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 유입?’ 동아시아문화센터 실체

“6공 검은돈 굴리는 핵심 기지”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위원회는 15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가 운영 중인 동아시아문화센터가 노태우 비자금을 굴리고 있는 핵심 기지”라며 동아시아문화센터를 국세청에 고발했다.

지난 15일,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위원회(이하 환수위)는 “노태우 전 대통령 추모를 명분으로 설립된 동아시아문화센터가 노태우 일가의 불법 비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최근 1년 사이 새롭게 제기됐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군사정권 비자금을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이번 정부의 새 국세청장이 이 고발건을 적극적으로 조사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불법 자금
세탁 창구“

환수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수차례 언론 보도로, 특히 재단 공금 10억원 횡령 의혹이 노 원장 스스로 국세청에 제출한 내부 서류에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에는 ‘노태우 일가가 노태우 추모를 명분으로 설립한 공익재단을 비자금 세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동아시아문화센터 대표를 맡고 있는 노씨는 모친 김옥숙 여사가 지난 2016년부터 노태우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을 재단에 낼 때마다 부동산 구입, 보수 및 새 건물 증축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이들은 “노씨는 현재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과 종로구 사직동에 2채의 건물을 매입했는데, 이를 통해 노태우 비자금은 철저히 세탁됐다”며 “또 노태우 비자금 중 일부는 단기금융상품 및 주식투자 등 비자금 불리기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환수위는 “동아시아문화센터의 자금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이 센터의 자금을 추적해야 노태우 비자금의 실체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지난 2012년 재단법인 한중문화센터로 출범한 뒤 지난 2019년 재단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로 이름을 바꾼 노태우 추모 공익법인이다. 2012년 출범 때부터 2019년까지는 채현종씨가 대표를 맡았고, 2020년부터 현재까지는 아들 노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김옥숙 여사(147억원)와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5억원)의 출연금으로 설립됐다.

동아시아문화센터가 움직인 수상한 자금 중에는 김 여사가 출연한 2016년 10억원, 2017년 10억원, 2018년 12억원, 2020년 95억원, 2021년 20억원 등 총 147억원이 있다.

노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 운영 중
김옥숙 여사 부동산 구입 등 지원?

환수위는 “김 여사가 평생 직업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본인 스스로 이 같은 돈을 모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동아시아문화센터에 들어간 이 돈은 노태우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들이 동아시아문화센터 결산 서류 및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을 추적한 결과, 이 재단은 현재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65번지 부동산과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 1-35번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이 부동산의 장부가는 약 92억여원, 시가는 100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노태우 비자금이 2채의 부동산 매입에 투입돼 불려졌다”고 강조했다.

또 “노씨 일가가 노태우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을 이 재단에 낸 것은 바로 비자금을 부동산으로 바꾸기 위해 자금을 세탁한 것”이라며 “노씨는 김 여사가 2016년 10억원, 2017년 10억원 등 20억원을 기부하자, 2017년 10월11일 재단 명의로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65번지, 지하 1층~지상 3층짜리 건물을 14억6000만원에 매입하고, 같은 해 11월22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환수위는 “노태우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이 투입되자마자 곧바로 이 돈이 부동산 매입에 사용된 것”이라며 “이 부동산은 지난 1989년 5월8일 허가를 받아, 건축공사를 한 뒤 1991년 4월26일 사용 승인을 받은 건물로, 대지면적 190제곱미터며, 처음에는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건물로, 1층은 근린생활시설, 2·3층은 주택으로 허가됐다”고 부연했다.

환수위에 따르면 그 뒤 노씨가 이 건물을 매입한 뒤 3층 건평을 약 25제곱미터 더 늘리고, 1개 층을 더 올려 지하 1층~지상 4층짜리 건물로 증축하고, 이 증축 사실을 2019년 3월26일 등기했다. 증축 후 지하 1층은 사무실, 지상 1층은 음식점, 2층부터 4층까지 3개 층은 사무실 용도로 허가됐다.

평생 주부가
무슨 돈으로?

특히 김 여사가 2018년에 추가로 기부한 돈 12억원이 바로 이 건물의 증축 비용으로 사용됐다. 재단은 2018년 증축 공사 비용으로 에스앤씨건설이라는 건축 회사에 1억4530만원, 1억2500만원, 1억1000만원, 1억6800만원, 1억520만원 등 5차례에 걸쳐 약 6억6000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재산세로 325만원, 건축 설계비로 2차례 3600만원, 해체 공사비로 1170만원, 증축 설계 인허가 비용으로 450만원 등을 지출했다.

또 2018년에 이 공익법인의 지출액 10억9000만원 중 95%가량이 청운동 부동산 증축 및 수리비로 지출됐고, 장학금 등 공익사업에 투입된 돈은 5315만원에 불과했다.

환수위에 따르면 노씨는 노태우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으로 서울 시내 요지에 2채의 부동산을 매입하고, 1채는 수리 및 증축하고 1채는 아예 부수고 새 건물을 지었다. 2023년 기준 해당 법인의 전체 자산은 224억원이며, 부채 5억원을 빼면 순자산이 217억 6000만원이다.

자산 중 유동자산이 52억원, 비유동자산이 170억원 상당이며 이 중 유동자산 52억원 중 단기투자자산이 32억원, 단기매매증권이 18억원에 달했다. 노씨가 재단 재산 중 50억원 상당을 금융 상품과 주식투자에 활용한 것이다.

또 비유동자산은 부동산이 92억원 상당, 미술품이 5억원 정도였고, 나머지 70억여원은 ‘기타비유동자산’으로 신고됐으나, 과연 이 비유동자산은 무엇인지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게 환수위의 주장이다.

환수위가 밝힌 내용대로라면 김 여사가 출연한 노태우 비자금 147억원은 부동산 2채 95억원 상당으로 돈세탁됐고, 나머지 약 52억원 중, 50억원은 금융 상품, 주식투자 등으로 언제나 사용이 가능한 유동자산 형태로 은닉됐을 가능성이 크다.

유동 자산
은닉 가능성

환수위는 고발장에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24일 국정감사에서 노태우 일가 관련 부동산 업체 네오트라이톤 존재를 밝힌 바 있다”며 “이 법인은 기존 서울 청담동과 동빙고동 부동산 외에 서울 가회동에 위치한 이른바 ‘정명훈 빌딩’을 매입했는데, 이는 사실상 노재헌 측에 넘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오트라이톤의 법인 등기부 등을 살펴보면 노씨가 이 법인의 임원으로 등재돼있으며, 대표이사는 네오트라이톤의 공동소유자였던 채현종씨다. 이는 노씨가 이 법인의 실질적 오너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 법인 종속회사인 티케인베스트 대표이사와 부동산회사 네오트라이톤 이사의 이름이 일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네오트라이톤이 사실상 노씨 소유며 따라서 정명훈 빌딩 역시 사실상 노씨 소유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환수위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이 회사의 2016년 감사보고서에 노재헌이 지분의 40%, 채현종이 60%의 지분을 보유했고 2017년 감사보고서에는 노재헌의 지분이 60%, 채현종 및 육상근의 지분이 각각 20%로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즉, 노씨가 이 부동산 업체의 최대주주인 것이다.

환수위는 “노씨는 동아시아문화센터의 유동자산 52억원 중 상당액을 자신의 회사인 티케인베스트먼트에 맡겼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따라서 노태우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김 여사 출연금 147억원은 서울 청운동 및 사직동의 부동산 2채에 95억원, 그리고 티케인베스트먼트에 52억원을 은닉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환수위는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출신인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공익재단이 돈세탁 수단으로 전락”
청운동 및 사직동건물 매입 의혹도


임 후보자는 행정고시 38회 출신으로 국세청 조사국, 서울청·중부청 조사국장, 서울청장, 국세청 차장을 역임한 정통 세무관료로,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노 관장에 의해 수면 위로 부상한 노태우 비자금 조사에 대한 필요성을 강력히 피력해 온 인물이다.

환수위는 “임 후보자는 대기업·정재계 고위층의 탈세 적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조사통’이라는 점에서 노소영·노재헌 등이 숨겨온 노태우 비자금을 반드시 찾아내 국고로 환수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임 후보자는 윤석열정부 때 강민수 국세청장을 상대로 “300억원이 노태우 대통령의 차명 재산이거나 받아야 하는 유효한 채권이었다고 하면, 2021년에 사망한 노태우 대통령의 상속재산에 포함됐어야 한다”고 지적해 주목받았던 바 있다.

임 후보자는 “상속세 누락 혐의가 나왔는데 이를 방치해 조세채권이 소멸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노 관장이 이혼소송 과정에서 제출한 ‘김옥숙 메모’와 300억 약속어음을 근거로 서울청 조사4국의 즉각적인 조사 착수를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환수위는 “국세청은 즉각 전방위적 세무조사에 착수해야 하며, 횡령·배임 여부 및 자금 흐름, 증여세·법인세 탈루 여부 등을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며 “해외 페이퍼컴퍼니 설립 경위와 자금 출처를 포함한 자금 세탁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세청
나설까

그러면서 “국세청이 조사에 미온적일 경우, 공개 집회 개최 및 국민·국회 대상 진정을 추진하겠다. 관련 자금 흐름 실질 관리자 등 추가 고발 대상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고발은 단순 고소가 아닌, 국가 차원의 자금 세탁 및 탈세 척결 의지 표명”이라며 “동아시아문화센터 및 노재헌 이사장의 자금 운영 실태에 대한 국세청의 조속한 개입과 철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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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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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