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빼는’ 노소영 미술관 부실경영 해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7.30 09:54:53
  • 호수 14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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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억 혈세로 돌린 아트센터 나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때아닌 부실 경영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법원이 아트센터 나비에게 서린동 SK사옥 4층에서 퇴거하고, 1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리면서다. 이후 아트센터 나비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창립 이래 노소영 관장이 상근이사직을 맡으며 운영해 온 아트센터 나비는 최근 5년간 혈세로 운영되면서 실제 예술을 위한 전시 사업은 소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센터 나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약 34억원, 연평균 7억원에 달하는 정부보조금을 받아왔다. 아트센터 나비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고 있다. 미술관을 육성하고, 예술 발전에 기여한다는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버티다
나갔다

지난 15일 법원은 노소영 관장 측에게 ‘아트센터 나비’가 SK 본사 건물에서 퇴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노 관장 측은 이날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노 관장 측 대리인인 이상원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은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해 온 미술관 인도 소송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며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은 민사법상으로는 SK 측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은 현재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예술의 감성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계속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지난달 21일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서 “피고(아트센터 나비)는 부동산을 인도(퇴거)하고 손해배상금 10억4560만281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부동산 인도가 완료될 때까지 매달 2400여만원의 관리유지비 등을 내야 한다고 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4층에 자리한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이다. 노 관장이 이끄는 아트센터 나비는 2000년 12월 이곳에 개관했다. SK서린빌딩은 SK그룹의 실질적 본사 역할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빌딩 임대차계약이 2019년 9월 종료됐고 리모델링 등을 한다며 지난해 4월,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을 상대로 사실상 공간을 비워달라는 부동산 인도 소송을 냈다. 당시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1심 결과(2022년 12월)가 나온 직후였다.

이에 나비 측은 “이혼소송 1심 판결이 나오자, SK 측이 돌연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혼이라는 사적 감정으로 소를 제기한 것은 계약위반이자 회사 이익에 반하는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퇴거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2심 결과가 나왔고, 2심 재판부는 SK이노베이션이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노 관장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노 관장 측은 “그 부분(이혼 판결)과 관련해서 저희는 원고 측이 그 취지를 검토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기대한다”고도 했지만, 소송은 계속됐고 법원은 “이 소송은 계약에 따른 해지 통보와 부동산 인도 청구이기 때문에, 이를 계약위반이나 배임으로 볼 증거가 없고, 이혼소송의 결과를 기다려야 할 특수성도 없다”며 퇴거 소송서 SK 측의 손을 들어줬다.

퇴거 통보 후 실체 들여다보니···
5년간 전시 일자 230일에 불과


이 변호사는 이를 지적하며 입장문에 “SK서린빌딩에서 나가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 등이 소 취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혼소송과 관련해선 최 회장 측이 상고하면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재판은 결국 대법원서 최종 결론이 나게 됐다.

아트센터 나비의 서린사옥 4층 전시관 내 전시 일자는 약 230일에 불과했다. 일주일에 하루도 채 안 되는 꼴이다. 아무리 코로나19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실제 예술 진흥에 관심이 있었는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2020년에는 보조금을 7억8000만원 상당 수령하고, 15일간만 전시관을 열었다. 2022년에는 5억5000만원을 받았음에도 2주간만 전시를 진행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도 전시 일수는 53일에 불과했다.

정부보조금을 전액 전시에만 쓴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아트센터 나비가 SK이노베이션과 소송서 ‘퇴거하면 운영이 어렵다’는 취지로 여러 번 말했듯이 전시가 미술관의 사업 핵심으로 볼 수 있다. 전시 하루당 국가세금이 1500여만원이 소요된 셈이다.

전시 내용을 봐도 ‘2022년 나비 보드게임 데모데이’(8월31일), ‘나비 보드게임 플레이데이’(10월26일), 2023년 ‘창의적인 게임 창작을 위한 행위성과 유머 창작 커뮤니티’(10월7일) 등 목적을 뚜렷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전시가 많았다.

거액의 정부보조금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아트센터 나비의 누적적자는 48억원에 달한다. 2019년 200억원에 달했던 자산은 2023년 말 145억원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최근 미술관의 수익은 정부보조금 외에 거의 없다. 기부금을 모금하거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수익사업은 전무했다.

그럼에도 관리비용은 한 해 십수억원이 발생해 적자 폭을 키웠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도 크게 줄지 않았다. 2022년에는 금융평가손실 및 외환차손익으로 약 8억원, 2023년에는 6억원을 손해봤다. 인력을 줄이거나 투자만 잘했어도 정부보조금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펑펑 쓴
보조금

국민 혈세 논란, 비서의 26억원 횡령 사건, 적자 심화에도 이사진은 수년째 바뀌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이다. 아트센터 나비 공익법인 결산보고에 따르면, 현재 나비의 이사는 총 6명이다. 이 중 노소영 관장을 비롯한 3명은 최소 5년 이상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2021년 선임된 3명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외부 문제에도 이사진이 경영활동 및 감시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사실상 노 관장의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비서 A씨는 노 관장을 사칭해 ‘상여금’ 5억원을 미술관 공금서 쉽게 이체받아 횡령한 바 있다. 상여금, 보수 등은 이사회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중요 의사결정인데, 이 같은 과정조차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노 관장은 “비서가 지난 5년간 개인계좌와 공금서 약 26억원을 빼돌렸다”고 나비에 근무하는 직원 A씨를 고소했고, A씨는 지난 5월 구속 기소됐다. 당시 직원의 범행 방식에 관심이 집중됐으나 거액의 현금을 확인 없이 이체하며 수개월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나비의 내부 시스템과 불성실 경영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심지어 ‘노 관장이 공익법인인 아트센터 나비를 사유화했다’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특히 노 관장을 사칭한 휴대폰 문자메시지만으로 미술관 재무담당자 B씨가 현금 5억원을 개인통장에 입금한 사실에 대해 업계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당시 A씨는 B씨에게 “관장님의 세컨드 폰이라며 번호를 입력해두라”며,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 며칠 뒤 A씨는 B씨에게 해당 번호로 노 관장을 사칭해 “빈털터리가 돼서 소송자금이 부족하니 상여금으로 5억원을 송금하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B씨는 A씨가 관리하는 통장으로 요청액 전액을 송금했다.

계좌도
털렸다

의혹이 불거진 이유는 비상식적인 B씨의 행동에 있었다. 그는 “관장의 말투를 따라 해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으나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공금 5억원을 개인계좌로 입금했다는 점은 ‘평소에도 유사한 지시가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산다는 지적이다.

공익법인은 국가보조금, 기부금 등을 통해 운영되는 만큼 자금의 쓰임에 대해 직원의 ‘교통비’까지 공시자료에 기입할 정도로 꼼꼼하게 관리한다. 하물며 공금 5억원을 개인계좌로 입금하라는 ‘횡령’ 지시를 받았다면 거부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B씨는 7개월간 노 관장에게 사실을 확인하기보다는 상여금을 통해 발생하는 세금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상의하려는 정황을 보였다.


만약 B씨가 송금한 5억원이 노 관장의 개인계좌가 아니라 ‘차명계좌’로 들어갔다면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는 B씨가 평소에도 노 관장의 지시에 따라 공금을 차명계좌를 입금해 비자금을 형성했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무담당자 B씨가 A씨를 노소영 관장이라고 믿고 보너스 5억원을 일시 지급한 사실도 상식에서 너무 벗어났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비서 A씨는 관계자를 속이기 위해 인건비인 ‘상여금’을 명목 삼아 B씨에게 5억원을 송금을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도 B씨는 절차를 무시한 행동을 보였다. 공익법인은 공익법 제5조에 따라 상근임직원에게 승인된 보수만 지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업계획에 연간 인건비 지급 기준을 포함한다.

이 역시 법인세법에 따라 이사회 결의 등 근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B씨가 5억원을 ‘상여금’ 명목으로 지급한 5월은 통상 공익법인이 사업계획을 신고하는 1월과 시차가 크다. 특히, 아트센터 나비의 ‘202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16명의 직원에게 지출한 고정성 인건비는 7억7000만원 수준이었다. 이 중 상여금 5억원은 65%에 달했다. B씨의 행동에서 평소 아트센터 나비의 운영 실태가 보인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공익법인인 아트센터 나비가 어떻게 거액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재무제표에 따르면, 이 미술관은 90억원에 가까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금 마련 자체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0년간 축적한 보조금, 기부금 등을 쓰지 않고 쌓아 놓은 탓이다.

연간 적자 23억···26억 빼돌린 비서
관리 부실 및 사유화 “감시 없었다”

다만, 공익법인의 존재 이유인 ‘공익목적사업’에 지출은 한 해 5억원 정도(예술 진흥, 교육 등)에 불과한데, 현금을 100억원 가까이 비축해둔 이유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불과 몇 해 전에는 아트센터 나비가 보유한 현금만 2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부실 운영에 대한 정황이 돋보인다. 나비는 2022년 약 23억원, 지난해 약 17억원 등 최근 2년간 약 40억원의 막대한 손실을 냈다. 한 해 소액의 목적 사업만 진행하는 이 미술관이 거액의 적자를 낸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투기성 투자’에 집착한 것 아니냐는 구설수가 나오기도 했다.

적자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예술사업과 무관한 ‘투자’ 부분에서 발생한 막대한 부실이다. 아트센터 나비는 2022년 ‘금융상품 손실’과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환차손’으로 약 10억원 상당의 ‘사업비용’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굴리는 자금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아트센터 나비가 평가액 등락이 큰 고위험 투기상품에 투자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공시 내용상 미술관이 보유한 주식이 없고, 일반적인 현금성 자산 상품(예·적금, 채권)으로는 큰 폭의 손실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환 변동에 따른 손해도 수억원에 달해 금융당국의 시선을 피해 해외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A씨의 횡령사건에 대해 노소영 관장이 ‘피해자’라고 단순히 볼 수 없는 이유는 아트센터 나비가 매년 5~10억원가량의 국민 세금을 받고 있다는 점에 있다. 재무제표상 아트센터 나비의 수익 95%가 ‘정부 보조금’이다. 2022년 총 수익이 5.8억원이었는데, 이 중 보조금이 5.5억원이었고, 기타 매출은 3000만원에 불과했다.

더욱이 정부 보조금 집행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어디에 지출되고 있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더 큰 문제다. 아트센터 나비는 정부 보조금을 ‘기타 인력비용’으로 약 3억원, ‘기타(잡비 성격)’로 8000만원을 썼다고 신고했다.

구체적인 항목 확인이 어려운 ‘운영 잡비’로 2021부터 22년까지 2년 동안 5.4억원을 지출했다. 직전 2년에는 2100만원 지출에 불과했던 항목이다. ‘꼬리’를 알 수 없는 비용이 25배나 증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아트센터 나비가 ‘공익법인 사유화’라는 논란을 비켜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 비서 A씨는 ‘관장’의 일정관리 등 보조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A씨가 노 관장의 인감도장과 신분증 등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일반인 노소영씨’의 개인 업무도 처리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그래도
당당하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개인간 사기가 아닌 일부 공익법인의 관리 부실과 사유화라는 사회적 측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한 개인이 수십년간 외부의 감시와 견제 없이 공익법인을 장악했을 때 부작용을 파악해 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아트센터 나비는 이번 횡령 금액을 회계에 반영해 결산보고, 감사보고서 등에 반영해야 한다. 지난 4월 마지막 주에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분을 공개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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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