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화랑 스캔들’ 한미약품 모녀 몸 사리는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2.13 12:04:39
  • 호수 1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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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하다 언론 재갈 물리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미사이언스 임종훈·임종윤 형제와 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약품 그룹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임시주총을 앞두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 형제 측이 모녀를 상대로 한 배임 혐의 고발에 관한 제보를 막는 등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미약품 모녀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운영하는 한성준 코리그룹의 대표 등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유포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모녀 측의 가처분 신청 내용에 따르면 자신들이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된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게 됐다며 추가로 언론에 정보를 제공할 경우, 한 건당 1000만원씩 총 5000만원을 물도록 했다. 이어 형제 측의 고발 내용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보도 막으려고···
뭐가 찔리길래?

앞서 한 대표는 지난 11월13일 송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한 대표는 임 이사가 최대주주인 코리그룹 대표인 만큼,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 인사로 해석된다.

한 대표가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이사회 결의나 승인 없이 송 회장과 박 대표의 결정과 지시로 송 회장이 설립자이자 실질적으로 운영을 관장하는 가현문화재단에 3년간 120억원에 육박하는 기부금을 제공해 한미약품과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적혀있다.

또 가현문화재단에 대한 이 같은 기부는 특정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 주주총회 의결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는 ‘가현문화재단’이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서 형제 측 대신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한 것에 기부 행위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형제 측은 지난 9월 가현문화재단 및 창업주 이름을 딴 ‘임성기 재단’이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매표 행위에 해당한다며 중립을 지키겠다는 회신이 이뤄질 때까지 운영비 지원을 보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임 이사 측 인사의 고발이 이달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서 재단의 의결권 행사를 막으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모녀와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인 연합’이 임시 주총서 이사 정원을 11명으로 늘리고 신규 이사 2명(신 회장, 임 부회장)을 선임하는 등 이사회를 재편하려 하자 형제 측은 우호 지분 확보를 통해 부결을 꾀하고 있다.

한미약품 측은 “임 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가현문화재단에 기부한 적이 있다”며, 고발이 ‘자폭’ 행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발의 주체인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10여년 동안에도 이사회 의결 없이 100억원 이상 가현문화재단 기부가 진행됐다”며 임종훈 대표 역시 지난 5월 기부금 5억원가량을 결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송 회장은 이런 아들의 비정함을 이겨내고 남편 임성기 회장이 일궈온 한미약품그룹을 지켜내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독립성이 핵심인 공익재단을 위협하는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임종윤, 임종훈 형제는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송영숙 회장 배임 혐의 고발
사실 유포 금지 가처분 신청

모녀 측은 지난 2002년 설립한 가현문화재단에 송 회장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3년간 약 119억원을 기부한 행위가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는 형제 측 주장은 허위라며 유포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이들은 또 형제 측의 고발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심각한 명예 실추 위기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즉, 송 회장과 박 대표는 정당하게 예산을 집행했음에도 배임 혐의로 고발당했고, 고발장이 유포되면서 명예훼손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녀 측의 유포금지 가처분 신청은 사실상 언론의 취재를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임주현 부회장이 지난 11월 1차 경영권 분쟁 임시 주총서 주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해 이사회 진입에 실패하자, 경영권 분쟁 2차전인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 대비해 총력전을 펴는 모습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들의 마음을 사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판에 언론에 재갈을 물려 배임 의혹 등을 가려 보겠다는 조처로, 이미 의혹이 폭넓게 번진 상황이라 이번 유포금지 가처분 신청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녀 측이 펼친 무리수가 나온 배경에 관해 업계에선 ‘1차 경영권 분쟁인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 패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서 임 부회장의 목표는 이사 수를 9명서 11명으로 늘리고,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권 분쟁을 종식하는 것이었다.

다만 한미약품 지분 10.52%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은 한미사이언스 주총 당시 ‘중립’을 지켰고, 소액주주들마저 돌아서면서 임 부회장의 계획은 틀어졌다. 2차전 임시 주총에 사활이 걸린 만큼, 부정 여론을 잠재우기 급급한 모양새다. 

의혹 눈덩이
“확산 막아라”

1차전서 패배한 임 부회장이 기다리는 것은 박 대표가 유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배임 혐의 건 등을 포함해 경찰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또 한미사미언스 주주들은 모녀의 배임 혐의 의혹에 관해 당국의 엄정한 조사를 요구하면서 임 부회장의 이사회 입성을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서 임 부회장과 정권 유착을 앞세운 김방은 예화랑 갤러리 대표 간 수상한 부동산 거래의 내막이 꾸준히 언급될 전망이다.

앞서 임 부회장과 김방은 대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만든 미래회서 활동한 인물이다. 미래회 법인 등기에 따르면 노소영, 임주현, 김방은, 최지은, 한혜원, 김미경, 전성은, 오선영, 이정현, 안영주, 김흥남, 조옥형, 홍수정, 박지영, 박지완 등이 이름을 올렸다가 2018년 4월6일 퇴임했다.

사단법인 미래회는 봉사활동 단체를 지향하면서 1999년 설립됐다. 실제로는 회원들 간 이권을 주고받기 위한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는 등 봉사 목적과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노 관장의 아버지 노태우가 군벌을 조장하기 위해 만든 하나회와 완전히 닮은꼴이라고 꼬집었다. 한미약품 모녀의 배임 횡령 의혹이 불거진 예화랑 임대 사건은 정경유착의 전형적인 예시다. 

앞서 임 부회장 측은 자본금 40억원에 불과한 한미약품 그룹 계열사 ‘온라인팜’을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예화랑에 입주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보증금 48억원에 매월 4억원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20년 장기계약이었다. 현재 공사 중인 예화랑은 빈 건물로 온라인팜서 임대보증금과 월세를 받고 있다.

김방은,
누구냐 넌?

예화랑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온라인팜은 지난 1월31일 62억4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채무자는 예화랑 건물 공동소유자이자 대표 김방은과 예화랑 감사이자 남동생 김용식, 아버지 김태성 등 3인이다. 해당 근저당권은 김씨 일가와 온라인팜 사이의 임대차 계약에 의해 설정됐다.


김씨 일가가 임대차보증금 48억원을 선지급받고 담보를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다.

현재 예화랑 건물 소유자는 김씨 남매다. 그러나 내년 7월 말 준공이 예정된 신축 건물의 지분을 김씨 일가가 나눠 갖게 되면서 등기부등본상 근저당권 채무자는 3인이 됐다.

임차인 측은 기존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재건축한 이후, 2025년 7월 말 신축 건물이 완공되면 건물을 임대키로 했다. 기존 건물은 건축가 장운규가 설계해 2006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비롯해 수많은 건축상을 받았던 건물인데, 이를 모두 철거하고 내년 하반기 새로 세우는 신축 건물에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이다.

향후 온라인팜으로부터 평당 3만원의 관리비(신축 건물 1400평 기준 4200만원)를 받게 될 예정이다. 온라인팜은 2년 뒤에야 신축 건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지만, 이미 임대차보증금 48억원을 지불했다. 또 향후 20년간 960억원의 임대료를 지급하게 될 예정이다.

재건축 시행은 김용식이 대표로 있는 서울플래닝이 맡았다. 서울플래닝은 재건축에 대한 모든 권한과 신축 건물 준공 이후 운영 및 관리에 대한 모든 권한을 부여받았다.

‘윤석열 캠프’ 강남 사무실 월 4억 임대 계약
이 와중에 자충수 “사건 키우는 역풍 불 것”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배임 의혹을 넘어선 수상한 거래로 보고 있다. 앞서 예화랑은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 운영한 ‘강남 선거사무소’로 알려졌다. 현재 재건축을 위한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용식의 혼맥도 눈길을 끈다. 김용식의 부인 정수인은 지난 2012년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결혼식서 주례를 맡은 정상명 전 검찰총장의 딸이다. 정 전 총장은 윤 대통령의 검사 선배이자 ‘정치적 멘토’로 꼽힌다. 2009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서울플래닝 감사를 지낸 정 전 총장은 지난 7월 이원석 전 검찰총장 후임 인선을 위한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김 남매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당시 예비후보에게 각각 1000만원을 후원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김용식은 당선자 비서실에 합류했고, 김방은 대표는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 위원으로 위촉됐다.

특히, 김방은 대표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빈 공간이 된 청와대 재활용을 위한 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되는 등 용산 정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정당국은 임 부회장이 예화랑 건물을 고가로 임대한 대가로 어떤 이익을 보았는지도 경찰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봤다.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한미약품그룹의 내부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경영권 분쟁의 한 축인 형제 측이 강남경찰서에 고발한 사건이 서울경찰청으로 이송돼 본격적인 수사를 받게 되면서다. 서울청의 직접 조사는 사안의 중대성에 기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미약품 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형제 측이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측을 강남경찰서에 고발한 사건들이 서울경찰청으로 이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결정은 최초 고발을 접수한 강남경찰서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판단한 뒤 서울청에 이송을 요구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회?
하나회?

한편, 온라인팜 임대차 관련 이슈에 관해 한미약품 측은 “예화랑 건물은 한미그룹이 추진하고자 하는 리브랜딩 전략을 실행하면서도, 한미약품그룹 역사관을 설치해 고객들에게 한미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매우 적합한 공간이자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계약 체결 전 현장을 찾은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도 사업 타당성이 매우 좋다는 의견을 표명하며 계약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적 리스크를 점검하기 위해, 당시 법무팀과 법무법인(태평양)을 통해 리스크를 점검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48억원 선지급 조건으로서 예화랑은 한미약품이 원하는 디자인 등으로 건축할 수 있었고 ▲주변 시세보다 적은 월세 금액 ▲월세 10년간 동결 ▲언제든 전대 가능 ▲63억여원 규모 근저당 설정 ▲입주 시기를 맞추지 못할 경우, 96억원 반환 조건 등 한미에 유용한 방향으로 수립된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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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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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