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이 꺼낸 노태우 비자금 수사 키포인트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5.12 14:07:06
  • 호수 15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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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때문에 거덜 나게 생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검찰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서 불거진 ‘노태우 불법 비자금’ 관련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에 정치권서도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들도 불법 비자금 환수 관련 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약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금융계좌 자료를 확보하고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이 형태를 바꿔가며 비자금을 관리했을 것으로 보고 역추적해 가면서 자금의 은닉과 승계 과정 등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좌
추적 시작

이른바, ‘노태우 불법 비자금’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을 통해 드러났다. 노 관장은 2심서 모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SK에코플랜트 전신) 명의의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 사진 일부와 메모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시했다.

메모는 김 여사가 1998년 4월과 1999년 2월에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기재한 것으로, 총 900억원에 달하는 불법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금액이 적혀있었다. 노 관장 측은 ‘1991년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원을 건네는 대신 최종현 선대회장이 선경건설 명의로 어음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돈이 태평양증권 인수나 선경(SK)그룹의 경영 활동에 사용됐다는 것이다. 이는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내용이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300억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활동비를 요구하면 주겠다는 약속이었을 뿐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이 메모를 증거로 받아들여 ‘SK가 노 전 대통령의 300억원을 종잣돈 삼아 성장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그러나 불법 비자금의 실체로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환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 재산 5억원” 노태우 일가
이혼소송 불거진 검은돈 수사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유민종 부장검사)는 최근 노 전 대통령 일가 등과 관련된 금융계좌 자료를 확보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 거래 내역도 조사할 방침이라 자료 분석에도 많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규모는 1000억원 이상으로 거론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노씨 일가의 비자금 문제를 지적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에 따르면, 은닉 자금은 ▲김 여사의 메모로 알려진 300억원 등 ▲김 여사가 마련한 904억원 ▲2007~2008년 적발했지만 검찰·국세청이 묵인한 214억원+α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동아시아문화센터로 기부된 147억원 ▲지난해 노태우센터로 출연된 5억원 등이다.

검찰 수사를 거쳐 비자금 몰수, 처벌이 이뤄진다면 증거로 제시한 메모는 이혼소송서 자충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자금 의혹의 출발점인 메모의 작성 시기가 1990년대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수사의 관건은 공소시효가 살아있을지 여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5·18기념재단은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이 총 1266억원대로 추정된다며 김 여사와 노 관장, 노재헌 동아시아 문화센터 원장을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시민단체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 이희규 대한민국 헌정회 미래전략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취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메모 300억?
1000억 이상

국회에서는 민주당 김영환 의원이 지난해 10월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추징되지 않은 약 2000억원의 비자금을 국내외에 나눠 은닉한 정황이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김 여사가 차명계좌 등을 동원해 유배당 저축성보험(공제) 210억원을 가입했고, 아들 재헌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2016∼2021년 147억원을 출연했다며 비자금을 물려준 것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고발 사건을 맡은 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각각의 고발인을 불러 조사에 나섰다. 5·18기념재단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8일 “불법 자금이 후손에게 증여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법률가 등으로 구성된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비자금과 부정 축재 재산 환수위원회’를 꾸렸다.

재단은 부정 축재 재산 환수 관련 법률 제·개정, 재산 추적 및 환수 등의 활동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시민단체는 비자금 환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더불어 은닉 자금이 동아시아문화센터 등 공익법인을 거쳐 노 전 대통령 일가에게 흘러갔다는 점에서 그 규모를 확인해 상속세나 증여세 부과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은 대선 일정을 앞둔 상황 속에서 불법 비자금 환수에 전력을 쏟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여야 모두 불법 비자금을 환수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으나,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선후보
환수 공약?

여야가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헌정질서 파괴범죄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되더라도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까지 불법 비자금 환수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내에서는 대선후보들이 불법 비자금 환수를 공약으로 제시해 준다면 검찰의 수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진보당 윤종근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을 환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검찰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불법 비자금이 실체가 밝혀지더라도 공소시효 등의 문제가 남아있기에 빠르게 법안을 통과시켜 이를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노태우 불법 비자금을 확실하게 환수하려면 법안 개정을 통해 환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법안 통과가 될 수 있도록 국회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씨 일가가 불법 비자금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 여론은 거센 분위기다. 노 전 대통령은 추징금을 모두 납부했다고 했지만, 이제야 불법 비자금을 통해 수십년 동안 부를 축적한 것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박탈감을 안겼다.

‘계산할 시간’ 되자 말 바꿔
공소시효 유무가 수사 관건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공약으로 재임 중에 대통령 재산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취임 이후인 이듬해 4월 자신의 전 재산이 5억2000만원이라며 구체적 내역을 공개했다. 재산 목록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과 주식, 예금, 부동산 등이 있었다.

스스로 공개한 재산이 5억원 정도에 불과한데 집권 4년 차에 전 재산의 1800배 가까운 돈을 합법적으로 취득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부터 시민단체 등 고발인을 불러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환수위는 김 여사가 남긴 메모의 신뢰성을 의심했다. 증거에 대한 진위 여부 감정이 없었고, 2심 판결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허술한 증거물이라는 것이다.

특히, 노씨 일가는 90년대 비자금 사건 이후 “숨겨둔 비자금은 없고 추징금도 완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 관장은 뒤늦게 ‘김옥숙 메모’를 내밀며 숨겨둔 비자금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수위는 이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환수위는 고발장에 “노태우 일가는 ‘검찰 수사 당시 드러난 것 이외에 다른 숨긴 비자금은 없으며 비자금에 대한 추징금도 완납했다’고 재차 강조했다”며 “이 같은 입장 표명은 2심 재판 이후에도 일관됐다. 그렇다면 2심 재판부에 제출한 ‘김옥숙 메모’가 허위 증거라는 것인데 이는 명백한 소송사기”라고 고발장에 적었다.

동정론 유발
국민을 기만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과거에 대한 증명은 시기의 일치성이 중요하다”며 “비자금이 전달됐다면 당시 작성되거나 녹음된 장부나 녹취 같은 게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노 관장이 ‘가정’ ‘자녀’ ‘엄마’라는 단어를 사용해 동정론을 유발해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노 관장의 개인사는 국민이 동참해야 할 사안이 아니며, 노씨 일가의 거짓말을 밝히고 단죄하는 것이 국민적 해결 과제라고 덧붙였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트센터 나비 또 다른 의혹
“횡령·배임도 수사해야”

노소영 관장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환수위는 “최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노 관장은 아트센터 나비의 공금과 정보보조지원금을 본래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유용한 정황이 있다”며 “환수위가 수집한 자료들을 종합해본 결과 노 관장의 횡령·배임 혐의가 의심돼 이번에 고발조치했다”고 밝혔다.

고발장을 통해 환수위는 “최근 나비에 근무했던 직원이 공금을 횡령한 범죄를 저질러 2심 재판에서도 무거운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이 사건서 드러난 내용만 봐도 아트센터 나비의 자금 운용 내용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 관장의 비서가 26억원을 횡령한 사실과 함께 드러난 나비의 운영 실태도 지적받고 있다.

문제의 비서는 문자 한 통으로 거액의 상여금을 입금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으나 노 관장을 포함한 나비 관계자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나비는 노 관장이 전적으로 모두 총괄 운영하는 구조다.

수년 동안 현금이 사라지는 과정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대목 역시 노 관장이 모르면 모든 직원이 모를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공익법인인 아트센터 나비의 부실 운영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노 관장의 비서가 착복한 현금 26억원은 노 관장의 개인 돈 19억7500만원과 나비의 공금 5억원 등이다.

아트센터 나비가 공익법인의 윤리와 절차를 무시하고 상여금(보너스)을 지급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2022년 아트센터 나비는 직원 16명에게 인건비 약 10억원을 지급했는데 관장 1인의 보너스만으로 전체 인건비의 절반을 썼다.

아트센터 나비는 2021~2022년 코로나19로 휴관이 잦았고 2022년에는 24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정 상황과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노 관장이 5억원을 성과금으로 받기에는 객관적 실적이 부족했으며 상여금 지급을 논하는 이사회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환수위는 “노 관장 등 일가는 노태우 비자금을 발판으로 현재 천문학적인 재산을 굴리며 사는 사람들이다. 온 가족들이 입을 모아 ‘노태우 비자금은 없다’고 합창해오다가 이제와 숨겨둔 노태우 비자금 1조4000억원을 찾기 위해 ‘김옥숙 메모’를 내민 노 관장을 우리가 동정하며 그의 각종 범죄 혐의에 눈감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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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