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종연횡’ 반 이준석 연대 막전막후

이긴 당 맞아? 싸우다 날 샐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최근 국민의힘은 선거를 이긴 당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소문, 익명 인터뷰의 배후로 서로를 의심하며 갈등이 수면으로 떠오르며 매일 싸우는 탓이다. 이를 중재하려는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 반복되는 싸움의 연속이다. 입에서 시작된 싸움은 조직 간 싸움으로 깊어져 내홍만 더 커져 가는 양상이다. 혼란이 가중된 상황에서 주도권은 누가 잡게 될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 관계자), 안철수 의원과 연일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의 말 한마디에 모두 달려들어 반기를 드는 수준이다.  초기에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진화를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윤핵관, 안철수 의원과 1일 1로 으르렁대고 있다. 

동시 출범
세 다지기

서로에게 수위 높은 발언을 퍼붓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활이다. 갈등을 겪고 있는 인물들은 공통적으로는 모두 친윤(친 윤석열) 세력임을 표방하지만 속으로는 당내 주도권 잡기가 목적이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내 주도권을 서로 잡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바로 2년 뒤 있을 22대 총선 때문이다. 국민의힘에는 차기 대권 잠룡들이 여럿 있다. 결국 윤심(윤석열 대통령 마음) 울타리에 들어 야 입지를 다지기 유리한 만큼 여러 인물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혈안이다.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야 대권 준비까지 가능한데 김기현 전 원내대표, 안 의원, 이 대표, 장제원 의원 등 총 4개의 구도가 형성된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는 계파 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말이 파다하다. 김 전 원내대표 중심인 혁신24 새로운 미래(이하 새미래)와 장 의원이 주도로 만든 미래혁신포럼이 닻을 올렸다. 새미래는 총선서 승리하려면 24시간 24절기 혁신을 잊지 말고 준비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첫 모임에서 비회원 8명과 46명 의원들이 참석했다.

권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수준”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모임의 조직력은 견고한 편이다. 야당 시절이었던 21대 국회 초반 김 전 원내대표가 초·재선 의원 30명 정도와 함께 활동한 공부 모임의 여당 버전이다.

장 의원을 주축으로 열린 미래혁신포럼도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공교롭게 이 대표가 띄웠던 당 혁신위원회와 같은 날 열렸다. 당초 장 의원은 민들레(민심을 들어볼래)를 띄웠으나, 윤핵관으로 분류된 인사가 조직의 중심이 되면서 세력화 시도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빠졌다.

미래혁신포럼에는 현역 의원만 60명이 참석했으며 이 대표와 비교적 친밀도가 높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정치권은 김 전 위원장을 초대한 것을 두고 이 대표와 친한 인사들을 포섭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김 전 위원장과 윤핵관 세력은 대선 기간 동안 갈등이 깊었던 만큼 그의 참석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격 계파정치 정국 돌입 
주도권 잡아야 나중 유리

대선 기간 선대위를 해체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김 전 위원장은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물러난 바 있다. 이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모임이 깨어 있는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한 모임이라면 (친윤계가)느낀 게 많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당시 후보)만 보고 사는 집단이라는 비판을 다시 상기시킨 셈이다. 장 의원을 비롯해 윤핵관 세력과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는 안 의원 역시 강연자로 나서면서 세 다지기에 몰두 중이다. 

국민의힘 소속이 된 안 의원이 세력을 잡기란 쉽지 않다는 점은 늘 거론돼왔다. 이 같은 우려를 종식시키고자, 안 의원은 새 정부가 출범 후 인수위에 대한 평가나 검찰 인사가 편중됐다는 비판에도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등 윤 대통령과 스텝을 맞췄다.

이에 질세라 이 대표는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통해 세 다지기에 돌입했다. 혁신위는 대부분 비윤(비 윤석열)계로 꾸려졌다.

안 의원의 원내 진입은 김 전 원내대표와 이 대표에게는 달갑지 않은 변수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 내 지각변동이 활발하다. 김 전 원내대표가 자연스럽게 당권 도전이 가능해졌다는 시각이 많았는데, 안 의원이 본격적으로 세력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연일 새로운 갈등 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이유다. 안 의원과 손 잡은 윤핵관은 연일 이 대표를 공격 중이다. 이전에 윤핵관이라는 익명의 언론 인터뷰가 있었다면 최근에는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핵심이다.

안, 여유 
이, 위태 

그간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공격성 발언을 잘 받아쳤으나 조직이 움직이면서 자신을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민들레 등 계파 모임에 이 대표가 강하게 비판한 이유는 의원들을 비롯해 정부 인사까지도 참여할 수 있는 까닭이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민들레 등 모임 조직을 공식기구가 아닌 사조직으로 조율하고 특수한 역할을 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게 되면 당의 기구 역할을 해버려 기존 지도부의 역할이 무력화되고, 결국 계파 정치로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현재 이 대표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윤리위원회가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를 가릴 시점이 점차 다가오면서 당내 입지도 많이 좁아진 상태다. 

이 대표의 스텝이 자꾸 꼬이자 즉시 윤 대통령 측이 이 대표를 손절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선 이후 이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박성민 의원이 임명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일신상의 이유로 비서실장직에서 사퇴했다.

박 의원은 사퇴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괴로워서 못하겠다며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대표의 비서실장직을 맡으면서 대통령실과 가교역할을 해오던 인물로 윤 대통령과도 친분이 깊다.

윤 대통령이 대구에 좌천됐을 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울산중구청장으로 있으면서 윤 대통령이 울산을 방문할 때 교류가 활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허물없는 사이로 현안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를 나눌 정도였다. 두 인물의 관계가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여권에서는 숨겨진 윤핵관 중 한 명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 의원의 사퇴로 정치권에서는 친윤(친 윤석열)계가 이 대표를 본격적으로 흔들어 스스로 물러나도록 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사실상 이 대표를 고립시키려는 의도인 셈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도 박 의원의 급작스러운 사퇴를 두고 윤심이 떠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그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갈등을 언급하는 자체가 개입으로 보일 수 발생할 수 있다며 입장 표명과 발언을 자제해왔다. 

윤심 따라
결론 날까

박 의원이 사퇴한 뒤, 대통령실에서 이 대표에게 선을 긋는 모습이 이어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이 대표의 사퇴를 종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이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실은 아니라며 단호한 태도를 취한 바 있다.  

대통령이 사실상 이 대표와 거리두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이어지자,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NATO 회담 출국 자리도 가지 않았다. 대통령실에선 “조용히 가고 싶다”는 입장을 밝혀 참석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당 대표로서 갔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는 그동안 윤심임을 강조해왔다.

김건희 여사 논란이 나왔을 때도, 윤 대통령의 행보에 비판이 가해지는 대목에도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의 탈출구는 사실상 윤 대통령뿐이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손을 잡아줄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당안팎에서는 결국 윤 대통령의 의중이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파열음도 하나 둘 들리기 시작한다. 이 대표로서는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이 대표 징계 여부는 오는 7일에 결정된다. 하루 전인 6일에는 당정대(국민의힘·정부·대통령실) 회의가 열리는데 당 내홍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이 협의서 이 대표에 대한 입장을 거론한다면 새로운 해법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윤리위 역시 협의에서 표출된 대통령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전과 달리 비판 수위나 돌발행동을 자중하는 모습이다. 자신의 공격이 득 될 게 없다는 점을 스스로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이 대표가 받아치는 행태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공격을 자제해야 한다. 공격이 오는 대로 받아치면 정치적 의도가 없더라도 저절로 고립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이 대표와 거리두기
안철수-윤핵관 손잡고 당 접수

이 대표도 자신이 고립된 상황에 대해 크게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신 지방을 돌며 윤 대통령의 지역발전 공약 등을 챙긴다.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대신 자신을 향한 당 안팎의 공격에 대해 무력행동을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기간에도 메시지 노출을 멈추고, 장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방문하는 등 행동으로 보여준 바 있다. 

반면 친윤계 및 윤핵관 세력은 안 의원을 앞세워 반 이준석 연대 전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안 의원은 이미 이 대표를 향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태다.

최근 안 의원도 윤심을 부쩍 강조한다. 이 대표의 공격에도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동안 이 대표의 공격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과 대치된다. 이 대표가 띄운 간장(간+안철수, 장 의원) 공격에 아직 상처가 많이 남은 듯하다며 이 대표 공격에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모양새다.

이 대표와 안 의원은 최고위원 추천을 두고서도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으로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사실 국민의당 몫으로 추천된 정점식 의원은 안 의원과 가까운 인물이 아니다. 과거 대검 공안부장 시절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수사를 지휘해 당시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였던 안 의원의 사퇴를 이끌어냈던 바 있다. 

일각에서는 두 인물이 불편한 관계임에도 안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추천한 배경에는 윤심이 깔린 게 아니냐고 분석한다. 안 의원이 윤핵관 세력과 손 잡는 행동은 서로에게 득이 되는 장사다. 다만 윤핵관이 이 대표를 밀어낸 뒤 곧바로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밀어낸 뒤 안 의원을 앞세워 세를 다지면 안 의원 입장에서도 충분히 실리를 챙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계파 정치로 혼란이 가중된 상황인데 국민의힘 역시 본격 계파 정치를 시작하면 혼란이 다시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가 나가떨어지더라도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윤계와, 안 의원 반대 세력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조직 행동 
본격 시작

이 고문은 “이 대표가 현재 불안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자꾸 움직이려고 한다”며 “움직이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표로서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당 대표실 관계자는 “윤핵관 세력 등이 더욱 조직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윤핵관, 안 의원의 일정을 보면 이 대표의 어느 부분에서 견제하는지 알 수 있다. 당내 혼란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ckcjfdo@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1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