질 수 있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무죄가 선고된 후에는 “차기 대통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완벽한 서사”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이 대표가 밝은 얼굴로 법정서 걸어 나오자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 앞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사법 리스크를 겨냥해 ‘이재명 흔들기’에 나섰던 대권 잠룡들의 목소리는 당분간 사그라들 전망이다. 후보 교체론을 주장해 왔던 비명(비 이재명)계 잠룡 역시 입을 모아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 “사필귀정” 등의 메시지를 냈다. 이 대표 대세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지만 탄핵 정국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총구를 밖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뒤통수 얼얼 여당 대혼란 국민의힘은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1심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왔기 때문에 2심 역시 최소한 벌금 100만원을 예상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재판부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전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고 직후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이 부분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고 대법원서 신속하게 6·3·3 원칙(1심은 6개월, 2·3심은 3개월 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최대 리스크였던 범죄자 프레임이 상당 부분 걷어지자 보수 잠룡들은 저마다 말을 얹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거짓은 죄, 진실은 선이 정의”라는 글을 게시했다. 오 시장은 “대선주자가 선거서 중대한 거짓말을 했는데 죄가 아니라면 그 사회는 바로 설 수 없다”며 “대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재명이 억지 무죄가 된 것은 사법부의 하나회 덕분”이라며 “사법부 조차 진영 논리로 재판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지만 사법부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하겠나. 오히려 잘됐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차기 대선을 각종 범죄로 기소된 사람과 하는 게 우리로서는 더 편하다”고 비꼬았다. 대세론 굳히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2심 결과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정치의 큰 흐름이 사법부의 판단에 흔들리는 정치의 사법화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의 골프 사진을 최초로 제시한 개혁신당 이기인 최고위원은 “졸지에 사진 조작범이 됐다”며 “옆 사람에게 자세하게 보여주려고 화면을 확대하면 사진 조작범이 되나? CCTV 화면 확대해서 제출하면 조작 증거이니 무효라는 말이냐? 무죄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꾸며낸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상고심서 잘 다퉈주길 바란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고비를 넘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운명을 쥔 헌재를 최대한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차기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죄를 선고받은 이 대표는 곧장 안동을 찾아 대형 산불로 터를 잃은 이재민을 위로했다. 지난 26일 이 대표는 법원서 곧바로 국회로 이동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산불 피해가 커지자 이를 뒤로 미루고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은 이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다. 앞서 이 대표는 무죄 선고 이후 취재진 앞에 서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서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또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아니면 우리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겠나”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안동을 찾은 데 이어 27일에는 화재로 소실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를 찾아 “고운사를 포함해 피해 입은 지역이나 시설 예산 걱정을 하지 않도록 국회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헬기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당분간 통하지 않을 ‘범죄 프레임’ 여권 잠룡 집중포격에도 꼿꼿하게 이 대표가 민생을 살피는 동안 나머지 민주당 의원이 장외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2심 결과가 나왔으니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는 이상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고궁박물관 앞 민주당 천막 당사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서 “헌법재판소는 해야 할 일을 즉시 하라”며 다시 한번 압박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로 12·3 내란발발 115일째, 탄핵소추안 가결 104일째, 탄핵 심판 변론종결 31일째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며 “선고가 늦어지면 늦어지는 이유라도 밝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헌법 수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방기하는 사이 온갖 흉흉한 소문과 억측이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다”며 “헌재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회의도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역시 “선입 선출에 따른 파면 선고라는 상식의 시간은 지났고, 오늘 오전까지도 선고기일 공지를 안 하면 명예의 시간도 넘어간다”며 “검찰의 억지 기소에 따른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이후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지연하느냐는 불명예스러운 물음에 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자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 전략이 반쪽짜리가 되면서 탄핵 정국 돌파구가 막혔다. 2심 무죄 판결이 대법원서 뒤집히길 바라며 상고심이 오는 6월26일까지 나와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남은 건 헌재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4개의 재판을 더 받는 만큼 아직 ‘완전히’ 족쇄를 풀지 못했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미 날개를 단 이 대표의 존재감만 키워줄 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란 게 야권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시름 놓은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대권주자 1위를 굳힐 일만 남았다. 중도층을 포섭하는 동시에 비호감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이에 맞춰 이 대표의 목소리도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 튀기는 3월이 마무리되면서 조기 대선의 운명을 가를 헌재에 모든 시선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