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이 꺼낸 노태우 비자금 수사 키포인트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5.12 14:07:06
  • 호수 15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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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때문에 거덜 나게 생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검찰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서 불거진 ‘노태우 불법 비자금’ 관련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에 정치권서도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들도 불법 비자금 환수 관련 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약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금융계좌 자료를 확보하고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이 형태를 바꿔가며 비자금을 관리했을 것으로 보고 역추적해 가면서 자금의 은닉과 승계 과정 등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좌
추적 시작

이른바, ‘노태우 불법 비자금’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을 통해 드러났다. 노 관장은 2심서 모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SK에코플랜트 전신) 명의의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 사진 일부와 메모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시했다.

메모는 김 여사가 1998년 4월과 1999년 2월에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기재한 것으로, 총 900억원에 달하는 불법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금액이 적혀있었다. 노 관장 측은 ‘1991년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원을 건네는 대신 최종현 선대회장이 선경건설 명의로 어음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돈이 태평양증권 인수나 선경(SK)그룹의 경영 활동에 사용됐다는 것이다. 이는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내용이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300억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활동비를 요구하면 주겠다는 약속이었을 뿐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이 메모를 증거로 받아들여 ‘SK가 노 전 대통령의 300억원을 종잣돈 삼아 성장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그러나 불법 비자금의 실체로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환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 재산 5억원” 노태우 일가
이혼소송 불거진 검은돈 수사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유민종 부장검사)는 최근 노 전 대통령 일가 등과 관련된 금융계좌 자료를 확보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 거래 내역도 조사할 방침이라 자료 분석에도 많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규모는 1000억원 이상으로 거론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노씨 일가의 비자금 문제를 지적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에 따르면, 은닉 자금은 ▲김 여사의 메모로 알려진 300억원 등 ▲김 여사가 마련한 904억원 ▲2007~2008년 적발했지만 검찰·국세청이 묵인한 214억원+α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동아시아문화센터로 기부된 147억원 ▲지난해 노태우센터로 출연된 5억원 등이다.

검찰 수사를 거쳐 비자금 몰수, 처벌이 이뤄진다면 증거로 제시한 메모는 이혼소송서 자충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자금 의혹의 출발점인 메모의 작성 시기가 1990년대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수사의 관건은 공소시효가 살아있을지 여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5·18기념재단은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이 총 1266억원대로 추정된다며 김 여사와 노 관장, 노재헌 동아시아 문화센터 원장을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시민단체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 이희규 대한민국 헌정회 미래전략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취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메모 300억?
1000억 이상

국회에서는 민주당 김영환 의원이 지난해 10월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추징되지 않은 약 2000억원의 비자금을 국내외에 나눠 은닉한 정황이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김 여사가 차명계좌 등을 동원해 유배당 저축성보험(공제) 210억원을 가입했고, 아들 재헌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2016∼2021년 147억원을 출연했다며 비자금을 물려준 것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고발 사건을 맡은 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각각의 고발인을 불러 조사에 나섰다. 5·18기념재단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8일 “불법 자금이 후손에게 증여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법률가 등으로 구성된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비자금과 부정 축재 재산 환수위원회’를 꾸렸다.

재단은 부정 축재 재산 환수 관련 법률 제·개정, 재산 추적 및 환수 등의 활동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시민단체는 비자금 환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더불어 은닉 자금이 동아시아문화센터 등 공익법인을 거쳐 노 전 대통령 일가에게 흘러갔다는 점에서 그 규모를 확인해 상속세나 증여세 부과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은 대선 일정을 앞둔 상황 속에서 불법 비자금 환수에 전력을 쏟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여야 모두 불법 비자금을 환수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으나,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선후보
환수 공약?

여야가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헌정질서 파괴범죄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되더라도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까지 불법 비자금 환수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내에서는 대선후보들이 불법 비자금 환수를 공약으로 제시해 준다면 검찰의 수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진보당 윤종근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을 환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검찰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불법 비자금이 실체가 밝혀지더라도 공소시효 등의 문제가 남아있기에 빠르게 법안을 통과시켜 이를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노태우 불법 비자금을 확실하게 환수하려면 법안 개정을 통해 환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법안 통과가 될 수 있도록 국회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씨 일가가 불법 비자금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 여론은 거센 분위기다. 노 전 대통령은 추징금을 모두 납부했다고 했지만, 이제야 불법 비자금을 통해 수십년 동안 부를 축적한 것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박탈감을 안겼다.


‘계산할 시간’ 되자 말 바꿔
공소시효 유무가 수사 관건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공약으로 재임 중에 대통령 재산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취임 이후인 이듬해 4월 자신의 전 재산이 5억2000만원이라며 구체적 내역을 공개했다. 재산 목록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과 주식, 예금, 부동산 등이 있었다.

스스로 공개한 재산이 5억원 정도에 불과한데 집권 4년 차에 전 재산의 1800배 가까운 돈을 합법적으로 취득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부터 시민단체 등 고발인을 불러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환수위는 김 여사가 남긴 메모의 신뢰성을 의심했다. 증거에 대한 진위 여부 감정이 없었고, 2심 판결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허술한 증거물이라는 것이다.

특히, 노씨 일가는 90년대 비자금 사건 이후 “숨겨둔 비자금은 없고 추징금도 완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 관장은 뒤늦게 ‘김옥숙 메모’를 내밀며 숨겨둔 비자금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수위는 이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환수위는 고발장에 “노태우 일가는 ‘검찰 수사 당시 드러난 것 이외에 다른 숨긴 비자금은 없으며 비자금에 대한 추징금도 완납했다’고 재차 강조했다”며 “이 같은 입장 표명은 2심 재판 이후에도 일관됐다. 그렇다면 2심 재판부에 제출한 ‘김옥숙 메모’가 허위 증거라는 것인데 이는 명백한 소송사기”라고 고발장에 적었다.


동정론 유발
국민을 기만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과거에 대한 증명은 시기의 일치성이 중요하다”며 “비자금이 전달됐다면 당시 작성되거나 녹음된 장부나 녹취 같은 게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노 관장이 ‘가정’ ‘자녀’ ‘엄마’라는 단어를 사용해 동정론을 유발해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노 관장의 개인사는 국민이 동참해야 할 사안이 아니며, 노씨 일가의 거짓말을 밝히고 단죄하는 것이 국민적 해결 과제라고 덧붙였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트센터 나비 또 다른 의혹
“횡령·배임도 수사해야”

노소영 관장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환수위는 “최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노 관장은 아트센터 나비의 공금과 정보보조지원금을 본래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유용한 정황이 있다”며 “환수위가 수집한 자료들을 종합해본 결과 노 관장의 횡령·배임 혐의가 의심돼 이번에 고발조치했다”고 밝혔다.

고발장을 통해 환수위는 “최근 나비에 근무했던 직원이 공금을 횡령한 범죄를 저질러 2심 재판에서도 무거운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이 사건서 드러난 내용만 봐도 아트센터 나비의 자금 운용 내용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 관장의 비서가 26억원을 횡령한 사실과 함께 드러난 나비의 운영 실태도 지적받고 있다.

문제의 비서는 문자 한 통으로 거액의 상여금을 입금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으나 노 관장을 포함한 나비 관계자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나비는 노 관장이 전적으로 모두 총괄 운영하는 구조다.

수년 동안 현금이 사라지는 과정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대목 역시 노 관장이 모르면 모든 직원이 모를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공익법인인 아트센터 나비의 부실 운영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노 관장의 비서가 착복한 현금 26억원은 노 관장의 개인 돈 19억7500만원과 나비의 공금 5억원 등이다.

아트센터 나비가 공익법인의 윤리와 절차를 무시하고 상여금(보너스)을 지급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2022년 아트센터 나비는 직원 16명에게 인건비 약 10억원을 지급했는데 관장 1인의 보너스만으로 전체 인건비의 절반을 썼다.

아트센터 나비는 2021~2022년 코로나19로 휴관이 잦았고 2022년에는 24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정 상황과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노 관장이 5억원을 성과금으로 받기에는 객관적 실적이 부족했으며 상여금 지급을 논하는 이사회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환수위는 “노 관장 등 일가는 노태우 비자금을 발판으로 현재 천문학적인 재산을 굴리며 사는 사람들이다. 온 가족들이 입을 모아 ‘노태우 비자금은 없다’고 합창해오다가 이제와 숨겨둔 노태우 비자금 1조4000억원을 찾기 위해 ‘김옥숙 메모’를 내민 노 관장을 우리가 동정하며 그의 각종 범죄 혐의에 눈감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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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