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개혁신당 딜레마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2.10 11:39:22
  • 호수 1518호
  • 댓글 0개

그래서 어디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혁신당이 당원투표를 거쳐 허은아 전 대표의 당 대표직 상실을 의결했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허 전 대표와의 분쟁이 아니다. 분쟁 중 확인된 보수·진보 대표 매체들의 이준석 의원에 대한 적대감이다. 이 같은 적대감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에게 어떻게 작용할까?

개혁신당 지도부 내홍 사태는 지난해 12월17일부터 시작됐다. 개혁신당 허은아 전 대표는 김철근 사무총장과 이경선 조직부총장을 경질했고, 개혁신당 당직자 노조는 곧바로 허 전 대표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허 전 대표가 자신을 띄우기 위해 당과 사무처 당직자들을 동원하고, 오로지 언론 앞에 서는 데만 열중한 이미지 정치 등을 통해 당의 사당화를 이끌었다”고 반발했다.

반발에 반발

개혁신당 박승민 당직자 노조위원장은 다음날 “허 전 대표가 자신과 관련해 1일 1건의 기사를 내지 못하면 업무를 다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왔다”고 주장했다. 구혁모 화성병 당협위원장은 “허 전 대표가 ‘듣기 싫은 쓴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김 사무총장을 경질한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허 전 대표가 이준석 의원을 띄우지 않고 자기 정치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곽대중 전 당대표비서실장은 “허 전 대표가 나무위키에 작성된 자신의 음주 운전 전과를 지워줄 수 없느냐고 요청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허 전 대표는 지난달 10일 이주영 의원을 정책위의장직서 해임하고, 정성영 서울 동대문구의원을 대체 임명했다. 당시 그는 “당의 정상화를 위한 결자해지의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서 “원내 정당의 국회 내 정책 협의 주체인 정책위의장을 구의원으로 보임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당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당원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사태 직후부터 불거졌던 당원소환은 천하람 대표 직무대행 명의로 공고돼 지난달 24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됐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1회 이상 당비를 낸 당원들 2만4672명 중 2만1694명(87.93%)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1만9943명(91.93%)이 허 전 대표 해임에 찬성했다.

허 전 대표가 서울남부지법에 가처분신청을 냈으나 지난 7일, 기각됐다.

지난 4일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익 제보 문서를 제출하면서 “이 의원과 천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사기·횡령·배임 혐의를 조사해달라”고 의뢰했다. 그는 “두 사람이 제22대 총선 당시 선거 공보물 제작 등 과정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하고, 이 의원은 당 부설 개혁연구원 원장을 맡으면서 5500여만원을 부당 지출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이준석계 각각 특이한 구설수
언론 직간접 두둔…가장 큰 숙제

당원소환 대상은 허 전 대표 외 1명 더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조대원 전 최고위원도 소환 대상에 올라 2만140명(92.84%)이 찬성했다. 허 전 대표는 ▲조 전 최고위원 ▲정 정책위의장 ▲정재준 당대표비서실장 ▲정국진 선임대변인 ▲최인철 조직부총장 등과 함께 개혁신당서 비이준석계라는 계파를 구성했다.

또 허 전 대표는 자신의 동생을 당대표수행실장으로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의원에게 강한 반감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허 전 대표가 구성한 비이준석계 구성원들은 이전부터 다수의 당원으로부터 비판을 듣고 있었다. 조 전 최고위원은 공공연하게 이 의원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면서 자신을 비판하는 당원과 언쟁을 벌였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실장은 “김 총장에게 술값 대납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가 “기분 좋아서 스스로 계산하겠다고 큰소리친 것”이라는 반박을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10월 업무상횡령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1심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최인철 조직부총장은 자신의 SNS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강하게 지지한 전력이 있고, 지난달 6일엔 개혁신당 이념과 맞지 않는 ‘한러중북공조’를 주장했다.

김기수 전 정책위부의장은 지난달 ‘개혁신당 대통령후보 출마자’를 자처하면서 “한강을 매립해 강남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실장은 지난달 12일 “이 의원으로부터 협박성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의원은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명서에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말이 많아 확인한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그는 음성 녹음과 녹취록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 의원은 “여보세요. 제가 방금 전에 이상한 걸 봤는데, 성명서에 이름 올린 거 맞으시죠?”라고 물었고, 정 실장은 “네, 네”라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알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면서 전화를 끊었다.

통화 녹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이 의원의 대화 의도에 대해선 “협박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과 “이 의원 특유의 공격적인 말투와 능력주의 성향으로 인해 무시와 경멸의 어조가 느껴질 수도 있다는 여지는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구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답 없이 서로 잘났다고…

법원이 허 전 대표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더라도, 이 의원의 절대적인 당내 입지를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원소환 참여 및 찬성 당원의 수가 압도적인 데다, 비이준석계 구성원들의 특이한 구설 때문이다. 이 의원의 대선 일정에 위협적일 수 있는 것은 이 의원과 허 전 대표가 서로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있는 ‘국민의힘과의 합당 및 단일화’ 가능성과 주요 일간지들이 이 의원에게 드러낸 적대감이다.

허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 뉴스1TV ‘팩트앤뷰’에 출연해 “이 의원 측 분들이 국민의힘 인사들을 많이 만나면서 예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합당을 하려면 배신자나 악마가 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가 그 악마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자신을 비난한 것에 대해서도 “사무처 직원 임명권은 사무총장에게 있고, 그들은 이 의원의 사람들”이라며, “내가 사유화하는 것은 1%도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2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현재로선’이란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국민의힘과의 합당 및 단일화 가능성을 강하게 부정했다. 다만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와의 합당이 성사됐다가 10일 만에 파기된 전력이 따라다니면서 합당 및 단일화설이 거론되고 있다.

이 설은 조기 대선이 실제로 실시되는 날까지 꾸준히 언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보수·진보를 대표하는 주요 일간지들은 내홍 사태를 이 의원 비난에 활용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12일 ‘막장 치닫는 개혁신당 내홍’의 기사를 토대로 개혁신당 지도부 내홍 사태를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 ‘여자 이준석 만난 이준석’이란 제목을 제시했다.

<오마이뉴스>는 자사의 유튜브 방송에 허 전 대표를 초대해 이 의원에게 적대적인 신인규 변호사와 함께 이 의원을 강경하게 비판하는 방송을 진행했다. 해당 보도들의 특징은 허 전 대표가 김 총장을 경질하고 당직자 노조가 반발한 과정과 비이준석계 구성원들의 구설에 대한 당원들의 비판은 누락했다는 것이다. 주요 일간지들의 이 의원에 대한 적대감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진보 진영이 이 의원에게 가장 크게 거부감을 갖는 지점 중 하나는 능력주의 성향이었다. 이 의원은 자신의 학창시절을 회고하면서 “오직 공부로 서열이 매겨진 무한 경쟁, 그것이 바로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이라고 주장했다. 진보 진영은 이 의원을 강경하게 비판했다.

사면초가

저마다 각각의 구설수를 일으킨 인사들이 모여 비이준석계를 구성하고, 전통적인 영향력을 가진 매체들이 직·간접으로 두둔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의원과 개혁신당에 주어진 큰 숙제일 수도 있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투표권이 있고, 말할 수 있는 입과 인터넷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손은 갖고 있다. 이 숙제를 풀지 못한다면, 사면초가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ctzxp@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26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2·3 비상계엄 수사’ 스텝 꼬이는 내막

‘12·3 비상계엄 수사’ 스텝 꼬이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시태를 수사하는 검찰과 공수처의 스텝이 꼬이고 있다. 국무위원들에 대한 내란죄 적용 여부를 두고 법리 검토에 나섰으나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직권남용 미수도 문제다. 현행법상 처벌이 불가하다. 비상식적 지시와 명령을 내린 혐의를 받는 전·현직 장관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이전부터 사건이 꼬이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공소장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들의 그릇된 판단이 적나라하게 적시돼있다. 윤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했다면 내란 동조 또는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지시를 듣기만 했다면 다르다. ‘미수’에 그치기에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증언 거부 모르쇠로 <일요시사>가 입수한 윤 대통령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이 전 장관에게 특정 언론사와 여론조사 업체 봉쇄 및 단전·단수를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경찰 조사에서 이 내용은 빼놓고 진술했다. 단전·단수 지시 의혹에 대한 국회 질의에도 증언을 거부한 채 ‘모르쇠’로 일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를 소집한 자리서 집무실로 들어온 이 전 장관에게 ‘24시경(자정에)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하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건을 보여주는 등 계엄 선포 이후 조치사항을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이에 포고령이 발령된 직후인 3일 밤 11시34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의 조치 상황 등을 확인한 다음 3분 뒤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자정쯤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JTBC·MBC,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서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줘라”라고 지시했다. 허 청장은 소방청 차장에게 같은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공소장 내용은 경찰이 확보한 이 전 장관의 진술과 대조적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1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본부장) 조사에서 조 청장과 허 청장에게 연이어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따로 지시를 내린 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물어보려 조 청장에게 전화했는데, (전화를 받은 조 청장이)다른 누구와 대화하는 것 같았다”며 “아무 응답이 없어 조금 기분이 나빠서 대화도 전혀 하지 못한 채 제가 일방적으로 끊었다”고 했다. 또 “이후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사건 사고 들어온 것이 있느냐? 때가 때인 만큼 국민 안전을 각별히 챙겨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사전에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에 관한 준비나 필요한 조치를 지시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취지의 경찰 질문에도 “전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이상민에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범죄 시도했는데 실패 미수범 처벌 불가?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 한덕수 국무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만류에도 “종북 좌파들을 이 상태로 놔두면 나라가 거덜나고 경제든 외교든 아무것도 안 된다. 국무위원의 상황 인식과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다르다. 돌이킬 수 없다”고 말하며 계엄을 강행했다. 이후 조 장관에게 ‘재외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켜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서를 건넸다. 윤 대통령 곁을 거의 내내 지켰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첫 증인으로 출석해 “최 대행에게 전달된 ‘비상입법기구’ 쪽지와 조태열 장관에게 건넨 문건 외에도 한덕수 총리와 이 전 장관 등에게도 쪽지를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무위원 대다수는 윤 대통령이 최 대행과 조 장관에게 쪽지를 주는 걸 보지 못했고 윤 대통령으로부터 문건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와 연결된 직권남용 혐의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 애를 먹었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공소제기 요구’ 의견으로 검찰에 이첩한 후 이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법리 검토에 집중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 수사 역시 직권남용 혐의를 고리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직접수사 권한이 없다.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되는가 여부를 검토해도 수사에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권남용죄는 범죄를 시도해 성공한 기수범 외 범죄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미수범에 대해서는 별도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갈리는 의견들 실제 단전·단수 의혹의 경우 이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지난달 13일 국회서 이 전 장관으로부터 “특정 몇 가지 언론사에 대해 경찰청 쪽에서 (단전·단수)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공수처는 이 전 장관 사건을 다시 경찰에 이첩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계엄 선포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을 포함해 경찰이 이 전 장관 사건을 넘겨받아 조사하기로 공수처와 협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수본 관계자는 “공수처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이 전 장관에 대한 소환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수본은 지금까지 계엄 사태와 관련해 이 전 장관을 포함해 총 53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 중 당정 관계자는 28명, 군 20명, 경찰 5명 등이다. 지금까지 8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11명을 공수처 및 군 검찰에 이첩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별동대 성격인 사조직 ‘수사2단’ 의혹을 받는 방정환 2기갑여단장과 구삼회 국방부 혁신기획관도 지난달 22일 검찰에 송치했다. 공수처는 경찰에 한 총리와 이 전 장관의 사건을 이첩한 데 이어 검찰에도 이 전 장관 사건을 이첩했다. 한 총리 사건을 재이첩하는 이유에 대해선 “중복 수사 방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지난해 12월 한 총리 조사를 한 차례 진행하고 계속 수사 중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가 사건을 다시 넘긴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체포·구속에 전념한다며 속도를 내지 못하던 이 전 장관 사건도 결국 별다른 성과 없이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허석권 소방청장 등 소방청 간부들을 조사한 게 사실상 전부였다. 이 전 장관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지적에도 직권남용죄의 ‘관련 범죄’로 수사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 사건을 건네받으면서 논란만 키웠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구속했지만, 이후엔 성과도 내지 못한 채 후 사건을 검찰에 돌려보냈다. 진행은 했는데…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하자 경찰과 협의도 없이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첩 요청해서 받은 사건을 다시 돌려보내며 두 피의자에 대한 수사가 지체됐다는 비판에 대해 “이 전 장관의 단전·단수 의혹이 국회서 불거지자마자 관련자 진술을 받았고 자료도 검토했기 때문에 지체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두 수사기관에 각각 사건을 반환하는 이유에 대해선 “경찰은 사건을 이첩할 때 3가지 혐의를 적시한 반면, 검찰은 군형법상 반란 혐의를 포함해 8가지 혐의를 이첩했다”며 “검찰이 보는 혐의점이 많고 현재 군 검사들이 함께 수사하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반란 혐의를 수사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를 유지하며 경찰 간부 등 남은 수사 대상에 대한 수사에 총력을 모으기로 했다. 경찰이 공수처에 이첩한 피의자 총 15명 중 경찰 간부는 조 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치안정감),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총경) 등이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은 이미 구속 기소된 상태인 만큼, 김 청장과 목 전 대장만 남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경찰 간부는 저희가 직접 기소할 수도 있어서 최선을 다해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에 대한 기소권을 갖는다.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국무위원들과 군·경찰 간부들을 상대로 내란죄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형법상 내란죄는 ‘우두머리’ ‘중요임무종사’ ‘부화수행’ 3단계로 구분해 처벌할 수 있다. 공수처, 사건 검경 재이첩 “시간만 날려” 중요임무종사·부화수행 혐의 적용 관건 나머지 수사는 ‘부화수행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에 대한 처리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계엄을 위헌·위법이라고 인식했는데도 적극적으로 막지 않거나 가담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우선 검찰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전 소집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을 수사선상에 올려놨다. 검찰은 한 총리, 최 대행(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 장관 등이 계엄에 반대했다고 보고 있다. 국무회의 자체도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계엄을 통보했을 뿐 실질적 논의도 없었던 데다 회의록도 없을 만큼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들이 계엄에 대한 후속 조치나 사전 준비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 부화수행이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최근 정성우 전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을 비롯한 군 중간급 간부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정 전 처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를 지시하자 군법무관 회의를 거쳐 강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항변했다. 방첩사 병력을 출동시키긴 했지만 고무탄총·가스총만 가진 사실상 비무장 상태로, ‘선관위 청사 내부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지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정치인 체포조’ 지원 의혹에 연루된 경찰 간부들도 피의자로 입건해 지난달 31일 압수수색했다. 이들이 방첩사의 요청을 받고 체포조 지원을 지시하거나 묵인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고위직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중간직은 부화수행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국회 주변 계엄령 위반자 체포인 줄 알았지 특정 정치인 체포인 줄 몰랐다는 입장이다. 머리 아픈 남은 수사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부화수행 혐의를 어떤 사람에게 적용해야 할지가 고비가 될듯하다. 계엄 관련 위헌·위법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이들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로 받을 수 있는 문제도 고려 대상이다. 일부 참작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란죄가 중대범죄인 만큼 부화수행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해진다. 공무원·군인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파면되고 연금이 절반으로 깎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