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는 자신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비유해 당선 가능성을 자신한다. 하지만 대선 출마의 목적은 당선이 아니라, 성공적인 국정 운영이다. 취임 이후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 고전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오늘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는 자신의 당선 가능성을 묻는 언론 인터뷰마다 자신의 경기 화성을 지역구 당선 경험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언급한다. 두 모델의 공통점은 양당의 대결 구도 상황서 제3후보가 갑자기 두드러져 당선됐다는 것이다.
40대 기수론
이 후보는 지난 22일 KBC <여의도초대석>과의 인터뷰서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은 40대 때 한 국가를 이끌었던 사람들”이라며 “프랑스서도 역동적으로 민주주의가 움직여 30대 마크롱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래 사회당 소속이었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서 30대 중반 나이로 경제산업디지털부 장관으로 취임해 규제 완화를 주도했다. 좌파 정부서 시도했던 규제 완화였기 때문에, 집중적인 비난에 시달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장관직서 물러나 신당 앙마르슈를 창당했고, 만 39세의 나이로 지난 2017년 대선서 당선됐다.
신당 창당 후 곧바로 대통령에 당선됐던 결정적 이유로는 프랑스의 대표 좌우 정당인 사회당·공화당이 국민의 신임을 잃었던 것을 들 수 있다. 집권여당이었던 사회당은 올랑드 대통령이 주도했던 노동개혁 날치기에 협조했다가 엄청난 비판에 시달렸다.
유력 대선주자였던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후보는 아내를 보좌관으로 취업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돼 함께 무너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양당이 자멸하는 상황서 진행된 1차 투표서 24%를 득표해 21.3%를 득표한 극우 정당 국민전선 마린 르펜 후보와 함께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선 국민전선의 집권을 바라지 않는 좌우 합작 바람이 일어나 66%를 득표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결선투표에선 조건부 지지가 대세로 자리 잡기 때문에 향후 대통령의 소통 의지가 중요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초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권위적인 언행 ▲측근과 여당 의원들의 돌출 행동·비리 의혹 ▲우클릭 정책에 대한 반발 등이 이어지면서 꾸준한 지지율 하락을 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야심 차게 제5공화국 역대 두 번째 여성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했던 실비아 굴라르 전 국방부 장관은 보좌관 허위 채용 의혹이 불거지자 자진 사퇴했다. 마크롱 대통령 당선 1등 공신이었던 리샤르 페랑 전 영토통합부 장관도 부인의 건물 임차 과정서 지방건강보험기금 기관장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했단 의혹을 받자 사퇴했다.
지지율 하락·선거 참패
내각 불신임당한 마크롱
마크롱 대통령의 경호원 출신으로서 20대의 나이로 대통령 보좌관이었던 알렉상드라 베날라 전 보좌관은 파리 시내 노동절 집회서 보호장구를 착용한 후 시위 참여자를 폭행하다가 적발돼 파면됐다. 이후 베날라 전 보좌관에 대해선 각종 권한 남용 의혹이 제기돼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이어진 핵심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됐다.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 노선에 대한 반발이 이어진 것도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회당 시절부터 노동 유연화·애국주의 교육 등 우파 성향을 드러냈다. 이 성향은 대통령 취임 이후 ▲유류세 인상 ▲연금개혁 ▲비유럽 출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국공립대학 등록금 15배 인상 ▲보안법 제정 등 형태로 이어졌다.
이 중 우리에게 가장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은 연금개혁이다. 개혁의 핵심은 수급 연령을 점진적으로 올리고, 기여 기간도 늘리는 것이었다. 이 법안이 의회서 통과되자, 프랑스 전역에선 마크롱 대통령을 루이 16세에 비유하는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프랑스 사회의 갈등 요소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이슬람교도 마크롱 대통령이 샌드위치 신세가 됐던 이유 중 하나였다. 지난 2023년 대규모 폭력 시위의 발생 원인은 만 17세 모로코계 소년이 경찰의 교통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하다가 총격을 받아 사망한 것이었다.

갈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수면 아래 잠들어 있었다. 지난 2021년엔 전직 장성 20명을 대표로 내세운 1000명 이상의 전·현직 군인들이 프랑스 내 이슬람교 신자들에 대한 통제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마크롱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 서한엔 “방치하면 내전이 벌어져 커지는 혼란을 마무리할 것”이란 내용도 포함됐고, 서한이 게재된 곳은 극우 성향 잡지 <발뢰르 악튀엘>이었다. 장성들의 쿠데타 위협으로 인식됐을 만큼 매우 심각한 사건이었다.
외교 노선도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트린 이유 중 하나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외교 노선은 “미·중 갈등에 끌려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긴장 관계를 이어나가면서, 중국과의 우호를 다지는 노선을 추구한다.
이런 상황서 발생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공화당 강경파는 고립주의를 지향한다. NATO(북대서양 조약 기구) 내 미군의 비중 축소를 원하는 것이다. 유럽 각국이 러시아에 대적할 수단은 현실적으로 NATO밖에 없어서, 프랑스서도 비판 여론이 조성됐다.
원내 3석 소수정당이…
양당 충성도 직시해야
여러 내우외환이 이어지면서 마크롱 대통령과 여당은 선거서 계속 참패했다. 지난 2020년 6월 진행된 지방선거에선 대도시에 출마한 후보들이 전원 낙선했다. 사회당은 녹색당의 지원을 받아 파리시장 당선자를 배출했고, 국민연합은 극우 정당 사상 최초로 인구 10만 이상 도시의 시장을 배출했기 때문에 치명적이었다.
지난 2022년 6월 총선에선 여당 르네상스가 참여한 정당 연합 앙상블이 원내 다수당이 됐지만,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다. 지난해 6~7월 진행된 유럽의회 선거와 총선서도 참패했고, 지난해 12월엔 내각 불신임안이 가결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19%였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태풍이 몰아친 지난 3월 27%로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도 마크롱 대통령의 오늘을 모르진 않는다. 이 후보는 지난 22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마크롱 대통령이 개혁하다가 지지율에 타격을 입었다”는 전제를 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그렇다면 이 후보와 개혁신당이 마크롱 대통령의 당선과정 못지않게 주시해야 하는 것은 지지율 추락 및 선거 참패 과정이다.
이 후보는 대통령 당선을 자신하지만, 개혁신당은 의석 3석을 보유한 소수정당이란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 후보와 개혁신당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정계 개편이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한다. 앙 마르슈 돌풍의 재현을 원하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각종 선거 참패엔 제3세력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전통적인 양당 지지자들의 충성도는 무시하기 어렵다. 우리 유권자들도 투표 성향을 잘 바꾸지 않는다. 따라서 이 후보는 “대통령 당선 시 양당의 압박을 상수로 두고, 각종 정책과 정계 개편의 당위성을 설득하면서 국민적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구조적 한계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비판 논거 중 하나는 ‘독선적’이란 것이었다. 이 후보의 평소 언행에 대한 호불호 논쟁이 많으므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한 후 47석 규모의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가 탄핵소추됐던 역사가 있다. 이 후보와 개혁신당이 마크롱 대통령의 오늘도 직시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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