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선배님’이라며 급작스레 극진한 예우를 표하고 있어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낭만의 정치인 홍준표를 기억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홍 선배님은 상대 진영에 있는 분이지만 밉지 않은 분이셨다” 평가했다.
그는 홍 전 시장이 “유머와 위트, 통합의 정신을 잊지 않는 진정한 정치가로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셨다”며 “솔직히 이번 대선서 제게는 홍 선배님 같은 노련한 정치가가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였다”고 털어놨다.
홍 전 시장의 정계 은퇴 선언에 대해선 “보수 정당을 위해 평생 헌신해오신 홍 선배님께서 결국 뜻을 펼치지 못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셔서 참으로 안타까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이 후보는 “홍 선배님의 국가 경영의 꿈, 특히 제7공화국의 꿈, 좌우 통합 정부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고 전진하자는 그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며 “첨단산업 강국을 위한 규제 혁신, 첨단기술 투자 확대, 모병제 등도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하는 등 정책 비전에 대해서도 지지 의사를 표했다.
이 후보는 “이 난국에 이념이나 진영이, 국익이나 국민 행복보다 중요하겠는가”라며 “어떤 정당을 지지했든 누굴 지지했든 간에 작은 생각의 차이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모두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길 바란다”고 통합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 하와이에 머물고 있는 홍 전 시장을 향해 “미국 잘 다녀오시라. 돌아오시면 막걸리 한잔 나누자”고 제안했다.
이 후보의 홍 전 시장을 향한 우호적인 메시지는 앞서 지난 10일에도 나왔던 바 있다.
이날 경남 창녕 방문 중 “여기가 홍 전 시장의 고향 맞나. 제가 며칠 전에 홍 전 시장과 전화를 했다”며 “전화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다. 그분이 저하고 정치적 입장이 다르기도 하고, 가끔 저한테 미운 소리도 해서 제가 삐질 때도 있긴 한데, 그분은 나름대로 자기의 입장을 그런대로 유지해 온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이 후보가 홍 전 시장을 연일 치켜세우는 것은 보수 진영 내에서 상당한 지지 기반을 가진 그의 지지층을 끌어안으며 외연을 확장하고, 중도층으로의 ‘우클릭’을 시도하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홍 전 시장이 국민의힘 2차 경선서 고배를 마신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홍심(洪心)’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이처럼 이 후보가 연일 중도 외연 확장과 ‘우클릭’에 빠져 홍 전 시장을 향해 낭만적인 찬사를 쏟아내고 있는 반면, 당사자인 홍 시장은 이 후보에 대해 여전히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홍 전 시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한 비판 글을 올리며 “그래, 이재명의 나라에서 한번 살아봐라”라며 “네(윤 전 대통령)가 이재명이에게 한 짓보다 열배나 더 혹독한 대가를 받을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는 이 후보가 지난 정권서 겪었던 각종 수사처럼, 윤 전 대통령 역시 집권 시 유사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해당 게시글은 올라온 지 약 3시간 만에 삭제됐다.
앞서 홍 전 시장은 지난 7일에도 윤 전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향해 경선 과정서의 불공정성을 강하게 제기하며 기존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를 냈던 바 있다.
그는 “아무래도 내가 겪은 경선 과정은 밝히고 떠나야겠다”며 “용산과 당 지도부가 김문수가 (나보다) 만만하니까 김문수를 밀어 한덕수의 장애가 되는 홍준표를 떨어뜨리자는 공작을 꾸몄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후보는 외연 확장을 위해 홍 전 시장에게 끊임없이 손을 내밀고 있지만, 이에 호응하기보다는 날카로운 비판으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좁혀지지 않는 간극 속에서, 이 후보의 계속되는 우클릭 전략이 유권자들에게 어떤 파급력을 미칠지, 다가오는 대선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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