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자충수 ‘노태우 비자금’ 수사로 번지나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9.23 09:49:40
  • 호수 1498호
  • 댓글 1개

위자료 더 받으려다 집안 쑥대밭 만들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의 이혼소송 과정서 나온 이른바 ‘김옥숙 메모’와 관련해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가족이 스스로 범죄 행위로 축적한 것으로 추정되는 재산의 증거를 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노 전 대통령의 은닉 비자금 환수 필요성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을 언급하며 “결국 범죄로 은닉한 비자금이 계속 형성돼있던 것이고, 검찰이 추징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 폭발

정 위원장은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열린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아내 김옥숙 여사가 지난 1998년경 작성한 해당 메모를 증거로 인정해 ‘300억원이 SK 성장에 쓰였다’고 보고, 1조3808억원 상당의 재산분할을 선고한 바 있다.

정 위원장은 “(은닉에)성공한 비자금은 환수할 수 없는가”라며 “법적 개념으로 보면 소급 적용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있지만, 정의를 세우는 문제와도 충돌한다. 불법 비자금은 환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로 유입된 150억원도 비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현행법에 의해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심 후보자는 “취임하면 정확히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도 비자금에 대한 재수사 및 환수 필요성을 촉구했다.

송 의원은 “2018년 문재인정부서 (노 전 대통령 일가의)해외 은닉재산 환수를 위한 합동조사단을 구성했고, 2020년에는 검찰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탈세 혐의 (조사)에 대한 움직임이 있었다”며 “검찰총장이 된다면 이런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국민 의혹을 해소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심 후보자는 “검찰총장이 되면 판단하겠다”며 조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앞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비자금 세금포탈에 대해 조만간 법무부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6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서 박 장관은 ‘노태우 비자금 논란’과 관련해 형사 처벌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성재 장관, 수사·처벌 가능성 언급 
여야 막론 정치권 쿠데타 검은돈 비판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이날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중 법원에 증거로 채택된 ‘김옥숙 메모’를 제시했다. 메모에는 구체적인 실명과 904억원의 자금 흐름이 적혀 있다.

박 장관은 ‘904억원이 노동소득을 통해서 만들어졌을지, 상식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관해 “메모를 지금 처음 보는 것이라서 평가할 입장에 있지 않다”면서도 “세금포탈이 되는지부터 정확하게 알아야겠지만, 포탈이 되면 수사·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옥숙 메모’에 이어, 김 여사가 아들 노재헌이 운영하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147억원을 출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노 전 대통령 비자금 논란이 증폭됐다. 김 여사는 경북대 사범대를 중퇴하고 노 전 대통령과 혼인한 이후, 전업주부로서 딱히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다.

‘김옥숙 메모’의 904억5000만원이 ‘노동소득’을 통해 만들어졌겠느냐는 질의는 이를 겨냥한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27일 ‘김옥숙 메모’ 등을 근거로 국세청에 탈세 제보서를 제출하고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탈세 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강민수 국세청장 또한 후보자 시절인 지난 7월16일 국회 인사청문회서 “불법 정치자금 시효가 남아 있고 또 확인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김 의원은 박 장관에게 5·18민주화운동 특별법과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몰수에 관해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있다면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헌법재판소 판례를 제시했다.

전두환씨 및 노 전 대통령 비자금 등은 당사자들의 사망과 시효 만료로 현행법으로 환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몰수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장경태 의원은 지난 2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헌정질서 파괴 범죄’가 사망해 공소제기가 어려운 경우에도 범죄 수익을 모두 몰수하고 추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장 의원은 “노태우씨의 추가 비자금 904억원이 기재된 메모가 공개됐다”며 “전두환과 마찬가지로 노태우 또한 비자금이 더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두환씨에 대해 법원이 선고한 추징금 2205억원 중 867억원은 여전히 환수되지 못하고 있다”며 “손자 전우원씨는 비자금이 더 남아 있을 것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불법 비자금 모두 환수해야”
시효 만료로 환수 어렵다고?

그는 “과거 법원은 전두환, 노태우씨에게 유죄를 내리며 추징을 선고했으나 그들이 축적한 막대한 금액의 비자금 중 일부는 여전히 파악도, 환수도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혼소송 2심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노 관장 측이 제시한 모친의 비자금 메모가 결과적으로 노씨 일가의 비리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됐다는 분위기다. 앞서 법원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했다.

그간 노 전 대통령 측은 이 추징금을 모두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추가 은닉자산이 더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SK에 건넨 돈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 측이 SK에 요구한 돈으로 판단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은 최 회장 측이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함에 따라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다.


실제로 비자금 300억원을 놓고 “노 전 대통령 측이 SK에 요구한 노후자금”이라는 증언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취재해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비자금 300억원이 노 전 대통령의 ‘노후자금’이라고 밝혔다.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도 앞서 진술서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전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여사의 메모가 ‘받았다’는 의미가 아닌 ‘주겠다’로 재해석이 되더라도 노씨 일가를 향한 질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은닉자산 의혹 자체는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선경 300억’ 외에도 여러 실명이 적혀 있는 등 김 여사의 메모는 그간 출처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도 과거 비자금 수사서 자신이 약 46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최근 노 관장은 횡령 등의 범죄를 저질러 구속 수감된 전 비서 이모씨에 대해 선처나 합의 없이 엄벌에 처해줄 것을 재판부에 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이 부정 축적한 은닉재산을 챙기려는 노 관장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칼 빼들다

지난달 30일 검찰은 노 관장의 비서로 일하며 21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이씨는 2019년 아트센터 나비에 입사해 노 관장 명의로 4억3800만원 상당을 대출받고, 노 관장 명의 계좌에 입금돼있던 예금 11억9400만원 상당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해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노 관장을 사칭하며 아트센터 직원을 속여 소송 자금 명목으로 5억원을 송금하도록 하는 등 총 21억3200만원을 빼돌렸다.

<smk1@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3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