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여론조사 운명의 일주일

실수 한방이면 ‘훅’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온 나라를 뒤흔들던 숫자놀음이 일단 멈췄다. 투표 당일까지는 새로운 숫자를 볼 수 없다. 이른바 ‘깜깜이’ 기간이다. 선거판서 일주일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이 시작됐다. 이 기간에 실시되는 대선 여론조사는 투표 당일인 오는 3일 오후 8시까지 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 표심 흐름을 알 수 없기에 ‘블랙아웃’ ‘깜깜이’ 기간으로 불린다.

유리한 고지

공직선거법 제108조(여론조사의 결과 공표 금지 등)는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 마감 시각까지 선거에 관해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표심을 예측할 수 없는 기간이라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대 대선을 보면 분명한 공식이 존재한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앞선 후보가 실제 대선에서도 이겼다는 사실이다.

한국갤럽의 13~20대 대선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투표일을 열흘 남짓 앞두고 치러진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후보가 모두 승리했다.


김영삼 후보가 당선된 1992년 14대 대선, 김대중 후보가 승리한 1997년 15대 대선은 물론 노무현 후보가 이긴 2002년 16대 대선과 박근혜 후보가 대권을 잡은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이 공식이 적중했다. 대선 기간 내내 여론조사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했던 선거였다.

지난 대선 역시 본 투표 일주일 전 갤럽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39%,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38%의 지지율을 보였다. 오차범위(±3.1%p) 내였지만 윤 후보가 앞섰다. 실제 투표 결과는 0.73%p 차이로 윤 후보의 승리였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5월4주차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45%,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36%였다. 9%p 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2~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한 5월 4주차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에서도 이 후보가 46.6%, 김 후보가 37.6%로 오차범위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9~21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5월4주차 전국지표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100%)에서도 이 후보가 46%, 김 후보가 32%였다.

깜깜이 기간 직전에 진행한 결과도 이변은 없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6~27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에서 민주당 이 후보가 49.2%, 김 후보는 36.8%,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10.3%를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한 이 후보가 다른 후보보다 대권에 가까이 서 있는 셈이다.


다만 눈여겨볼 대목은 민주당 이 후보와 김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여론조사 결과가 종종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시작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그때부터 60일 동안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공표 금지 전 1위 승리 공식
이준석 여성 발언 변수 될까

조기 대선의 배경 자체가 12·3 비상계엄이기에 민주당이 크게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비상계엄을 해제하는 과정서 최선봉에 섰고 탄핵 정국을 이끌었다. 그러면서 당 대표였던 이 후보가 대선 정국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실제 이 후보는 대선 기간 내내 여론조사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누구와 붙어도 10~15%p 차이를 보일 정도로 ‘1강’ 구도가 굳어진 듯했다.

하지만 대선일에 가까워질수록 김 후보와의 차이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김 후보와 개혁신당 이 후보의 지지율 단순합이 민주당 이 후보보다 오차범위 내지만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민주당 이 후보의 집권을 막기 위해 보수가 결집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지난달 29일 사전투표가 시작되기 전까지 김 후보와 개혁신당 이 후보 사이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대선은 3자 구도로 굳어졌다. 국민의힘은 대선 초기부터 ‘반명(반 이재명) 빅텐트’를 구상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세 번의 TV토론도 마무리된 상태서 이제 후보들에게 남은 건 유세전뿐이다.

각 후보는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불러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선 투표율은 지방선거나 총선과 비교해 높은 편이었다. 직전 대선(77.1%)을 포함해 18대 대선(75.8%), 19대 대선(77.2%) 등 세 번의 선거서 투표율은 75%를 웃돌았다. 사전 투표를 비롯해 투표일이 3일에 이르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선 막판 변수로 ‘말’을 꼽았다.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등을 거치며 유권자의 정치 관심도가 최고조에 이른 상황서 한번의 말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개혁신당 이 후보가 마지막 TV 토론회서 한 여성 관련 발언이 막바지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여기에 아이돌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가 SNS에 올린 사진이 정치 논란에 휘말리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이 말 그대로 뒤집혔다.

개혁신당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TV 토론회서 여성의 신체와 관련한 폭력적 표현을 인용하며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에게 여성 혐오인지를 물었다. 발언 내용은 민주당 이 후보의 아들이 댓글로 썼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여성 혐오’ 논란이 불거지자 개혁신당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불편한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하겠다”면서도 “순화해서 표현한 것이고 어떻게 더 순화해야 할지 모르겠다. 제 입장에서는 그런 언행이 만일 사실이라고 한다면 충분한 검증이 필요한 사안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성계는 사퇴를 촉구하며 반발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대통령선거 후보로서 시민 앞에 선 자리서 여성 시민에 대한 폭력과 비하 표현을 그대로 재확산한 작태는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여성 혐오에 편승해온 (개혁신당) 이 후보가 오직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목적의 혐오 표현으로 여성을 언급하는 저열한 작태에 분노와 모멸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막판 뒤집기?

개혁신당 이 후보의 여성 관련 논란은 지난 대선 때도 있었다.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였던 그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는 등 반페미니즘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그 결과 20·30대 여성의 지지가 민주당 이 후보로 급격하게 쏠리면서 대선 구도가 요동쳤다. 이번엔 선수로 뛰고 있는 상황서 실제 득표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