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개혁신당 딜레마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2.10 11:39:22
  • 호수 15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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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디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혁신당이 당원투표를 거쳐 허은아 전 대표의 당 대표직 상실을 의결했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허 전 대표와의 분쟁이 아니다. 분쟁 중 확인된 보수·진보 대표 매체들의 이준석 의원에 대한 적대감이다. 이 같은 적대감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에게 어떻게 작용할까?

개혁신당 지도부 내홍 사태는 지난해 12월17일부터 시작됐다. 개혁신당 허은아 전 대표는 김철근 사무총장과 이경선 조직부총장을 경질했고, 개혁신당 당직자 노조는 곧바로 허 전 대표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허 전 대표가 자신을 띄우기 위해 당과 사무처 당직자들을 동원하고, 오로지 언론 앞에 서는 데만 열중한 이미지 정치 등을 통해 당의 사당화를 이끌었다”고 반발했다.

반발에 반발

개혁신당 박승민 당직자 노조위원장은 다음날 “허 전 대표가 자신과 관련해 1일 1건의 기사를 내지 못하면 업무를 다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왔다”고 주장했다. 구혁모 화성병 당협위원장은 “허 전 대표가 ‘듣기 싫은 쓴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김 사무총장을 경질한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허 전 대표가 이준석 의원을 띄우지 않고 자기 정치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곽대중 전 당대표비서실장은 “허 전 대표가 나무위키에 작성된 자신의 음주 운전 전과를 지워줄 수 없느냐고 요청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허 전 대표는 지난달 10일 이주영 의원을 정책위의장직서 해임하고, 정성영 서울 동대문구의원을 대체 임명했다. 당시 그는 “당의 정상화를 위한 결자해지의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서 “원내 정당의 국회 내 정책 협의 주체인 정책위의장을 구의원으로 보임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당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당원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사태 직후부터 불거졌던 당원소환은 천하람 대표 직무대행 명의로 공고돼 지난달 24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됐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1회 이상 당비를 낸 당원들 2만4672명 중 2만1694명(87.93%)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1만9943명(91.93%)이 허 전 대표 해임에 찬성했다.

허 전 대표가 서울남부지법에 가처분신청을 냈으나 지난 7일, 기각됐다.

지난 4일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익 제보 문서를 제출하면서 “이 의원과 천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사기·횡령·배임 혐의를 조사해달라”고 의뢰했다. 그는 “두 사람이 제22대 총선 당시 선거 공보물 제작 등 과정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하고, 이 의원은 당 부설 개혁연구원 원장을 맡으면서 5500여만원을 부당 지출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이준석계 각각 특이한 구설수
언론 직간접 두둔…가장 큰 숙제

당원소환 대상은 허 전 대표 외 1명 더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조대원 전 최고위원도 소환 대상에 올라 2만140명(92.84%)이 찬성했다. 허 전 대표는 ▲조 전 최고위원 ▲정 정책위의장 ▲정재준 당대표비서실장 ▲정국진 선임대변인 ▲최인철 조직부총장 등과 함께 개혁신당서 비이준석계라는 계파를 구성했다.

또 허 전 대표는 자신의 동생을 당대표수행실장으로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의원에게 강한 반감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허 전 대표가 구성한 비이준석계 구성원들은 이전부터 다수의 당원으로부터 비판을 듣고 있었다. 조 전 최고위원은 공공연하게 이 의원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면서 자신을 비판하는 당원과 언쟁을 벌였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실장은 “김 총장에게 술값 대납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가 “기분 좋아서 스스로 계산하겠다고 큰소리친 것”이라는 반박을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10월 업무상횡령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1심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최인철 조직부총장은 자신의 SNS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강하게 지지한 전력이 있고, 지난달 6일엔 개혁신당 이념과 맞지 않는 ‘한러중북공조’를 주장했다.

김기수 전 정책위부의장은 지난달 ‘개혁신당 대통령후보 출마자’를 자처하면서 “한강을 매립해 강남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실장은 지난달 12일 “이 의원으로부터 협박성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의원은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명서에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말이 많아 확인한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그는 음성 녹음과 녹취록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 의원은 “여보세요. 제가 방금 전에 이상한 걸 봤는데, 성명서에 이름 올린 거 맞으시죠?”라고 물었고, 정 실장은 “네, 네”라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알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면서 전화를 끊었다.

통화 녹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이 의원의 대화 의도에 대해선 “협박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과 “이 의원 특유의 공격적인 말투와 능력주의 성향으로 인해 무시와 경멸의 어조가 느껴질 수도 있다는 여지는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구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답 없이 서로 잘났다고…

법원이 허 전 대표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더라도, 이 의원의 절대적인 당내 입지를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원소환 참여 및 찬성 당원의 수가 압도적인 데다, 비이준석계 구성원들의 특이한 구설 때문이다. 이 의원의 대선 일정에 위협적일 수 있는 것은 이 의원과 허 전 대표가 서로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있는 ‘국민의힘과의 합당 및 단일화’ 가능성과 주요 일간지들이 이 의원에게 드러낸 적대감이다.

허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 뉴스1TV ‘팩트앤뷰’에 출연해 “이 의원 측 분들이 국민의힘 인사들을 많이 만나면서 예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합당을 하려면 배신자나 악마가 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가 그 악마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자신을 비난한 것에 대해서도 “사무처 직원 임명권은 사무총장에게 있고, 그들은 이 의원의 사람들”이라며, “내가 사유화하는 것은 1%도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2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현재로선’이란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국민의힘과의 합당 및 단일화 가능성을 강하게 부정했다. 다만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와의 합당이 성사됐다가 10일 만에 파기된 전력이 따라다니면서 합당 및 단일화설이 거론되고 있다.

이 설은 조기 대선이 실제로 실시되는 날까지 꾸준히 언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보수·진보를 대표하는 주요 일간지들은 내홍 사태를 이 의원 비난에 활용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12일 ‘막장 치닫는 개혁신당 내홍’의 기사를 토대로 개혁신당 지도부 내홍 사태를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 ‘여자 이준석 만난 이준석’이란 제목을 제시했다.

<오마이뉴스>는 자사의 유튜브 방송에 허 전 대표를 초대해 이 의원에게 적대적인 신인규 변호사와 함께 이 의원을 강경하게 비판하는 방송을 진행했다. 해당 보도들의 특징은 허 전 대표가 김 총장을 경질하고 당직자 노조가 반발한 과정과 비이준석계 구성원들의 구설에 대한 당원들의 비판은 누락했다는 것이다. 주요 일간지들의 이 의원에 대한 적대감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진보 진영이 이 의원에게 가장 크게 거부감을 갖는 지점 중 하나는 능력주의 성향이었다. 이 의원은 자신의 학창시절을 회고하면서 “오직 공부로 서열이 매겨진 무한 경쟁, 그것이 바로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이라고 주장했다. 진보 진영은 이 의원을 강경하게 비판했다.

사면초가

저마다 각각의 구설수를 일으킨 인사들이 모여 비이준석계를 구성하고, 전통적인 영향력을 가진 매체들이 직·간접으로 두둔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의원과 개혁신당에 주어진 큰 숙제일 수도 있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투표권이 있고, 말할 수 있는 입과 인터넷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손은 갖고 있다. 이 숙제를 풀지 못한다면, 사면초가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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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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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