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흔들 건진 게이트 추적

기도비로 받은 수상한 돈다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주목받았던 무속인 건진법사를 둘러싼 의혹이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지역 시장 공천으로부터 시작된 그의 범죄 의혹은 의원직은 물론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진행됐다.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에 대한 검찰 조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검찰이 전씨에게 금품을 줬다는 진술과 더불어 현금 뭉치, 대량의 명함을 확보하면서 이른바 ‘건진 게이트’가 슬슬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탁 명목
금품 수수?

전씨에 대한 수사는 지난 1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을 미끼로 거액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시작됐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2018년 1월 자신의 법당서 사업가 이모씨가 데려온 영천시장 선거 출마 예정자 정모씨와 그의 조력자 A씨를 만났다.

현재 이씨는 가상자산 퀸비코인의 개발업체 운영자로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횡령)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씨는 지난 2017년에 다른 사람 소개로 전씨와 알게 된 사이라고 한다. 전씨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이하 가상자산범죄합수단)서 이씨 혐의를 수사하다가 전씨의 혐의를 포착해 수사 대상이 됐다.

당시 정씨 등이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자 전씨는 ‘국회의원 B씨를 통해 공천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그 자리서 전씨가 B에게 전화한다고 하면서 통화 상대방에게 ‘정씨 공천을 도와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어 하루 뒤 A씨가 전씨의 법당서 1억원을 전씨에게 건넸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그 자리에도 이씨가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 이틀을 앞둔 지난 1월10일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전씨 공소장에는 검찰이 아직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어 법조계에서는 재판 과정과 추가 수사를 통해 전말이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소장에는 전씨가 정씨에게 ‘국회의원 B씨를 통해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 ‘B씨에게 전화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전씨가 실제로 통화한 사람에 대해 공소장에는 ‘상대방’이라고만 돼있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전씨의 통화 기록을 검찰이 확인했다면 상대방이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공소장에 상대방이라고만 했으니 실제로 B씨와 통화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 대기업 임원, 법조인, 검·경 인사…
돈 받고 ‘용산’ 연결고리 브로커 역할 의심

또 전씨가 정씨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의 행방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검찰 조사 내용대로 전씨가 국회의원 B씨에게 공천 청탁을 하고 돈을 받았다면 이후 돈 흐름도 밝혀져야 한다. 검찰 수사 과정에 전씨는 B씨에게 돈을 건넨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도 전씨에게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법조인은 “불법 자금 수사는 돈의 출발점부터 종착점까지 밝혀내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전씨에게 다른 혐의가 있는지의 여부도 밝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과시하며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있다.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혐의를 입증하기 힘든 큰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입증이 상대적으로 쉬운 사건을 먼저 수사해 피의자를 압박하는 경우가 있다”고 제언했다.

검찰은 이 같은 지적을 의식했는지 전씨의 지방선거 공천 헌금 의혹을 발판 삼아 전씨의 모든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전씨가 받은 금품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 측 관계자의 휴대전화서 확보된 문자메시지가 시발점이 됐다. 전씨가 당시 통일교 본부장 윤모씨와 나눈 문자 내용에는 “큰 그림 함께 만들어보셔요. 그리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두고 산업은행 등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의견 교환하겠습니다” 등이 포함됐다.

윤씨가 ‘산업은행 PF’를 언급한 것은 산은의 부산 이전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5월 윤석열정부 출범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산은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국가균형 발전과 글로벌 금융 중심지 육성을 도모한다는 취지에 따라 대통령실과 국토교통부 등이 주도적으로 추진해 왔다.

공소 의문
수사 확대

그러나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를 기점으로 제동이 걸렸고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현재는 사실상 좌초 상태다.

이 밖에 전씨는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의 만남도 주선했다. 그는 먼저 2022년 12월22일 오후 5시쯤 향후 예정된 윤 의원, 대한체육회장과의 점심 자리에 윤씨를 초대했다. 윤씨는 이를 사양한 후 윤 의원을 따로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실제로 윤씨는 2022년 12월27일 점심 자리에 윤 의원도 초대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윤 의원에게 말해 보겠다”고 답한 전씨는 16분 만에 “윤 의원 참석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상황서 윤씨는 전씨에게 고문료 명목의 돈을 건넸다. 전씨는 이에 대해 “(내 인맥을 이용해)대통령 내외에게 접근하기 위한 차원은 아니었다”며 “윤씨가 이쪽(윤정부) 정권에 가까운 사람을 만나려고 했던 것 같은데 힘없는 나를 잘못 골랐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전씨는 윤 전 대통령 부부 등을 윤씨에게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12월 윤씨의 사무실과 자택, 전씨의 법당과 거주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비슷한 시기 진행된 서울 강남구 소재 전씨의 은신처 압수수색에서는 현금 1억6500만원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중 5000만원어치 신권은 한국은행이 적힌 비닐로 밀봉돼있었으며, 비닐에는 기기 번호, 담당자, 책임자, 일련번호와 함께 윤 전 대통령 취임 3일 후인 2022년5월13일이란 날짜가 찍혀있었다.

전씨는 검찰 조사 당시 “(이를 포함해 기도 명목으로)돈을 사람들이 뭉텅이로 갖다준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한국은행 거래는 신권을 받을 때 한다”며 “이번처럼 ‘사용권’이라고 기재되고 비닐로 밀봉된 돈이 은행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본 적이 없어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명함만
수백장

한국은행 측은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에 “발행일자, 책임자, 일련번호로는 출처를 파악할 수 없고, 어느 금융기관으로 나간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검찰은 해당 뭉칫돈의 출처를 추적 중이다.

또 전씨의 계좌 추적 과정서 수상한 자금흐름을 포착하기도 했다. 10년간 직업이 없던 전씨 아내 김모씨 계좌에 거액의 돈이 입금된 것이다.


지난 2017년 7월부터 지방선거가 있었던 2018년까지 김 전 여사 명의 계좌로 입금된 수표와 현금은 모두 6억4000만원으로, 이 가운데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이 입금된 경우는 모두 13차례였다. 총 4억7000여만원에 달했고 한번에 1억6000만원짜리 수표가 입금되기도 했다.

또 검찰은 전씨가 통일교 간부로부터 김건희 전 여사의 선물 목적으로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금품을 받은 정황도 수사하고 있다.

가상자산범죄합수단은 지난 20일 전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전씨 휴대전화인 이른바 ‘법사폰’ 포렌식 과정서 윤씨로부터 ‘김 여사 선물’이라며 고가 목걸이를 받은 정황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조사에서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윤씨는 앞서 통일교 내부 행사에서 윤 전 대통령을 2022년 3월22일 만나 1시간 독대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씨는 이에 대해 “윤씨가 도움을 주겠다고 해 500만원씩 두 차례 받았다. 구체적인 시기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고문료일 뿐, (윤씨가) 대통령 내외에 접근하기 위한 차원은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씨가 2022년 대통령선거 때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조직인 ‘네트워크본부’ 고문 활동 전후로 공천과 인사를 청탁받은 정황도 조사하고 있다. 청탁 의혹을 받는 윤 의원은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씨의 공천 요구나 인사 청탁을 들어줄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씨가 윤 의원과의 친분을 이용해 돈을 받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씨는 ‘기도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윤 의원도 “전씨가 공천 장사를 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윤정부 막후 실세 의혹…국정에도 개입?
통일교 ‘김건희 선물’ 다이아 목걸이 포착

하지만 전씨와 윤 의원의 교류 정황이 나오고 있다. 의혹은 전씨의 인사 청탁에 그치지 않는다. 윤 의원이 2021년 12월15일 네트워크본부와 관련한 부정적 내용을 전씨에게 공유한 후 “권성동 의원과 제가 완전히 빠지는 게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요”라고 하는 등 전씨에게 조언을 구하는 문자 등이 다량 확인됐다.

두 사람의 인연을 추정케 할 만한 자료도 검찰 수사 과정서 확보됐다. 전씨 일가의 광산 사업과 관련한 자료다. 전씨는 2012년부터 광산 사업을 추진했다. 배우자 명의로 경기도 가평 소재 산에 대한 광산 채굴권을 따내는 게 골자였다. 다만 전씨 측은 2012~2017년 경기도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 전씨의 ‘광산 채굴권’ 관련 서류서 윤 의원이 전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시지 인쇄물이 발견됐다. “12월 초 광업등록사무소의 공문을 받고 청문 절차에 따라 소명하면 1년 추가 유예하는 것으로 사무소와 맞춰놨다”는 내용이다.

이는 채굴권 첫 등록 후 6년이 지난 시점인 2017년 11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전씨 측의 광산 사업은 경기도가 2018년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실패했다. 그러나 광업등록사무소는 2017년 전씨 배우자 명의의 개인사업자에 대해 2019년까지 유예해줬다.

검찰이 확보한 내용대로 ‘1년 추가 유예’가 된 셈이다. 이에 대해 광업등록사무소 측은 “특정인이 산자부와 말을 맞출 수는 없는 구조”라고 전제하면서도 “그간 담당자가 바뀌어 당시 상황을 설명해 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앞서 전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던 중 “윤 의원이 과거 전씨의 석산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는 게 보좌진의 설명”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광산 채굴과 관련한 문건(2017년)과 공천 헌금 사건(2018년) 당시 윤 의원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주요 당직을 맡고 있었다.

윤 의원 측은 이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여러 의혹에 대해 수사 의뢰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를 둘러싼 의문은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이 전씨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서 명함 수백여장이 모여있는 ‘명함 묶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법당과 주거지서 각각 확보한 명함 묶음은 그간 전씨를 찾아왔던 전·현직 대기업 임원, 국회의원 등 정치권 관계자, 검사 등 법조인, 경찰 간부 등의 것으로 알려졌다.

“모르는
사람 없어”

일부 대기업 임원들은 윤석열정부 들어 회장 연임을 청탁하기 위해 전씨를 직접 찾았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대기업 대표도 전씨 법당을 자주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 법당에는 인사를 앞두고 검찰 간부와 지방경찰청 총경 등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검찰 조사 과정서 “대기업서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은 전씨의 휴대폰인 이른바 ‘법사폰’과 압수한 명함을 대조해 관련자 수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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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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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잊히고 싶다던 사람의 행보는 절대 아니지 않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국민 행보를 시작했다. 전임 대통령과 달리 퇴임 후에도 활발한 활동으로 입길에 오르더니 최근에는 그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을 얼마 앞둔 시점에 남긴 “잊히고 싶다”는 말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보수 정당은 문 전 대통령의 말을 ‘허언’이라고 치부하는 중이고 진보 세력에서도 “좀 너무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임 대통령의 행보라고 하기엔 과하다는 지적이다. 의도 없어도 정치 행보로 문 전 대통령은 2022년 3월30일 불교계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퇴임을 40일 정도 남긴 시점이었다. 앞서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 이후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와 계속 연관을 갖는다든지 그런 것은 일절 하고 싶지 않다”며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이 끝나고 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대국민 소통을 이유로 SNS를 시작했다. 책을 추천하거나 시국과 관련해 발언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행사에 참석해 직접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적도 있다. 선거 때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에게서는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문 전 대통령의 행보는 매번 입길에 올랐다. 전직 대통령인 만큼 행보 하나하나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다. 백번 양보해서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의 언행은 정치권은 물론 국민에게도 얘깃거리가 되곤 했다. 그런 문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유튜버로 깜짝 변신했다. 전직 대통령이 유튜버로 데뷔한 사례 역시 역대 최초다. 무엇보다 영상 제작을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겸손방송국’이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해석이 줄을 잇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초 친명 측서 민감하게 반응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에 게재된 ‘EP. 1 시인이 된 아이들과 첫 여름, 완주’ 영상에 출연했다. 채널명인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는 경남 양산에서 운영 중인 서점이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평산책방’ 계정에 45초 남짓의 영상을 올려 유튜버로서의 출발을 알린 바 있다. 영상은 문 전 대통령과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됐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책방의 ‘책방지기’로 소개됐다. 첫 번째 추천작은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였다. 소년보호 사건 재판에서 보호위탁 처분을 받은 경남 청소년위탁센터의 청소년 76명이 작성한 시를 엮어 만든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아이들은 앞으로 우리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느냐, 안 그러면 계속 빗나간 생활을 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애들은 들어주기만 해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집의 표제시인 ‘가만히’를 가장 기억에 남는 시로 꼽았다. 두 번째 책으로는 류기인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부장판사 등이 엮은 <네 곁에 있어줄게>를 추천했다. 청소년회복센터 교사, 자원봉사자 등이 소년재판과 소년사건 현장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담은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책은 평산책방이 직접 출판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출판할 수 있었다”면서 “책이 많이 팔려서 아이들에게 인세(저작권 사용료)를 나눠주고 아이들이 ‘시집도 냈고 인세도 받았다’는 자긍심으로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유튜버 데뷔는 정치권을 흔들었다. SNS 글, 직접 발언 등으로 메시지를 던진 적은 있지만 고정 출연을 명목으로 한 주기적인 방송 활동은 그 영향력에 있어서 결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문 전 대통령의 행보에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친명(친 이재명)계’ 쪽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뜬금없이 갑자기 왜? 실제 유튜브 영상은 물론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커뮤니티 등에는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잊혀지고 싶다고 했으면 조용히 있어달라’ ‘왜 대통령이 순방길에 나선 시점에 유튜브를 하나’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영상 제작을 맡은 김씨와의 연관성을 언급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와 연결 짓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전쟁이 본격화할 즈음에 ‘친문(친 문재인)’ 세력을 규합해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후보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 민주당 지지층이 친명과 친문(친 문재인)으로 갈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사이가 미묘하게 흔들리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정 대표는 임기 초부터 이 대통령이 주목받아야 할 시기마다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도 정 대표는 당원 주권 강화를 취지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값을 1인1표로 하겠다는 내용을 두고 의견 수렴을 하겠다며 전 당원 여론조사를 밀어붙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당 대표 선거에서 ‘당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정 대표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연임을 노리고,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힘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친문 스피커로 불리는 김어준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 대표가 되기 전부터 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온라인 게시판에 자주 글을 남겼다. 당 대표 취임 후에는 “사법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진해 본회의에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사 글을 남기기도 했다. 공천 전쟁 친문 결집? 지난 6일 제주도에서 열린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워크숍 강연에선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봤을 때 <딴지일보>가 가장 바로미터”라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정 지지층에 휘둘린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타나면서 지방선거가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한편으로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과거와 비교해 많이 훼손된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기 내내 4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점, 퇴임 후의 행보가 지지세를 깎아 먹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게 지난해 총선 때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4·10 총선 당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 활동을 펼쳤다. 당시 그는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이라며 윤석열정부를 연일 공격했다. 국민의힘이 “최악의 정부는 문재인 정부”라고 정면 반박하면서 문 전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폭망’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부·울·경 일대를 돌며 민주당 후보 11명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9명이 낙선한 것이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지지층을 중심으로 ‘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졌다. 문 전 대통령의 등장이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보수층에서 ‘문 전 대통령 덕분에 보수가 결집했다’는 조롱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총선 유세 ‘폭망’ 조국 사면으로 민심 악화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사면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 수감된 상태였다. 조 대표가 받은 형량은 2년으로 만기 출소는 내년 2월로 예정돼있었다. 그런 그를 ‘광복절 사면’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조 대표 사면 요구는 이정부의 임기 초반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처음 정치권에서 조 대표의 사면 이슈가 흘러나왔을 당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역대 정부에서 임기 초에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점, 조 대표에 대한 민심이 부정적인 점 등이 근거로 떠올랐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대학 입시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 논란과 결합하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줬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크게 흔들린 시점도 조국 사태였고, 결정적으로 윤정부의 탄생에 단초가 됐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사면 요구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류가 변했다. ‘조국에게는 마음의 빚이 있다’는 문 전 대통령의 생각이 사면 요구로 나타나면서 조 대표의 사면을 지지하는 쪽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대통령) 임기 때에도 못 한 일을 왜 현 정부에 해달라고 하느냐’는 의견이 분출했다. 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조 대표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사면 요구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 부담 주지 말라는 의견도 빗발쳤다.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조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이겼다’ ‘친문 살아 있다’는 등의 말이 나왔다. 후폭풍은 거셌다. 60%대를 견고하게 유지하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주저앉았다. 공정 이슈가 훼손됐다고 생각한 2030세대가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 영향력은 두고 봐야 문 전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평산책방’ 계정에 올라오는 영상 중 ‘평산책방 TV’라는 코너에 고정 출연할 예정이다. 문 전 대통령이 내놓는 발언, 추천하는 책, 출연자 등이 하나하나 입방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트로이 목마’가 될까, ‘서포터’가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