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이준석 대적'할 민주당 신진세력 해부

돌풍 맞설 영건 군단 띄운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30대, 0선 청년 정치인이 제1야당 대표로 당선된 이른바 ‘이준석 돌풍’의 후폭풍은 현재진행형이다. 더불어민주당에게 특히 그렇다. 진보 진영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젊음과 혁신이란 키워드를 보수 진영에게 모두 빼앗긴 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4·7 재보선 참패 이후 지도부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수립, 전당대회 개최 등을 통해 혁신과 변화를 외쳤다. 하지만 이준석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힘에 비하면 제자리걸음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은 부랴부랴 ‘청년 챙기기’에 나섰다.

젊음·혁신
모두 뺏겨

민주당은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에게 우선 발언권을 줬다. 통상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발언 순서는 당 대표,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득표 순)으로 진행됐다. 지명직 최고위원인 이 위원의 차례는 마지막이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개혁 경쟁이 불가피하다. 민주당도 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발언 순서를 뒤집은 지도부의 선택은 이준석 돌풍에 대한 맞불 작전으로 해석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취임 이튿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섰다.

여권 관계자는 “아직도 보여주기식, 이벤트성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미봉책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국민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지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의 다급한 심정을 이 대표를 통해 엿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대표의 ‘따릉이 출근’이 대표적인 예다. 이 대표가 취임 첫날인 지난 13일 서울시 공유 자전거인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자 여권에선 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카메라 대기시켜 놓고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 본청까지 (자전거를)타는 것과 (일상에서의 자전거 이용은)다른 것”이라며 “따릉이를 대여하고 거치대에 반납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걷는 시간과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정도라면 선거화보용 촬영을 따로 하면 되겠다. 언론이 무슨 대단한 발견을 새롭게 한 것인 양 대서특필하는 것을 보면 어리둥절하다”고 일갈했다.

이준석 효과에 전전긍긍 민주당
청년 정치인 가장 많은데…왜?

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도 SNS를 통해 “걸어도 되는 거리”라며 “굳이 따릉이 탈 필요가 없다. 복잡하게 출근할 이유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다며 안전 수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의 잇단 비판으로 이 대표에 대한 공세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와 맞설 수 있는 청년 정치인에 대한 기대가 오르고 있다. 청년 정치인이라는 키워드로만 보자면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경쟁력이 높다. 40세 미만 국회의원으로 따져보면 국민의힘은 배현진·지성호 의원 등 2명에 불과하다.

민주당에는 ‘초선 5인방’으로 불리는 2030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 등이다.

이들에 대한 기대는 단순한 나이와 세대를 초월해 민주당의 쇄신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초선 5인방은 지난 4·7재보선 이후 ‘2030 의원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이 참패한 이유로 ‘조국 사태’를 꼽았다.

당시 이들은 선거 참패 원인으로 “내로남불의 비판을 촉발시킨 정부·여당 인사들의 재산증식과 이중적 태도에도 국민에게 들이대는 냉정한 잣대와 조치를 들이대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억울해하며 변명으로 일관해왔음을 인정한다. 분노하셨을 국민에게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조국 사태에 대해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다. 검찰의 부당한 압박에 밀리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되며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 뒤돌아보고 반성한다”고 호소했다.

당장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에게 ‘초선 5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들의 소신 발언은 곧 당 지도부가 공식 사과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2일, 민심경청 결과 보고회와 지난 16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조국 사태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당내 2030
어디 있나

민주당 초선 의원 가운데 가장 젊은 인물은 전용기 의원이다.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1991년생인 그의 나이는 올해로 만 29세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21대 국회에서의 유일한 이남자(20대·남자) 국회의원이다.

전 의원은 소신 발언으로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지난 4월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제발 정신 좀 차리시라”고 일갈한 바 있다.

당시 전 의원은 “애초에 왜 청년들이 주식, 코인 등 금융시장에 뛰어드는지 이해했다면, 이런 말은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며 “지금은 청년들이 평범하게 일자리를 구하고 월급을 모아 결혼하고 집사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도 소신 발언으로 한 차례 주목을 받았다. 2030 의원들이 입장문을 낸 뒤였던 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이 의원은 초선 5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지난 4월 “우리가 예전에 보던 것만 보고, 듣던 것만 듣고, 말하던 것만 말하면 민주당의 미래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 정치 경력으로 맞붙을 수 있는 의원은 장경태 의원이 꼽힌다. 장 의원은 청년 정치인 가운데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1983년생인 장 의원은 대학생 시절인 2006년 서울시장 후보 캠프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며 정치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장 의원은 대학생위원장, 청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거치며 민주당 청년위원장으로 올라섰다. 장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에 출마하며 당선되는 기염을 토해냈다. 민주당에서 원내로 진입한 청년위원장 출신 가운데 당선된 인물은 장 의원이 유일하다. 

이들 외에도 박성민 전 최고위원이 꼽힌다. 박 전 최고위원은 이낙연 전 대표가 발탁한 청년 인사다. 박 전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따릉이 출근이 여권의 공세를 받자 “부끄럽다”고 밝혔다.

박 전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따릉이는 서울 시민의 교통수단”이라며 “따릉이를 이용한 평범한 국민들 보기에 ‘쇼네 아니네’ 정치평론 일어나는 게 올드하다고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박 전 최고위원은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구의역 김군’ 발언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처음으로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고 어떠한 해명이라도 무마는 잘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변 전 장관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으로 재직하던 때 공식 회의 석상에서 “걔(피해자 김군)가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는 등 사고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젊음·경력
뒤지지 않아

이 대표의 부상은 민주당 안팎에서 제기된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용퇴론’을 다시 끌어올렸다. 민주당이 선거 참패 이후 이렇다 할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는 와중에 청년 정치인이 제1야당 대표로 올라서면서 기존 세력으로는 변화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으로 해석된다.

이미 586 용퇴론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조국 사태와 코로나 19 여파 등으로 민주당이 위기에 몰리면서 586세대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물러나야 한다는 논리였다.

당시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조국 사태로 민심이 악화되자 “586세대가 16대 국회에 전략공천으로 대거 입성했듯, 새 피를 수혈하기 위한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 586 용퇴론의 대상이 됐던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당시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그 사람 개인의 시대적 소명이 다했는지,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다했는지, 세상을 바꿀만한 에너지가 없는지를 갖고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늘날 586 용퇴론은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남은 선거가 대선인데 이 상황에서의 당내 핵심 인력인 586 용퇴는 불가능하다”며 “용퇴를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슷한 반응이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선거가 많이 남아 용퇴를 이야기할 타이밍인지 생각이 든다”며 “민주당이 고수했던 여러 가지 정책들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책기조들로 전환돼야 하는데, 불가피하게 당내 토론이 돼야 할 지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선 발언권을 얻었던 이 위원은 과거 민주당에서 용퇴론을 외쳤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 위원은 지난 2015년 세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 김상곤 혁신위 시절 청년 혁신위원으로 참여해 이인영 의원 등 586 세대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하며 586 용퇴론을 주장했다.

국민의힘에서 청년과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선점한 만큼, 민주당의 고민도 한시름 깊어지는 형국이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청년이라는 표현만 21번 사용한 데 이어 ‘청년특임장관’ 신설까지 언급했다.

거듭되는 586 용퇴론 가능성은?
기세등등 국민의힘, 연일 저격

이날 송 대표는 “존경하는 대한민국 2030 청년에게 우리 민주당은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며 “대통령에게 청년 문제를 총괄하는 청년특임장관 신설을 제안하겠다. 파편적이고 단기적인 청년정책이 아닌 장기적이고 종합정인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여권 대선 주자들도 발걸음을 맞췄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4일 e스포츠 경기장인 롤파크를 방문해 청년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롤)를 체험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e스포츠를 학교스포츠로 편입해) 방과 후에도 연습하고 연마할 기회를 드려서 병역 연기의 범위 안에 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은퇴가 빠른 e스포츠의 특성을 반영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스포츠 선수가 학생 신분으로 활동할 수 있다면 병역을 늦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청년과 병역이라는 키워드가 묶이는 만큼 20대 남성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 17일 소셜미디어 틱톡에 독도 홍보 영상을 올렸다. 정 전 총리가 손뼉을 칠 때마다 가죽재킷, 카우보이 의상 등으로 바뀌며 마지막에는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모습으로 마무리되는 영상이었다.

틱톡이 젊은 층에서 많이 사용되는 만큼, 정 전 총리 역시 청년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의 당선으로 국민의힘은 탄력을 받은 모양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청와대와 여당을 ‘꼰수기(꼰대·수구·기득권)’이라 칭하며 날을 세웠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꼰수기에게 어떻게 미래를 맡기고, 꼰수기가 어떻게 민생과 공정을 챙기겠는가”라며 “이것이 청와대와 집권여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여론조사업체 4개사가 공동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지지율 최고치를 경신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업체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7일 발표한 6월3주차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32%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29%를 기록했다.

눈길이 가는 대목은 국민의힘이 호남(광주·전라)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민주당을 앞섰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서울 34%, 인천·경기 29%, 대전·세종·충청 33%, 대구·경북 50% 등이다. 국민의힘은 호남에서도 12%를 기록,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어냈다.

민주당 곳곳
청년 노려라

민주당은 서울 29%, 인천·경기 28%, 대전·세종·충청 24%, 부산·울산·경남 23%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텃밭인 호남에서는 58%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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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