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끝' 흔들리는 이준석 리더십과 리스크 오버랩

벌써 밑천 다 떨어졌나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취임 한 달 만에 리더십 검증대에 올랐다. 여성가족부, 통일부 폐지론과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번복 등으로 리더십에 대한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이다. 젊은 정치인이었던 과거와 달리 제1야권 수장으로서의 숙제가 생겼다. 

0선·30대 젊은 대표로 주목받았던 ‘이준석 돌풍’은 벌써부터 난관에 봉착한 양상이다. 이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당이 가지고 있던 올드함을 젊은 이미지로 탈피했다. 파격적인 인사 등으로 변화도 꾀했다. 대변인을 뽑는 ‘나는 국대다’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30대 당수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대표로써 자신감이 상승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합의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이 대표가 당내에서도 이를 수용한다고 여겼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원내대표단과 충분한 상의 없이 송 대표와 합의 한 점이 논란을 촉발시켰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직후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이 대표와 주고 받은 이야기가 있었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 때문에 여야 협상에서 김 원내대표가 협상카드로 쓸 여지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매표 행위라 비판했던 국민의힘 당론과도 반대된다. 결국 개인 플레이를 주무기로 삼아온 이 대표는 스스로의 결정으로 인해 함정에 빠진 셈이다. 이를 두고 당 대표로서 당을 순조롭게 이끌기 위해서라도 당 내부와 협치하는 정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송 대표와의 만찬 뒤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관한 합의한 사안에 대해 별도로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상향이 협상의 우선 목표였으며 확정적 합의가 아니라 단순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급 대상이 80%나 전체는 차이가 크지 않다고 본다”며 “검토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검토하겠다는 의견은 합의로 해석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같은 날 “이 대표가 나(송 대표)에게 ‘80% 지원을 하게 되면 선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전체 지원이 맞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가)동의하는 의견을 밝혔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이 대표가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여야할 것 없이 이 대표를 향한 집중 타격을 시작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민생을 손바닥 뒤집듯 농락하는 야당을 개탄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100분  만에 뒤집었다. 국정은 장난이 아니다”라며 비판에 나섰다. 

취임 한 달, 시험은 지금부터
여야 집중포화…극복 가능할까?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도 이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양당 대표 간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는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전선을 함몰시켰다. 이 대표가 ‘전 국민 돈 뿌리기 게임’에 동조한 꼴”이라며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망가뜨린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우리 내부 철학의 붕괴”라고 지적했다.

이는 이 대표의 경험 부족에 따른 실수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비교적 오랜 시간 정치계에 몸담았지만, 입법 등의 사안에 대해 직접 협상에 나설 수 있었던 경험이 적었던 한계가 송 대표와의 회동에서 드러났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의 여가부 및 통일부에 대한 폐지론 역시 논란이 됐다.

이 대표는 “여가부와 통일부는 출범한지 20년 넘은 부처들이기 때문에 그 특별임무에 대해 평가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두 부서의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이 존재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당내 의견이 종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의 견해를 드러내며 폐지론을 제기한 것이 문제됐다. 

즉시 여야 양측에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여가부 폐지론을 두고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분열의 정치”라며 비판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특정 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가부도 즉각 반발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성별 임금격차, 청소년의 성 착취 문제 등을 해결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 문제를 전담해 해결해나갈 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처 폐지론은 정부 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당내 논의가 필수적인 사안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여가부 폐지는 젠더 이슈와 맞물려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야권도 폐지론을 두고 그간 신중론을 펼쳤다. 그만큼 이 대표와 당 지도부의 조율이 선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디테일과 신중함이 다소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방이 적
집중타격

또 정책적인 공약들은 대선주자들이 들고 나오는 경우가 보통이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폐지론은 결국 자신의 입장과 견해만 앞세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보여준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론은 이 대표가 중점으로 내세운 공존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자신의 능력만 과신해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인적인 견해를 외교 자리에서 밝힌 점도 논란을 촉발시켰다. 지난 12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 도중 이 대표는 중국의 자치권 억압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 대표가 발언한 “민주주의를 짓밟은 중국의 잔인함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부적절했다는 비판들이 나왔다. 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의 만남에서도 홍콩의 민주화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기대한다고 언급해 ‘반중 정서’를 자극했다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 대표는 “홍콩 민주화운동은 그들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라며 “(투쟁을)방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하려는 것과 같은 사람들에 맞서야 한다는 포괄적 취지”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실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는 민주주의의 적에 대항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며 “중국 정부의 자치권 억압에 우려를 표명했을 뿐인데 ‘반중’이라고 표현한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작은 정부론’은 문재인정부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지지층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라는 분석이다.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론은 유승민 전 바른정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꾸준히 주장해온 사안이다. 앞서 이 대표는 대선에 출마하는 주자들이 여가부 폐지에 대한 입장을 내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끝까지
개인플레이?

이는 특정 대선후보의 공약을 당 대표가 밀어주는 것처럼 비쳐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대선주자간 형평성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도 있다.

경선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은 이 대표에게 리더십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번 대선주자들의 형평성 문제는 이 대표가 넘겨야 할 고비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취임 전부터 이 대표가 특정 후보에 편향된 것 아니냐는 의문 섞인 시선은 줄곧 제기돼 왔다. 당 내부 일각에선 과거 바른정당에서 이 대표와 친분을 쌓아 온 유 전 의원, 하 의원과 비슷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리스크 타파를 위한 산적해 있는 과제들도 많다. 그중 하나는 확실한 대선주자의 영입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영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론의 눈도장을 찍은 제1야당의 대선주자가 없다는 게 불안요소다. 

이 대표가 실현하려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범야권 단일후보를 만들 필요성도 대두된다. 이를 위해 공정하고 엄정한 경선관리가 전제돼야 하고, 범야권의 잠룡들을 모두 무대 위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어떤 경선 관리로 21대 대선을 승리로 이끄느냐가 이 대표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과 합당 여부도 중요한 사안이다. 다만 현재로썬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존재한다.

역시 경험 부족이 문제?
리더 자질·태도 보여줄까

이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깜짝 회동을 가졌지만 여전히 개인적인 앙금도 여전하다. 회동 과정에서 합당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안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만난 이른바 ‘철석연대’라는 말도 나온다.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자칫 대선 지지율 1위 후보와 야권 결집을 둘 다 놓칠 수 있기에 이 대표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여당에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김 빠진 사이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 역시 ‘내부의 적’을 통솔하는 리더십 부재가 지속된다면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중진 의원들의 경험과 경륜이 앞선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 될 부분으로 이 대표 취임 전부터 경륜 부족은 줄곧 받아온 지적 중 하나다. 

당내 지지기반 역시 미약한 ‘0선’ 당 대표의 향후 미래에 대해 불안한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보수 정당 역사를 통틀어 주요 정당 중 30대 대표가 선출된 것은 이번이 사상 최초다.

이 대표가 리스크와 많은 과제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과거 그는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소신과 입장을 비교적 자유롭게 표출해왔다.

지금까지는 이 같은 점이 이 대표의 장점이자 매력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당 대표는 개인이 아닌 정당의 지도자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달리 상황을 살펴야 할 이유가 생겼다.

할 일 태산
무게감 요구

이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표로서 공간이라는 것은 제가 만들어나가는 것에 달려있다”며 “(내가)당내 의원들의 완벽한 신뢰를 받고 있다면 반발이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원외 출신 당 대표라는 특수한 직이기에 앞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리더십의 일환이라 보고 있다”고 전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대학지부 역할은? 
젊은 세대 겨냥한다

국민의힘이 2030세대를 노린 국민의힘 대학교 지부 설립 추진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 체제 출범한 지 한 달이 된 시점에서 국민의힘에 관심을 보이는 2030세대의 정치 참여를 제도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16일부터 8월6일까지 3주간 ‘나도 국대(국민의힘 대학생)다’라는 제목으로 대학생위원회를 공개 모집한다”고 밝혔다. 

대학별 국민의힘 지부 자격은 만 35세 미만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과 진학 예정자, 재학생, 휴학생이 대상이다. 국민의힘 당원이 아닌 일반인도 참여가 가능하다. 

서류전형을 거쳐 대학별로 40인 이상이 모이면 해당 학교에 국민의힘 지부를 설치한 뒤 당의 지원을 받게 된다. 국민의힘 청년 지도자 양성 과정인 ‘영리더스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우수 활동자를 선정해 당의 인재 채용 시 우선 추천 대상으로 선정된다. 또 국민의힘의 청년 정책 자문위원으로도 자동 위촉할 예정이다. <차>

<기사 속 기사> 이동훈 띄운 ‘공작설’
이준석 대표 입장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대변인을 지낸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여권 인사로부터 회유를 받았다는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이 전 기자에게 추가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인터뷰에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이 전 위원이 정보를 공개한다면 당에서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정보가 사실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전날 자신의 SNS에 “충격적인 사안”이라며 당 차원에서 즉각적인 진상규명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점과는 다르게 한 발짝 물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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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도 못 뚫은 선관위 방패

감사원도 못 뚫은 선관위 방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지방선거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에 쏟아지던 폭발적인 관심이 사그라들고 있다. 그로 인한 나비효과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정작 핵심은 비껴가는 모양새다. 지난 6월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대형 정치 이벤트였던 만큼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 이미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은 압승으로 국정 운영에 동력을 더하고자 했고,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궤멸 직전에 몰려 있던 보수 진영은 ‘샤이 보수’를 기대하며 유권자에게 읍소했다. 사상 초유 참정권 침해 결과는 절묘했다.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때 판단하는 광역단체장 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16개 시도 중 12곳을 석권했다. 하지만 서울을 내줬고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도 빼앗지 못했다. 선거 운동 초반 16개 시도를 전부 싹쓸이할 것으로 예상했던 상황이라 민주당의 실망은 더욱 컸다. 특히 서울에서의 패배는 뼈아팠다. 이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울시장을 내주면서 중간 평가를 받았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방선거 이후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먹히지 않았고, 지방선거 직전 상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여파가 지지율을 흔들었다. 여기까지는 지방선거 이후 늘 나타났던 여파였다. 문제는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실한 관리로 선거의 근간 자체가 흔들렸다는 점이다.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던 시각,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지가 부족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선거를 총체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사태 이후 선관위의 대응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선관위는 투표지가 부족한 투표소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선관위는 6월5일 투표지를 추가로 송부한 투표소는 67개, 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곳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사흘 뒤인 6월8일 140개 투표소에 추가 투표용지가 송부됐고, 이중 91곳에서 투표지가 부족했다는 발표로 바뀌었다. 3일 만에 각각 거의 두 배씩 늘어난 것이다. 결국 조현욱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졌다. 진상규명위원회는 10일(6월10일~19일)간의 조사 끝에 “선거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 관한 책임 소재에 따라 수사 의뢰를 권고한다”며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수뇌부 등 12명을 지목했다. 채용 비리 의혹·소쿠리 투표 투표지 부족 사태로 민심 폭발 진상규명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당시의 상황을 보면 상급위원회에 대한 신속한 보고 체계가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며 “상급위원회의 지휘권도 전혀 발동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선관위가 투표 시간 연장을 중앙선관위 보고나 논의 없이 결정했으며 송파구선관위가 투표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표를 개시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해체에 가까운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의 과거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휴직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10년여 동안 이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선관위의 존재 의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선거 기간 휴직자의 증가로 인력 공백이 생기면서 ‘소쿠리 투표’ 사건 등 부실 관리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이번 선거에서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차례의 선거 중 휴직자 통계’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당일 선관위 직원 179명이 휴직 상태였다. 휴직자의 71%는 육아휴직(127명), 일반 질병(30명), 가족 돌봄 및 해외 동반 휴직(8명), 유학·병역 및 노동조합 전임자(1명) 등의 사유였다. 특히 최근 4년 새 진행된 다섯번의 선거에서 두 차례 이상 휴직한 직원이 97명으로 집계됐다. 2회 휴직자는 77명, 3회 휴직자는 19명이다. 다섯번의 선거 중 4번이나 휴직한 직원도 있었다. 선관위는 휴직자의 대다수가 육아 휴직자인 만큼 법적 권리를 보장했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공무원법 제71조에 따르면 자녀 양육 및 임신·출산을 사유로 공무원이 휴직을 신청하면 임용권자는 휴직을 명해야 한다. 선관위 직원들의 휴직을 강제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쌓이고 쌓인 국민 분노 하지만 선관위의 항변은 국민의 분노를 꺼뜨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선관위 자체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점을 방패 삼아 각종 문제를 피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관위는 독립성이 생명인 기관이기에 감찰을 받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해도 자체적으로 덮고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던 것이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계기는 선관위의 채용 비리 의혹이었다. 2023년 선관위 전·현직 사무총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의 자녀가 ‘아빠 찬스’를 통해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혜 채용 의혹이 전방위로 번지자 외부 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선관위는 독립성을 근거로 자체 조사를 고집했다.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자 선관위는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조사를 받아들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당시 권익위가 2023년 이전 7년여 동안 선관위의 경력 채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58명의 부정 합격 의혹 등 총 353건의 채용 비리가 적발됐다. 권익위는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적으로 부실채용을 진행한 28명을 고발하고 가족 특혜나 부정 청탁 여부 등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한 312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일각에서는 권익위와 국회 국정조사만으로는 선관위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선관위의 조사 수용 방침 자체가 자신들이 그 범위를 정하는 방향으로 잡힌 점도 논란 거리였다. 결국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 전반을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선관위와 감사원 사이의 충돌이 시작된 지점이다. 독립성만 앞세웠다 실제 감사원의 감사가 이뤄지기까지 선관위의 저항은 상당했다.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자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를 일단 수용하면서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감사원에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를 감사할 권한이 있는지를 다퉈보겠다는 취지였다. 그사이 감사원은 2024년 4월 선관위 내부에 부정 채용이 만연한 사실을 확인하고 비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선관위는 조직 전반에 걸쳐 채용, 인사, 복무 등 관계 법규를 무시하거나 이를 용인하는 행태가 관행화된 상태였다.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자녀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고, 채용 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해 선거철 경력 경쟁 채용을 직원 자녀들이 손쉽게 국가 공무원으로 입직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들여다본 2013년 이후 시행된 경력 경쟁 채용 167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확인된 위반 건수만 800여건에 달했다. 당시 감사원은 “채용 비리와 관련한 사안은 신속한 수사 착수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감사원이 내놓은 결과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판단으로 무위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헌재는 지난해 2월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권한이 없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권한은 행정부 내부의 통제 장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바, 정부와 독립된 헌법 기관인 국회·선관위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감사원이 실시한 직무감찰은 헌법 및 선거관리위원회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헌법상 독립기관’ 내세워 헌재 판단까지 ‘난공불락’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는데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수 있게 되면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본 것이다. 헌재의 판단은 법원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선관위 직원 A씨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견책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감사원은 감사에서 A씨에게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요구했고, 선관위는 징계를 의결, 견책 처분을 내렸다. A씨는 2021년 10월에 발생한 사안에 대해 징계시효 3년이 지난 2025년 3월 징계를 의결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징계시효는 성폭력 범죄 등이 아닌 기타 징계 사유의 경우 3년이다. 다만 감사원이 조사 개시를 통보하면 시효가 정지된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감사 자체가 위법이기에 조사 개시 통보를 시효 중단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인용한 점을 들어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면서 이를 토대로 A씨에 대한 징계시효 3년이 이미 지났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판단은 당시에도 선관위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든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투표지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선관위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특히 투표지 부족 사태는 부정선거 논란으로 이어져 ‘올림픽 공원’ 시위 사태 발생 등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결국 지난달 7일 출범한 선관위 특검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선관위 특검팀(특별검사 이태한)은 지난 7일 출범 한 달째를 맞아 강제수사, 포렌식 검증, 관련자 소환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지 부족 사태를 비롯해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의 해외 출장 유용 의혹, 투표함 입찰 담합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회에 끼친 악영향도 커 특검의 본 수사 기간은 90일이며 필요한 경우 30일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최장 150일 간 수사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일단 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청장 인선 절차가 늦어지면서 선거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은 선관위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특검은 어떨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