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 ‘8000억’ 처가 기업 정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7.22 09:28:14
  • 호수 1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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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 뜨거운 재벌집 사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선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가 처가 일가인 ‘유창’ 기업집단의 비위 행각이 드러나자,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유창에 속한 회사들은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재사고로 산재보험료를 37건 지급했다. 액수로는 총 13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 밖에 ‘일감 몰아주기’ ‘임금체불’ 등 다량의 불법을 자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강 후보가 국세청장 취임 시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고 봤다. 특히, 처가인 ㈜유창 일가에 대한 세정이 정확하고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감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유창은 강 후보 처가인 조모 일가의 기업집단이다. 최소 5개 법인을 소유하고, 아내 조씨는 해당 법인 중 4개 법인에 등기임원이다. 강 후보의 장인과 처남은 대표이사와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산재사고에
건축법 위반

강 후보를 둘러싼 후보 검증 허들은 다양하다. 그가 과거 작성한 논문에 대한 5·18 역사 왜곡, ‘전두환·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세무당국 재조사 및 과세 가능성 등이 인사청문회서 거론됐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는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서 열린 인사청문회서 줄곧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이날 쟁점은 강 후보의 처가가 운영하는 연 매출 8000억원대 규모의 기업집단인 유창 관련 ‘사위 찬스’ 여부 등이었다. 

이날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강 후보의 처가 기업집단의 각종 불법 사항을 언급하면서, 국세청이 추진 중인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허점을 지적했다.


천 의원은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건실한 중소·중견기업의 사업 연속성을 보장해 주면서, 산업의 활력을 제고해주자는 취지”라며 “현행 상속세법 중에 조세포탈이나 회계부정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는 기업들은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결격사유로 돼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유창의 사례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유창 기업집단서 산재 사건이 37건이나 터졌고, 5년 동안 임금체불 신고 건수가 245건, 부당해고 신고가 23건, 직장 내 괴롭힘 건수가 9건, 직장 내 성희롱 건수가 4건이나 된다”며 “다수 근로관계법 위반이 있는 기업에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적합한가”라고 따졌다.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강 후보는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 않지만,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천 의원은 “‘유창이엔씨’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이라며 “만약 공제받게 되면 금액만 최소 400억 이상 추정된다. 비록 처가 회사 집단이지만, 이해상충 우려 없이 제대로 정책 수립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강 후보의 배우자 조씨 일가가 운영하는 ㈜유창 계열 기업집단의 지난해 매출액은 8257억원이었고 자산 총액은 5144억 규모로 확인됐다. 사내이사로 등록된 강 후보의 아내 조씨는 억대 연봉을 받아왔다. 

일감 몰아주기, 임금체불···
작년 매출 8257억 유창그룹 


강 후보가 국세청장으로 취임하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천 의원 측이 지난 7일 법인 등기부등본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분석한 결과, 조씨는 유창기업과 유창금속의 사내이사로, 유창엠앤씨와 유창이앤씨에는 감사로 등록했다. 문제는 강 후보의 처가와 그들이 운영하는 법인이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상 사적 이해관계자에 해당하고, 강 후보가 조세 등의 조사·부과·징수 같은 제재적 처분에 관계되는 직무의 최고책임자 자리에 오를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이해충돌 방지법에 따라 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는 일반적으로 소속 기관장에게 사적 이해관계자의 신고 및 회피·기피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국세청장은 본인이 기관장이기에 회피·기피에 대한 셀프 의사결정을 하거나 하급자인 부기관장이 대리해야 한다.

천 의원은 “국세청장에 취임할 경우 처가 관련 처분 시 실효성 있는 이해충돌 방지가 가능하겠나”라며 “강 후보 스스로 이해충돌 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후보가 처가와 업무상 선을 그었던 것과 반대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 후보가 납세 관련 부서에 재직할 당시 장인과 처남이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다.

천 의원이 지난 12일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 후보가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3월 국세청은 ㈜유창에 모범납세자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해당 업체엔 강 후보의 장인과 처남이 공동대표, 강 후보의 배우자가 사내이사로 재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강 후보가 법인납세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2021년 3월에는 ㈜유창강건이 모범납세자 세무서장상을 받았다.

의원들
맹공격

이 업체도 강 후보 처남이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모범납세자로 선정될 경우 3년간 세무조사 유예, 인천국제공항 비즈니스센터 이용, 철도 운임 할인 등 여러 혜택을 받게 된다.

천 의원은 해당 업체들이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시기에 강 후보가 납세 담당 부서를 총괄한 만큼, 장인과 처남이 각종 혜택을 얻기 위해 ‘사위 찬스’를 쓴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천 의원은 “국세청 징세법무국과 법인납세국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업·개인의 납세의무 준수를 총괄하는 국세청의 실세 부서 중 하나”라며 “처가 일가가 모범납세자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것에 후보의 이해충돌 소지가 없는지 청문회 과정을 통해 엄중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유창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불거졌다. 유창그룹의 24개 계열사 중 2곳에서 내부거래를 통한 오너 일가 사익 편취 이슈가 제기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실에 따르면, 유창그룹 계열사인 유창엠앤씨와 로뎀코퍼레이션서 과도한 수준의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졌다.

강 후보의 처남 조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모듈러 제작기업인 유창엠앤씨의 지난해 503억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93.7%에 해당하는 471억5200만원이 그룹 계열사인 유창이앤씨·송천이앤씨 등과의 거래서 발생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기면 일감 몰아주기로 보고, 증여세를 내야 한다.

유창그룹 일가는 유창엠앤씨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유창엠앤씨가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수익이 강 후보 처가 일가로 흘러가는 구조인 셈이다.

또 다른 처가 일가 기업인 건축자재 생산업체 로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 41억6200만원 중 58.7%에 해당하는 24억4200만원을 내부거래로 채웠다. 중소기업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기면 일감 몰아주기로 증여세를 내야 한다.

다만 국세청은 유창그룹이 내부거래 과정서 증여세를 납부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불거진 
정치색


유창 사내이사와 유창엠앤씨·유창이앤씨의 감사로 재직하며 억대 연봉을 받아온 강 후보의 배우자는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로 증여세를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후보는 ‘최근 5년간 후보 및 배우자의 상속증여세 납부 내역’ 요구에 지난해 자신의 배우자가 일감 몰아주기 증여이익 과세요건이 발생해 증여세 35만6000원을 납부했다고 밝혔다.

강 후보는 청문회서 “배우자는 주식회사 유창과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의 주주로서 일감 몰아주기 관련 증여세를 세법에 따라 성실하게 납부했다”면서도 “처가 쪽 기업 경영에 관하여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향후 처가 회사와 관련된 모든 업무에 대해선 “회피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강 후보 검증 과정서 유창이앤씨가 사용 미승인 공장에 원자재 및 컨테이너를 방치하는 등 건축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사실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인천 연수을)에 따르면, 지난 2월 당진시는 유창이앤씨를 건축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했다.

지난 2월26일, 당진시는 석문면 인근 주민으로부터 ‘유창이앤씨 공장 신축공사에 따른 통행 불편 및 불법 행위 확인’이라는 제목의 민원을 접수했다. 해당 민원에는 유창이앤씨가 공장 주변 도로 위에 물건을 적치하고, 사용 미승인 공장 내에 물건을 반입 및 제작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당진시는 2월28일,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대지와 건축물 내부에 공장 운영을 위한 원자재가 반입돼있음을 확인하고, 건축법 제22조에 따라 건축물 사용이 불가하다는 원상회복 통지서를 유창이앤씨에 보냈다.

그러나 유창이앤씨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자, 당진시는 3월15일 건축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했다. 유창이앤씨는 시정조치 명령을 받은 지 70일 후 원상회복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문회에선 강 후보의 정치 성향 문제도 거론됐다. 강 후보는 청문회서 과거 석사학위 논문에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 사태’로, 신군부의 군사 쿠데타를 ‘12·12 거사’로 표현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취임 시 이해충돌 소지 다분”
“과연 공정한 과세 가능할까?”

강 후보는 이날 부적절한 역사 인식 논란에 대해 “생각이 짧았고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1995년 석사학위 논문 ‘우리나라 현대 국무총리와 정치적 위상에 관한 연구’서 ‘광주사태’와 ‘12·12 거사’란 표현을 써 논란을 낳았다.

그는 “당시 참고 문헌과 언론 기사에 사용됐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며 “대학원생 시절에 큰 성찰 없이 작성했던 표현으로 가슴을 아프게 한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이 얼마나 가슴 아픈 사건이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초석을 놓는 숭고한 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강 후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서 새롭게 드러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의 증여세 과세 여부에 대해서도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후보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서 드러난 900억원대 자금의 과세 여부를 묻는 말에 “시효나 관련 법령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시효·법령 등에 문제가 없고 900억원대의 자금이 6공화국의 불법 통치자금이 맞는다면 과세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선경(SK) 측에 300억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돈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했다. 결국 이 ‘300억원’은 1조3800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을 결정하는 핵심 근거가 됐다.

김 여사의 메모에는 ‘선경’ 꼬리표가 달린 300억원 외에 가족 등에게 각각 배정된 604억원이 더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이 메모지 한 장을 통해 30여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메모에 기재된 자금이 불법 비자금으로 확인될 경우 증여세 등 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이 남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다.

얼굴을 
붉히다

과세 당국이 노 관장 측이 주장한 ‘자금 메모’를 인지한 시점, 즉 2심 판결일(지난 5월30일)을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 보면 징수권 행사가 가능한 셈이다. 만약 당국이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에 대해 과세 절차에 착수할 경우,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구체적인 비자금 규모가 확인되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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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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