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종연횡’ 반 이준석 연대 막전막후

이긴 당 맞아? 싸우다 날 샐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최근 국민의힘은 선거를 이긴 당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소문, 익명 인터뷰의 배후로 서로를 의심하며 갈등이 수면으로 떠오르며 매일 싸우는 탓이다. 이를 중재하려는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 반복되는 싸움의 연속이다. 입에서 시작된 싸움은 조직 간 싸움으로 깊어져 내홍만 더 커져 가는 양상이다. 혼란이 가중된 상황에서 주도권은 누가 잡게 될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 관계자), 안철수 의원과 연일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의 말 한마디에 모두 달려들어 반기를 드는 수준이다.  초기에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진화를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윤핵관, 안철수 의원과 1일 1로 으르렁대고 있다. 

동시 출범
세 다지기

서로에게 수위 높은 발언을 퍼붓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활이다. 갈등을 겪고 있는 인물들은 공통적으로는 모두 친윤(친 윤석열) 세력임을 표방하지만 속으로는 당내 주도권 잡기가 목적이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내 주도권을 서로 잡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바로 2년 뒤 있을 22대 총선 때문이다. 국민의힘에는 차기 대권 잠룡들이 여럿 있다. 결국 윤심(윤석열 대통령 마음) 울타리에 들어 야 입지를 다지기 유리한 만큼 여러 인물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혈안이다.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야 대권 준비까지 가능한데 김기현 전 원내대표, 안 의원, 이 대표, 장제원 의원 등 총 4개의 구도가 형성된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는 계파 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말이 파다하다. 김 전 원내대표 중심인 혁신24 새로운 미래(이하 새미래)와 장 의원이 주도로 만든 미래혁신포럼이 닻을 올렸다. 새미래는 총선서 승리하려면 24시간 24절기 혁신을 잊지 말고 준비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첫 모임에서 비회원 8명과 46명 의원들이 참석했다.

권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수준”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모임의 조직력은 견고한 편이다. 야당 시절이었던 21대 국회 초반 김 전 원내대표가 초·재선 의원 30명 정도와 함께 활동한 공부 모임의 여당 버전이다.

장 의원을 주축으로 열린 미래혁신포럼도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공교롭게 이 대표가 띄웠던 당 혁신위원회와 같은 날 열렸다. 당초 장 의원은 민들레(민심을 들어볼래)를 띄웠으나, 윤핵관으로 분류된 인사가 조직의 중심이 되면서 세력화 시도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빠졌다.

미래혁신포럼에는 현역 의원만 60명이 참석했으며 이 대표와 비교적 친밀도가 높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정치권은 김 전 위원장을 초대한 것을 두고 이 대표와 친한 인사들을 포섭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김 전 위원장과 윤핵관 세력은 대선 기간 동안 갈등이 깊었던 만큼 그의 참석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격 계파정치 정국 돌입 
주도권 잡아야 나중 유리

대선 기간 선대위를 해체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김 전 위원장은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물러난 바 있다. 이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모임이 깨어 있는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한 모임이라면 (친윤계가)느낀 게 많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당시 후보)만 보고 사는 집단이라는 비판을 다시 상기시킨 셈이다. 장 의원을 비롯해 윤핵관 세력과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는 안 의원 역시 강연자로 나서면서 세 다지기에 몰두 중이다. 

국민의힘 소속이 된 안 의원이 세력을 잡기란 쉽지 않다는 점은 늘 거론돼왔다. 이 같은 우려를 종식시키고자, 안 의원은 새 정부가 출범 후 인수위에 대한 평가나 검찰 인사가 편중됐다는 비판에도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등 윤 대통령과 스텝을 맞췄다.

이에 질세라 이 대표는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통해 세 다지기에 돌입했다. 혁신위는 대부분 비윤(비 윤석열)계로 꾸려졌다.

안 의원의 원내 진입은 김 전 원내대표와 이 대표에게는 달갑지 않은 변수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 내 지각변동이 활발하다. 김 전 원내대표가 자연스럽게 당권 도전이 가능해졌다는 시각이 많았는데, 안 의원이 본격적으로 세력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연일 새로운 갈등 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이유다. 안 의원과 손 잡은 윤핵관은 연일 이 대표를 공격 중이다. 이전에 윤핵관이라는 익명의 언론 인터뷰가 있었다면 최근에는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핵심이다.

안, 여유 
이, 위태 

그간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공격성 발언을 잘 받아쳤으나 조직이 움직이면서 자신을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민들레 등 계파 모임에 이 대표가 강하게 비판한 이유는 의원들을 비롯해 정부 인사까지도 참여할 수 있는 까닭이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민들레 등 모임 조직을 공식기구가 아닌 사조직으로 조율하고 특수한 역할을 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게 되면 당의 기구 역할을 해버려 기존 지도부의 역할이 무력화되고, 결국 계파 정치로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현재 이 대표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윤리위원회가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를 가릴 시점이 점차 다가오면서 당내 입지도 많이 좁아진 상태다. 

이 대표의 스텝이 자꾸 꼬이자 즉시 윤 대통령 측이 이 대표를 손절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선 이후 이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박성민 의원이 임명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일신상의 이유로 비서실장직에서 사퇴했다.

박 의원은 사퇴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괴로워서 못하겠다며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대표의 비서실장직을 맡으면서 대통령실과 가교역할을 해오던 인물로 윤 대통령과도 친분이 깊다.

윤 대통령이 대구에 좌천됐을 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울산중구청장으로 있으면서 윤 대통령이 울산을 방문할 때 교류가 활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허물없는 사이로 현안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를 나눌 정도였다. 두 인물의 관계가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여권에서는 숨겨진 윤핵관 중 한 명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 의원의 사퇴로 정치권에서는 친윤(친 윤석열)계가 이 대표를 본격적으로 흔들어 스스로 물러나도록 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사실상 이 대표를 고립시키려는 의도인 셈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도 박 의원의 급작스러운 사퇴를 두고 윤심이 떠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그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갈등을 언급하는 자체가 개입으로 보일 수 발생할 수 있다며 입장 표명과 발언을 자제해왔다. 

윤심 따라
결론 날까

박 의원이 사퇴한 뒤, 대통령실에서 이 대표에게 선을 긋는 모습이 이어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이 대표의 사퇴를 종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이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실은 아니라며 단호한 태도를 취한 바 있다.  

대통령이 사실상 이 대표와 거리두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이어지자,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NATO 회담 출국 자리도 가지 않았다. 대통령실에선 “조용히 가고 싶다”는 입장을 밝혀 참석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당 대표로서 갔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는 그동안 윤심임을 강조해왔다.

김건희 여사 논란이 나왔을 때도, 윤 대통령의 행보에 비판이 가해지는 대목에도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의 탈출구는 사실상 윤 대통령뿐이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손을 잡아줄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당안팎에서는 결국 윤 대통령의 의중이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파열음도 하나 둘 들리기 시작한다. 이 대표로서는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이 대표 징계 여부는 오는 7일에 결정된다. 하루 전인 6일에는 당정대(국민의힘·정부·대통령실) 회의가 열리는데 당 내홍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이 협의서 이 대표에 대한 입장을 거론한다면 새로운 해법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윤리위 역시 협의에서 표출된 대통령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전과 달리 비판 수위나 돌발행동을 자중하는 모습이다. 자신의 공격이 득 될 게 없다는 점을 스스로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이 대표가 받아치는 행태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공격을 자제해야 한다. 공격이 오는 대로 받아치면 정치적 의도가 없더라도 저절로 고립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이 대표와 거리두기
안철수-윤핵관 손잡고 당 접수

이 대표도 자신이 고립된 상황에 대해 크게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신 지방을 돌며 윤 대통령의 지역발전 공약 등을 챙긴다.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대신 자신을 향한 당 안팎의 공격에 대해 무력행동을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기간에도 메시지 노출을 멈추고, 장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방문하는 등 행동으로 보여준 바 있다. 

반면 친윤계 및 윤핵관 세력은 안 의원을 앞세워 반 이준석 연대 전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안 의원은 이미 이 대표를 향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태다.

최근 안 의원도 윤심을 부쩍 강조한다. 이 대표의 공격에도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동안 이 대표의 공격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과 대치된다. 이 대표가 띄운 간장(간+안철수, 장 의원) 공격에 아직 상처가 많이 남은 듯하다며 이 대표 공격에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모양새다.

이 대표와 안 의원은 최고위원 추천을 두고서도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으로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사실 국민의당 몫으로 추천된 정점식 의원은 안 의원과 가까운 인물이 아니다. 과거 대검 공안부장 시절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수사를 지휘해 당시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였던 안 의원의 사퇴를 이끌어냈던 바 있다. 

일각에서는 두 인물이 불편한 관계임에도 안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추천한 배경에는 윤심이 깔린 게 아니냐고 분석한다. 안 의원이 윤핵관 세력과 손 잡는 행동은 서로에게 득이 되는 장사다. 다만 윤핵관이 이 대표를 밀어낸 뒤 곧바로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밀어낸 뒤 안 의원을 앞세워 세를 다지면 안 의원 입장에서도 충분히 실리를 챙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계파 정치로 혼란이 가중된 상황인데 국민의힘 역시 본격 계파 정치를 시작하면 혼란이 다시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가 나가떨어지더라도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윤계와, 안 의원 반대 세력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조직 행동 
본격 시작

이 고문은 “이 대표가 현재 불안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자꾸 움직이려고 한다”며 “움직이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표로서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당 대표실 관계자는 “윤핵관 세력 등이 더욱 조직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윤핵관, 안 의원의 일정을 보면 이 대표의 어느 부분에서 견제하는지 알 수 있다. 당내 혼란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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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