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강선우 후폭풍’이 잦아들 틈도 없이 이재명정부에 또 다른 난관이 닥쳤다. 최동석 인사혁신처 처장의 과거 발언들이 ‘파묘’ 되면서 그가 논란의 한 운데에 선 것이다. 품어도, 내쳐도 인사 논란은 불가피하다. 일단 함께 가는 길을 택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달 20일 이재명 대통령은 인사혁신처 처장에 최동석 최동석인사조직연구소 소장을 임명했다. 당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최 소장에 대해 “인사와 조직관리에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각종 저술을 통해 체계적인 인사 시스템의 필요성을 국민께 알리는 데 기여했다”며 “공공과 민간에서 축적한 인사·조직관리 경험을 활용해 국민을 위해 유능하고 충직하게 일할 수 있는 공직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입조심
그러나 임명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최 처장의 과거 행적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수위 높은 발언도 서슴지 않아 종내에는 계파 간의 갈등이 불거질 조짐도 보였다.
앞서 최 처장은 지난달 한 유튜브 채널에서 “문 전 대통령이 오늘날 우리 국민이 겪는 모든 고통의 원천”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패배하자 우상호 현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을 겨냥해 “민주당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이낙연 전 총리와 김부겸 전 총리, 강훈식 현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의 사진을 올리고 “여기 있는 얼굴들을 다시는 정치판에 얼씬도 못 하도록 하면 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밖에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을 “기획된 사건”이라 주장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 처장이 만든 ‘APM(역량진단지수)’로 주요 정치인의 점수를 매긴 것도 화제다. 그는 ‘한국 문명을 발전시킨 사람들’로 이재명 대통령(96%)을 언급한 데 이어 ▲추미애 의원(78%) ▲송영길 전 의원(62%) 등을 상위 인사로 꼽았다. 반면 ‘문명을 퇴보시킨 사람’으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113%) ▲문재인 전 대통령(-70%)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60%) ▲조국 전 의원(-47%) 등을 언급했다.
이에 친문계(친문재인)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화가 많이 난다. 치욕스럽기까지 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는 최 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은 “최 처장이 한 말들은 경박하고 거칠기 짝이 없다. 하필 이런 사람을 꼭 써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더는 정부 수반에 부담을 주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고통 원인” “조, 문명 퇴보시켜”
쏟아지는 막말들⋯직격 친문계 ‘부글’
내부 갈등이 불거지자 국민의힘은 기세를 몰아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최 처장에 말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신 장·차관들은 다 문재인 같은 인간들, 무능한 인간들”이라며 “그런데 지금 관세협상을 주도하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조현 외교부 장관 모두 문재인정부 시절 차관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무능한 인간들이 대한민국의 국운을 건 관세협상을 이끌고 있다는 말이 된다”며 “이런 모욕을 듣고도 대통령에게 최동석 처장의 경질을 건의하지 못하는 비서실 내 고위직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까지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며 용산의 고민도 깊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미 지난 한 달 동안 이진숙·강선우 전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오광수 민정수석과 강준욱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등 낙마자가 발생하면서 이 이상 불미스러운 일은 정부에 치명타로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실은 최 처장을 둘러싼 논란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하다. 강 대변인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최 처장의 거취에 대해 “아직 특별한 대응 혹은 답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 역시 “최 처장에 대한 우려는 당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과거 언행을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처장을 향한 사퇴 요구가 거세지만 정작 장본인과 용산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 처장이 버틸수록 여당서는 불편한 기류가 강하게 흐르지만 이 대통령이 임명을 거두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일 하나하나 전부 꼬투리 잡아서 낙마시키고 임명 철회하면 누가 공직자를 하려고 하겠느냐”며 “당시 강 의원의 거취를 놓고 용산은 고민이 많았다. 한번 낙마하기 시작하면 이 사람 저 사람 다 끌어내리려고 할 텐데, 국정 운영 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강 의원 같은) 선례를 만들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짧은 시간 내에 장차관급 후보가 타격을 입은 이후에 용산은 인사 검증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최 처장까지 사퇴한다면 이 대통령에 대한 인사 부실 검증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 있다. 부실 인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큰 흠결이 없는 한 낙마자를 최소화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 말 끊더니 “유명해 죄송”
급 사과문에도 멈추지 않는 공세
크고 작은 소란이 벌어지면서 민주당에서도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 처장이) 너무 험한 말들을 많이 해서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다”며 “(최 처장이) 과거에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태도와 철학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처장이 자진해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나’라는 사회자 질문에 딱 떨어지는 답은 피하면서도 “여론이 안 좋은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을 강조하시고 또 공무원의 적극 행정과 면책도 강조하시는 측면에서 보면 인사혁신처장의 직위는 차관급이지만 그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최 처장이 대통령에게도 앞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29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무회의서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이 대통령이 발언하던 중 잠시 말을 끊더니 자신의 논란에 대해 “요새 유명해지고 있어 대단히 죄송스럽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국민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국민을 조롱하고 갖고 노는 거냐”고 질책했다.
결국 최 처장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은퇴한 경영학자로서, 나아가 인사조직론 전공자로서 우리 사회와 고위공직자들의 여러 문제점을 직시해왔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비판해왔다”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온 일부 거친 표현이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쳤다. 다시 한번 더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제가 인사혁신처장 직무를 맡은 고위공직자가 됐으니 여러분의 비판을 받아들여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며 “앞으로 제가 잘못하는 것이 있다면 여러분의 비판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논란이 된 막말 사건에 사과를 표하면서도 사퇴 요구는 일축한 셈이다.
기름 붓기
국민의힘의 최 처장 흔들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강 의원을 통해 낙마의 맛을 봤기 때문에 이 기세를 쭉 이어갈 것”이라며 “한 사람 때문에 계속해서 지지율이 깎이면 이 대통령도 어쩔 수 없다. 국민의힘이 꽃놀이패를 쥔 이상 조금 덜 리스크를 안는 쪽을 택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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