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끝' 흔들리는 이준석 리더십과 리스크 오버랩

벌써 밑천 다 떨어졌나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취임 한 달 만에 리더십 검증대에 올랐다. 여성가족부, 통일부 폐지론과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번복 등으로 리더십에 대한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이다. 젊은 정치인이었던 과거와 달리 제1야권 수장으로서의 숙제가 생겼다. 

0선·30대 젊은 대표로 주목받았던 ‘이준석 돌풍’은 벌써부터 난관에 봉착한 양상이다. 이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당이 가지고 있던 올드함을 젊은 이미지로 탈피했다. 파격적인 인사 등으로 변화도 꾀했다. 대변인을 뽑는 ‘나는 국대다’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30대 당수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대표로써 자신감이 상승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합의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이 대표가 당내에서도 이를 수용한다고 여겼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원내대표단과 충분한 상의 없이 송 대표와 합의 한 점이 논란을 촉발시켰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직후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이 대표와 주고 받은 이야기가 있었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 때문에 여야 협상에서 김 원내대표가 협상카드로 쓸 여지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매표 행위라 비판했던 국민의힘 당론과도 반대된다. 결국 개인 플레이를 주무기로 삼아온 이 대표는 스스로의 결정으로 인해 함정에 빠진 셈이다. 이를 두고 당 대표로서 당을 순조롭게 이끌기 위해서라도 당 내부와 협치하는 정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송 대표와의 만찬 뒤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관한 합의한 사안에 대해 별도로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상향이 협상의 우선 목표였으며 확정적 합의가 아니라 단순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급 대상이 80%나 전체는 차이가 크지 않다고 본다”며 “검토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검토하겠다는 의견은 합의로 해석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같은 날 “이 대표가 나(송 대표)에게 ‘80% 지원을 하게 되면 선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전체 지원이 맞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가)동의하는 의견을 밝혔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이 대표가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여야할 것 없이 이 대표를 향한 집중 타격을 시작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민생을 손바닥 뒤집듯 농락하는 야당을 개탄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100분  만에 뒤집었다. 국정은 장난이 아니다”라며 비판에 나섰다. 

취임 한 달, 시험은 지금부터
여야 집중포화…극복 가능할까?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도 이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양당 대표 간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는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전선을 함몰시켰다. 이 대표가 ‘전 국민 돈 뿌리기 게임’에 동조한 꼴”이라며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망가뜨린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우리 내부 철학의 붕괴”라고 지적했다.

이는 이 대표의 경험 부족에 따른 실수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비교적 오랜 시간 정치계에 몸담았지만, 입법 등의 사안에 대해 직접 협상에 나설 수 있었던 경험이 적었던 한계가 송 대표와의 회동에서 드러났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의 여가부 및 통일부에 대한 폐지론 역시 논란이 됐다.

이 대표는 “여가부와 통일부는 출범한지 20년 넘은 부처들이기 때문에 그 특별임무에 대해 평가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두 부서의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이 존재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당내 의견이 종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의 견해를 드러내며 폐지론을 제기한 것이 문제됐다. 

즉시 여야 양측에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여가부 폐지론을 두고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분열의 정치”라며 비판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특정 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가부도 즉각 반발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성별 임금격차, 청소년의 성 착취 문제 등을 해결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 문제를 전담해 해결해나갈 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처 폐지론은 정부 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당내 논의가 필수적인 사안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여가부 폐지는 젠더 이슈와 맞물려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야권도 폐지론을 두고 그간 신중론을 펼쳤다. 그만큼 이 대표와 당 지도부의 조율이 선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디테일과 신중함이 다소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방이 적
집중타격

또 정책적인 공약들은 대선주자들이 들고 나오는 경우가 보통이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폐지론은 결국 자신의 입장과 견해만 앞세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보여준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론은 이 대표가 중점으로 내세운 공존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자신의 능력만 과신해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인적인 견해를 외교 자리에서 밝힌 점도 논란을 촉발시켰다. 지난 12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 도중 이 대표는 중국의 자치권 억압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 대표가 발언한 “민주주의를 짓밟은 중국의 잔인함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부적절했다는 비판들이 나왔다. 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의 만남에서도 홍콩의 민주화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기대한다고 언급해 ‘반중 정서’를 자극했다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 대표는 “홍콩 민주화운동은 그들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라며 “(투쟁을)방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하려는 것과 같은 사람들에 맞서야 한다는 포괄적 취지”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실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는 민주주의의 적에 대항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며 “중국 정부의 자치권 억압에 우려를 표명했을 뿐인데 ‘반중’이라고 표현한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작은 정부론’은 문재인정부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지지층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라는 분석이다.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론은 유승민 전 바른정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꾸준히 주장해온 사안이다. 앞서 이 대표는 대선에 출마하는 주자들이 여가부 폐지에 대한 입장을 내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끝까지
개인플레이?


이는 특정 대선후보의 공약을 당 대표가 밀어주는 것처럼 비쳐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대선주자간 형평성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도 있다.

경선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은 이 대표에게 리더십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번 대선주자들의 형평성 문제는 이 대표가 넘겨야 할 고비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취임 전부터 이 대표가 특정 후보에 편향된 것 아니냐는 의문 섞인 시선은 줄곧 제기돼왔다. 당 내부 일각에선 과거 바른정당에서 이 대표와 친분을 쌓아 온 유 전 의원, 하 의원과 비슷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리스크 타파를 위한 산적해 있는 과제들도 많다. 그중 하나는 확실한 대선주자의 영입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영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론의 눈도장을 찍은 제1야당의 대선주자가 없다는 게 불안요소다. 

이 대표가 실현하려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범야권 단일후보를 만들 필요성도 대두된다. 이를 위해 공정하고 엄정한 경선관리가 전제돼야 하고, 범야권의 잠룡들을 모두 무대 위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어떤 경선 관리로 21대 대선을 승리로 이끄느냐가 이 대표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과 합당 여부도 중요한 사안이다. 다만 현재로썬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존재한다.

역시 경험 부족이 문제?
리더 자질·태도 보여줄까

이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깜짝 회동을 가졌지만 여전히 개인적인 앙금도 여전하다. 회동 과정에서 합당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안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만난 이른바 ‘철석연대’라는 말도 나온다.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자칫 대선 지지율 1위 후보와 야권 결집을 둘 다 놓칠 수 있기에 이 대표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여당에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김 빠진 사이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 역시 ‘내부의 적’을 통솔하는 리더십 부재가 지속된다면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중진 의원들의 경험과 경륜이 앞선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 될 부분으로 이 대표 취임 전부터 경륜 부족은 줄곧 받아온 지적 중 하나다. 

당내 지지기반 역시 미약한 ‘0선’ 당 대표의 향후 미래에 대해 불안한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보수 정당 역사를 통틀어 주요 정당 중 30대 대표가 선출된 것은 이번이 사상 최초다.

이 대표가 리스크와 많은 과제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과거 그는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소신과 입장을 비교적 자유롭게 표출해왔다.

지금까지는 이 같은 점이 이 대표의 장점이자 매력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당 대표는 개인이 아닌 정당의 지도자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달리 상황을 살펴야 할 이유가 생겼다.

할 일 태산
무게감 요구

이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표로서 공간이라는 것은 제가 만들어나가는 것에 달려있다”며 “(내가)당내 의원들의 완벽한 신뢰를 받고 있다면 반발이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원외 출신 당 대표라는 특수한 직이기에 앞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리더십의 일환이라 보고 있다”고 전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대학지부 역할은? 
젊은 세대 겨냥한다

국민의힘이 2030세대를 노린 국민의힘 대학교 지부 설립 추진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 체제 출범한 지 한 달이 된 시점에서 국민의힘에 관심을 보이는 2030세대의 정치 참여를 제도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16일부터 8월6일까지 3주간 ‘나도 국대(국민의힘 대학생)다’라는 제목으로 대학생위원회를 공개 모집한다”고 밝혔다. 

대학별 국민의힘 지부 자격은 만 35세 미만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과 진학 예정자, 재학생, 휴학생이 대상이다. 국민의힘 당원이 아닌 일반인도 참여가 가능하다. 

서류전형을 거쳐 대학별로 40인 이상이 모이면 해당 학교에 국민의힘 지부를 설치한 뒤 당의 지원을 받게 된다. 국민의힘 청년 지도자 양성 과정인 ‘영리더스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우수 활동자를 선정해 당의 인재 채용 시 우선 추천 대상으로 선정된다. 또 국민의힘의 청년 정책 자문위원으로도 자동 위촉할 예정이다. <차>

<기사 속 기사> 이동훈 띄운 ‘공작설’
이준석 대표 입장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대변인을 지낸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여권 인사로부터 회유를 받았다는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이 전 기자에게 추가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인터뷰에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이 전 위원이 정보를 공개한다면 당에서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정보가 사실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전날 자신의 SNS에 “충격적인 사안”이라며 당 차원에서 즉각적인 진상규명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점과는 다르게 한 발짝 물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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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