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이준석 의원 대선 출마의 변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2.17 13:35:37
  • 호수 15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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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끄럽다? 잘 따지기 때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정치적 통념을 비판하면서, 통찰력과 능력을 강조했다. 그는 “가진 것을 나눠주면서 진정성 있게 개헌하는 게 중요하다”며 “제가 선호하는 개헌은 당선되면 말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지난 3일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직업적 왕당파를 하면서 본인의 말을 수없이 뒤집는 사람들이 잘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본인의 총선 지역구 승리 경험을 토대로 “파격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모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피고인이 됐다. 직접 겪어본 윤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었나?

▲처음부터 견제가 심했다. 사람들은 윤 대통령과 제가 사진 찍고 다닌 것만 기억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인파가 제게 몰렸고, 윤 대통령에겐 덜 몰렸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은 그런 부분을 굉장히 많이 견제했다. “후보가 주인공이 돼야 하고, 대표는 조연”이란 얘기를 하도 많이들 해서 따로 다니기도 했다. 따로 다니니까 “왜 따로 다니냐”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집권여당의 대표였다가 지금은 작은 당의 의원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국민의힘 당 대표 임기 중 첫 1년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렀고, 다음 1년은 보수정당의 완전한 환골탈태를 위해 혁신위 구성·공직자 기초자격평가 등 여러 일을 해야 했다. 기득권 세력에겐 굉장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공격을 많이 받았다. 저는 나이는 젊지만, 정치권서 안 해본 게 거의 없다. 대한민국서 창당 후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삼국지>로 비유하면, 이준석 의원과 개혁신당의 현 상황은 약소 세력이었던 조조가 강대 세력 원소에게 도전한 상황과 비슷하다. 어떻게 하면, 조조가 승리한 상황이 재현되겠는가?

▲원소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다. 원소를 윤 대통령으로 가정한다면, 관도대전 패배 후 사망한 원소처럼 이미 피를 토하고 계신다. 장수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은 승리 경험이다. 지금 국민의힘을 이끄는 분들은 본인의 우세 지역구 당선 경험 외 어떤 승리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 당에 지휘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본다. 어떤 분들은 “이준석이 당을 맡으면 왜 이렇게 시끄럽냐”고 할 것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때문에 그렇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넘어가면 분란이 생기지 않는다. 대신 곪고 썩어간다.

-최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지적을 많이 하는 이유는?

▲저는 저를 먼저 때리지 않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한다. 그런데 한 전 대표 측 국민의힘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이 “한 전 대표는 카카오택시를 타고 다니므로 신선한 정치인”이라며 “이준석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는 지난 2021년 2개월 동안 법인택시 기사를 하면서, 카카오택시 기사용 앱도 써 봤다.

저는 ‘놈놈놈’이라고 한다. 정치를 하다 보면, 착한 사람이나 나쁜 사람과 적과 동지로 교차하는 건 문제가 안 된다. 그런데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면 좀 곤란하다.

-한 전 대표를 일컬어 “53세면 예전 같으면 손자 볼 나이”라고 비판한 이유는?


▲한 전 대표가 ‘언더 73’이란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고 한다. 그러더니 저한테 “합류하라”면서 저를 끌어들여 많은 이야기를 한다. 제 입장에선 언더 73이 뭘 하는지도 모르겠고, 함께 할 일도 없다. 그래서 “1973년생, 세는 나이로 53세면 할아버지가 손자 볼 나이인데, 유튜브 채널 개설로 젊은 티 내는 건 웃기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일본 자민당은 지난 2024년 파벌 해체 선언을 했다. 일본 정당의 파벌은 각각 교섭단체다. 국민의힘서 파벌정치를 많이 겪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파벌정치 차이는?

▲일본 정치의 파벌은 가문 등 여러 기풍에 따라 구성된다. 반대로 우리 정당의 파벌은 “왕당파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다. 그런데 그 왕당파는 특정한 왕에게 충성을 바치지 않는다. 직업적 왕당파를 하면서 말을 수없이 뒤집는 사람들이 많다.

좋은 게 좋은 거?
정치적 통념 비판

김 당협위원장도 안철수 의원을 따라다니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당서 각각 출마했다가 낙선하는 등 이력이 화려하다. 그런 사람들이 경험상 체득한 것은 “권력의 바람이 불기 전에 먼저 눕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잘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평소 페미니즘 등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지적을 많이 했는데, 대선서도 이어나갈 건가?

▲대한민국에선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득세하고 있다. 그들은 굉장히 보호받아야 할 소수자인 것처럼 행동한다. 그래서 정확한 이야기를 해도 “안티 페미니즘”이라고 우긴다. 저는 안티 페미니즘을 구현할 정책 등을 구체적으로 내놓은 적이 없다. 그들은 굉장히 경도된 페미니스트인데도 스스로 가운데라고 착각하고 있다.

젊지 않은 사람이 스스로 젊다고 착각하는 것과 똑같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동덕여대 사태를 일컬어 “저게 무슨 폭동이냐”면서 “목적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는데, 이는 굉장히 위험하다. 민주사회에선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돼선 안 된다. “목적에 따라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그게 바로 자력구제다. 민주당서 저런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평소 “혐오 정치를 한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는데…

▲혐오가 뭔지 몰라서 그런다. 혐오는 스테레오타이핑이 선행돼야 한다. 혐오는 누군가의 특성을 싸잡아서, 그 사람의 인격 자체를 싫다고 하는 것이다. 제가 “당신들은 장애인이라서 싫다”고 했다면, 혐오가 맞는데, 저는 장애인이 아니라 북파공작원 부대가 와서 지하철을 막았다고 해도 싫다. 지하철을 막아세워 볼모로 잡는 행위 자체가 싫은 것이다.

우리는 집회나 시위가 어느 정도 공공의 불편을 야기해도 양해한다. 파업권은 헌법 제33조가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 중 하나다. 파업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다. 그런데 그 대상은 고용주 등 관계자들로 한정해야 한다. 일부 장애인들은 불특정다수를 괴롭혀서 뜻을 관철하려고 한다. 그건 야만이라고 생각한다.

-이준석 의원과 개혁신당에 가장 부정적인 2030 여성과 노인들이 “기분 나빠서 이준석 의원과 개혁신당은 못 찍겠다”고 반응하면 어떻게 답변하겠는가?


▲“네가 틀렸으니 싫다”는 이야기는 거의 다 받아들인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싸가지나 나이를 지적한다. 저한텐 마음대로 하셔도 된다. 그런데 저는 적어도 그분들의 자녀와 손주들이 이상한 가스라이팅을 당해서 뜻을 펼치지 못하는 세상은 안 되게 하고 싶다.

-그들에게도 투표권이 있다. 그런 지적이 손해가 되진 않을까?

▲손해를 안 보려면, 두리뭉실한 얘기를 해야 한다. 저는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에 대해서도 “지금 조정하지 않으면, 지하철 요금이 굉장히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 문제는 중간 지점이 없다. 대한민국 정치에선 하나 마나 한 조언이 가장 안 좋은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할 말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국회의원 300명 중 약 280명은 저와 다르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살아온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직업적 왕당파가 되는 것이고, 정치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서울서부지법서 난동을 일으킨 사람 중엔 2030 남성이 많았다. 2030 남성의 정치적 선택은 냉소적 무당파 아니면 강경보수인 것 같은데…

▲가짜 뉴스나 선동에 당해 그렇게 몰려간 덩어리들은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현타’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개인을 방어해주기 위해 그렇게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은 약 4년 동안 줄기차게 “이재명 대표 개인 비위 방어를 위해 민주당이 나서는 것 자체가 방탄이자 굉장히 나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개인 일탈 행위를 보수진영이 지켜줘야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외엔 보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게 하나도 없다. 뽑히는 당 대표마다 내쫓아서 지지율을 박살냈다. 윤 대통령을 지키는 것으론 보수 정권이 재창출되기 어렵단 걸 알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보수의 흑역사로 기억돼야 한다.

-개혁신당 허은아 전 대표와의 내분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허 전 대표 측은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원한다”고 주장한다.

▲허 전 대표는 당내 구성원 대부분에게 사실상 비토를 당했다. 이준석이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원했다면, 국민의힘의 누구를 만나 어떤 얘기를 했는지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전혀 못하고 있다. 제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허 전 대표는 ‘느낌적 느낌’ 같은 얘기를 한다.

제가 그런 얘기를 했다면, 당내서 “이준석이 그런 얘기를 하는 걸 보고 들은 적 있다”는 말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당직자들은 일관되게 “허 전 대표가 ‘국민의힘에 가면 너희도 데려가겠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한다. 저는 국민의힘과 합당·단일화를 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그들을 안 겪어본 것도 아니다. 그게 싫어서 나온 건데, 그걸 제가 왜 하겠는가?

-허 전 대표 측은 “이 의원과 천하람 의원이 정책개발비를 사적 유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는 언론에 허 전 대표가 직인을 찍은 계약서 사본을 공개했다. 동탄역의 분당선 역사 위치 관련 연구용역이었다. 이걸 계속 비틀어서 “이준석이 정치평론가 14명에게 용돈을 주려고 연구용역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방송 출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종훈 박사 밖에 없다.

“본 모습, 이해관계 걸릴 때 노출”
“이재명, 너무 화끈해서 사고 터져”

이 박사는 지난해부터 원전 관련 연구용역 자료를 계속 제출했다. 다른 분들은 철도기술 연구자 등이다. 당내 정책연구원이 연구용역을 주는 것도 선거 때마다 하는 일이다. 국민의힘·민주당 내 연구원은 자체조사를 하지만, 제3당은 선거 전 유권자 지형을 알아보기 위해 보다 심층적인 여론조사를 외부에 의뢰한다. 그 연구용역 의뢰가 어떻게 횡령·배임인가?

-“개혁신당 정책연구원장 부임 이후 부원장들의 활동비를 방만하게 지급했다”는 의혹도 있다.

▲저는 그런 적 없다. 허 전 대표 측이 만들어낸 이야기다. 민·형사상 조치를 안 할 거라고 착각해서 그러는 것 같은데 그들도 제 성격은 알 것이다. 언젠가 싹 모아서 조치할 예정이다.

-“왜 자기 사람 챙기기를 안 하느냐”는 비판도 있다.

▲사람은 때때로 무리한 요구를 한다. 허 전 대표도 “비례대표를 한번 더 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저와 김종인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반대했다. 그건 대한민국 정치의 상리에 맞지 않는다. 사람의 본모습은 이해관계가 걸릴 때 튀어나온다. 누군가가 섭섭해서 다른 생각을 한다면, 그 길을 가도록 놔두는 것 외엔 답이 없다.

-능력주의 가치관을 강조했다. 평소 사람에게 기대하는 게 있다면?

▲저는 기대보단 방임을 많이 한다. “웬만하면 기회를 가지라”고 한다. 그 기회를 잘 활용하면 성과가 나온다. 사람의 능력은 절대적으로 특정 임계점 이상이라고 보진 않는다. 각자의 능력에 맞는 역할이 있다고 본다. 그 범주 내에 있으면 전혀 문제가 안 된다.

허 전 대표 측은 “이준석이 허은아의 당 대표 당선을 원치 않아 다른 후보를 지지했고, 그게 갈등이 불거진 이유”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건 철저한 허은아식 관점이다. 그게 말이 되려면, 개혁신당 당원 92%가 허 전 대표를 불편해하는 상황이 발생했겠나? 제가 전당대회서 누군가를 밀고 싶었다면 아주 쉽게 밀었을 것이다.

-구소련의 레프 트로츠키는 평소 능력이 부족한 뱌체슬라프 몰로토프를 신랄하게 비판했고, 몰로토프는 “모두가 동무 같은 천재일 순 없다”고 반발했다. 트로츠키는 암살당했고, 몰로토프는 천수를 누렸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는 대한민국엔 여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에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리더십 스타일이 통할 여유가 있을까? 저는 그런 방식으론 대한민국에 산적한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본다. 시대마다 시대정신에 맞는 리더십이 있다. 저는 대한민국의 문제들을 논리적으로 성찰하고 해답을 낼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저도 바보가 아니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건 적을 안 만드는 정치란 걸 안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면서 웃거나 외모 관리나 하고 다니면 편하다. 그런데 선거에선 그 사상누각이 무너진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한 전 대표는 보수정당 당대표라는 막강한 권한이 있는데도 아무것도 못했다.

그러더니 1명은 부정선거론자가 됐고, 1명은 젊은 척하고 다닌다. 그런데 김 전 위원장은 84세인데도 얼마나 날카로운가? 국민의힘은 김종인·이준석 체제 외엔 선거서 이겨본 적이 없다. 통찰력·능력이 중요한데, 엉뚱한 걸 추종해서 그런 것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위선은 악덕이 미덕에 바치는 공물”이라는 라 로슈푸코의 격언을 인용하면서 “공적 영역에선 위선이 필요악인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예전엔 대형 보수 언론과 지상파 방송 등 소수의 미디어가 정보를 독점했다. 그땐 그들만 잘 포섭하고 관리하면 하나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위선에 도달할 정도까지 정치를 할 수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시대의 국민은 다매체 시대에 적응해 있고, 완전히 입체적이다.

일부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단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 이미지메이킹으로 만든 위선은 오래가지 못한다. 민주당 이 대표가 위선을 챙겨서 정치하는 분인가? 오히려 너무 화끈해서 사고가 많이 터진다. 위선이 누군가에 대한 평가를 바꿔줄 수 있단 건 착각이다. 대한민국 정치인 중엔 이미지 관리는 잘했지만, 정치적으로 아무 의미 없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선호하는 개헌 방향이 있다면?

▲개헌은 권력자가 당선된 순간부터 어떻게 권력을 내려놓을지 얘기해야 하는 것으로 선거 전엔 아무리 아웅다웅해도 답이 안 나온다. 공공심 있는 지도자를 당선시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 가진 것을 나눠주면서 개헌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하는 얘기는 다 의미 없다.

저도 선호하는 개헌 방식이나 권력체제가 있다. 그 얘기는 제가 당선되면 하겠다. 제가 당선되면, 저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으니 한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선됐는데 왜 (개헌)하느냐”고 할 텐데, 중요한 건 진정성이다. 무조건 대통령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아니다. 개헌은 중대하다. 대토론회 등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쳐야 한다.

-통치체제 문제 외 개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헌법 제33조는 공무원이나 방위산업체 근무자들의 권리를 제한한다. 황당한 조항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출마 자격을 만 40세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헌재의 기능도 고민한다. 헌재는 사실상의 정치기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재판관 선임 등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감사원도 의회에 배속시켜야 한다. 대만은 사실상 오권분립(입법·사법·행정·감사·인사)을 한다.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할 부분에 대해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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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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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