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국민의힘 합종연횡 막전막후

지나가는 바람? 떨고 있는 꼰대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중진들의 리그였던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신진 ‘돌풍’이 불고 있다. 국민의힘 예비경선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민심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면서다. 시샘 섞인 모 중진의 혹평처럼 잠시 불어온 ‘미풍’에 불과할까.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준석 돌풍’이 불고 있다. 지난 28일 발표된 본 경선에 나설 최후 5명의 후보로 나경원 전 의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 조경태 의원, 주호영 의원, 홍문표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초선의 김웅, 김은혜 의원은 고배를 마셨지만, 그간 이 전 최고위원과 똘똘 뭉쳐 중진 세력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진 세력
중심 우뚝

후보별 득표율과 순위는 이 전 최고위원이 1위(41%)를 기록했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은 민심을 반영하는 일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무려 50%를 넘는 압도적 1위를 기록하며 세대 반란 현상을 입증했다. 다만 당원 조사에선 나 전 의원이 32%로 이 전 최고위원(31%)을 앞섰다.

‘박근혜 키즈’로 알려진 이 전 최고위원은 1985년생으로 지난 2011년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직후 당을 탈당해 ‘유승민계’로 상징되는 바른정당에서 개혁보수의 길을 걸었다.

지금까지 쌓은 정치 이력만 10년. 그의 ‘이슈 파이팅’ 능력과 높은 인지도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전 최고위원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1위로 우뚝 올라서며 민심의 세대교체 열망을 알렸다. 지난 2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지지율은 40%에 육박했다.

이는 2위인 나 전 원내대표(24%)를 훨씬 앞선 수치다. 이어 신진 세력으로 꼽혔던 김은혜 의원와 김웅 의원이 각각 3%대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그간 보수정당 전당대회는 ‘중진들의 리그’였다. 신인들은 당선보다는 출마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최근 신진 세력들이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이면서 중진 후보들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1위 이준석 민심 압도적 지지
신구 세력 계파 갈등 ‘난타전’

이준석 돌풍을 놓고 국민의힘의 반응은 갈리고 있다. 당의 혁신을 보여주는 데 이만한 인물이 없다는 호평과 검증되지 않은 인물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당선된 당 대표는 내년 대선 정국을 돌파해야 한다. 대선이라는 큰 이벤트를 잘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론이 남는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한때 지나가는 바람”이라며 “대선을 불과 10개월 앞둔 이 중차대한 시점에 또다시 실험 정당이 될 수는 없다”고 혹평했다.

반면 이를 ‘시대의 흐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미 세대교체의 바람을 탄 이상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개혁 보수로 이름을 날렸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명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구 세력의 한판으로 전당대회는 연일 흥행을 치고 있다. 문제는 당의 계파 갈등이 재현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발단은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이 이 전 최고위원을 ‘유승민계’로 규정하며 배후 지원설 의혹을 제기한 데서 시작됐다.

중진 견제
계파 싸움

나 전 의원은 “특정 계파 당 대표가 뽑히면, 윤석열·안철수가 과연 오겠느냐”고 했다. 사실상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이다. 또 주 의원은 “신진 기예로 인기를 얻는 어떤 후보는 공공연히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가 자신의 정치적 꿈임을 고백했다”며 이 전 최고위원의 경선 관리 능력에 태클을 걸었다.

이들이 이 전 최고위원의 계파를 부각한 건 영남 민심을 자극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유승민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영남 민심 다수로부터 ‘배신자’ 낙인이 찍힌 상태다. 탄핵의 정당성을 주장했던 이 전 최고위원에게 다시 이 프레임을 부각시켜 표를 깎아보겠다는 정치적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발언의 효과는 의문이다. 국민의힘의 계파정치는 당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면서 전국단위 선거 연패의 원인으로 꼽혔다. 국민의힘이 구태 정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이 전 최고위원은 “친박계의 전폭 지원을 받는 나경원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국민의힘 입당을) 상당히 주저할 것 같다”고 반격했다. 또 그는 나 전 의원과 주 전 의원을 겨냥해 “탐욕스러운 선배들”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외에도 친이(친 이명박)계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전당대회
흥행 성공

최근 친이계 좌장 이재오 전 특임장관을 주축으로 한 국민통합연대에서 주 의원을 지원하라는 공문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다. ‘당 대표 선거관련 긴급 중앙임원 회의 결과’ 문서에 따르면 국민통합연대는 당 대표 후보로 주 전 의원, 최고위원 후보에 조해진, 정미경, 배현진, 청년최고위원 후보에 강태린을 거론했다.

주 의원은 대표적인 친이계 인사로 분류된다.  이명박정부 시절 특임장관, 조해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비서관과 대통령 후보 시절 공보특보 등을 역임했다. 정미경 전 의원 역시 친이계로 분류되며, 배현진 의원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과 가까운 사이다.

이 전 특임장관과 문서에 등장하는 인사들은 해당 문건이 자신들과 관계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주 전 의원은 사전에 논의한 바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당권주자들이 이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내면서 논쟁은 격화됐다.

계파를 둘러싼 난타전에 당내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상대 후보를 특정 계파와 연관짓는 것은 자해행위”라며 “국민의 관심 속에 치러지는 변화와 혁신의 전당대회에 특정계파 프레임은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다. 계파논쟁 자체가 계파의 잔재”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이어 “계파는 우리 당에 존재하지 않는다. 계파논쟁을 불 지피고 계파 프레임으로 화답해서는 그건 경륜도 아니고 패기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유승민계’ 공정성 문제 논란
경선룰 뜨거운 감자로 부상

앞으로 국민의힘은 약 2주일 동안 권역별 합동연설회 4차례, TV토론회 5차례를 거쳐 다음달 9∼10일 본 경선으로 최종 당선자를 가릴 전망이다. 본 경선은 당원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70%와 30% 합산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경선룰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본 경선 여론조사의 ‘역선택 방지 문항’ 적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역선택 방지는 여론조사 표본에서 다른 정당 지지자를 배제하는 것을 말한다. 범여권 지지층이 일부러 국민의힘에 불리한 선택을 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를 도입하면 중진 당 대표 후보들이 유리하고, 이 전 최고 위원이 불리해진다.

그럼에도 이 전 최고위원의 상한가는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의석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과 개혁 보수 세력이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역대 전당대회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를 도입한 적이 없다. 반쪽짜리 여론조사를 하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든든한 아군을 자청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당내 대권 주자들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미 이 전 최고위원을 밀어주고 있다.

다만 그의 지지율이 실제 전당대회 당 대표 당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결과는 다를 거란 관측 때문이다. 본 경선에서는 당원 투표 70%, 일반시민 여론조사 30%가 반영돼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와 다를 수 있다.

이준석
리스크는?

또 이 전 최고위원의 정치적 자질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그는 ‘반 페미니즘’과 ‘능력주의’ 사고로 인해 정치적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여성할당제 폐지를 주장하면서 젠더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양상이다. 당 내부에서도 “당에는 해를 끼치고 본인만 스타가 됐다”며 불만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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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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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