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05.06 11:41
‘비리 공화국’ 대한민국에 또다시 대형 ‘리스트’ 두 개가 나돌면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야구전사들이 기회의 땅 나성에서 작은 공과 방망이로 실의에 빠진 온 국민을 즐겁게 해주었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비리의 땅 한국에서는 ‘술시중과 성(性)상납’을 강요당했다는 한 여자연예인의 죽음과, 정·관계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친 한 기업 총수의 전횡이 드러나면서 마치 벌집을 쑤신 듯 소란스럽다. 고 장자연 리스트와 박연차 리스트가 그것이다. 두 개의 리스트 모두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드는 메가톤급 파괴력을 지니고 있음은 물론이다. 먼저 고 장자연 리스트엔 드라마 제작사를 비롯해 방송사 전·현직 PD, 유력 언론사 간부와 사주, 심지어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대기업 오너와 임원들까지 총 10여명이 올라있다. 이들은 고 장자연이 소속사 대표의 강요에 못 이겨 술접대와 성상납을 한 인사들이란 점에서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초 리스트의 진위 여부를 놓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경찰은 현재 리스트의 실체를 인정하고 거명된 인사들을 상대로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던 차에 터져 나온 또 하나의 리스트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여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연일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단순히 한 여자연예인의 자살로 치부하기엔 너무도 충격적인 뒷 얘기들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꽃보다 고 장자연.’ 그녀는 모 방송사의 인기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써니 역할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중 갑자기 자살해 충격파를 던졌다. 드라마가 인기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자신의 배역이 그리 비중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수많은 유행어와 신조어를 남기며 화제를 모으고 있던 인기 드라마였기에 그녀의 자살에는 처음부터 갖가지 의혹이 봇물처럼 제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맡은 경찰은 그녀의 죽음을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라고 결론 내리고 서둘러 사건을 종결지으려 했다. 몇 년 전 배우 이은주와 가수 유니, 탤런트 정다빈이 자살했을 때도 그랬고, 지난해 국민배우 최진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도 그랬다. 유독 여자연예인이 자살을 하면 ‘우울증에 의한 것’으로 단정짓기 일쑤였다. 자살의 원인은커녕 우울증의 본질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그때마다 사건은 수많은 의혹을 남긴 채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연적으로 세인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갔다. 그러나 전 매니저에 의해 유서로
지구촌이 야구 열기로 뜨겁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곳은 역시 대한민국과 일본이 아닐까 싶다. 올해로 2회 째를 맞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맞붙은 최고의 숙적 대한민국과 일본 전은 양국 국민 모두의 자존심이 걸린 피할 수 없는 한판승부였다. 한마디로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그에 걸맞게 양국은 예상대로 지역예선 1회전에서 1승1패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각각 2회전에 진출한 상태다. 미국이 명실공히 세계야구의 종주국이라면 일본은 동양야구의 종주국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에만 약 3000여개의 야구팀이 있고, 일본 역시 고교야구팀만 해도 4163개로 고작 58개교인 우리나라의 70배가 넘는다. 이는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로 나뉘는 일본 프로야구의 단단한 밑바탕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순수 아마추어인 동호인 야구팀만도 무려 200만개가 넘는다고 하니 한 팀에 10명씩의 선수만 있다고 쳐도 2000만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1억이 넘는 일본 인구의 5분의 1 이상이 동호인 야구를 하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위상을 입증하듯 일본은 지난 2006년 제1회 WBC에서 야구 종주국 미국과 아마추어 야구 최강
전라도 토속음식에 ‘삼합(三合)’이란 것이 있다. 잘 삭힌 선홍빛 홍어에 기름기 좔좔 흐르는 삶은 돼지고기와 아삭아삭한 묵은 김치를 싸서 먹는 것이 바로 삼합이다. 세 가지 음식의 궁합이 어쩌면 그리도 잘 맞는지 걸쭉한 막걸리 한 잔 걸치고 삼합을 한 입 싸서 먹으면 그 맛이 가히 일품진미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류의 삼합을 논할 때가 아니다. 나라 경제가 이 모양 이 꼴인데 한가롭게 음식 이야기나 읊조리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세상이 아무리 험하고 힘들어도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 지식인과 지도자가 있다면 그래도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으련만, 지금 우리네가 살아가는 세상은 영 그렇지 못한 것 같아 가슴속 깊은 곳에서 한숨만 나올 뿐이다. 특히 신성한 민의(民意)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에서 우리 손으로 뽑은 선량(選良)들이 저지르는 막가파식 행태는 분노를 넘어 서글픔마저 느끼게 하는 요즘이다. 최근 사석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한 지인은 TV에서 국회의원들이 조폭들처럼 싸우는 모습이 비춰지자 ‘요즘 국회의원은 깡패만도 못하다’며 세태를 개탄했다. 거기서 나온 얘기가 바로 먹는 삼합이 아닌 중국의 원조 폭력조직 ‘삼합회(三合
현 정권의 ‘전 정권 손보기’가 한창이다. 손맛도 그럭저럭 괜찮은 듯하다. 전임 노무현정권의 청와대 기록물 유출을 기화로 시작된 이명박정권의 선전포고는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고교 동창인 정화삼씨, 그리고 친형인 노건평씨를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을 타깃 삼아 또다시 전 정권 먼지털기에 분주하다. 마치 한 방에 잃어버린 10년을 보상받으려는 듯 1년 동안 먼지를 털고 또 털더니 이젠 초가삼간의 빈대까지 잡을 태세다. 제 아무리 깔끔을 떨어도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것은 세상의 이치이기도 하다. 돈이란 것이 세상에 나올 때부터 권력과 돈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존하며 비리를 양산해왔다. 본시 ‘돈이란 놈은 잘 쓰면 돈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권력자들도 ‘돈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돈독 때문에 단 한 시도 편할 날이 없었던 게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비리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권력을 손아귀에 쥔 장본인과 측근들이 여기
‘살라가둘라 메치카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 요즘 TV 광고를 보면 유명 연예인들이 시상식장에서 수상소감을 대신해 이상한 주문 같은 것을 왼다. 마치 말을 떼기 전 어린아이의 옹알이 같은 이 주문은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에서 나온 것이란다. 착하고 예쁜 신데렐라가 왕자님이 연 파티에 가고 싶은데 입고 갈 옷도 마차도 없어 슬퍼하고 있을 때 요정이 나타나 호박을 마차로, 누더기 옷과 신발을 예쁜 드레스와 유리구두로 바꿔줄 때 외웠던 주문이라는 것이다. 한때 ‘생각대로 하면 되고’란 ‘되고송’을 유행시킨 통신업체의 두 번째 광고문구 ‘비비디 바비디 부’는 생각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희망의 메시지란 점에서 지금처럼 각박하고 힘든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난해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경제는 도무지 회생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하루아침에 멀쩡한 회사가 도산해 길거리로 내몰린 수백만 실업자들의 한숨소리는 아비규환 그 자체인 요즘이다. 게다가 연이어 터지는 대형 사건사고 소식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고, 그것을 놓고 벌이는 여야 정치권의 쌈박질 또한 가관이 아니다.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헷갈리는 국민들은 가뜩이나 먹고살
시절이 하수상한 요즘이다. 북한의 심상찮은 도발 움직임이 아침의 정적을 깨고, 여기저기서 벌어진 사건사고로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가 어떻고, 용산 철거민 참사 수사결과가 저떻고,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어쩌고, 화왕산 억새축제 참사가 저쩌고….’ “차라리 전쟁이라도 한 번 나 버렸으면 좋겠다”는 한 60대 노인의 푸념이 여러 사람의 바쁜 발걸음을 붙잡은 아침. 이유인즉, 수년 전 대학을 졸업한 아들 둘이 아직도 ‘백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경제는 자꾸 어렵다 하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정치판은 허구헌날 쌈박질만 하고 있으니, 가진 게 없어 이민은 못 가고 차라리 전쟁이라도 한 번 터져 버렸으면 좋겠단다. 그러면 저 위에서 정신 못 차리고 설쳐대는 분들의 정신이 번쩍 들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일찍이 빈촌에서 태어나 부모로부터 가난과 무지(無知)를 유일한 유산으로 물려받은 노인은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 중반에 상경했다고 한다. 배움도 없고 기술도 없었기에 몸뚱이를 밑천 삼아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으로 잔뼈가 굵었다는 노인은 거북이등처럼 갈라터진 손바닥을 보여주며 “이것이 여섯 가족을 지킨
‘강호순’이란 이름 석자가 정초부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매스컴이란 매스컴은 모두 앞다퉈 연쇄살인범 강호순으로 도배를 하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도 강호순은 여지없이 단골메뉴다. 심지어 인터넷상에 강호순을 옹호하는 팬카페가 개설돼 물의를 빚는가 하면, 그를 검거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CCTV 관련업체 주가가 폭등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강호순은 그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경기 서남권 부녀자 연쇄살인으로 일약 대한민국의 최대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무려 여섯명의 애꿎은 목숨을 앗아간 용산 철거민 참사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 운운하며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도발도 강호순 앞에선 한낱 ‘언저리 뉴스’에 불과하다. ‘직접살인’과 ‘간접살인’이란 차이일 뿐 용산참사도 엄연히 공권력에 의한 인명 살상 사건이고, 북한의 도발 협박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중대사인데도 말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당장의 여론에만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냄비근성’의 단적인 예다. 그랬기에 과거 정권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 때마다 곳간에 곶감 숨기듯 아껴뒀던 사건들을 터뜨려 국민여론을 조장하고 호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어언 1년이다. 지난 2008년 2월25일 ‘실용정부(實用政府)’를 표방하며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안고 야심차게 출범한 이명박정부는 1년 동안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마디로 국가경제를 도탄에 빠뜨리고 국민을 실망시킨 것도 모자라 분노케 만든 ‘실망정부(失望政府)’ 그 자체였다. 더욱이 얼마 전 이 대통령이 던진 ‘실용 농담’ 한마디는 실소를 자아낸다. 그는 자신의 생일과 당선일, 결혼기념일이 12월19로 같은 것과 관련해 “이것이 진정한 실용주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대통령의 67회 생일이자 당선 1주년, 결혼 38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경제적이지 않은가? 한꺼번에 모두 하니까”라는 청와대 대변인의 부연설명은 더 가관이다. 무릇 ‘실용’의 사전적 의미는 ‘실제로 쓰거나 실질적인 쓸모’를 말한다. 하지만 실용정부라던 현 정부는 실제로 쓰거나 실질적인 쓸모가 있는 정책들을 하나도 내놓지 못했다. 물론 이는 민초(民草)인 서민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1% 부자와 재벌들은 ‘그들만의 실용정부’ 우산 아래서 전보다 더 호의호식을 누리고 있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은 지금 ‘1%의 나라’란 말이 나돌고 있을까. 지난 2007년 대선 당
민족의 대명절 설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민중의 지팡이’ 노릇을 해야 할 경찰이 ‘민중의 몽둥이’로 둔갑한 후진국형 사건이 또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 재개발구역 내에서 철거에 항의하는 서민들과 이를 진압하던 경찰이 충돌하면서 6명이 사망하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대명천지에 이 같은 참담한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서둘러 수사본부를 설치한 검찰의 수사를 통해 진상이 낱낱이 가려지겠지만 법과 원칙을 천명해온 당국의 졸속 과잉진압에서 비롯된 참사일 가능성이 짙어 보인다. 대규모 인명피해를 불사할 정도의 무모하고 원시적인 공권력은 도대체 어느 나라의 누구를 위한 공권력이란 말인가. 불과 40여명의 철거민들이 생존권을 담보로 24시간가량 대치해오던 상황에서 무엇 때문에 그렇게 서둘러 공권력을 투입했는지 무엇보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공공의 안녕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현행범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는 너무도 성급한 판단이고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무엇
‘쇠박사’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스스로 무거운 ‘갑옷’을 벗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단다. 수년간 거함 포스코를 무난하게 이끌어왔던 글로벌기업 리더치고는 퍽이나 쓸쓸한 퇴장이다. 더욱이 세계경제가 극심한 불황 속에 허덕이고 있고 국가경제가 끝도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글로벌기업 리더의 자진(?)사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서울시 1년 예산과 맞먹는 30조6400억에 달하고 6조5000억원의 영업이익과 4조4000억원의 순이익이 난 알짜 민영기업이 바로 포스코다. 사실 포스코는 단일 품목으로는 단연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성적 안 좋은 국가대표팀 감독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처럼 임기를 1년이나 남겨두고 자진해서 물러났다. 그렇다면 그의 성적은 과연 어떠했을까? 단순 숫자놀음이 아닌 대한민국 대표경영자로서의 성과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3년 3월 당시 사장이었던 이 회장은 유상부 전임 회장이 갑작스레 물러나면서 포스코의 지휘봉을 잡았다. 포스코 회장의 보장된 임기는 3년. 그러나 그는 유 회장의 잔여임기 1