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VS 이준석 전면전 관전 포인트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1.25 11:10:01
  • 호수 1507호
  • 댓글 1개

받은 폭탄 그대로 용산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 자신에게 공세가 집중되자 윤석열 대통령을 정면으로 조준한 폭로를 시작했다. 이는 공격을 받으면 적의 중심을 급습하는 이 의원의 전형적인 전술이다. 이 의원이 즐겨 비유하는 <삼국지>로 빗대어보면, 이 의원에게는 조조와 강유·제갈각의 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명태균 게이트’ 핵심 인물 명태균씨는 지난 5일 법무법인 황앤씨 김소연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김 변호사는 명씨의 요구로 지난 19일 사임할 때까지 2주 동안 명씨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강혜경씨는 노영희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노 변호사는 강씨의 지난 10월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증인 출석에도 동행해 진술을 조언했다.

조조? 강유?

두 변호인의 등장 이후 명씨와 강씨의 주장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에게 집중되는 듯한 흐름으로 진행됐다.

노 변호사는 지난 10월28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 시절 명씨에게 약 7~8회에 걸쳐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대금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명씨와 강씨의 지난 2022년 3월23일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명씨는 “이준석이가 RDD(무작위 전화 걸기)로 경기도지사 여론조사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조사는 실제로 진행됐고, 이 의원은 돈을 안 줬다”며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수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명씨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2주 동안 공세의 초점을 대부분 이 의원에게 맞췄다.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 ‘이봉규TV’에 출연한 김 변호사는 “이 의원이 명씨와 성 상납 의혹을 의논하고, ‘김건희 여사에게 얘기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게재한 주장에 따르면, 큰 파문을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과 명씨의 지난 2022년 5월9일 ‘김영선 전 의원 공천’ 전화 통화는 이 의원 때문에 진행된 것이었다. 이 의원은 그날 새벽 명씨에게 “대통령이 ‘김영선 전 의원은 경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명씨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전화했다.

이를 놓고, 김 변호사는 “이 의원이 윤 대통령의 공천 관련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명씨를 이용했다”며 “이 의원이 악의 축”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8일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의원이 사심을 가득 채워 공천했다”며 “친분 있는 사람을 공천하기 위해 전략공천 여론조사 명분까지 만들어 진행하는데, 윤 대통령이 ‘경선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니까 이 의원이 명씨에게 일러바쳤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김 전 의원을 경남 창원의창에 공천하게 된 결정적 배경에는 이 의원이 있다”며 “윤 대통령은 해당 지역구를 경선에 붙이려고 했지만, 이 의원이 김 전 의원에게 공천을 주려는 마음을 먹고, 명씨를 이용해 윤 대통령과 통화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원은 명씨를 스토킹 통로로 활용해 윤 대통령 부부를 감시했다”며 “이 의원과 명씨는 매일 메신저로 대화하고, 새벽에도 질의응답을 했다”고 강조했다.

서로가 서로 향해 협공 
만인에 대한 만인 투쟁

이 흐름은 윤 대통령 부부로 거론되는 ‘게이트의 몸통’ 의심을 이 의원에게 집중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강성 친윤(친 윤석열) 성향 김 변호사와 강성 야권 성향의 노 변호사가 ‘이준석 공격’이라는 명제 앞에선 연합을 형성한 것과 같은 흐름이 이어졌던 2주였다.


노 변호사는 윤 대통령 부부·이 의원·명씨 모두를 타격하려고 노력했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의 수사에서도 이 의원은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의 지난 10월31일 고발 대상에는 이 의원도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 14일 진행된 명씨의 구속영장실질심사서 “명씨는 이 의원 등과 차명 전화로 통화했다”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 의원에게 김 전 의원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선택은 정면승부였다. 초점이 자신에게 쏠리는 상황이 이어지자 다시 윤 대통령에게 초점을 맞추기 위해 폭로전에 나선 것이다. 김 변호사와 노 변호사가 이 의원을 협공했다면, 이 의원과 노 변호사는 윤 대통령을 협공하고 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구도로 확대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남미순방에 동행했다가 지난 14일 귀국한 이 의원은 공항서 기자들을 만나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지방선거서 특정 시장과 서울 구청장 공천을 언급했다”고 주장했고, 다음날 “포항시장과 서울 강서구청장 공천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안철수 의원에게 분당갑 재보궐선거 단수공천을 줘야 한다’고 말했고, 경기도지사 후보로 김은혜 의원을 추천했다”고 주장했다.

이틀 사이에 공천 4개를 거론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 의원의 국민의힘 대표 재임 당시 불거졌다가 무혐의로 마무리된 성 상납 의혹을 제기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변호인이었다. 의혹은 이 의원과 사이가 좋지 않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확산됐고, 김 변호사는 해당 채널에 오랫동안 출연했다.

공격 받으면 적 중심 급습
강대강 극한 대치…결말은?

옛 악연이 다시 정립될 수도 있는 시점서 공세에 나선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는 공격을 받으면 적의 중심을 급습하는 이 의원의 전형적인 전술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명씨의 통화 녹음을 공개하는 상황서, 민주당에 쏠릴 수 있는 시선도 자신에게 집중시킬 수 있는 선택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 의원은 당시 당 대표라는 내부자였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의석 3개를 보유한 초미니 정당의 의원이고, 명씨 관련 공세도 홀로 대응하고 있다. 이 의원이 즐겨 비유하는 중국의 <삼국지>를 이 의원에게 적용하면, 약소 세력이 거대 세력과 맞선 조조·원소의 관도대전과 강유·제갈각의 위나라 정벌 시도에 비유할 수 있다.

관도대전 당시 조조는 원소의 선봉장을 2명이나 제거하고도 원소의 거대한 물량 공세를 간신히 막는 처지에 몰렸다. 그러다가 원소 진영 내부 갈등 여파로 원소군의 군량고 위치라는 특급 정보를 얻었고, 정예병력을 엄선해 군량고를 직접 급습했다.

조조는 치열한 전투 끝에 간신히 승리해 원소군의 군량을 모두 태워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촉한의 강유와 오나라의 제갈각은 각각 부족한 정치력과 오만한 성격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강유는 국내 사정을 전혀 살피지 않고 북벌에 지나치게 집착했다가 나라 안에 반대파가 가득한 정치적 상황을 만들었다. 제갈각은 위나라와의 첫 전투서 이긴 후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무모하게 곧바로 두 번째 전투를 이어가다가 패배했다. 제갈각은 부하들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웠다가 살해당했다. 

역사엔 상대가 몰락하는 제국이라고 하더라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어렵게 이긴 선례들이 있다. 오스만 제국이 상대했던 동로마 제국은 찬란했던 2200여년 역사를 뒤로하고, 국토도 발칸 반도로 줄었다. 오스만 제국은 정예부대 예니체리를 모두 투입하고, 동로마 제국 수도 방어를 주도하던 용병대장 조반니 주스티니아니가 부상으로 전열서 이탈한 후 성의 비밀 쪽문이 열린 틈을 타서 어렵게 승리했다.

최강의 군대를 거느렸던 몽골 제국도 45년 동안 3회에 걸친 침공 끝에 무너져가던 남송을 어렵게 멸망시켰다. 

이이제이

국민의힘은 많은 실책을 저지르면서 108석의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다. 국민의힘의 108석은 관점에 따라 ‘108석밖에’일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관점에선 ‘108석이나’일 수도 있다. “오스만 제국, 몽골 제국도 각각 동로마 제국과 남송과의 전쟁서 처절한 사투를 치렀다”는 사실을 어떻게 통찰하느냐에 따라 조조의 길과 강유, 제갈각의 길이 교차할 수도 있다. <삼국지> 마니아 이 의원이라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ctzxp@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4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죽도 밥도 아닌 트럼프 따라하기

죽도 밥도 아닌 트럼프 따라하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을 밑바탕 삼아 용꿈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에게 영감을 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대권 도전 과정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0년 넘게 이어진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었다. 장 대표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빙글빙글 정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6일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려고 했다. 그러자 광주전남촛불행동 등 광주 시민단체 회원들과 일부 시민들은 장 대표 일행의 참배를 막았다. 결국 장 대표 일행은 추념탑 앞에서 5초 동안 묵념한 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같은 콘셉트 다른 행보 장 대표의 참배 시도엔 ▲국민 통합 ▲호남 구애 및 지역 현안 해결 ▲강경 보수 이미지 희석 등 이유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이후 행보는 참배를 시도했던 이유에 대한 의문을 자아낼 가능성이 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장 대표 등의 참배를 막은 시민들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재물손괴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은 지난 18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일 집회는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위였고, 각종 욕설과 모욕으로 일관된 폭언·폭력이 난무한 아수라장이었다”며 “시민을 가장한 과격 단체와 특정 인사들이 국민의힘 당 대표의 참배를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12일 내란 특검에 체포됐다가 이틀 후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돼 석방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두둔했다. 황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체포하라”는 내용의 비상계엄 동조 게시글을 올리는 등 행동으로 말미암은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받고 있다. 장 대표는 국회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규탄대회를 진행하던 중 황 전 총리 체포에 대해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 싸우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황 전 총리가 활발하게 부정선거론을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비판이 이어지자, 장 대표는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부정선거론에 선을 그으면서 “전략적으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장 대표·황 전 총리의 행적을 되새겨보면,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구호는 미국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대사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웨스트윙>에선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매튜 산토스가 상대 후보 에릭 베이커의 약점을 감싸는 연설을 한다. 에릭 베이커는 부인의 만성 우울증을 숨겼다. 이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자, 매튜 산토스는 “어차피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는데, 아닌 척 위선을 할 뿐”이라며 “지도자에게 완벽하다는 환상을 요구하면, 이는 단지 거짓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이어 “완벽한 후보·특혜를 줄 후보가 아니라 이상·희망·꿈을 공유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우린 자랑스럽게 ‘나는 민주당원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광주 방문 시도 이어“우리가 황교안이다” 트럼프 당선엔 30년 밑밥…어설픈 표절? “나는 민주당원이다”는 상대의 약점을 감싸면서 정치의 본질을 호소하는 이상적인 정치인의 상징으로 통한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면서 폭력적인 정적 숙청을 요구했다. “우리가 황교안이다”는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극단적으로 대비될 수밖에 없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9월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에 대해선 충청도에서 몇 안 되는 용꿈을 꾸는 분이란 평이 있었다”며 “그 용꿈을 망상에 가깝다고 보기엔 유연하게 정치를 한 분”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대표 취임 후 김도읍 정책위의장 임명 등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서 ▲장외 집회 집착 ▲황 전 총리 두둔 ▲한 전 대표 퇴출 시도 등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행보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그는 빙글빙글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와 황 전 총리 두둔이란 극단적인 행보를 불과 며칠 사이에 보인 것도 장 대표 특유의 빙글빙글 정치를 상징한다. 강경 보수에 더욱 치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 대표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과정과 비교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엔 미국 민주당에 모여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하는 리버럴 엘리트들에 대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반발이 큰 역할을 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지난 12일 유튜버 감동란의 개인 방송에 출연해 같은 당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알려진 김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졌고, 특검법 3개에도 모두 찬성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은 눈 불편한 것 빼고는 기득권인데, 장애인이라서 배려받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장애인에게 너무 많은 할당을 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김 의원을 일종의 에스코트용 액세서리 취급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박 대변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박 대변인에게 엄중하게 경고할 뿐, 징계는 하지 않았다. 박 대변인의 발언과 장 대표의 미지근한 대응은 김 의원에게 강한 반감을 갖는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자 여성이란 김 의원의 정체성과 그에 대한 박 대변인의 공격은 미국에서 만성 구조화된 정치적 올바름 논쟁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쟁취는, 진보 진영이 신자유주의·정치적 올바름을 추진하면서 민주당이 월스트리트와 강하게 연계하자 국민이 여기에 반감을 갖게 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딕 체니 전 부통령·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부 장관으로 상징되는 네오콘에 대한 반감도 큰 역할을 했다. 드라마 대사 표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강하게 추진된 신자유주의로 인해 산업 패러다임은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의 힘이 더욱 막강해졌고, 미국 내 제조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는 흐름이 가속화됐다. 지난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 내 중산층 몰락에 쐐기를 박았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막대한 세금을 대외 전쟁에 쏟아부었던 네오콘도 유권자의 큰 반감을 사서 몰락했다. 고립주의를 선호하는 미국 보수의 전통적인 흐름과 달리, 네오콘은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미국의 가치를 퍼트리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것 때문에 네오콘은 오래 지나지 않아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엔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가 함축됐다. 미국의 역사는 이주·개척의 역사다. 지금과 같은 세계 경찰의 위상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이후 확보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엔 지역 강국 정도의 위상을 가졌고, 현재의 미국 영토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주로 얻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서부 개척 시대를 다룬 영화가 흔하게 제작된다. 미국인이 광적으로 열광하는 시리즈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도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은유해 제작됐다. 건국 신화가 따로 없는 미국에선 이 양대 시리즈가 신화로 통한다. 미국 고보수주의의 핵심은 다른 나라의 전쟁·정치 개입에 반대하는 외교 정책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인위적으로 고립시켜 대륙 내 미국의 기득권을 지키자는 것이다. 미국의 국력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19세기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미국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은 1823년 “유럽은 아메리카에 새 식민지를 만들지 말고, 미국은 유럽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먼로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어 ‘명백한 운명’이란 구호하에 서부 개척에 몰두했다. 트럼프 대통령·JD 밴스 부통령은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였다. 미국이 지난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지원 규모는 약 820억달러(약 113조4880억원)이고, 전비는 670억달러(약 98조4591억원) 규모로 확인된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4월 608억달러(약 89조348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첨단 무기 등 대규모 군사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자들을 달랠 거대한 쇼가 필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 중 하나는 제1기 행정부 당시 멕시코 국경에 설치한 거대한 장벽이다. 미국 내 블루칼라들이 갖는 불만 중 하나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미국·멕시코 접경지역에선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를 실질적 효과와 정치적 이벤트를 모두 거둘 수 있는 일거양득 상황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로망의 정치화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우리에게 방위비 분담금 100억달러(약 14조6942억원)를 요구했다. 내년에 우리가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은 1조5192억원이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엔 주한미군에 대한 330억달러(약 48조4948억원) 규모의 종합적 지원 내용이 담겨있다. 또 우리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달러(약 36조7385억원)를 지출해야 한다. 일본도 지난 5월부터 미국으로부터 주일미군 분담금 인상 압박에 시달려 매년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부터 캐나다·그린란드·파나마 등 아메리카 대륙과 그 인근 지역으로 사실상 영토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미국인에겐 영국·멕시코 등과 전쟁하면서 중·남부로 영토를 확장했던 19세기의 재림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각국에 안기는 관세 폭탄에서도 잘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그린란드 주민이 투표를 통해 미국 편입·독립을 결정한 상황에서 덴마크가 이를 방해하면 덴마크에 고액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를 군사·외교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단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는 관세 폭탄에서 잘 드러난다. 공화당은 지난 6일 진행된 뉴욕시장·버지니아 주지사·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참패했다. 선거의 핵심 쟁점은 생활비 부담이었다. 뉴욕시에선 주거비가 급등했고, 뉴저지주에선 전기요금이 연 20% 상승했다. 특히 버지니아주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인력 감축 방침과 셧다운 여파로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커피·바나나·쇠고기·견과류 등 생활필수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 이후 생활필수품 물가가 급상승한 여파로 선거에서 패배하자 뒤늦게 상호 관세를 면제한 것이다. 특히 쇠고기는 미국 축산농가의 반발을 무시하면서 관세를 면제했다. 장 대표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겉’만 빌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이후 미국 정치권이 주도한 변화의 여파로 서민의 삶이 악화한 흐름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이들의 바람을 선동적 언어로 표현해 대권을 거머쥔 것이다. 불만 조직화한 트럼프 지지율↓ 원인 장동혁 30년 넘게 진행된 신자유주의·개입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에 강경 보수가 대규모 조직화한 영향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에 날개를 달아줬다. 하지만 국내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전한길씨 등이 주도하는 강경 보수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매우 크다. 이들의 언행은 강경 보수의 틀을 벗어나면, 조롱 대상이 될 뿐이다. 아울러 미국에선 민주당이 신자유주의 질서를 주도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시장경제·기업 경영의 자유 등 신자유주의 질서를 지지하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신자유주의 성향의 경제 정책을 유지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양당의 의견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양당은 특히 젊은 남성들이 민감하게 여기면서 비판하는 각종 검열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셧다운제 도입 ▲확률형 아이템 규제 ▲게임물관리위원회 검열 논란 등 검열 논란은 정당을 불문하고 꾸준히 일어났다. 미국에선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정치적 올바름 논쟁이 영화계로 이어져 <백설공주>와 <인어공주> 등 영화에 유색인종 주인공이 발탁돼 큰 논란으로 확산했다. 이런 논란을 주도하면서 서민을 훈계한 대표 세력은 월스트리트·각계 엘리트·언론이었다. 이 논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 과정에 큰 영향을 줬다. 국민의힘은 각종 검열 논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별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처럼 젊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유인하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세력 중엔 불법 이민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멕시코인을 경계하는 기존 유색인종 유권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흑인 중 8% ▲히스패닉 중 28% ▲아시아계 중 27% 등 득표율을 보였다. 지난해 대선에선 ▲흑인 중 13% ▲히스패닉 중 46% ▲아시아계 중 40%가 그에게 투표했다. 반면 장 대표는 지난 6일, 광주에서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지 못했고 국민의힘은 장 대표를 비난하는 시위를 한 시민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더 찐윤(진짜 친윤)’에 의해 옹립된 재선 의원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 취임 이후에도 지지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이는 전주보다 2% 낮아진 수치며, 지지율 42%를 기록한 민주당보다 18% 낮다. 심지어 전통적인 표밭 대구·경북에서도 지지율 42%를 얻는 데 그쳤다. 표밭도 위험하다 어설픈 표절은 죽도 밥도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여년 동안 누적된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은 후 유권자들이 향수를 느끼는 옛 로망을 자극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투표로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트럼프 벤치마킹’은 아닐까? 장 대표는 꾸준히 정체되고 있는 국민의힘의 지지율에서 뭘 보고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