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재계 사정 풍향계

다음은…LG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올 한해 재계는 유난히 다사다난 한 모습이다. 특히 주요기업은 사정기관의 날카로운 칼날을 받아야 했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수감 돼 법정 다툼을 벌이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다른 주요기업들 상황 역시 쉽지 않은 상황. 재계의 주요 현안을 정리했다.
 

대한민국은 2017년 큰 변화를 맞았다. 예상치 못하게 대선이 치러져 대통령이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새로운 대통령으로 바뀌면서 재계 역시 변화를 맞고 있다.

혹독한 계절
매서운 외풍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그룹은 지난 정부와의 악연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박영수 특검은 이 부회장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했다. 

특검 측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훈련 지원, K스포츠재단, 영재센터 지원 명목으로 298억2535만원(약속 433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드러났다.

이 부회장 측은 경영권 승계작업이 특검의 가공의 프레임이라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특검은 스스로 ‘세기의 재판’이라 평가한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이 존재한다는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제출될 수 없다. 


그런 사실이 존재조차 안했기 때문”이라며 “특검의 일방적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고 맞섰다.

1심에서는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이 구형한 징역 12년형보다는 낮지만 이 부회장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지난 8월 25일 선고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국외재산도피 ▲범죄수익 은닉 규제법 위반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위증) 등 5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수사칼날 위에 선 대기업·오너
초긴장 속 대응책 마련에 고심

삼성 측은 이에 반발해 이튿날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특검도 구형보다 낮은 형량에 반발해 항소했다. 이에 따라 2심은 더욱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재계는 삼성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의 부재를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요 결정 사안에 이 부회장의 부재는 뼈 아프다는 목소리다. 재판 결과에 따라 재계에 미치는 영향에 신경이 곤두서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출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수출여건이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자동차 수입과 관련된 무역관세가 낮아 자국 자동차 산업이 피해가 막심하다며 재협상 조건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한미FTA는 미국에게는 거친 협정이었다”면서 재협상 문제를 드러냈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면서까지 한국 자동차 수출과 관련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에 피해가 갈 것으로 전망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업계는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한미FTA 이후 낮아진 관세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오히려 한미FTA로 인해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차량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대외적인 고민과 더불어 노사 문제 역시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현재 현대차의 노사 갈등은 하나의 불확실성으로 인식되는 양상이다.

올해 임단협을 연내 마무리 지으려고 하고 있지만 결론을 도출하는 데는 애를 먹고 있다. 노조는 34차 교섭에서 회사가 새로운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곧바로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사업부별 노사협의 중단 등 회사를 압박하기 위한 투쟁전략을 마련할 방침이다.

사고친 오너
사고난 회사

롯데도 각종 리스크에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롯데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치권 관련 뇌물 공여 혐의다. 지난 20일 전병헌 전 정무수석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었던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수석은 검찰은 전 전 수석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 의원으로 있었던 2015년 4월 롯데홈쇼핑의 홈쇼핑 방송 재승인 문제를 봐주고 이에 대한 대가로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e스포츠협회에 3억3000만원을 대가성 후원으로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이에 따라 불똥이 롯데홈쇼핑으로 확대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입장이다.

이와는 별개로 오너리스크도 동시에 발생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호텔롯데 전 부회장 등 오너 일가 다수가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 회장이 징역 10년형을 구형받아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롯데그룹 리빌딩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호텔롯데 상장이 무기한 연기될 우려가 있다. 

특히 신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재판도 받고 있어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향후 재판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SK는 오너일가의 이혼소송 리스크가 있다.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 15일 최 회장은 합의이혼을 위해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 이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재판에 노 관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노 관장을 상대로 지난 7월19일 이혼조정 신청을 내면서 이혼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노 관장 측은 이혼을 원하고 있지 않아 결국 이혼 소송으로까지 갈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의 관심은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이다. 현재 그룹내 지주사 역할을 하는 SK에 대한 지분율은 최 회장 23.4%, 노 관장 0.01%다. 그러나 노 관장이 그룹 성장에 대한 기여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일하게 LG그룹만…
이번에도 무사통과?

한화그룹은 돌발 오너 리스크가 터지면서 수습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주인공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3남 김동선씨는 지난 9월28일 밤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술집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신입 변호사 10여명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 자리서 변호사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는 등의 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올해 초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 주점에서 술에 취해 종업원을 폭행하고 술병을 던지는 등 난동을 부려 특수폭행 및 영업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결국 김씨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활동 80시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당시 사건에 대해 “정말 후회하고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반성의 뜻을 내비쳤지만 불과 1년을 못 넘기고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또다시 사과를 해야 했다.

문제는 집행유예 기간에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에 가중 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일단 피해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서 폭행당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김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경찰이 사건이 벌어진 주점의 CCTV를 복원하고 있어 혐의가 확인되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한진그룹은 총수가 배임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마음을 졸이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이 계열사 회삿돈을 자택공사대금으로 유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22일 특정경제범죄법위반 배임혐의를 받는 조 회장과 부인 이명희씨, 대한항공 전무 조모씨, 인테리어 업체 대표 장모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서울 평창동 자택의 인테리어 공사비 총 70억원 중 30억원을 영종도 H2호텔(현 그랜드하얏트인천) 공사비용으로 전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16일 조 회장에 대해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하루 만에 증거 부족을 이유로 보강 수사를 지시하며 반려했다. 이후 경찰은 기존에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한진 임직원으로부터 조 회장 혐의와 관련된 구체적인 진술을 얻어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며 보강조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조 회장이 관여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물적 증거를 확보했다며 지난 3일 구속영장을 재신청했지만 검찰은 또다시 기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구속된 회사 관계자 포함 관련자들 모두 보고 사실을 부인하는 등 직접 진술이 없는 상황이고 정황 증거만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만으로는 구속 수사를 하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인테리어 설계업체 K사에 대한 세무비리 수사과정서 조 회장이 자택 공사대금을 치르기 위해 계열사에 손실을 끼친 정황을 포착,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8월16일 구속된 한진그룹 건설부문 고문 김모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효성그룹도 심상찮다. 지난 17일 검찰로부터 본사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사정칼날 위에 섰다.

줄줄이 불려가는
대기업 총수들

검찰은 17일 오전 9시부터 서울 마포구 효성 본사와 관계사 4곳, 관련자 주거지 4곳 등 8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 컴퓨터 하드 디스크, 내부문서와 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조석래 전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 조현준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서 비자금 혐의를 포착하고 압수수색을 결정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배당돼 비중 있게 수사가 진행되다 지난해 롯데그룹 경영비리 수사로 더딘 속도를 보이다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압수수색을 놓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효성그룹은 이 전 대통령의 사돈 그룹이다. 조석래 전 회장의 조카 조현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이 이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씨와 부부다.

효성은 또 담합 의혹을 받고 있어 대응책 마련에 고심인 모습이다. 경찰이 현대중공업, 효성, LS산전이 한국전력 자회사와 변압기 납품 과정서 입찰 담합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현대중공업, 효성, LS산전이 한국전력 자회사와 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원전에 변압기를 납품하는 과정서 입찰 담합을 벌였다는 제보를 받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한전 자회사와 한수원 신고리원전 등에 변압기를 납품 낙찰 업체와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하고 고의로 유찰해 수의계약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같은 제보를 받고 이달 초부터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주요기업들이 줄줄이 사정의 칼바람을 맞고 있는 가운데 LG그룹은 비교적 조용히 넘기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의 저승사자로 통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배구조 차원서 가장 모범적인 곳은 LG그룹”이라고 치켜 세울만큼 정부와의 마찰이 적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LG그룹에 우호적이지 않다. <한겨레21>은 지난 6일자 ‘청(청와대)·국(국정원)·대(대기업) 삼위일체로 지원’ 제하의 기사를 통해 LG그룹과 보수단체 간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그동안 LG그룹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태풍에서 비켜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보도로 LG그룹 역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한겨레21>는 LG가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이하 공학연)’에 지난 2013년 10월2일 전시협찬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한 세금계산서를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자금은 공학연 사무총장 이희범씨가 사무총장을 겸하던 (사)대한민국 감사위원회가 주관한 ‘기적을 캐고 나라를 구하라’는 행사에 쓰였다. 전시는 박정희 정권 시절 독일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들에 관한 내용이었다.
 

공학연이 최근 공개된 국가정보원의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LG는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LG 관계자는 <한겨레21>를 통해 “우리 쪽에서만 지원이 이뤄진 게 아닌데 LG만 표적이 되는 것 같다”며 “박근혜정권의 분위기가 그랬다. LG는 ‘n분의 1’ 역할만 했을 뿐 핵심적 역할을 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보수단체에 대한 지원이 당시 분위기에 따른 외압이라고 설명한 것.

그러나 향후 해당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 그동안 피해갔던 사정의 칼날이 LG그룹을 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최순실…
의심의 눈초리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문재인 정부에 들어 크고 작은 사건에 연루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비교적 조용하게 이 시기를 보내고 있는 LG가 다음 타겟이 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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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