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VS 노소영 ‘치명적 오류’ 잘못된 재판 막전막후

산수 틀린 희대의 판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소송의 대법원 판결에 관심이 주목된다. 항소심 재판부가 산정한 주가가치의 오류를 최 회장 측에서 지적하며 재판부와 반박에 재반박이 계속 나왔다. 1조3000억원이라는 희대의 이혼소송 위자료에 이어 판결문 수정까지 나온 결과는 결국 최 회장이 상고하면서 대법원 손으로 넘어갔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소송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SK㈜로 합병된 SK C&C의 과거 주식가치 산정에 오류가 발견되면서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를 열고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17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유례없는
세기의 이혼

재판부는 “최 회장은 노 관장과 별거한 이후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액이 산정되는 부분만 해도 219억원 이상 지출했고 여러 가액 산정이 불가능한 이익도 제공했다”며 “부부 공동생활과 혼인 파탄에 대한 노 관장의 정신적 손해를 전부 전보하는 수준으로 증액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회장에 대해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신용카드 사용을 일방적으로 정지시키고 1심 판결 이후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하는 등 부양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노 관장의 부친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 300억원 상당이 지난 1991년경 최 회장의 부친이자 사돈인 고 최종현 전 선대회장에게 전달돼 SK 측에 유입됐다고 판단, 1심과 달리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고 봤다.


이에 대해 “최 전 회장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과의 사돈관계를 SK 경영의 보호막과 방패막이로 인식하고 지극히 모험적이고 위험적인 행동을 감행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며 노 관장 측에서 SK 성장에 관여했다고 봤다.

이어 “혼인 기간과 생성 시점, 형성 과정 등에 비춰볼 때 SK㈜ 주식 등에 대한 노 관장 측의 기여가 인정되므로 부부 공동재산에 해당해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해석했다.

다만 양측 의사에 따라 최 회장이 돈으로 정산하는 방식으로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노 관장은 SK㈜ 주식에 대해 주위적으로 현물분할을 원하고 예비적으로 재판부 판단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또 최 회장은 주식을 합한 재산분할 방법으로 현금 정산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냈다.

재판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각 상속재산을 포함한 고유 추정 재산총액을 4조115억원가량으로 산정한 뒤 재산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정했다.

위자료에 대해서도 “1심서 인정된 1억원은 지나치게 낮다”며 “혼인 관계 파탄 사유 및 기간, 노 관장의 정신적 고통, 최 회장의 그간 태도 등을 고려해 액수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지난 2022년 12월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로 665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주식가치 1000원을 100원으로 판단
기자회견 3시간 뒤 판결문 급 수정


당시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최 전 선대회장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최 회장의 특유재산에 해당한다며 재산분할 대상서 제외했다. 특유재산은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말하며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2심 판결 후 노 관장 측은 상고 여부에 대해 “판결문을 분석한 후 대처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반면, SK 그룹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약 3주가 지난 후 상황은 급변했다.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과 SK 그룹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지난 17일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 이혼소송 항소심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 시작에 앞서 입장을 밝힌 최 회장은 “무엇보다 먼저 개인적인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도 상고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재산분할에 관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재산 분할 관련)오류는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얼마나 돼야 하는지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큰 오류라고 들었다”며 조 단위 재산분할 판단에 영향을 미친 주식가치 산정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1994~1998년 고 최종현 회장 별세까지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SK C&C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회사 성장에 대한 최종현 회장의 기여 부분을 12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하지만 최 회장 변호인단은 “실제로는 최종현 회장 시기 증가분이 125배이고, 최 회장 시기 증가분은 35배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3주 후
대망신

그러면서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했기에 앞선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오류는 SK㈜의 모태인 대한텔레콤 주가 가치 산정 과정서 불거졌다. 대한텔레콤 주가 가치가 1000원인데 100원으로 잘못 계산한 것이다.

1998년 5월13일 기준 대한텔레콤 1주당 가액을 5만원으로 잡고, 여기서 2007년 3월 1대 20 비율의 액면분할과 2009년 4월 1대 2.5 비율의 액면분할을 감안해 각각 20과 2.5로 나눴다. 1만원을 각각 이렇게 나눈다면 1000원이 나와야 하는데 재판부는 이를 100원으로 잘못 산출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대한텔레콤 주가 가치 산정 오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이 최초 주식을 취득한 1994년,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무렵인 1998년, 이후 대한텔레콤이 SK C&C로 흡수합병돼 상장한 2009년 등 각각의 시점을 기준으로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기여도를 산출했다. 

잘못된 수치를 바탕으로 이혼 재산분할의 핵심인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기여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재판부는 틀린 숫자를 바탕으로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도는 1994년 주당 8원서 1998년 100원으로 12.5배 상승, 최 회장의 기여도는 1998년 100원서 2009년 3만5650원으로 355배 뛰었다고 봤다.

그러나 잘못된 가치인 100원이 아니라 정확한 가치인 1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도는 8원서 1000원으로 125배 상승하고, 최 회장의 기여도는 1000원서 3만5650원으로 35.5배 늘어난 것으로 뒤바뀐다.

노태우정부의 특혜를 받았다는 항소심 재판부 판단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반박에
재반박

최 회장은 “‘SK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SK 역사가 전부 부정당하고 ‘6공화국 후광으로 사업을 키웠다’는 판결 내용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 위원장도 “비자금 300억원에 대해서는 그 어느 누구도 현존하는 사람은 보고 듣고 한 바가 전혀 없다”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전달한 쪽에서 입증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SK는 6공화국 특혜로 성장한 기업이 아니다. 6공화국 특혜설의 경우 해묵은 가짜 뉴스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기자회견을 마치며 “저뿐 아니라 SK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해 이를 바로잡고자 상고를 하려 한다”며 “부디 대법원의 정당한 판단이 있길 바란다. 바로잡아주길 바라는 간곡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3시간이 지나자 법원서도 주식가치 산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재판부는 지난 17일 판결문 내용을 일부 수정해 최 회장과 노 관장 양쪽에 송달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가사2부는 대한텔레콤의 1998년 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계산한 판결문 오류를 바로잡는 ‘경정(更正·법원이 판결 이후 계산이나 표현의 오류를 고치는 일)’ 처리해 당시 주당을 1000원으로 바꿨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1조3000억원대 재산분할의 근거 중 하나인)대한텔레콤(SK C&C의 전신) 주식가격은 1998년 주당 1000원서 재산분할 기준 시점인 올해 4월 주당 16만원인 SK 주식으로 변모했다”면서 “최태원 SK 회장의 재임 기간인 26년 동안 160배 가치 상승이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재산 분할비율 등엔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법원의 이 같은 경정은 단순 계산 실수며 전체 판결의 취지는 변함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산분할 비율 실질적인 영향 없어”
“주식 가치 산정과 기여도 모두 달라”

경정은 판결문에 수치 등 사소한 오류나 단순 오기 등이 있을 경우 이를 수정하는 절차다. 재판부가 직권으로 할 수 있고, 당사자 요청을 받아들여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산분할 액수 등 판결의 핵심적인 내용을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상급심이나 재심 등을 통해 다퉈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의 일부 수치를 경정했지만, 재산분할 액수를 수정하지 않은 것은 해당 대목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판결문 수정을 하면서도 전체 결론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최 회장 측은  “숫자만 고쳐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당초 재판부가 해당 주식이 최 선대회장 시절 12.5배 오르고, 이후 최 회장 재임 기간 중 355배 올랐기 때문에 최 회장은 ‘자수성가형 사업가’에 해당하고, 노 관장도 ‘자수성가’에 기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이 같은 판결문 수정에 따라 최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주식가치 상승 기여가 각각 125배(8원→1000원)와 35.6배(1000원→3만5650원)로 수정돼야 하고, 결국 1조3000억원대라는 재산분할 판결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재차 설명문을 내고 “(대한텔레콤 주가에 대한 판결문 수정은)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혼인한 1988년부터 2024년 4월까지 최종현 선대 회장에서 최 회장에게로 계속 이어지는 중간 단계의 사실관계에 대한 계산 착오를 수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최종적인 재산분할 기준 시점인 올해 4월 기준 SK 주식가격인 16만원이나 최 회장, 노 과장의 구체적 재산분할 비율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2009년 11월, 3만5650원은 중간 단계의 가치로 최종적인 비교 대상이나 기준 가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 선대회장의 경영 활동에 따른 주식가치의 상승과 현 최 회장의 경영활동에 따른 주식가치의 상승을 비교하는 경우에도 125배(최 선대회장)와 160배(최 회장·1000원→16만원)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판결문 수정에도 노태우 전 대통령 등 노 관장 측이 SK그룹의 성장에 무형적 기여를 했다는 판단은 그대로 유지되며, 이를 토대로 한 재산분할 비율 65(최 회장):35(노 관장) 등의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선 쏠리는
대법원 결과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이런 논리를 견지하려면, 판결문을 2024년까지 비교 기간을 늘리도록 추가 경정을 할 것인지 궁금하며 이에 대한 해명 필요하다”고 재반박하며 “재판부는 실질적 혼인 관계는 2019년에 파탄 났다고 설시한 바 있는데, 올해까지 연장해서 기여도를 재산정한 이유도 궁금하다”고 밝혔다.

결국 최 회장과 주식가치 산정 오류로 인한 판결은 대법원서 이뤄지게 됐다. 최 회장은 지난 20일 항소심 판단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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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