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끝' 흔들리는 이준석 리더십과 리스크 오버랩

벌써 밑천 다 떨어졌나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취임 한 달 만에 리더십 검증대에 올랐다. 여성가족부, 통일부 폐지론과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번복 등으로 리더십에 대한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이다. 젊은 정치인이었던 과거와 달리 제1야권 수장으로서의 숙제가 생겼다. 

0선·30대 젊은 대표로 주목받았던 ‘이준석 돌풍’은 벌써부터 난관에 봉착한 양상이다. 이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당이 가지고 있던 올드함을 젊은 이미지로 탈피했다. 파격적인 인사 등으로 변화도 꾀했다. 대변인을 뽑는 ‘나는 국대다’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30대 당수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대표로써 자신감이 상승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합의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이 대표가 당내에서도 이를 수용한다고 여겼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원내대표단과 충분한 상의 없이 송 대표와 합의 한 점이 논란을 촉발시켰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직후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이 대표와 주고 받은 이야기가 있었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 때문에 여야 협상에서 김 원내대표가 협상카드로 쓸 여지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매표 행위라 비판했던 국민의힘 당론과도 반대된다. 결국 개인 플레이를 주무기로 삼아온 이 대표는 스스로의 결정으로 인해 함정에 빠진 셈이다. 이를 두고 당 대표로서 당을 순조롭게 이끌기 위해서라도 당 내부와 협치하는 정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송 대표와의 만찬 뒤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관한 합의한 사안에 대해 별도로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상향이 협상의 우선 목표였으며 확정적 합의가 아니라 단순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급 대상이 80%나 전체는 차이가 크지 않다고 본다”며 “검토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검토하겠다는 의견은 합의로 해석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같은 날 “이 대표가 나(송 대표)에게 ‘80% 지원을 하게 되면 선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전체 지원이 맞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가)동의하는 의견을 밝혔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이 대표가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여야할 것 없이 이 대표를 향한 집중 타격을 시작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민생을 손바닥 뒤집듯 농락하는 야당을 개탄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100분  만에 뒤집었다. 국정은 장난이 아니다”라며 비판에 나섰다. 

취임 한 달, 시험은 지금부터
여야 집중포화…극복 가능할까?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도 이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양당 대표 간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는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전선을 함몰시켰다. 이 대표가 ‘전 국민 돈 뿌리기 게임’에 동조한 꼴”이라며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망가뜨린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우리 내부 철학의 붕괴”라고 지적했다.

이는 이 대표의 경험 부족에 따른 실수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비교적 오랜 시간 정치계에 몸담았지만, 입법 등의 사안에 대해 직접 협상에 나설 수 있었던 경험이 적었던 한계가 송 대표와의 회동에서 드러났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의 여가부 및 통일부에 대한 폐지론 역시 논란이 됐다.

이 대표는 “여가부와 통일부는 출범한지 20년 넘은 부처들이기 때문에 그 특별임무에 대해 평가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두 부서의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이 존재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당내 의견이 종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의 견해를 드러내며 폐지론을 제기한 것이 문제됐다. 

즉시 여야 양측에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여가부 폐지론을 두고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분열의 정치”라며 비판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특정 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가부도 즉각 반발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성별 임금격차, 청소년의 성 착취 문제 등을 해결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 문제를 전담해 해결해나갈 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처 폐지론은 정부 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당내 논의가 필수적인 사안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여가부 폐지는 젠더 이슈와 맞물려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야권도 폐지론을 두고 그간 신중론을 펼쳤다. 그만큼 이 대표와 당 지도부의 조율이 선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디테일과 신중함이 다소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방이 적
집중타격

또 정책적인 공약들은 대선주자들이 들고 나오는 경우가 보통이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폐지론은 결국 자신의 입장과 견해만 앞세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보여준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론은 이 대표가 중점으로 내세운 공존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자신의 능력만 과신해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인적인 견해를 외교 자리에서 밝힌 점도 논란을 촉발시켰다. 지난 12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 도중 이 대표는 중국의 자치권 억압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 대표가 발언한 “민주주의를 짓밟은 중국의 잔인함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부적절했다는 비판들이 나왔다. 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의 만남에서도 홍콩의 민주화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기대한다고 언급해 ‘반중 정서’를 자극했다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 대표는 “홍콩 민주화운동은 그들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라며 “(투쟁을)방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하려는 것과 같은 사람들에 맞서야 한다는 포괄적 취지”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실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는 민주주의의 적에 대항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며 “중국 정부의 자치권 억압에 우려를 표명했을 뿐인데 ‘반중’이라고 표현한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작은 정부론’은 문재인정부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지지층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라는 분석이다.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론은 유승민 전 바른정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꾸준히 주장해온 사안이다. 앞서 이 대표는 대선에 출마하는 주자들이 여가부 폐지에 대한 입장을 내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끝까지
개인플레이?


이는 특정 대선후보의 공약을 당 대표가 밀어주는 것처럼 비쳐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대선주자간 형평성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도 있다.

경선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은 이 대표에게 리더십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번 대선주자들의 형평성 문제는 이 대표가 넘겨야 할 고비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취임 전부터 이 대표가 특정 후보에 편향된 것 아니냐는 의문 섞인 시선은 줄곧 제기돼 왔다. 당 내부 일각에선 과거 바른정당에서 이 대표와 친분을 쌓아 온 유 전 의원, 하 의원과 비슷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리스크 타파를 위한 산적해 있는 과제들도 많다. 그중 하나는 확실한 대선주자의 영입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영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론의 눈도장을 찍은 제1야당의 대선주자가 없다는 게 불안요소다. 

이 대표가 실현하려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범야권 단일후보를 만들 필요성도 대두된다. 이를 위해 공정하고 엄정한 경선관리가 전제돼야 하고, 범야권의 잠룡들을 모두 무대 위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어떤 경선 관리로 21대 대선을 승리로 이끄느냐가 이 대표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과 합당 여부도 중요한 사안이다. 다만 현재로썬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존재한다.

역시 경험 부족이 문제?
리더 자질·태도 보여줄까

이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깜짝 회동을 가졌지만 여전히 개인적인 앙금도 여전하다. 회동 과정에서 합당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안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만난 이른바 ‘철석연대’라는 말도 나온다.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자칫 대선 지지율 1위 후보와 야권 결집을 둘 다 놓칠 수 있기에 이 대표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여당에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김 빠진 사이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 역시 ‘내부의 적’을 통솔하는 리더십 부재가 지속된다면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중진 의원들의 경험과 경륜이 앞선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 될 부분으로 이 대표 취임 전부터 경륜 부족은 줄곧 받아온 지적 중 하나다. 

당내 지지기반 역시 미약한 ‘0선’ 당 대표의 향후 미래에 대해 불안한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보수 정당 역사를 통틀어 주요 정당 중 30대 대표가 선출된 것은 이번이 사상 최초다.

이 대표가 리스크와 많은 과제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과거 그는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소신과 입장을 비교적 자유롭게 표출해왔다.

지금까지는 이 같은 점이 이 대표의 장점이자 매력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당 대표는 개인이 아닌 정당의 지도자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달리 상황을 살펴야 할 이유가 생겼다.

할 일 태산
무게감 요구

이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표로서 공간이라는 것은 제가 만들어나가는 것에 달려있다”며 “(내가)당내 의원들의 완벽한 신뢰를 받고 있다면 반발이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원외 출신 당 대표라는 특수한 직이기에 앞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리더십의 일환이라 보고 있다”고 전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대학지부 역할은? 
젊은 세대 겨냥한다

국민의힘이 2030세대를 노린 국민의힘 대학교 지부 설립 추진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 체제 출범한 지 한 달이 된 시점에서 국민의힘에 관심을 보이는 2030세대의 정치 참여를 제도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16일부터 8월6일까지 3주간 ‘나도 국대(국민의힘 대학생)다’라는 제목으로 대학생위원회를 공개 모집한다”고 밝혔다. 

대학별 국민의힘 지부 자격은 만 35세 미만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과 진학 예정자, 재학생, 휴학생이 대상이다. 국민의힘 당원이 아닌 일반인도 참여가 가능하다. 

서류전형을 거쳐 대학별로 40인 이상이 모이면 해당 학교에 국민의힘 지부를 설치한 뒤 당의 지원을 받게 된다. 국민의힘 청년 지도자 양성 과정인 ‘영리더스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우수 활동자를 선정해 당의 인재 채용 시 우선 추천 대상으로 선정된다. 또 국민의힘의 청년 정책 자문위원으로도 자동 위촉할 예정이다. <차>

<기사 속 기사> 이동훈 띄운 ‘공작설’
이준석 대표 입장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대변인을 지낸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여권 인사로부터 회유를 받았다는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이 전 기자에게 추가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인터뷰에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이 전 위원이 정보를 공개한다면 당에서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정보가 사실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전날 자신의 SNS에 “충격적인 사안”이라며 당 차원에서 즉각적인 진상규명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점과는 다르게 한 발짝 물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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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