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1호' 떠오른 이준석 내부의 적

성골 잔류파 ‘반이’ 연대 꿈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이준석 돌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잠시 스쳐가는 ‘이벤트’라는 평도 나온다. 이 대표에게 대놓고 반감을 가진 이들은 당내 ‘성골’로 불리는 세력이다. 혁신을 외치는 이 대표가 이들에겐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 청년이 제1야당의 수장에 오르면서 정치 지형이 바뀌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젠더 이슈로 2030 남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후 지난 6·11 전당대회에서 ‘거물’들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른 후 당선됐다.

세대교체
파격 인사

이 대표는 바른정당계 출신으로 중도보수 세력에 속한다. 보수진영의 분열을 막고, 중도층을 포용하는 통합의 정치를 이끌어야 하는 큰 과제가 남았다. 동시에 자신에게 투영된 세대교체의 시대적 요구에도 부응해야 한다.

그간 국민의힘을 괴롭혔던 ‘영남당’ 논쟁이 ‘세대교체론’으로 치환된 점은 당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선출직 당선 경험이 전무한 이 대표가 잔뼈 굵은 중진들을 꺾고 돌풍을 일으키면서 수구정당의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당선 이후 이 대표의 자잘한 행보들마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파격적인 모습부터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90도 ‘폴더 인사’를 하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그에 걸맞게 이 대표의 공약 역시 파격적였다. 이 대표는 토론 배틀을 통한 대변인 공개경쟁선발제도를 제안했다.

또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엔 자료 해석 능력, 컴퓨터 활용 능력 등을 검증하는 ‘선출직 공직자 자격시험제’ 도입도 예고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준석 백신이 등장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정치권에 신선한 새 바람이 불고 있는 건 자명한 사실로 보인다.


이 대표는 통합 리더십을 ‘비빔밥’에 비유했다. 모든 재료를 녹여버리는 용광로가 아닌 다양한 사람이 고유의 특성을 유지한 비빔밥처럼 공존을 기초로 한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문제는 통합의 걸림돌이 당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국민의힘은 당의 ‘성골’로 꼽히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잔류파와 개혁보수인 바른미래당 탈당파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보수의 분열로 이어졌던 굵직한 사건으로 내홍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유승민계 분류…최고위와 묘한 기류
진흙탕 전당대회 쌓인 앙금 계속 가나

앞서 국민의힘은 탄핵과 보수 야권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을 겪으면서 계파가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 시절 잠시 ‘친황(친 황교안)계’가 주목받았지만, 21대 총선에서 당이 참패하면서 계파 자체가 사라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이들이 외연 확장을 위해 힘써왔고, 그렇게 계파 갈등은 잠시 잠잠해지는 듯 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탈당파 출신인 이 대표가 부상하면서 유승민계가 당의 최대 계파로 떠오르게 됐다. 사실상 이 대표가 정치혁신 구상을 가속화할수록 한국당 잔류파의 저항이 수면에 올라올 가능성이 생긴 셈.

특히 친박(친 박근혜)계 인물들 사이에서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터질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로 꼽히는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최고위가 형해화하면 안 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에 더해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공약 중 하나였던 선출직 공직자 자격시험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대표의 공약이 민주주의 원리와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적어도 민주주의가 확립된 문명국가에서 선출직에 시험을 치게 하는 예를 들어본 적이 없다. 깊이 생각을 다시 해야 될 일”이라며 “지역에 가면 컴퓨터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분도 선출직으로서 정말 훌륭한 분들을 여러 분 뵈었는데, 이걸 일방적인 시험제도로 걸러내겠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도 이 대표 견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당직 인선이나 일정 조율에서 최고위를 패싱하고 ‘일방통행’한 것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 부담
어색한 안

통합에 걸림돌이 되는 세력도 존재한다. 박근혜 비대위로 정치권에 입문한 이 대표를 두고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려는 극우 세력들이다. 이 대표는 박근혜정부에 쓴소리를 내며 ‘박근혜 키즈’ 라는 꼬리표를 떼어냈다. 경선 과정 중에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정당했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의 부상에 극우 세력은 크게 반발 중이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어찌 청년이라는 가면을 쓰고 박근혜 대통령 탓을 더욱 노골적으로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불의에 저항하지 못하고 진실과 정의를 외면하는 이 대표는 보수우파를 대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아직도 젖비린내 나는 이준석이 당 대표가 돼서 뭐라고 하고 있느냐”며 “전혀 대한민국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어디서 저 외국에서 주워들은 거 배운 걸 가지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고 비아냥거렸다.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겨뤘던 중진들 역시 변수로 남았다. 지난 전당대회가 진흙탕 싸움으로 막을 내리면서 중진들과 이 대표 사이에는 앙금이 남은 상태다. 역대급 흥행으로 국민적 관심을 얻었지만, 감정 싸움으로 번지면서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

당권 후보들은 서로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들며 공격했다. 이 대표는 중진 후보들에게 ‘영남당’ ‘음모론’ 등 수위 높은 비방을 이어갔고, “이해력이 부족하다”는 인신 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중진들은 끝내 패했지만, 이들의 경륜을 따랐던 당심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진들의 선수만 합쳐도 18선. 본격적인 대선 경선 국면에서 비슷한 갈등 구도가 재현되면 치명적인 내홍에 휩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과거에도 전당대회 후유증이 이어진 일례가 있다. 지난 2010년 당시 안상수·홍준표 후보, 2014년 김무성·서청원 후보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와 나 전 의원이 제대로 화해하지 못하면 대선 전 갈등의 우려가 있다. 이 대표가 제대로 당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조언했다.


중진들이 이 대표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만약 그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굳어진다면 감정골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감 품은
TK 세력

실제 국민의힘 의원 중 30대인 이 대표보다 나이가 적은 이는 없다. 젊은 대표를 맞이한 국민의힘 의원들로서도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이 대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이 대표는 인선 과정에서 중진의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사무총장직을 4선 중진인 권영세 의원(서울 용산)에게 부탁했으나, 권 의원은 끝내 이를 거절했다. 사무총장직이 아닌 대선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시절에 각각 사무총장을 맡았었다. 오랜 의정활동 경험에 더해 중도 이미지를 갖췄고 특별한 계파도 없다. 과거에는 친박과 친이(친 이명박)간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도맡았던 경험도 있다.

이 대표는 권 의원만큼 사무총장직에 적합한 인물이 없을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표에게 유승민계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어, 특정 계파색을 탈피시켜줄 인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권 의원의 거절로 3선의 한기호 의원(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을)이 사무총장직으로 인선됐다.


이 대표 역시 중진들의 큰 산을 예상했어서일까. 이 대표는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친박계의 좌장급인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나 조언을 얻었다. 지난 1일 김 전 대표는 야권 통합의 공정 경선을 강조했고, 이 대표가 흔쾌히 수긍했다는 내용이다.

다만 김 전 대표와의 회동은 이 대표의 쇄신과 멀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비밀에 부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이 대표와 어색한 사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유승민계와 안철수계의 공천 갈등 이후 이 대표는 안 대표를 향한 악감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을 도왔던 이 대표는 경쟁자였던 안 대표를 앞장서 비판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이 대표가 안 대표에게 “비읍시옷”이라고 표현했던 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개혁 목소리 부담스러운 중진들
30대 보수정당 수장 남은 과제는?

당내에서 둘 사이가 통합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일자 이 대표는 당선 직후 안 대표를 찾았다. 당 대표 선출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이 대표는 안 대표와 합당 문제에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장 먼저 공개 소통할 사람은 안철수 대표일 것”이라며 합당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합당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현재 두 사람은 원칙적으로 합당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양당 합당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당명 변경을 둘러싼 이견으로 삐걱대고 있다.

안 대표 측은 ‘원칙 있는 통합’을 주장하며 당명 변경을 동반하는 신설 합당을 원하고 있다. 반면 이 대표는 안 대표의 지난 3월 ‘조건 없는 합당’ 선언 이행을 요구하며 선을 긋고 있다.

이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명을 바꾸는 건 당의 위상을 일신할 필요가 있을 때다. 지금 당원 가입이 폭증하고 있고 이미지가 좋은 상태에서 (당명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외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가장 큰 과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영입하는 일이다. 대권주자 지지율 1위에 우뚝 선 윤 전 총장의 입당 여부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평가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민의힘 흥행 속 제3지대에서 활동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실상 국민의힘 입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 대표에게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을 복귀시키는 과제도 남았다. 이 대표는 홍 의원의 복당에 긍정적인 뜻을 밝혀왔다. 지난 TV토론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찬성 의사를 밝혔다. 다만 홍 전 의원의 복귀는 야권통합과 동시에 당내 중도보수 세력의 반발을 살 수 있다.

홍 의원은 비대위 체제가 끝난 후 복당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다만 일부 초선 의원들의 반대 속에 복당 논의는 이렇다 할 진전은 없다.

여러 난관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 이준석 돌풍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 대표에 거는 민심이 상당하다. 할당제 폐지 등 ‘능력주의’를 강조하며 2030 남성들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평가다.

이는 여러 실적으로도 드러난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후원금 1억5000만원을 모았다. 지난 한 달 간 국민의힘에 새로 입당한 당원 수가 무려 2만3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입당 규모의 약 10배다. 최근 가입한 신규 당원 가운데 특히 2030세대의 비중이 과거보다 확연히 늘어난 것이 괄목할만한 성과다.

돌풍,
이상무?

이 대표의 핵심지지 기반인 2030세대가 한동안 든든한 뒷배가 되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드물게 온라인 커뮤니티 기반의 ‘팬덤 정치’가 만들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과감한 개혁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는 민심에 기존 기득권 세력들이 잠시 눈치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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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