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이 꺼낸 노태우 비자금 수사 키포인트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5.12 14:07:06
  • 호수 15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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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때문에 거덜 나게 생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검찰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서 불거진 ‘노태우 불법 비자금’ 관련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에 정치권서도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들도 불법 비자금 환수 관련 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약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금융계좌 자료를 확보하고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이 형태를 바꿔가며 비자금을 관리했을 것으로 보고 역추적해 가면서 자금의 은닉과 승계 과정 등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좌
추적 시작

이른바, ‘노태우 불법 비자금’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을 통해 드러났다. 노 관장은 2심서 모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SK에코플랜트 전신) 명의의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 사진 일부와 메모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시했다.

메모는 김 여사가 1998년 4월과 1999년 2월에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기재한 것으로, 총 900억원에 달하는 불법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금액이 적혀있었다. 노 관장 측은 ‘1991년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원을 건네는 대신 최종현 선대회장이 선경건설 명의로 어음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돈이 태평양증권 인수나 선경(SK)그룹의 경영 활동에 사용됐다는 것이다. 이는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내용이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300억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활동비를 요구하면 주겠다는 약속이었을 뿐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이 메모를 증거로 받아들여 ‘SK가 노 전 대통령의 300억원을 종잣돈 삼아 성장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그러나 불법 비자금의 실체로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환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 재산 5억원” 노태우 일가
이혼소송 불거진 검은돈 수사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유민종 부장검사)는 최근 노 전 대통령 일가 등과 관련된 금융계좌 자료를 확보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 거래 내역도 조사할 방침이라 자료 분석에도 많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규모는 1000억원 이상으로 거론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노씨 일가의 비자금 문제를 지적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에 따르면, 은닉 자금은 ▲김 여사의 메모로 알려진 300억원 등 ▲김 여사가 마련한 904억원 ▲2007~2008년 적발했지만 검찰·국세청이 묵인한 214억원+α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동아시아문화센터로 기부된 147억원 ▲지난해 노태우센터로 출연된 5억원 등이다.

검찰 수사를 거쳐 비자금 몰수, 처벌이 이뤄진다면 증거로 제시한 메모는 이혼소송서 자충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자금 의혹의 출발점인 메모의 작성 시기가 1990년대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수사의 관건은 공소시효가 살아있을지 여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5·18기념재단은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이 총 1266억원대로 추정된다며 김 여사와 노 관장, 노재헌 동아시아 문화센터 원장을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시민단체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 이희규 대한민국 헌정회 미래전략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취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메모 300억?
1000억 이상

국회에서는 민주당 김영환 의원이 지난해 10월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추징되지 않은 약 2000억원의 비자금을 국내외에 나눠 은닉한 정황이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김 여사가 차명계좌 등을 동원해 유배당 저축성보험(공제) 210억원을 가입했고, 아들 재헌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2016∼2021년 147억원을 출연했다며 비자금을 물려준 것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고발 사건을 맡은 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각각의 고발인을 불러 조사에 나섰다. 5·18기념재단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8일 “불법 자금이 후손에게 증여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법률가 등으로 구성된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비자금과 부정 축재 재산 환수위원회’를 꾸렸다.

재단은 부정 축재 재산 환수 관련 법률 제·개정, 재산 추적 및 환수 등의 활동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시민단체는 비자금 환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더불어 은닉 자금이 동아시아문화센터 등 공익법인을 거쳐 노 전 대통령 일가에게 흘러갔다는 점에서 그 규모를 확인해 상속세나 증여세 부과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은 대선 일정을 앞둔 상황 속에서 불법 비자금 환수에 전력을 쏟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여야 모두 불법 비자금을 환수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으나,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선후보
환수 공약?

여야가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헌정질서 파괴범죄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되더라도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까지 불법 비자금 환수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내에서는 대선후보들이 불법 비자금 환수를 공약으로 제시해 준다면 검찰의 수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진보당 윤종근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을 환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검찰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불법 비자금이 실체가 밝혀지더라도 공소시효 등의 문제가 남아있기에 빠르게 법안을 통과시켜 이를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노태우 불법 비자금을 확실하게 환수하려면 법안 개정을 통해 환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법안 통과가 될 수 있도록 국회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씨 일가가 불법 비자금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 여론은 거센 분위기다. 노 전 대통령은 추징금을 모두 납부했다고 했지만, 이제야 불법 비자금을 통해 수십년 동안 부를 축적한 것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박탈감을 안겼다.


‘계산할 시간’ 되자 말 바꿔
공소시효 유무가 수사 관건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공약으로 재임 중에 대통령 재산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취임 이후인 이듬해 4월 자신의 전 재산이 5억2000만원이라며 구체적 내역을 공개했다. 재산 목록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과 주식, 예금, 부동산 등이 있었다.

스스로 공개한 재산이 5억원 정도에 불과한데 집권 4년 차에 전 재산의 1800배 가까운 돈을 합법적으로 취득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부터 시민단체 등 고발인을 불러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환수위는 김 여사가 남긴 메모의 신뢰성을 의심했다. 증거에 대한 진위 여부 감정이 없었고, 2심 판결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허술한 증거물이라는 것이다.

특히, 노씨 일가는 90년대 비자금 사건 이후 “숨겨둔 비자금은 없고 추징금도 완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 관장은 뒤늦게 ‘김옥숙 메모’를 내밀며 숨겨둔 비자금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수위는 이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환수위는 고발장에 “노태우 일가는 ‘검찰 수사 당시 드러난 것 이외에 다른 숨긴 비자금은 없으며 비자금에 대한 추징금도 완납했다’고 재차 강조했다”며 “이 같은 입장 표명은 2심 재판 이후에도 일관됐다. 그렇다면 2심 재판부에 제출한 ‘김옥숙 메모’가 허위 증거라는 것인데 이는 명백한 소송사기”라고 고발장에 적었다.


동정론 유발
국민을 기만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과거에 대한 증명은 시기의 일치성이 중요하다”며 “비자금이 전달됐다면 당시 작성되거나 녹음된 장부나 녹취 같은 게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노 관장이 ‘가정’ ‘자녀’ ‘엄마’라는 단어를 사용해 동정론을 유발해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노 관장의 개인사는 국민이 동참해야 할 사안이 아니며, 노씨 일가의 거짓말을 밝히고 단죄하는 것이 국민적 해결 과제라고 덧붙였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트센터 나비 또 다른 의혹
“횡령·배임도 수사해야”

노소영 관장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환수위는 “최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노 관장은 아트센터 나비의 공금과 정보보조지원금을 본래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유용한 정황이 있다”며 “환수위가 수집한 자료들을 종합해본 결과 노 관장의 횡령·배임 혐의가 의심돼 이번에 고발조치했다”고 밝혔다.

고발장을 통해 환수위는 “최근 나비에 근무했던 직원이 공금을 횡령한 범죄를 저질러 2심 재판에서도 무거운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이 사건서 드러난 내용만 봐도 아트센터 나비의 자금 운용 내용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 관장의 비서가 26억원을 횡령한 사실과 함께 드러난 나비의 운영 실태도 지적받고 있다.

문제의 비서는 문자 한 통으로 거액의 상여금을 입금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으나 노 관장을 포함한 나비 관계자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나비는 노 관장이 전적으로 모두 총괄 운영하는 구조다.

수년 동안 현금이 사라지는 과정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대목 역시 노 관장이 모르면 모든 직원이 모를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공익법인인 아트센터 나비의 부실 운영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노 관장의 비서가 착복한 현금 26억원은 노 관장의 개인 돈 19억7500만원과 나비의 공금 5억원 등이다.

아트센터 나비가 공익법인의 윤리와 절차를 무시하고 상여금(보너스)을 지급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2022년 아트센터 나비는 직원 16명에게 인건비 약 10억원을 지급했는데 관장 1인의 보너스만으로 전체 인건비의 절반을 썼다.

아트센터 나비는 2021~2022년 코로나19로 휴관이 잦았고 2022년에는 24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정 상황과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노 관장이 5억원을 성과금으로 받기에는 객관적 실적이 부족했으며 상여금 지급을 논하는 이사회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환수위는 “노 관장 등 일가는 노태우 비자금을 발판으로 현재 천문학적인 재산을 굴리며 사는 사람들이다. 온 가족들이 입을 모아 ‘노태우 비자금은 없다’고 합창해오다가 이제와 숨겨둔 노태우 비자금 1조4000억원을 찾기 위해 ‘김옥숙 메모’를 내민 노 관장을 우리가 동정하며 그의 각종 범죄 혐의에 눈감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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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