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연출 ‘막장 드라마’ 폭망 이유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5.12 12:02:51
  • 호수 15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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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반전’ 클리셰 종합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 갈등은 마치 막장 드라마와 같단 특징이 있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처럼 욕하면서 보는 막장식 정치 암투도 중독이란 특징이 있는 것 같다. 국민의힘에 “그래도 된다”는 신호를 준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후보 중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인 메시지를 제시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전 총리와 악수하는 사진을 배경으로 “나라를 구한 을지문덕, 나라를 구할 문수덕수”란 표어가 담긴 포스터까지 올렸을 정도였다.

단일화 스토리

김 후보가 지난 3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되자마자 받았던 질문은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문제였다. 하지만 김 후보는 여기선 “오늘 후보가 됐는데, 바로 단일화를 논하는 것은 이상하다”며 다른 태도를 보였다. 김 후보 캠프에선 “오는 25일까지 단일화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응도 나왔다.

그러자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곧바로 김 후보에게 강한 압박을 시작했다. 김 후보와의 상견례서도 단일화 문제부터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시한으로 정했던 날은 지난 6일이었다. 6일은 홍보물 인쇄 등 선거 실무 준비 시한이었고, 11일은 후보자 등록 마감 시한이었다. 아무리 늦어도 11일까진 단일화 관련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지어야 원활한 대선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매개로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이양수 의원에서 장동혁 의원으로 교체하려고 했다. 이어 대선 유세 중 단일화 협의를 위해 지도부가 자신을 찾아온단 이야기가 들리자,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서울로 돌아가는 강수를 뒀다. 이후 김 후보 측과 한 전 총리 측은 단일화 합의와 관련해 여러 차례 회동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새벽 김 후보 선출을 취소했다. 한 전 총리는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해 홀로 후보로 등록됐다. 국민의힘은 11일 당원투표를 거쳐 전국위원회서 한 전 총리를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원들은 이를 부결시켰고, 김 후보는 곧바로 대선후보로 복귀했다. 한 전 총리는 경선 탈락자의 선거 출마 자체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규정 때문에 대선에 출마할 길이 막혀 대권 도전도 그 순간에 끝났다.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된 태도를 바꾼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경선 절차를 치르고 정당하게 선출된 대선후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된다. 마치 배우자를 쫓아내고 불륜 상대를 집에 들여앉히려는 것으로 보이는 전형적인 막장 드라마식 전개가 이어진 것이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식 정치 암투
“그래도 된다” 신호 준 사람은?

막장 드라마는 극단적인 갈등을 주제로 전개된다. 개연성이 갖춰진다면, 극단적이더라도 ‘막장’이란 비난은 듣지 않는다. 따라서 막장 드라마로 거론되는 극본을 쓴 작가는 ‘막장’이란 평가에 예민하다. 이를 인정하면, 작가로서의 재능 부족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방영된 SBS <아내의 유혹>에선 아내의 친구기도 한 내연녀와 재혼하기 위해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장면이 나왔다. 가까스로 살아 신분을 세탁한 아내의 외형적 변화는 시청자들의 관점에선 오로지 얼굴에 점 하나를 찍은 것 뿐이었다. 그래서 “아내임을 몰라본다”는 설정에 비난과 조롱이 이어졌다.


지난 2009년 방영된 MBC <밥줘>는 남편이 아예 아내·내연녀와 같이 살면서 명절 차례를 지냈고, 죽은 시어머니의 영혼이 내연녀에게 충격을 줘 내연녀가 사망한다는 묘사도 나왔다. 심지어 아내가 전 남편과 내연남에게 “내게 감동을 준 사람과 재혼할 것”이란 선언을 해 비난을 들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밥줘>의 막장성을 심의한 후 사과 명령을 했고, MBC도 “우리도 이해하기 힘든 드라마라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MBC는 지난 2006년엔 <있을 때 잘해>라는 드라마를 방영했다. <있을 때 잘해>에선 남편이 자신의 불륜을 비난하는 아내에게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니, 불륜이라고 하지 말라”고 화를 내는 장면이 나와 크게 화제가 됐다.

채널 수 증가 등 방송가의 환경 변화와 맞물려, 방송국들은 드라마 편성을 줄이고 있다. 따라서 ‘막장 드라마’ 제작 열풍도 잦아들었다. 그 공백을 메운 것은 시사 대담 프로그램이다.

시사 대담은 정치인·변호사 등 패널 몇 명을 초대하고, 적당한 무대만 있으면 되는 간단한 구조로 구성된다. 그래서 제작비가 크게 들지 않는다. 미국식 토크쇼가 변형된 일본식 와이드 쇼 구성을 받아들인 이 형태는 종합편성채널이 시작했다.

극단적인 갈등 주제로 전개
후보 정해지자 곧바로 변심

그러다가 방송 환경 변화와 맞물려 공중파 방송국과 유튜브 채널로 확대됐다. 현실 정치와 막장 드라마의 공통점은 예측하기 어려운 막 나가는 전개에 있다. 한국인도 정치에 관심이 많다. 정확하게는 권력·이권을 둘러싼 정치공학적 암투와 막장성 전개에 관심이 많다.

아울러 막장 드라마를 일컬어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치공학적 암투는 욕하면서도 관심을 끊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흔히 ‘전략적 투표’로 포장되는 한국인의 투표 관성은 선호하는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 못지않게 싫어하는 정당과 정치인을 낙마시키기 위한 배척 성향으로 움직인다.

악역을 비난하기 위해 막장 드라마를 보듯이, 싫어하는 정당과 정치인을 비난하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국민의힘의 내부 갈등은 특정인을 최대한 빨리 쫓아내기 위해 몰아치듯이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다. 성 상납·악성 댓글 등 적정성을 불문한 소재들도 대거 동원된다. 정확한 사실 확인보다 낙인을 찍어 이미지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의 집요함도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3년 동안 윤 전 대통령과 친윤이 세를 움직여 쫓아낸 당 대표는 이준석·김기현·한동훈 등 3명에 이른다. 나경원 의원은 당 대표 출마를 준비하다가 큰 비난을 들으면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외교부 기후환경 대사직서 해임당했다.

막장 드라마 악역들은 “악행을 집요하게 반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후보를 둘러싼 대립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집요한 전개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정치의 막장성도 욕하면서도 관심을 끊지 못하는 고정층이 있어서 근절이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 구성원들이 유권자의 시선과 비난에 전혀 굴하지 않고 같은 행태를 이어가는 원인은 “그렇게 해도 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들이 총체적으로 심판하려고 했다면, 이들은 진작 낙선해 정치무대서 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구성원들에게 “그래도 된다”는 신호를 준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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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