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지 않은 호남 공략법

득표율 90% 노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보수 텃밭을 지나 전남 광양, 여수, 순천, 목포로 향했다. 오래전부터 지켜온 전통 있는 텃밭이지만,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호남 득표율 90%를 목표로 한 더불어민주당의 해법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를 잇달아 찾은 뒤 지난 15일 경남 하동 화개장터에서 ‘동서 화합’ 간담회를 가졌다. 이 후보의 배우자인 부인 김혜경씨는 하루 전날인 14일 5·18 희생자 가족이 모인 오월어머니집 등을 찾아 남편 지원 사격에 나섰다.

텃밭 다지기

민주당 의원들도 총력에 나섰다. 5선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전남 완도에 위치한 5일장을 찾아 “이 후보를 보면 마치 김대중 대통령이 부활해 돌아온 것 같다”며 “이재명은 제2의 김대중”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과거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김대중 대통령처럼, 지금처럼 민생 문제가 심각한 시기에는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인물은 오직 이재명 후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을 보면 김대중이 보이고, 김대중을 보면 이재명이 보인다”며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파란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호남이지만 민주당이 넘어야 할 허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호남 홀대론’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호남 지역을 방문하면 반겨주시는 분이 대부분이지만 ‘서운하다’ ‘섭섭하다’ 등의 말씀을 하시는 분이 계시는 건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영남권에 집중사격을 하다 보니 (호남에) 소홀해진 면이 있어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다. 누구 하나 서운하지 않게 구석구석 잘 보듬으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선거가 시작되면 언제나 호남 민심에 구애해 왔지만 막상 지역 주민들은 여태 지역발전이 이뤄지지 않아 회의감을 느낀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호남 출신, 민주화 정신 다 좋지만 결국엔 경제가 돌아야 사람이 산다. 지난번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저도 호남사람입니다’라고 했다가 뭇매 맞는 것을 보지 않았나.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가 컸지만 ‘호남 출신, 그래서 뭐?’ 하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번 찍어 줬는데 “쪼까 서운하제”
이번에도 불거진 ‘홀대론’ 어쩌나

지난 2일 한 전 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광주에 위치한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려고 했으나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날 한 전 총리는 국립5·18민주묘지로 향했지만 ‘오월영령 능욕하지 말라’ 등 팻말을 든 시민들에게 가로막혔다.

그러자 한 전 총리는 입가에 두 손을 오므려 모은 뒤 시민을 향해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미워하면 안 됩니다”라고 소리쳤지만 “내란 동조자는 물러가라” 등 시민의 항의에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이번 조기 대선은 정권교체 성격이 강하다. 매 선거 때마다 “민주당이 우리에게 뭘 해줬냐”는 섭섭한 마음이 앞서지만 이번에는 비상계엄으로 인한 대통령 파면 후 선거라는 특수성을 띠고 있다


지난 4월 치러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서 호남은 이 후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정권교체에 힘을 실었다. 이 후보는 지난 4월26일 오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호남권 순회 경선 결과 88.69%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호남권 권리당원 유효 투표자수 19만8885명 중 88.70%인 17만6404표를 받았다. 대의원 1924명 중에서는 1686명의 표를 받아 87.63%를 기록했다. 충청권·영남권·호남권 누적 투표 결과 역시 과반수가 넘는 89.04% 득표였다.

다만 ‘90% 득표율’이란 벽을 넘지 못하면서 ‘압도적 승리’로 이어지진 못했다. 지난 20대 대선서 이 후보가 0.73%p 차이로 패배했을 당시 호남서 81%를 득표한 만큼 이번 득표율이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93% 이상 나와야 압도적으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마음 둘 곳이 없는 중도층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지난 총선서 조국혁신당이 호남 돌풍을 일으키면서 ‘민주당 대안론’을 띄운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탄핵 정국서 치러진 담양군수 재선거 당시 민주당이 패배하면서 호남이 경고장을 던졌다. 패배 직후 이 후보는 “담양의 민심은 더욱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이번 선거 기간 많은 호남 시민들께서 ‘매번 민주당을 열성적으로 지지했지만 정작 내 삶은 변하지 않았다’는 호된 질책을 내려주셨다”고 말했다.

‘호남인 호소’ 한덕수 씨알도 안 먹혀
AI·공공의대 승부수, 이번엔 다를까?

호남 홀대론을 해소하기 위해선 그동안 묵혀둔 지역별 숙원 사업과 지역발전을 확실하게 이뤄낼 구체적인 공약이 필요하다.

이 후보는 호남 민심 회복을 위해 AI 육성과 재생 에너지, 그리고 공공의대를 큰 틀로 제시했다. 광주를 AI 산업 선도 도시로 육성하고 호남 전역에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등 미래 먹거리를 챙기는 동시에 에너지 고속도로로 주요 산업 단지를 연결하고 전남·전북에 국립의대를 설립해 인력 양성·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인 주철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여수 석유 화학과 광양 포스코 제철 산업이 가장 대표적인 산업인데 불황으로 경쟁력을 잃어 위험에 처해 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국가가 특별법을 제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며 “20개가 넘는 대기업이 있지만 스스로 구조 조정이 안 된다. 따라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정부 주도로 구조를 조정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남은 가장 풍부한 게 농지와 바다인데 이를 활용하는 주민 참여형 태양광 등으로 전남을 신재생에너지 허브로 육성하겠다. 아울러 첨단 AI 산업 핵심 기지로 삼겠다는 미래 발전 공약도 세심하게 챙기고 있다”고 부연했다.

도민들이 경제 공약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 의원은 “지난 3년간 전남의 경우 국가 정책과 예산 지원 등에서 소외됐기 때문에 다음 정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왕 하는 김에 (민주당을) 압도적 지지로 당선시켜 확실한 정책 배려와 예산을 마련해 사업을 달성하고 미진한 지역을 개발해 삶을 향상시키자는 기대감이 있다”고 밝혔다.

호남은 아직 민주당을 향한 애정을 거두지 않은 듯하다.


주 의원은 “3년 전하고 분위기가 다르다. 전남도당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를 구성할 때 4대 종단인 불교·원불교·개신교·천주교가 참여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선대위도 결의에 차 있고 도민들도 상당히 호응해주고 계신다.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내란을 극복해야 하니 똘똘 뭉쳐 함께 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래도 파란색

광주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양부남 의원 역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광주를 AI 산업 도시와 아시아 문화 중심 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도 군 공항 이전과 광주천 수변 조성 등 구체적인 공약을 발굴하고 있다”며 “호남 민심은 축제 분위기다. 선거 유세를 하면서 지역 주민분들을 뵐 때면 힘이 펄펄 난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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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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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