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흔들 건진 게이트 추적

기도비로 받은 수상한 돈다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주목받았던 무속인 건진법사를 둘러싼 의혹이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지역 시장 공천으로부터 시작된 그의 범죄 의혹은 의원직은 물론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진행됐다.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에 대한 검찰 조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검찰이 전씨에게 금품을 줬다는 진술과 더불어 현금 뭉치, 대량의 명함을 확보하면서 이른바 ‘건진 게이트’가 슬슬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탁 명목
금품 수수?

전씨에 대한 수사는 지난 1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을 미끼로 거액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시작됐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2018년 1월 자신의 법당서 사업가 이모씨가 데려온 영천시장 선거 출마 예정자 정모씨와 그의 조력자 A씨를 만났다.

현재 이씨는 가상자산 퀸비코인의 개발업체 운영자로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횡령)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씨는 지난 2017년에 다른 사람 소개로 전씨와 알게 된 사이라고 한다. 전씨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이하 가상자산범죄합수단)서 이씨 혐의를 수사하다가 전씨의 혐의를 포착해 수사 대상이 됐다.

당시 정씨 등이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자 전씨는 ‘국회의원 B씨를 통해 공천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그 자리서 전씨가 B에게 전화한다고 하면서 통화 상대방에게 ‘정씨 공천을 도와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어 하루 뒤 A씨가 전씨의 법당서 1억원을 전씨에게 건넸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그 자리에도 이씨가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 이틀을 앞둔 지난 1월10일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전씨 공소장에는 검찰이 아직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어 법조계에서는 재판 과정과 추가 수사를 통해 전말이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소장에는 전씨가 정씨에게 ‘국회의원 B씨를 통해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 ‘B씨에게 전화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전씨가 실제로 통화한 사람에 대해 공소장에는 ‘상대방’이라고만 돼있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전씨의 통화 기록을 검찰이 확인했다면 상대방이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공소장에 상대방이라고만 했으니 실제로 B씨와 통화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 대기업 임원, 법조인, 검·경 인사…
돈 받고 ‘용산’ 연결고리 브로커 역할 의심

또 전씨가 정씨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의 행방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검찰 조사 내용대로 전씨가 국회의원 B씨에게 공천 청탁을 하고 돈을 받았다면 이후 돈 흐름도 밝혀져야 한다. 검찰 수사 과정에 전씨는 B씨에게 돈을 건넨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도 전씨에게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법조인은 “불법 자금 수사는 돈의 출발점부터 종착점까지 밝혀내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전씨에게 다른 혐의가 있는지의 여부도 밝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과시하며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있다.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혐의를 입증하기 힘든 큰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입증이 상대적으로 쉬운 사건을 먼저 수사해 피의자를 압박하는 경우가 있다”고 제언했다.

검찰은 이 같은 지적을 의식했는지 전씨의 지방선거 공천 헌금 의혹을 발판 삼아 전씨의 모든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전씨가 받은 금품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 측 관계자의 휴대전화서 확보된 문자메시지가 시발점이 됐다. 전씨가 당시 통일교 본부장 윤모씨와 나눈 문자 내용에는 “큰 그림 함께 만들어보셔요. 그리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두고 산업은행 등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의견 교환하겠습니다” 등이 포함됐다.

윤씨가 ‘산업은행 PF’를 언급한 것은 산은의 부산 이전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5월 윤석열정부 출범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산은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국가균형 발전과 글로벌 금융 중심지 육성을 도모한다는 취지에 따라 대통령실과 국토교통부 등이 주도적으로 추진해 왔다.

공소 의문
수사 확대

그러나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를 기점으로 제동이 걸렸고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현재는 사실상 좌초 상태다.

이 밖에 전씨는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의 만남도 주선했다. 그는 먼저 2022년 12월22일 오후 5시쯤 향후 예정된 윤 의원, 대한체육회장과의 점심 자리에 윤씨를 초대했다. 윤씨는 이를 사양한 후 윤 의원을 따로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실제로 윤씨는 2022년 12월27일 점심 자리에 윤 의원도 초대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윤 의원에게 말해 보겠다”고 답한 전씨는 16분 만에 “윤 의원 참석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상황서 윤씨는 전씨에게 고문료 명목의 돈을 건넸다. 전씨는 이에 대해 “(내 인맥을 이용해)대통령 내외에게 접근하기 위한 차원은 아니었다”며 “윤씨가 이쪽(윤정부) 정권에 가까운 사람을 만나려고 했던 것 같은데 힘없는 나를 잘못 골랐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전씨는 윤 전 대통령 부부 등을 윤씨에게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12월 윤씨의 사무실과 자택, 전씨의 법당과 거주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비슷한 시기 진행된 서울 강남구 소재 전씨의 은신처 압수수색에서는 현금 1억6500만원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중 5000만원어치 신권은 한국은행이 적힌 비닐로 밀봉돼있었으며, 비닐에는 기기 번호, 담당자, 책임자, 일련번호와 함께 윤 전 대통령 취임 3일 후인 2022년5월13일이란 날짜가 찍혀있었다.

전씨는 검찰 조사 당시 “(이를 포함해 기도 명목으로)돈을 사람들이 뭉텅이로 갖다준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한국은행 거래는 신권을 받을 때 한다”며 “이번처럼 ‘사용권’이라고 기재되고 비닐로 밀봉된 돈이 은행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본 적이 없어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명함만
수백장

한국은행 측은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에 “발행일자, 책임자, 일련번호로는 출처를 파악할 수 없고, 어느 금융기관으로 나간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검찰은 해당 뭉칫돈의 출처를 추적 중이다.

또 전씨의 계좌 추적 과정서 수상한 자금흐름을 포착하기도 했다. 10년간 직업이 없던 전씨 아내 김모씨 계좌에 거액의 돈이 입금된 것이다.

지난 2017년 7월부터 지방선거가 있었던 2018년까지 김 전 여사 명의 계좌로 입금된 수표와 현금은 모두 6억4000만원으로, 이 가운데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이 입금된 경우는 모두 13차례였다. 총 4억7000여만원에 달했고 한번에 1억6000만원짜리 수표가 입금되기도 했다.

또 검찰은 전씨가 통일교 간부로부터 김건희 전 여사의 선물 목적으로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금품을 받은 정황도 수사하고 있다.

가상자산범죄합수단은 지난 20일 전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전씨 휴대전화인 이른바 ‘법사폰’ 포렌식 과정서 윤씨로부터 ‘김 여사 선물’이라며 고가 목걸이를 받은 정황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조사에서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윤씨는 앞서 통일교 내부 행사에서 윤 전 대통령을 2022년 3월22일 만나 1시간 독대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씨는 이에 대해 “윤씨가 도움을 주겠다고 해 500만원씩 두 차례 받았다. 구체적인 시기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고문료일 뿐, (윤씨가) 대통령 내외에 접근하기 위한 차원은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씨가 2022년 대통령선거 때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조직인 ‘네트워크본부’ 고문 활동 전후로 공천과 인사를 청탁받은 정황도 조사하고 있다. 청탁 의혹을 받는 윤 의원은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씨의 공천 요구나 인사 청탁을 들어줄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씨가 윤 의원과의 친분을 이용해 돈을 받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씨는 ‘기도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윤 의원도 “전씨가 공천 장사를 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윤정부 막후 실세 의혹…국정에도 개입?
통일교 ‘김건희 선물’ 다이아 목걸이 포착

하지만 전씨와 윤 의원의 교류 정황이 나오고 있다. 의혹은 전씨의 인사 청탁에 그치지 않는다. 윤 의원이 2021년 12월15일 네트워크본부와 관련한 부정적 내용을 전씨에게 공유한 후 “권성동 의원과 제가 완전히 빠지는 게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요”라고 하는 등 전씨에게 조언을 구하는 문자 등이 다량 확인됐다.

두 사람의 인연을 추정케 할 만한 자료도 검찰 수사 과정서 확보됐다. 전씨 일가의 광산 사업과 관련한 자료다. 전씨는 2012년부터 광산 사업을 추진했다. 배우자 명의로 경기도 가평 소재 산에 대한 광산 채굴권을 따내는 게 골자였다. 다만 전씨 측은 2012~2017년 경기도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 전씨의 ‘광산 채굴권’ 관련 서류서 윤 의원이 전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시지 인쇄물이 발견됐다. “12월 초 광업등록사무소의 공문을 받고 청문 절차에 따라 소명하면 1년 추가 유예하는 것으로 사무소와 맞춰놨다”는 내용이다.

이는 채굴권 첫 등록 후 6년이 지난 시점인 2017년 11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전씨 측의 광산 사업은 경기도가 2018년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실패했다. 그러나 광업등록사무소는 2017년 전씨 배우자 명의의 개인사업자에 대해 2019년까지 유예해줬다.

검찰이 확보한 내용대로 ‘1년 추가 유예’가 된 셈이다. 이에 대해 광업등록사무소 측은 “특정인이 산자부와 말을 맞출 수는 없는 구조”라고 전제하면서도 “그간 담당자가 바뀌어 당시 상황을 설명해 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앞서 전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던 중 “윤 의원이 과거 전씨의 석산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는 게 보좌진의 설명”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광산 채굴과 관련한 문건(2017년)과 공천 헌금 사건(2018년) 당시 윤 의원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주요 당직을 맡고 있었다.

윤 의원 측은 이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여러 의혹에 대해 수사 의뢰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를 둘러싼 의문은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이 전씨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서 명함 수백여장이 모여있는 ‘명함 묶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법당과 주거지서 각각 확보한 명함 묶음은 그간 전씨를 찾아왔던 전·현직 대기업 임원, 국회의원 등 정치권 관계자, 검사 등 법조인, 경찰 간부 등의 것으로 알려졌다.

“모르는
사람 없어”

일부 대기업 임원들은 윤석열정부 들어 회장 연임을 청탁하기 위해 전씨를 직접 찾았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대기업 대표도 전씨 법당을 자주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 법당에는 인사를 앞두고 검찰 간부와 지방경찰청 총경 등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검찰 조사 과정서 “대기업서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은 전씨의 휴대폰인 이른바 ‘법사폰’과 압수한 명함을 대조해 관련자 수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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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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