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 이준석-안철수 피 튈 개싸움 막전막후

질기고 질긴 악연 “결판낸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을 마친 안철수 위원장이 국민의힘으로 돌아온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대놓고 안 전 위원장 견제를 시작했다. 안 전 위원장도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모양새다. 지는 쪽은 정계에서 은퇴하는 수순까지 밟을 수 있는 탓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철수 전 위원장은 앙숙 중의 앙숙으로 불린다. 두 인물의 관계는 만화 <톰과 제리>에 비견되기도 한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당에 소속돼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처음부터
정반대 길

두 인물이 정계에 입문한 시점은 비슷하다. 10년 전, 이 대표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안 전 위원장은 서울시장 후보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본격적인 악연이 시작된 때는 2016년 총선부터다. 안 전 위원장과 이 대표는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후보로 나와 경쟁했다. 2016년 총선 때는 여당 후보로 나온 이 대표가 제3당으로 나왔던 안 전 위원장에게 패배했다.

2년이 지나고 두 인물은 다시 조우한다. 본격적으로 이 대표와 안 전 위원장의 갈등이 폭발한 시점이다. 안 전 위원장은 국민의당 대표로서 바른미래당을 이끌던 당내 주류 인사였다. 당시 이 대표보다 안 전 위원장이 둘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셈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안 전 위원장은 대선에 출마했다. 안 전 위원장이 자리했던 노원병 지역구가 공석이 되면서 이 대표는 빈자리를 노렸다. 

당내에서도 노원병 지역위원장이었던 이 대표의 공천을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안 전 위원장은 이 대표를 공천하지 않았다. 

이 대표를 공천하는 대신 안철수계 인사인 김근식 교수를 후보로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가 사퇴했지만 이 대표를 비롯한 당내 반발이 거셌다. 

이후 1차 공모에서도 이 대표의 공천이 확정되지 않자, 공관위원들의 혼란까지 초래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이 대표가 노원병 후보로 출마했으나 결국 민주당 후보에 패해 고배를 마셨다. 바른미래당 역시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안 전 위원장 역시 서울시장에 출마했으나 3위를 기록했고, 급기야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안 전 위원장은 바른미래당을 탈당했고 당은 존폐 기로에 섰다. 

이 대표와 안 전 위원장이 노선을 달리하고 악연을 이어가게 된 계기다. 이 대표는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해 미래통합당과 합당했고, 안 후보는 본인이 주축이 돼 재차 국민의당을 창당하게 된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물과 기름
주도권 싸움 벌이다 지선 직후 승부


갈라선 두 인물은 줄곧 서로를 향해 높은 수위의 공격을 이어왔다. 이 대표는 과거 사석에서 안 전 위원장을 향해 ‘비읍 시옷’이라는 발언으로 불편한 모습을 대놓고 드러내기까지 했다.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던 안 전 위원장과 이 대표의 상황이 역전된 시점은 이 대표가 지난해 6월 당 대표로 취임하면서부터다. 몸집을 키운 이 대표는 안 전 위원장을 수차례 조롱하는 모습도 보였다. 단일화 직전까지 안 전 위원장을 향해 선 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단일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국민의당은 지분을 요구했고,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가 이뤄졌고, 선관위에 합당 신고 절차까지 마무리됐지만 양당의 화학적 결합은 아직인 모양새다. 

여전히 이 대표가 안 전 위원장을 한 팀으로 인정하지 않는 그림이 그려져서다. 두 인물 간 기싸움은 여전하다. 

그동안 이 대표는 인수위의 활동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최근 이 대표가 안 전 위원장의 마스크 해제 우려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이 대표는 마스크 착용 해제를 미뤄야 한다는 안 전 위원장의 발언에 현 정부의 기조를 따라야 한다고 언급하면서부터 기싸움이 활발하다. 

신구 권력으로 비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달라며 안 전 위원장의 심기를 건드렸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안 전 위원장이 당권을 잡기 위한 시도를 하기 전부터 미리 대비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초반만 해도 안 전 위원장이 지휘봉을 잡아 공동정부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총리 하마평까지 오르며 존재감이 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안 전 위원장이 인수위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줄어들었다.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안 전 위원장이 추천한 인물은 초대 내각에 참여하지 못했다. 

당권 두고
경쟁 양상

안 전 위원장은 하루 동안 침묵 시위를 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존재감은 미미한 편이다. 최근에는 그에게 국정과제를 면밀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책임론까지 불거진 상태다. 

지속적인 책임론이 불거진다면 당내에서 세를 다져야 하는 안 전 위원장이 당권을 잡기란 불리해 보인다. 인수위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인물로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했냐는 의문까지 함께 가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안 전 위원장이 당으로 돌아온 뒤 과연 당권을 잡을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인수위 활동이 종료된 뒤 그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내각에 합류하지 않게 된 이상, 안 전 위원장이 자신의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려면 정치적 공백을 메워야 한다. 

정치인의 공백은 금세 존재감의 소멸로 나타나곤 한다. 존재감을 잃게 될 경우 사실상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안 전 위원장의 경기도 분당 차출설이 흘러나왔다. 당내에서는 그의 분당갑 출마설에 대해 나쁘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판교시에 안랩이 위치해 안 전 위원장의 분당갑 출마에 대한 연결고리는 충분한 편이다. 단수공천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안 전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분당갑 출마를 선언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역시 안 전 위원장을 적극 밀어주는 모양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안 전 위원장의 분당갑 출마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선 초기부터 불편한 동거를 이어온 윤핵관이 그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이 대표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장 비서실장은 대표적 윤핵관으로 불리는 인물로 이 대표와 극심한 대립관계에 있는 인물이다. 

다만 안 전 위원장이 분당갑에 당선돼도 당권을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안 전 위원장이 자신의 존재감 어필과 더불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원내 진출은 필수요소다. 국민의힘에 국민의당이 흡수된 이상 돌아갈 당도 없다. 

당내에서는 안 전 위원장의 출마를 경계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시너지를 발휘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만 펼칠 수 있다는 의심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에서 안 전 위원장의 지지율은 한자릿수에 그쳐 단일화를 통해 본인 살길만 택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다만 쉽지 않은 상태다. 이 대표가 안 전 위원장 공천에 제동을 걸어서다. 이 대표의 말과 반대로 안 전 위원장에 대한 단수공천이 이뤄진다고 해도 당내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꽃가마
못 태워

이 대표는 전적으로 안 전 위원장의 단수공천에 반대하는 인물이다. 단수공천을 하게 된다면 당내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이 대표는 당내 분위기를 살펴야 한다.

이미 국민의힘 텃밭 지역들의 공천 결과를 두고 당내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안 전 위원장의 입장을 받아들여 단수공천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공정한 당내 경선을 추진해왔던 취지도 함께 무색해진다. 

분당갑 출마설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이 대표는 그의 출마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안 위원장이 지역적 연고가 충분하고 당 일원이 출마 용기를 내는 게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해당 발언을 한 주 만에 뒤집었다. 이 대표는 공천을 받기 전까지 확정이라고 할 수 없으며 안 전 위원장의 출마에 우려스럽다는 반응까지 내놨다.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자신의 발언을 뒤집은 탓에 본격적으로 안 전 위원장과 이 대표 간 대립이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대표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취임 이래 당 대표로서의 입지가 가장 크게 흔들리는 중이다. 검수완박 통과에 대한 당 지도부의 책임론과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성접대 사건에 대해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의결해 징계 절차까지 개시한다고 밝혔다. 

징계가 당장 내려지는 단계는 아니지만, 징계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윤리위 회부 자체가 이 대표에게 타격이 가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성접대 사건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측에서 제기한 의혹이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없었던 녹취록과, 증거 인멸을 약속한 증서 등이 발견됐다고 알려진다. 

이미 앞선 상황에서 이 대표는 대선에서 승리한 당 대표라는 타이틀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로서의 입지가 흔들렸다. 쉽게 승리할 수 있던 대선에서 젠더 갈라치기 전략 탓에 어렵게 끌고 갔다는 책임론 때문이다. 

윤핵관 업고 당 접수 시도
“손 잡아야 둘 다 산다고?”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로 1년 남짓 남았다. 보통 지방선거의 분위기는 대선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지방선거에서 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해 찬물을 끼얹는다면 더 큰 책임론에 발목잡힐 수 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윤리위원회에서 징계가 내려진다면 이 대표의 공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또 지방선거에서 애매한 성적을 거둘 경우 전당대회 요구가 빗발치고, 안 전 위원장이 당 대표에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대표가 안 전 위원장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모양을 취하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직후 이 대표의 징계가 결정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대표가 징계를 받아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면 향후 행보에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 

두 인물 간 대립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지속된 갈등은 당내 파열음까지 들릴 수 있다고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두 인물의 내홍이 깊어지면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선거 패배 시 두 인물에게 함께 책임이 가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안 전 위원장이 기싸움을 멈추고,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두 인물은 당내에서 비교적 세력이 약하다고 평가받는다. 지금껏 꾸준히 등을 지고 있었지만, 더 이상의 대립은 당내에서 이 대표와 안 전 위원장 입지만 줄게 되는 꼴이다.

안 전 위원장이 자신의 세를 다지기 위해 당내 입지가 큰 윤핵관의 손을 맞잡은 모양새지만,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가 처음부터 국민의힘에 속하지 않았던 탓이다. 

이 대표 역시 대선 기간 중 탄핵 의결이 공식화돼 탄핵 위기까지 겪었다. 여론이 악화된다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 박민식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안 전 위원장에게 재차 기회가 생겼다. 

이번에도 또 
이용당한다?

일각에선 당내 주류 세력이 이 대표를 밀어내기 위해 안 전 위원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특임교수는 “이제는 같은 편이다. 서로 공격을 하는 것은 같은 편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두 인물 모두 서로를 향한 공격을 멈추고 원팀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준석, 20대에게도 찬밥 신세?

 

경상국립대학교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강연을 취소했다.

재학생과 진주시민을 대상으로 특강이 예정돼있었으나 반발에 부딪쳐 결국 무산됐다. 

재학생들은 재학생연합을 조직해 지난달 29일부터 반대 서명운동, 집회 등을 벌이며 강연 취소를 촉구했다.

재학생연합 측이 취소를 요구한 이유는 이 대표의 성접대 의혹과 혐오 발언 등 때문이다.

결국 대학 측은 사과 담화문을 올리며 이 대표의 강연이 취소됐음을 알렸다.

학교 측은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특정 정당 대표 특강이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해 강의를 취소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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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