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끝' 흔들리는 이준석 리더십과 리스크 오버랩

벌써 밑천 다 떨어졌나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취임 한 달 만에 리더십 검증대에 올랐다. 여성가족부, 통일부 폐지론과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번복 등으로 리더십에 대한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이다. 젊은 정치인이었던 과거와 달리 제1야권 수장으로서의 숙제가 생겼다. 

0선·30대 젊은 대표로 주목받았던 ‘이준석 돌풍’은 벌써부터 난관에 봉착한 양상이다. 이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당이 가지고 있던 올드함을 젊은 이미지로 탈피했다. 파격적인 인사 등으로 변화도 꾀했다. 대변인을 뽑는 ‘나는 국대다’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30대 당수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대표로써 자신감이 상승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합의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이 대표가 당내에서도 이를 수용한다고 여겼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원내대표단과 충분한 상의 없이 송 대표와 합의 한 점이 논란을 촉발시켰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직후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이 대표와 주고 받은 이야기가 있었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 때문에 여야 협상에서 김 원내대표가 협상카드로 쓸 여지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매표 행위라 비판했던 국민의힘 당론과도 반대된다. 결국 개인 플레이를 주무기로 삼아온 이 대표는 스스로의 결정으로 인해 함정에 빠진 셈이다. 이를 두고 당 대표로서 당을 순조롭게 이끌기 위해서라도 당 내부와 협치하는 정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송 대표와의 만찬 뒤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관한 합의한 사안에 대해 별도로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상향이 협상의 우선 목표였으며 확정적 합의가 아니라 단순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급 대상이 80%나 전체는 차이가 크지 않다고 본다”며 “검토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검토하겠다는 의견은 합의로 해석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같은 날 “이 대표가 나(송 대표)에게 ‘80% 지원을 하게 되면 선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전체 지원이 맞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가)동의하는 의견을 밝혔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이 대표가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여야할 것 없이 이 대표를 향한 집중 타격을 시작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민생을 손바닥 뒤집듯 농락하는 야당을 개탄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100분  만에 뒤집었다. 국정은 장난이 아니다”라며 비판에 나섰다. 

취임 한 달, 시험은 지금부터
여야 집중포화…극복 가능할까?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도 이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양당 대표 간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는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전선을 함몰시켰다. 이 대표가 ‘전 국민 돈 뿌리기 게임’에 동조한 꼴”이라며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망가뜨린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우리 내부 철학의 붕괴”라고 지적했다.

이는 이 대표의 경험 부족에 따른 실수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비교적 오랜 시간 정치계에 몸담았지만, 입법 등의 사안에 대해 직접 협상에 나설 수 있었던 경험이 적었던 한계가 송 대표와의 회동에서 드러났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의 여가부 및 통일부에 대한 폐지론 역시 논란이 됐다.

이 대표는 “여가부와 통일부는 출범한지 20년 넘은 부처들이기 때문에 그 특별임무에 대해 평가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두 부서의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이 존재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당내 의견이 종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의 견해를 드러내며 폐지론을 제기한 것이 문제됐다. 

즉시 여야 양측에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여가부 폐지론을 두고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분열의 정치”라며 비판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특정 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가부도 즉각 반발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성별 임금격차, 청소년의 성 착취 문제 등을 해결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 문제를 전담해 해결해나갈 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처 폐지론은 정부 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당내 논의가 필수적인 사안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여가부 폐지는 젠더 이슈와 맞물려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야권도 폐지론을 두고 그간 신중론을 펼쳤다. 그만큼 이 대표와 당 지도부의 조율이 선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디테일과 신중함이 다소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방이 적
집중타격

또 정책적인 공약들은 대선주자들이 들고 나오는 경우가 보통이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폐지론은 결국 자신의 입장과 견해만 앞세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보여준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론은 이 대표가 중점으로 내세운 공존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자신의 능력만 과신해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인적인 견해를 외교 자리에서 밝힌 점도 논란을 촉발시켰다. 지난 12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 도중 이 대표는 중국의 자치권 억압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 대표가 발언한 “민주주의를 짓밟은 중국의 잔인함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부적절했다는 비판들이 나왔다. 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의 만남에서도 홍콩의 민주화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기대한다고 언급해 ‘반중 정서’를 자극했다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 대표는 “홍콩 민주화운동은 그들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라며 “(투쟁을)방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하려는 것과 같은 사람들에 맞서야 한다는 포괄적 취지”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실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는 민주주의의 적에 대항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며 “중국 정부의 자치권 억압에 우려를 표명했을 뿐인데 ‘반중’이라고 표현한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작은 정부론’은 문재인정부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지지층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라는 분석이다.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론은 유승민 전 바른정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꾸준히 주장해온 사안이다. 앞서 이 대표는 대선에 출마하는 주자들이 여가부 폐지에 대한 입장을 내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끝까지
개인플레이?


이는 특정 대선후보의 공약을 당 대표가 밀어주는 것처럼 비쳐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대선주자간 형평성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도 있다.

경선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은 이 대표에게 리더십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번 대선주자들의 형평성 문제는 이 대표가 넘겨야 할 고비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취임 전부터 이 대표가 특정 후보에 편향된 것 아니냐는 의문 섞인 시선은 줄곧 제기돼왔다. 당 내부 일각에선 과거 바른정당에서 이 대표와 친분을 쌓아 온 유 전 의원, 하 의원과 비슷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리스크 타파를 위한 산적해 있는 과제들도 많다. 그중 하나는 확실한 대선주자의 영입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영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론의 눈도장을 찍은 제1야당의 대선주자가 없다는 게 불안요소다. 

이 대표가 실현하려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범야권 단일후보를 만들 필요성도 대두된다. 이를 위해 공정하고 엄정한 경선관리가 전제돼야 하고, 범야권의 잠룡들을 모두 무대 위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어떤 경선 관리로 21대 대선을 승리로 이끄느냐가 이 대표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과 합당 여부도 중요한 사안이다. 다만 현재로썬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존재한다.

역시 경험 부족이 문제?
리더 자질·태도 보여줄까

이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깜짝 회동을 가졌지만 여전히 개인적인 앙금도 여전하다. 회동 과정에서 합당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안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만난 이른바 ‘철석연대’라는 말도 나온다.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자칫 대선 지지율 1위 후보와 야권 결집을 둘 다 놓칠 수 있기에 이 대표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여당에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김 빠진 사이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 역시 ‘내부의 적’을 통솔하는 리더십 부재가 지속된다면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중진 의원들의 경험과 경륜이 앞선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 될 부분으로 이 대표 취임 전부터 경륜 부족은 줄곧 받아온 지적 중 하나다. 

당내 지지기반 역시 미약한 ‘0선’ 당 대표의 향후 미래에 대해 불안한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보수 정당 역사를 통틀어 주요 정당 중 30대 대표가 선출된 것은 이번이 사상 최초다.

이 대표가 리스크와 많은 과제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과거 그는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소신과 입장을 비교적 자유롭게 표출해왔다.

지금까지는 이 같은 점이 이 대표의 장점이자 매력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당 대표는 개인이 아닌 정당의 지도자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달리 상황을 살펴야 할 이유가 생겼다.

할 일 태산
무게감 요구

이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표로서 공간이라는 것은 제가 만들어나가는 것에 달려있다”며 “(내가)당내 의원들의 완벽한 신뢰를 받고 있다면 반발이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원외 출신 당 대표라는 특수한 직이기에 앞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리더십의 일환이라 보고 있다”고 전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대학지부 역할은? 
젊은 세대 겨냥한다

국민의힘이 2030세대를 노린 국민의힘 대학교 지부 설립 추진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 체제 출범한 지 한 달이 된 시점에서 국민의힘에 관심을 보이는 2030세대의 정치 참여를 제도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16일부터 8월6일까지 3주간 ‘나도 국대(국민의힘 대학생)다’라는 제목으로 대학생위원회를 공개 모집한다”고 밝혔다. 

대학별 국민의힘 지부 자격은 만 35세 미만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과 진학 예정자, 재학생, 휴학생이 대상이다. 국민의힘 당원이 아닌 일반인도 참여가 가능하다. 

서류전형을 거쳐 대학별로 40인 이상이 모이면 해당 학교에 국민의힘 지부를 설치한 뒤 당의 지원을 받게 된다. 국민의힘 청년 지도자 양성 과정인 ‘영리더스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우수 활동자를 선정해 당의 인재 채용 시 우선 추천 대상으로 선정된다. 또 국민의힘의 청년 정책 자문위원으로도 자동 위촉할 예정이다. <차>

<기사 속 기사> 이동훈 띄운 ‘공작설’
이준석 대표 입장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대변인을 지낸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여권 인사로부터 회유를 받았다는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이 전 기자에게 추가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인터뷰에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이 전 위원이 정보를 공개한다면 당에서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정보가 사실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전날 자신의 SNS에 “충격적인 사안”이라며 당 차원에서 즉각적인 진상규명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점과는 다르게 한 발짝 물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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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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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