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데…’ 집안싸움으로 바람 잘 날 없는 개혁신당

허은아 VS 이준석계 동상이몽
‘당원소환 투표’서 압도적 찬성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지난 3일, 개혁신당 홈페이지엔 ‘개혁신당 채용공고 관련 안내’라는 팝업창이 걸렸다. 내용은즉슨, 개혁신당 사무처의 당직자 채용 권한은 당헌에 따라 최고위원회에 있으며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고위 의결을 통해서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철근 사무총장은 이날 공지를 통해 “현재 개혁신당은 채용을 진행하지 않고, ‘개혁신당 채용공고’로 돌아다니고 있는 공고는 정식 공고가 아님을 안내드린다”며 “비공식 채용공고를 통한 채용은 모두 효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채용으로 당의 혼란을 가중한 자에 대해선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준석 의원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인사 중 한 명이다.

앞서 개혁신당은 당 차원서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에 신입 및 경력직 사무처 직원 채용공고를 냈던 바 있다.

최근 개혁신당 내에서 허은아 대표와 이준석 의원의 집안싸움이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달 26일, 허 대표는 이 의원계 지도부가 실시한 당원소환 투표서 찬성 91.93%, 반대 8.07%의 결과가 나오면서 대표직을 상실했다. 허 대표에 대한 당원소환 투표서 압도적 찬성표가 나오자 천하람 원내대표는 이날,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겠다고 발표했다.

허 대표는 “불법으로 점철된 원천 무효”라며 당원소환 투표와 권한대행 체제에 대해 정면 부정하는 등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천 원내대표에 따르면 당원소환 투표엔 으뜸당원 2만4672명 중 2만1751명이 참여해 1만994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1751표에 그쳤다.

천 원내대표는 “당원소환 투표는 전체 으뜸당원 1/3 이상 투표와 유효투표의 과반수 찬성으로 확정된다”며 “으뜸당원 1/3 이상의 투표가 있었고 유효투표 과반수를 넘는 1만9943표의 찬성이 있었으므로, 허은아는 당 대표직을 당연 상실했음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대원 최고위원에 대한 찬반투표도 찬성 2만140표(92.48%), 반대 1554표(7.16%)로 최고위원직의 당연 상실했음을 선포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달 21일, 허 대표의 부재 속 천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이기인·전성균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허 대표와 조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소환 실시의 건을 의결 처리했던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이제 우린 과거의 갈등과 혼란을 딛고 더욱 단단해진 마음가짐으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오늘의 당원소환 투표 결과는 당내 갈등이 더 이상 논쟁으로 남아있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 모두에게 힘겨운 시간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고, 특히 지난 몇 주간의 혼란은 당원 및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일이었다”며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더 성숙한 정당이 될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반면 당사자인 허 대표는 천 원내대표가 소집한 최고위원회 자체가 위법하며 의결사항 모두가 원천 무효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들을 상대로 당원소환 투표 및 허 대표 직무 정지의 건에 대한 효력정치가처분 신청도 냈다.


그는 페이스북에 ‘당 대표 호소인 천하람 국회의원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우리 당은 ‘이준석당’이 맞다. 그러나 ‘이준석만을 위한 정당’이 돼선 안 된다고 수차례 말씀드렸다”고 호소했다. 이어 “왜냐하면 개혁신당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당이기 때문”이라며 “정당 보조금을 받는 이상, 사당이 돼선 안 되는 것이고, 당을 사유화하려면 사비를 들여 개인 조직을 운영하면 될 일”이라고 이 의원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당헌·당규를 위반하며 개인적으로 추진한 당원소환제 투표도 모든 비용을 사비로 충당하셨으리라 믿는다. 공당이라면 기본 원칙과 민주적 운영 방식을 지켜야 한다. 법률과 당헌·당규를 어기면서까지 공당을 특정 개인의 이익에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답게 법과 절차를 지켜라”고 촉구했다.

허 대표는 ‘단순히 나이에 의한 세대교체가 아니다. 반헌법적인 행보를 보이며 구습과 구태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번(20대) 대선서 국민 여러분이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는 이 의원의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그렇다면 대선주자로서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는 “정치개혁을 외치며 창당한 우리 당에서 구태 정치를 답습해선 안 된다. 과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다수 당원이 이준석 (국민의힘)대표를 정치적으로 제거하려 할 때 마녀사냥이라며 끝까지 저항하지 않으셨느냐”며 “그때의 개혁가는, 과거의 이 의원이 외쳤던 공정과 상식은 어디로 갔느냐”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2022년 8월,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던 이 의원의 기자회견 발언을 소환한 것이다.

허 대표의 주장은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통상 국내 정당의 존립 목적은 정권 획득으로 통한다. 즉, 자당의 대선후보를 배출하고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뒤 당의 정책이나 기조를 국정 철학에 녹이는 게 정당이다. 실제로 이 의원의 경우, 비교적 젊은 나이(39)에도 불구하고 대선 출마를 다수의 채널을 통해 천명해 왔다.

허 대표 주장처럼 그의 대선 출마가 단순히 개인으로의 욕심으로도 비춰질 수도 있지만, 정치공학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당 대표가 유력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자당 후보를 오히려 깎아내리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들을 일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논란이 일자 허 대표는 지난달 2일 “조기 대선에 대표직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다만, 천 원내대표의 최고위원회의 개최 문제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개혁신당 당헌 제23조(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 2항에 따르면, 당 대표는 당내 소통 확대와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정례적으로 최고위원회의, 주요 당직자 및 확대당직자회의, 원외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회의 등을 개최할 수 있다. 의장은 당 대표로 한다.

제27조(권한대행)엔 당 대표가 궐위된 경우, 선출 전까지 원내대표, 최고위원 중 선출 시 득표순으로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단 허 대표의 직무가 상실(궐위)된 시점이 지난달 26일이었고, 천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를 개최했던 게 닷새 전이었던 만큼 전후 관계가 바뀐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내대표의 권한을 다룬 제59조(지위)엔 ‘국회 운영에 관한 책임과 최고 권한을 갖는다’고, 제61조엔 ‘의원총회 주재, 소속 국회의원의 상임위원회 등에 대한 배정, 원내수석부대표 및 원내부대표의 추천·임명, 기타 국회 운영에 필요한 사항 처리’가 명시돼있을 뿐, 최고위원회 개최 권한은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당헌 당규에 따라 천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를 개최한 것 역시 절차적 하자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 대표도 “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원내대표는 의총을 주재한다. 최고위원회 소집 권한은 제게 있다”며 위법성을 주장했다.

그러자 천 원내대표도 “당헌 제57조 제4항 ‘의결사항과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그 회의체서 당연 제척된다’는 규정을 근거로 주재 권한대행으로써 회의를 진행한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후 개혁신당은 허 대표와 천 원내대표의 ‘한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허 대표 및 조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서 이준석계 지도부가 실시했던 당원소환 투표에 대해 ‘정치적 쇼’로 치부하면서 “정당 민주주의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허 대표는 “당 대표 호소인이 가짜 최고위를 구성해 대표 직무를 정지시키더니 이젠 명분도 절차도 무시한 당원소환이라는 자극적 프레임을 빌미로 지도부를 강제로 몰아내려 하고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전혀 갖추지 못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더 심각한 문제는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다수의 요구’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라며 “다수의 목소리가 항상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 국민의힘서 이준석 전 대표를 축출한 것도 다수의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그것도 정당한 일이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설 연휴 기간 동안, 이 의원이 대선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보도가 이어졌는데, 지도부를 무너뜨리고 개혁신당을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과 함께, 원칙과 상식이 바로 선 나라와 정당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천 원내대표도 같은 날, 이기인·천성균 최고위원, 이 정책위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별도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그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당원들의 목소리가 확인됐기 때문에 (허 대표의 당원소환 투표 효력정지)가처분 등 후속 절차는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선 “허 전 대표는 당원소환 투표에 따라 당 대표직이 상실된 자다. 여기에 대해 불복하면서 가처분 신청을 내고 당직자들을 징계하겠다고 하는 마당인데, 이런 절차 자체가 원천 무효”라며 “정치적 도의에도 심하게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대표의 가처분신청 인용 시 대응법’에 대해선 “압도적 다수의 당원들뿐만 아니라 사무처 당직자 거의 전원 및 주요 정치인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허 전 대표가 당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잘라 말했다.

개혁신당 내홍의 발단은 지난 12월17일, 허 대표가 김 사무총장, 정재준 전략기획부총장, 이경선 조직부총장을 전격 경질하면서 시작됐다. 김 사무총장과 이 부총장은 이 의원의 창당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개국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해 11월28일, 김 사무총장이 당헌·당규 개정 의견을 허 대표에게 사전 보고하자, 이 내용이 비공개 회의서 질타되면서 급속도로 사이가 틀어졌다.

개혁신당 당직자 노동조합은 “허은아 대표가 자신을 띄우기 위해 당과 사무처 당직자들을 동원하고 7개월간 광주광역시를 4번이나 방문하는 등 쓸모없는 지역 순회 및 보여주기식 간담회를 가졌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도 “고립무원의 지위에 놓인 사람이 결자해지하라. 단시간에 당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배척당한 것이 문제고, 사무처 당직자들이 오죽 열받았겠느냐”며 공개 저격했다.

구혁모 화성시 병 당협위원장도 지난 12월18일에 “2~3주 전부터 허은아 대표가 듣기 싫은 쓴소리한다는 이유로 김철근 사무총장을 경질한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당직자들 사이서도 ‘이준석 측근인데 그렇게까지 하겠느냐’는 반응이 많았지만 기우가 현실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문제의 핵심은 허은아 대표의 리더십과 역할로 이준석을 띄우지 않고 ‘자기 정치’를 일삼은 게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허 대표는 이튿날 페이스북에 “이번 논란은 김철근 사무총장과 몇몇 사무처 직원들이 사무총장 권한을 기형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수정안을 논의한 것이 발단”이라며 “최고위원회서 한번 의결된 사항을 최고위 소속도 아닌 일부 당직자들이 수정하려 한 점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사무총장에게 경고했고, 이후 여러 사정으로 경질이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허 대표는 문병호 전 개혁신당 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히려다가 당내 반대로 실패했다.

현재 개혁신당 홈페이지 상 대표는 ‘허은아’로 명시돼있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서 탈당한 이 의원의 주도로 지난해 1월15일 정식으로 창당됐다. 제3지대 보수세력을 표방하며, 양향자 전 의원을 중심으로 창당했던 한국의희망과 합당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선 허 대표와 이 의원계 지도부의 불편한 동침이 결국은 공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계 관계자는 “당원들에 의해 선출된 대표가 당원소환 투표서 압도적으로 찬성표가 나왔다는 점이 시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법원에 낸 당원소환 투표 가처분 신청도 별 다른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허 대표가 이 의원에게 ‘상왕 정치’ 프레임을 씌우는 것 같은데 공당 대표가 대권주자로 나서겠다는 자당 의원을 깎아내리는 행태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짚었다.

이 의원의 대선 출마는 가시화된 형국이다.

현재 ‘내란 혐의’로 탄핵 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40세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 의원은 1985년 3월31일생이다. 통상 대선 일자는 대통령직의 상실이 확정된 날로부터 60일 이후에 치러지는 만큼 걸림돌로 여겨졌던 나이 제한 문제는 해소됐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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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