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마크롱’ 이준석의 실험 명암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4.28 14:34:05
  • 호수 15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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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프랑스가 같냐?”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는 자신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비유해 당선 가능성을 자신한다. 하지만 대선 출마의 목적은 당선이 아니라, 성공적인 국정 운영이다. 취임 이후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 고전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오늘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는 자신의 당선 가능성을 묻는 언론 인터뷰마다 자신의 경기 화성을 지역구 당선 경험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언급한다. 두 모델의 공통점은 양당의 대결 구도 상황서 제3후보가 갑자기 두드러져 당선됐다는 것이다.

40대 기수론

이 후보는 지난 22일 KBC <여의도초대석>과의 인터뷰서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은 40대 때 한 국가를 이끌었던 사람들”이라며 “프랑스서도 역동적으로 민주주의가 움직여 30대 마크롱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래 사회당 소속이었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서 30대 중반 나이로 경제산업디지털부 장관으로 취임해 규제 완화를 주도했다. 좌파 정부서 시도했던 규제 완화였기 때문에, 집중적인 비난에 시달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장관직서 물러나 신당 앙마르슈를 창당했고, 만 39세의 나이로 지난 2017년 대선서 당선됐다.

신당 창당 후 곧바로 대통령에 당선됐던 결정적 이유로는 프랑스의 대표 좌우 정당인 사회당·공화당이 국민의 신임을 잃었던 것을 들 수 있다. 집권여당이었던 사회당은 올랑드 대통령이 주도했던 노동개혁 날치기에 협조했다가 엄청난 비판에 시달렸다.


유력 대선주자였던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후보는 아내를 보좌관으로 취업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돼 함께 무너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양당이 자멸하는 상황서 진행된 1차 투표서 24%를 득표해 21.3%를 득표한 극우 정당 국민전선 마린 르펜 후보와 함께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선 국민전선의 집권을 바라지 않는 좌우 합작 바람이 일어나 66%를 득표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결선투표에선 조건부 지지가 대세로 자리 잡기 때문에 향후 대통령의 소통 의지가 중요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초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권위적인 언행 ▲측근과 여당 의원들의 돌출 행동·비리 의혹 ▲우클릭 정책에 대한 반발 등이 이어지면서 꾸준한 지지율 하락을 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야심 차게 제5공화국 역대 두 번째 여성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했던 실비아 굴라르 전 국방부 장관은 보좌관 허위 채용 의혹이 불거지자 자진 사퇴했다. 마크롱 대통령 당선 1등 공신이었던 리샤르 페랑 전 영토통합부 장관도 부인의 건물 임차 과정서 지방건강보험기금 기관장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했단 의혹을 받자 사퇴했다.

지지율 하락·선거 참패
내각 불신임당한 마크롱

마크롱 대통령의 경호원 출신으로서 20대의 나이로 대통령 보좌관이었던 알렉상드라 베날라 전 보좌관은 파리 시내 노동절 집회서 보호장구를 착용한 후 시위 참여자를 폭행하다가 적발돼 파면됐다. 이후 베날라 전 보좌관에 대해선 각종 권한 남용 의혹이 제기돼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이어진 핵심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됐다.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 노선에 대한 반발이 이어진 것도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회당 시절부터 노동 유연화·애국주의 교육 등 우파 성향을 드러냈다. 이 성향은 대통령 취임 이후 ▲유류세 인상 ▲연금개혁 ▲비유럽 출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국공립대학 등록금 15배 인상 ▲보안법 제정 등 형태로 이어졌다.

이 중 우리에게 가장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은 연금개혁이다. 개혁의 핵심은 수급 연령을 점진적으로 올리고, 기여 기간도 늘리는 것이었다. 이 법안이 의회서 통과되자, 프랑스 전역에선 마크롱 대통령을 루이 16세에 비유하는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프랑스 사회의 갈등 요소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이슬람교도 마크롱 대통령이 샌드위치 신세가 됐던 이유 중 하나였다. 지난 2023년 대규모 폭력 시위의 발생 원인은 만 17세 모로코계 소년이 경찰의 교통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하다가 총격을 받아 사망한 것이었다.

갈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수면 아래 잠들어 있었다. 지난 2021년엔 전직 장성 20명을 대표로 내세운 1000명 이상의 전·현직 군인들이 프랑스 내 이슬람교 신자들에 대한 통제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마크롱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 서한엔 “방치하면 내전이 벌어져 커지는 혼란을 마무리할 것”이란 내용도 포함됐고, 서한이 게재된 곳은 극우 성향 잡지 <발뢰르 악튀엘>이었다. 장성들의 쿠데타 위협으로 인식됐을 만큼 매우 심각한 사건이었다.

외교 노선도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트린 이유 중 하나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외교 노선은 “미·중 갈등에 끌려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긴장 관계를 이어나가면서, 중국과의 우호를 다지는 노선을 추구한다.

이런 상황서 발생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공화당 강경파는 고립주의를 지향한다. NATO(북대서양 조약 기구) 내 미군의 비중 축소를 원하는 것이다. 유럽 각국이 러시아에 대적할 수단은 현실적으로 NATO밖에 없어서, 프랑스서도 비판 여론이 조성됐다.

원내 3석 소수정당이…
양당 충성도 직시해야

여러 내우외환이 이어지면서 마크롱 대통령과 여당은 선거서 계속 참패했다. 지난 2020년 6월 진행된 지방선거에선 대도시에 출마한 후보들이 전원 낙선했다. 사회당은 녹색당의 지원을 받아 파리시장 당선자를 배출했고, 국민연합은 극우 정당 사상 최초로 인구 10만 이상 도시의 시장을 배출했기 때문에 치명적이었다.

지난 2022년 6월 총선에선 여당 르네상스가 참여한 정당 연합 앙상블이 원내 다수당이 됐지만,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다. 지난해 6~7월 진행된 유럽의회 선거와 총선서도 참패했고, 지난해 12월엔 내각 불신임안이 가결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19%였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태풍이 몰아친 지난 3월 27%로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도 마크롱 대통령의 오늘을 모르진 않는다. 이 후보는 지난 22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마크롱 대통령이 개혁하다가 지지율에 타격을 입었다”는 전제를 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그렇다면 이 후보와 개혁신당이 마크롱 대통령의 당선과정 못지않게 주시해야 하는 것은 지지율 추락 및 선거 참패 과정이다.


이 후보는 대통령 당선을 자신하지만, 개혁신당은 의석 3석을 보유한 소수정당이란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 후보와 개혁신당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정계 개편이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한다. 앙 마르슈 돌풍의 재현을 원하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각종 선거 참패엔 제3세력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전통적인 양당 지지자들의 충성도는 무시하기 어렵다. 우리 유권자들도 투표 성향을 잘 바꾸지 않는다. 따라서 이 후보는 “대통령 당선 시 양당의 압박을 상수로 두고, 각종 정책과 정계 개편의 당위성을 설득하면서 국민적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구조적 한계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비판 논거 중 하나는 ‘독선적’이란 것이었다. 이 후보의 평소 언행에 대한 호불호 논쟁이 많으므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한 후 47석 규모의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가 탄핵소추됐던 역사가 있다. 이 후보와 개혁신당이 마크롱 대통령의 오늘도 직시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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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