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죽고 나 죽자’ 이준석 이판사판 복수전

화해는 없다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권교체를 위해 애써 참아왔지만 이젠 완전한 적이다. 서로 참지도 않는다. 긴 싸움은 조만간 결론 지어질 예정이다. 양측 다 물러나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과 이준석 전 대표가 결국 전면전을 벌이게 됐다. 

윤리위 심사 결과 징계를 받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광주 무등산 등반을 시작으로 원외에서 열심히 세를 다지고 있었다. 언론과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고, 본인을 지지해준 당원들을 만났다. 이전까지 벌이던 여론전에서 한발 물러난 것. 당장 여론전을 펼친다면 이 전 대표본인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계산이 깔렸기 때문이다.

입당부터
갈등 시작

이 전 대표의 침묵은 국민의힘 혼란의 책임에서 약간은 벗어난 모양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게 책임이 넘어가서다. 공식적으로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시점은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이다. 이 전 대표는 62분간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면서 윤핵관, 윤 대통령을 저격하며 날을 세우는 등 할 말은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용한 발언 수위는 예상했던 지점보다 높았다. 그는 “이 XX 저 XX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는 말까지 내뱉었다. 

윤핵관이라고 언급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을 향해서도 “호가호위하는 사람”이라고 강하게 타격했다. 윤 대통령에게는 “대통령의 지도력이 위기”라며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목표를 바라봤던 당 대표와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동맹이 파국을 맞이한 순간이다.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이 전 대표는 각종 방송과 라디오에 출연해 여론전을 펼치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국 상임위를 개최하고, 비대위를 본격 출범시킨 데 이어, 비대위원 등을 신속하게 임명했다. 윤핵관 중 한 명인 권 원내대표는 재신임을 받으며 주호영 비대위호에 승선했다.

사실 이 전 대표와 윤 대통령, 윤핵관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였던 지난해 7월, 국민의힘에 입당할 때부터 갈등의 불씨가 아른거렸다. 당시 이 대표가 지방으로 간 사이 윤 대통령이 입당 선언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악연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다만 당시는 이 전 대표에게도 윤 대통령에게도 서로가 필요한 상황이었던 터라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본격적으로 신뢰하지 않게 된 계기는 통화내용 유출 논란이 발생했을 때다. 

두 인물의 통화내용이 녹취록 수준으로 정리가 돼 언론에 떠돌게 된 점이 갈등의 촉매제가 된 셈이다. 이런 탓에 대선 기간 내내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는 많은 갈등을 겪었다. 윤핵관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시점도 이와 비슷한 시기다. 윤핵관은 대선 기간 이 전 대표를 밀어내기 위해 애썼다. 

첫 만남부터 대립각 세워
감정싸움서 패권 싸움으로


울산 회동에서 극적으로 화해한 뒤 함께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대선 이후에도 이 전 대표와 윤핵관 세력은 서로를 견제해왔다. 감정싸움에서 패권 싸움까지 이어진 단계다. 패권 싸움의 원인은 대선이 끝난 직후 이 전 대표가 띄운 혁신위가 발단이다.

혁신위는 지방선거 승리 직후 당 쇄신을 목표로 이 전 대표가 출범시킨 구상한 조직이다. 22대 총선 공천 과정 등을 전반적으로 손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는데 출범 당시부터 말이 많았다. 이 전 대표의 사적 조직이라는 등 논란이 터져나와서다.

결국 혁신위는 당권 싸움에 휘말렸고, 이 전 대표가 윤리위 징계를 받자 최근에는 다소 힘을 잃은 모양새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자, 이 전 대표는 자연스럽게 대표직을 박탈당했다. 

이 전 대표는 배수진을 치며 필사적으로 반격 중이다.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여러 의원들은 이 전 대표를 타격하고, 원외에 있던 세력들까지도 연일 맹폭을 퍼붓하고 있다. 징계 직후에는 이 전 대표에게 모든 시선이 쏠리면서 강한 책임론에 휩싸였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이 나눈 문자메시지가 보도되면서 여론이 뒤집혔다. 

국민의힘 혼란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가 윤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는 여론이 형성돼서다. 현재는 이 전 대표가 조금 더 유리한 형국이다. 지난 17일 취임 100일을 맞은 윤 대통령 대신 주인공 자리도 이 전 대표가 꿰찼다. 

그는 비대위 출범이 부적절하다면서 서울남부지법에 국민의힘과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런 탓에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다소 묻힌 감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전 대표 측에서 주장하는 가처분 신청의 골자는 국민의힘이 비대위로 전환하는 과정에 절차적·내용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이 전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며 비대위 체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대통령 향해
무자비 폭격

이 전 대표는 직접 법원 심문에 출석해 윤 대통령 발언을 인용하며 잽을 날렸다. 앞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의 발언을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윤 대통령이 어떤 말을 했는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비꼬았다. 윤 대통령이 한 말을 그대로 인용해 앞뒤만 바꾼 셈이다. 

가처분 신청의 기각과 인용을 두고 법원 역시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처분 신청 기각과 인용을 두고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은 시점이다. 지난달 29일 배 의원은 “‘오늘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고 이틀 뒤에 조·윤 의원 모두 사퇴를 선언했다. 


3명 모두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사퇴서를 제출한 시점에는 차이가 있다. 배 의원이 지난 9일, 조 의원은 일주일 빠른 지난 1일, 윤 의원은 지난 2일이었다. 

윤 의원이 사퇴하기 약 1시간 전 비공개 최고위원회가 열렸고, 권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윤 의원, 배 의원 등이 해당 회의에서 비대위 전환을 위한 소집 요구안을 의결한 바 있다. 이 전 대표가 요구안 의결이 적절치 못했다고 꼽는 부분이 바로 배 의원의 “오늘 사퇴하겠다”는 부분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정치적으로 사퇴 선언을 했지만, 국민의힘에 공식 사퇴 의사 표시한 게 아니라며 여전히 최고위원의 지위를 유지했다는 논리를 펼친다. 

장기전으로
이슈 끌기

또 배 의원과 윤 의원이 이미 사퇴했더라도, 최고위원회 의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당시 최고위원회는 이 전 대표, 조 의원,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부재한 상태에서 열렸다.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이 충돌하는 또 다른 지점은 과연 비상 상황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다. 국민의힘 당헌 96조1항에 따르면 ▲당 대표가 궐위된 경우 ▲최고위원회 기능이 상실된 경우 ▲그 밖에 준하는 사유로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비대위 설치가 가능하다. 


이 전 대표 측은 자신의 당원권 정지를 두고 권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와 최고위에서 궐위(더 이상 직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닌 사고(일시적인 경우)라고 의견을 모았고, 사고라고 결론지은 것을 궐위로 뒤집어 주장하는 게 모순이고, 위배라는 입장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것처럼 최고위원이 사퇴하지 않았다면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사퇴했다면 의결에 참여할 수 없다는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이 전 대표가 6개월이라는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직무를 수행할 수 없고, 대표가 궐위된 경우로 해당한다며 비상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최고위 구성원 9명 중 이미 김 전 최고위원이 사퇴했고, 배 의원, 조 의원, 윤 의원, 정미경 의원이 각 사퇴 선언을 해 4인 이하가 된 상황도 비대위 출범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본다. 지도부 상실이라는 상황으로 여긴 셈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상임 전국위에서 4분의 1 이상의 별도 소집 요구로 상임 전국위가 적법하게 소집된 부분을 들어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해석했다. 

법원 기각·인용 고민
비대위도 여전히 혼란?

세 번째 쟁점은 전국위원 700여명이 ARS(자동응답방식)로 비대위 출범을 의결했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는 ARS는 의사정족수를 특정할 수 없는 방식이고, 줌이나 비대면 회의 방식은 접속자 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유튜브의 경우 링크로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국민의힘 전국위원이 아니라도 충분히 참여 가능해 이 같은 방식은 큰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대의기관의 구성원이 서면이 아닌 ARS와 같은 비대면 투표를 하더라도 본인이 투표하는 부분을 분명히 하고, 확인 가능한 방법을 강구할 경우 전당대회, 전국위원회 등 회의 및 의결을 비대면 또는 전자회의 혹은 ARS로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이 전 대표 역시 전당대회에서 해당 방식으로 선출됐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의결을 한 전국위원회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뽑았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기각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직까지는 안갯속이다. 만일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이 전 대표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향후 행보는 물론, 정치적 생명까지도 위험할 수 있다. 이미 윤 대통령을 향해 강하게 타격했던 만큼 당원을 중심으로 한 당내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탓에 이 전 대표는 본안 소송까지 제기하며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기각을 대비해서 원외에서 세력을 다지는 일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곧 출간을 앞두고 있고, 플랫폼을 만들어 당원을 지속적으로 만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이 전 대표가 판을 단번에 뒤집는 게 가능하다. 윤리위 징계를 받아 당으로 복귀하는 것은 당장 불가하지만 당 대표직은 유지할 수 있다. 비대위 역시 자연스럽게 해체된다. 윤핵관 세력 역시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윤핵관을 필두로 한 창당설까지 흘러나온다. 

다만 현재 여론 상황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탓에 윤핵관 측이 불리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윤핵관의 손을 놔야 할 때라는 주장도 나온다. 여론이 좋지 않은 윤핵관과의 동행을 선택할 경우 더욱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탓이다.

급히 출범한 비대위 역시 정상궤도를 달리고 있다고 보기는 이르다.

개혁보다는 관리형에 더 방점을 찍었지만, 당내 일부에서는 완전한 혁신형 비대위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서다. 비대위마저 내분이 가속화된다면 국민의힘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수도 있다. 

물러서면 
회복 불가

주 위원장 역시 미리 대비책을 세우는 모습이다. 그는 윤핵관에 포함되는 인물은 아니지만 이 전 대표를 밀어내려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절차를 다시 갖추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은 법원이 지적한 문제만 수정해 비대위를 이어가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 전 대표가 원외 세력 모으기와 장기투쟁을 통해 여론을 주도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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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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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