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흔들 건진 게이트 추적

기도비로 받은 수상한 돈다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주목받았던 무속인 건진법사를 둘러싼 의혹이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지역 시장 공천으로부터 시작된 그의 범죄 의혹은 의원직은 물론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진행됐다.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에 대한 검찰 조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검찰이 전씨에게 금품을 줬다는 진술과 더불어 현금 뭉치, 대량의 명함을 확보하면서 이른바 ‘건진 게이트’가 슬슬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탁 명목
금품 수수?

전씨에 대한 수사는 지난 1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을 미끼로 거액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시작됐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2018년 1월 자신의 법당서 사업가 이모씨가 데려온 영천시장 선거 출마 예정자 정모씨와 그의 조력자 A씨를 만났다.

현재 이씨는 가상자산 퀸비코인의 개발업체 운영자로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횡령)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씨는 지난 2017년에 다른 사람 소개로 전씨와 알게 된 사이라고 한다. 전씨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이하 가상자산범죄합수단)서 이씨 혐의를 수사하다가 전씨의 혐의를 포착해 수사 대상이 됐다.

당시 정씨 등이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자 전씨는 ‘국회의원 B씨를 통해 공천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그 자리서 전씨가 B에게 전화한다고 하면서 통화 상대방에게 ‘정씨 공천을 도와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어 하루 뒤 A씨가 전씨의 법당서 1억원을 전씨에게 건넸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그 자리에도 이씨가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 이틀을 앞둔 지난 1월10일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전씨 공소장에는 검찰이 아직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어 법조계에서는 재판 과정과 추가 수사를 통해 전말이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소장에는 전씨가 정씨에게 ‘국회의원 B씨를 통해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 ‘B씨에게 전화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전씨가 실제로 통화한 사람에 대해 공소장에는 ‘상대방’이라고만 돼있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전씨의 통화 기록을 검찰이 확인했다면 상대방이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공소장에 상대방이라고만 했으니 실제로 B씨와 통화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 대기업 임원, 법조인, 검·경 인사…
돈 받고 ‘용산’ 연결고리 브로커 역할 의심

또 전씨가 정씨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의 행방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검찰 조사 내용대로 전씨가 국회의원 B씨에게 공천 청탁을 하고 돈을 받았다면 이후 돈 흐름도 밝혀져야 한다. 검찰 수사 과정에 전씨는 B씨에게 돈을 건넨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도 전씨에게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법조인은 “불법 자금 수사는 돈의 출발점부터 종착점까지 밝혀내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전씨에게 다른 혐의가 있는지의 여부도 밝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과시하며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있다.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혐의를 입증하기 힘든 큰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입증이 상대적으로 쉬운 사건을 먼저 수사해 피의자를 압박하는 경우가 있다”고 제언했다.

검찰은 이 같은 지적을 의식했는지 전씨의 지방선거 공천 헌금 의혹을 발판 삼아 전씨의 모든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전씨가 받은 금품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 측 관계자의 휴대전화서 확보된 문자메시지가 시발점이 됐다. 전씨가 당시 통일교 본부장 윤모씨와 나눈 문자 내용에는 “큰 그림 함께 만들어보셔요. 그리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두고 산업은행 등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의견 교환하겠습니다” 등이 포함됐다.

윤씨가 ‘산업은행 PF’를 언급한 것은 산은의 부산 이전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5월 윤석열정부 출범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산은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국가균형 발전과 글로벌 금융 중심지 육성을 도모한다는 취지에 따라 대통령실과 국토교통부 등이 주도적으로 추진해 왔다.

공소 의문
수사 확대

그러나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를 기점으로 제동이 걸렸고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현재는 사실상 좌초 상태다.

이 밖에 전씨는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의 만남도 주선했다. 그는 먼저 2022년 12월22일 오후 5시쯤 향후 예정된 윤 의원, 대한체육회장과의 점심 자리에 윤씨를 초대했다. 윤씨는 이를 사양한 후 윤 의원을 따로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실제로 윤씨는 2022년 12월27일 점심 자리에 윤 의원도 초대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윤 의원에게 말해 보겠다”고 답한 전씨는 16분 만에 “윤 의원 참석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상황서 윤씨는 전씨에게 고문료 명목의 돈을 건넸다. 전씨는 이에 대해 “(내 인맥을 이용해)대통령 내외에게 접근하기 위한 차원은 아니었다”며 “윤씨가 이쪽(윤정부) 정권에 가까운 사람을 만나려고 했던 것 같은데 힘없는 나를 잘못 골랐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전씨는 윤 전 대통령 부부 등을 윤씨에게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12월 윤씨의 사무실과 자택, 전씨의 법당과 거주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비슷한 시기 진행된 서울 강남구 소재 전씨의 은신처 압수수색에서는 현금 1억6500만원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중 5000만원어치 신권은 한국은행이 적힌 비닐로 밀봉돼있었으며, 비닐에는 기기 번호, 담당자, 책임자, 일련번호와 함께 윤 전 대통령 취임 3일 후인 2022년5월13일이란 날짜가 찍혀있었다.

전씨는 검찰 조사 당시 “(이를 포함해 기도 명목으로)돈을 사람들이 뭉텅이로 갖다준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한국은행 거래는 신권을 받을 때 한다”며 “이번처럼 ‘사용권’이라고 기재되고 비닐로 밀봉된 돈이 은행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본 적이 없어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명함만
수백장

한국은행 측은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에 “발행일자, 책임자, 일련번호로는 출처를 파악할 수 없고, 어느 금융기관으로 나간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검찰은 해당 뭉칫돈의 출처를 추적 중이다.

또 전씨의 계좌 추적 과정서 수상한 자금흐름을 포착하기도 했다. 10년간 직업이 없던 전씨 아내 김모씨 계좌에 거액의 돈이 입금된 것이다.


지난 2017년 7월부터 지방선거가 있었던 2018년까지 김 전 여사 명의 계좌로 입금된 수표와 현금은 모두 6억4000만원으로, 이 가운데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이 입금된 경우는 모두 13차례였다. 총 4억7000여만원에 달했고 한번에 1억6000만원짜리 수표가 입금되기도 했다.

또 검찰은 전씨가 통일교 간부로부터 김건희 전 여사의 선물 목적으로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금품을 받은 정황도 수사하고 있다.

가상자산범죄합수단은 지난 20일 전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전씨 휴대전화인 이른바 ‘법사폰’ 포렌식 과정서 윤씨로부터 ‘김 여사 선물’이라며 고가 목걸이를 받은 정황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조사에서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윤씨는 앞서 통일교 내부 행사에서 윤 전 대통령을 2022년 3월22일 만나 1시간 독대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씨는 이에 대해 “윤씨가 도움을 주겠다고 해 500만원씩 두 차례 받았다. 구체적인 시기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고문료일 뿐, (윤씨가) 대통령 내외에 접근하기 위한 차원은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씨가 2022년 대통령선거 때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조직인 ‘네트워크본부’ 고문 활동 전후로 공천과 인사를 청탁받은 정황도 조사하고 있다. 청탁 의혹을 받는 윤 의원은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씨의 공천 요구나 인사 청탁을 들어줄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씨가 윤 의원과의 친분을 이용해 돈을 받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씨는 ‘기도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윤 의원도 “전씨가 공천 장사를 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윤정부 막후 실세 의혹…국정에도 개입?
통일교 ‘김건희 선물’ 다이아 목걸이 포착

하지만 전씨와 윤 의원의 교류 정황이 나오고 있다. 의혹은 전씨의 인사 청탁에 그치지 않는다. 윤 의원이 2021년 12월15일 네트워크본부와 관련한 부정적 내용을 전씨에게 공유한 후 “권성동 의원과 제가 완전히 빠지는 게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요”라고 하는 등 전씨에게 조언을 구하는 문자 등이 다량 확인됐다.

두 사람의 인연을 추정케 할 만한 자료도 검찰 수사 과정서 확보됐다. 전씨 일가의 광산 사업과 관련한 자료다. 전씨는 2012년부터 광산 사업을 추진했다. 배우자 명의로 경기도 가평 소재 산에 대한 광산 채굴권을 따내는 게 골자였다. 다만 전씨 측은 2012~2017년 경기도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 전씨의 ‘광산 채굴권’ 관련 서류서 윤 의원이 전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시지 인쇄물이 발견됐다. “12월 초 광업등록사무소의 공문을 받고 청문 절차에 따라 소명하면 1년 추가 유예하는 것으로 사무소와 맞춰놨다”는 내용이다.

이는 채굴권 첫 등록 후 6년이 지난 시점인 2017년 11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전씨 측의 광산 사업은 경기도가 2018년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실패했다. 그러나 광업등록사무소는 2017년 전씨 배우자 명의의 개인사업자에 대해 2019년까지 유예해줬다.

검찰이 확보한 내용대로 ‘1년 추가 유예’가 된 셈이다. 이에 대해 광업등록사무소 측은 “특정인이 산자부와 말을 맞출 수는 없는 구조”라고 전제하면서도 “그간 담당자가 바뀌어 당시 상황을 설명해 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앞서 전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던 중 “윤 의원이 과거 전씨의 석산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는 게 보좌진의 설명”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광산 채굴과 관련한 문건(2017년)과 공천 헌금 사건(2018년) 당시 윤 의원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주요 당직을 맡고 있었다.

윤 의원 측은 이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여러 의혹에 대해 수사 의뢰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를 둘러싼 의문은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이 전씨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서 명함 수백여장이 모여있는 ‘명함 묶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법당과 주거지서 각각 확보한 명함 묶음은 그간 전씨를 찾아왔던 전·현직 대기업 임원, 국회의원 등 정치권 관계자, 검사 등 법조인, 경찰 간부 등의 것으로 알려졌다.

“모르는
사람 없어”

일부 대기업 임원들은 윤석열정부 들어 회장 연임을 청탁하기 위해 전씨를 직접 찾았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대기업 대표도 전씨 법당을 자주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 법당에는 인사를 앞두고 검찰 간부와 지방경찰청 총경 등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검찰 조사 과정서 “대기업서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은 전씨의 휴대폰인 이른바 ‘법사폰’과 압수한 명함을 대조해 관련자 수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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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